리그너스 대륙전기 490화
“대체 망치 회의가 어떻게 진행이 되었기에 이런 결정이 내려진 거 야?! 다들 대가리에 맥주라도 쳐넣 은 거야?”
칼라시니코프의 장 쿠퍼 쏘우가 불 만을 터뜨리며 말했다.
수도 콜스타인의 병사가 보내온 망 치 회의의 결정문에는 쿠퍼 쏘우에 게 ‘바리안스의 대지’를 넘어 알르드 를 공격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알르드에 빚을 지고 있는 드워프들 의 장인 쿠퍼 쏘우에게는 이해가 되 지 않는 명령이었다.
“자세한 사항은 저도 잘 모르겠습 니다. 하지만 골드 스트리안 대족장 의 강한 주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뭐어? 건담, 아니, 헤임빌을 만들려다가 머리에 망치라도 한 대 얻어맞았나 보지?”
쿠퍼 쏘우가 재차 그럴 리가 있느 냐고 물었다.
드워프와 알르드는 오랫동안 중립 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수인 왕국은 물론이고, 인간 왕국까지 무너뜨린 알르드의 군사력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SSS등급의 위험한 던전과 관련해 군사적인 도움을 요청한 적 도 있었다.
게다가 서로 인접한 세력이니만큼 상단을 통해 교역을 하는 물품도 굉 장히 많았다.
특히나 드워프 상단 중 그 세가 가장 큰 타임리스 상단의 2호 분점 이 알르드의 수도 디르시나에 있었 다. 그런 사실들을 대족장인 골드 스트리안이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쿠퍼 쏘우의 말에 수도에서
온 병사는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칼라니시코프의 장을 맡 고 있는 드워프의 얼굴도 짐짓 심각 해졌다.
“이거 진짜인가?”
쿠퍼 쏘우는 망치 회의의 결정문을 위, 아래, 옆으로 돌려보았다.
말도 안 되는 명령에 혹시나 위조 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던 탓이 었다. 하지만 결정문은 진짜였다.
그리고 드워프라면 망치 회의에 의 해 결정된 내용을 반드시 수행해야 만 했다.
“이런, 씨이벌......
자신에게 닥친 거지 같은 상황에 쿠퍼 쏘우의 입에서 욕설이 터져 나 왔다.
칼리시니코프의 모든 전력을 동원 해도 알르드를 공격하는 건 무리나 다름없었다.
그보다 형편없는 전력을 지니고 있었던 수인 왕국의 리셴르나를 상 대로도 대패를 경험했던 드워프 군 이었다.
그리고 지금 알르드의 리셴르나가 지니고 있는 군사력과 기술 수준은 이미 드워프 왕국을 월등히 뛰어넘 고 있었다. 공격을 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부담스러웠다.
“진짜 이놈의 대족장 녀석이 미쳐 버린 건 아니겠지?”
결국, 결정문으로 인해 어쩔 수 없 이 알르드를 공격할 병력을 동원할 준비는 해야 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공세를 취하는 시기를 따지는 것은 군사를 이끄는 자신의 마음.
괜히 소중한 병사들의 목숨을 날려 버리느니, 쿠퍼 쏘우는 느긋하게 움 직였다가 느긋하게 전장에서 쉬고 을 생각이었다.
“나중에 고양이 녀석에게도 편지를
보내야겠어.”
리셴르나도 멍청한 수인이 아닌 만 큼 자신의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는 쉽게 알아차리리라.
어쨌든 쿠퍼 쏘우는 이러한 자신의 행동과 갑작스러운 망치 회의의 결 정문이 드워프 왕국에 닥친 재앙의 징조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었다.
알르드의 중부와 서북부 지방에 총 동원령이 내려졌다.
각각의 영지를 다스리는 영주들은 영지의 치안을 위한 최소한의 병력 만을 남겨두고 나머지 병력은 모조 리 긁어모아 림드 산맥으로 보냈다.
그래도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각 각의 영지에서 보내진 병사들의 숫 자를 더하니 군단 규모의 병력을 몇 개나 편성할 수 있을 정도로 많았 다.
알르드의 속국이라 할 수 있는 블 루 스케일과 모에드 왕국에서도 군 단 규모의 병력을 지원했다.
그리고 그들은 알르드의 다른 지원 군들보다 먼저 ‘붉은 핏빛의 대지’도착해 전선에 배치된 상황이었다.
각각 스퀴드 수운다 공작과 힐몽거 장군이 자국의 병사들을 이끌었는 데, 둘 다 실력이 뛰어난 지휘관들 이라 커티삭을 공격하는 마족을 견 제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었 다.
그리고 리그너스 대륙의 남부에 위 치한 조그마한 소국에서도 알르드로 보낼 지원군을 편성하기 위해 회의 가 벌어지고 있었다.
“멍멍. 우리도 나서야 합니다.”
군부를 책임지는 견인 영웅의 말에
바우국의 국왕 말라뮤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우국은 알르드의 도움을 받아 세 워진 견인들의 나라였다.
건국 자체가 알르드의 영향을 받은 만큼 알르드에 진 빚이 굉장히 많았 다. 그리고 이제는 그 빚을 갚을 때 였다.
게다가 바우국은 왕국에서 소비되 는 식량 대부분을 알르드에서 수입 하고 있었다.
만약 알르드가 흔들리게 되면 바우 또한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말라뮤트가 자국의 병력 현황을 떠올리며 말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불도그들을 보내야겠어, 멍.”
SS랭크의 공병인 불도그. 뛰어난 기술자이자 전투 능력까지 보유한 그들이라면 알르드의 수성 전에 상 당한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바우국에는 이 천의 불도그 가 주둔해 있었다. 하지만 말라뮤트 는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했다.
“여기에 B등급 마장기도 같이 보 내겠다. 멍!”
“B등급 마장기를요?”
말라뮤트의 말에 군부대신이 당혹
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바우국에는 B등급 마장기가 단 한 기만이 존재 했기 때문이었다.
한 기의 마장기와 SS랭크의 공병 두 부대.
숫자는 얼마 되지 않지만 국력이 허약한 바우국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전력을 투입하는 것이나 다름없었 다.
그래도 알르드의 위기를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지원군은 바우국의 왕 말라뮤트가 직접 통솔하기로 했다. 알르드와 마 족이 붙는 커다란 전쟁을 버틸 수 있는 영웅이 바우국에서는 그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커티삭을 향해 출진한 바우 국의 병력이었지만, 말라뮤트는 자 신들의 목적지를 커티삭이 아닌 ‘바 리안스의 대지’에 위치한 크리솔라 이트로 바꿔야만 했다.
이유는 드워프의 대군이 알르드의 국경을 넘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정말이라고?”
국경을 넘은 드워프 대군의 움직임 은 곧바로 호의 귀로 들려왔다.
‘하필이면 이런 타이밍에……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 이상한 음모 의 기운이 물씬 풍겼다. 그렇지 않 다면 마족도 드워프도 갑자기 자신 들을 공격할 이유가 없었다.
“라헬 녀석인가?”
호는 그런 의문을 품었다. 충분히 상황이 의심스러웠다.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가 헤븐즈 요새를 견제하는 대형 요새와 마동 포 이제르론을 완성시키면서 천족은 고사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신 라헬이 헤 븐즈 요새에 나타났다는 보고는 받은 적이 없었다.
그만큼 상황이 극도로 나빠졌는데 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 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천 족이 아닌 마족과 드워프라는 뜬금 없는 세력이 일으키고 있었다.
“그래서 ‘바리안스의 대지’의 상황 은?”
“커티삭으로 지원을 나섰던 리셴르 나 군주가 바로 복귀해 크리솔라이 트를 중심으로 방어선을 펼쳤습니 다. 다행히 쿠퍼 쏘우가 이끄는 드 워프 군의 진군 속도가 빠르지 않은 탓에 방어선 구축에는 큰 문제가 없 었다고 합니다.”
“빠르지 않다?”
호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의도적으로 공격을 미적거리는 모 양입니다. 첩보의 말에 따르면 쿠퍼 쏘우 족장은 이번 망치 회의 결정문 에 대해 큰 불만을 드러냈던 모양입 니다.”
“뭐, 그럴 수도 있겠네.”
병사의 보고에 호는 고개를 주억거 렸다.
칼라시니코프 용광로 문제로 신음 하는 쿠퍼 쏘우의 도움 요청에 호가 직접 병사들을 이끌고 나서서 던전 을 공략했던 적이 불과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일이었다.
하물며 칼라시니코프 용광로를 터 뜨리려고 했던 범인은 무려 고대신 의 끄나풀이기도 했었다.
어쨌든 쿠퍼 쏘우의 행동으로 보았 을 때, 바리안스의 대지 전선은 바 로 고착 상태에 들어갈 것 같았다.
공격의 의지가 없는 군대와 단단한 방어를 갖췄지만, 반격할 생각이 없 는 군대의 만남이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마족과 드워프의 갑작스러 운 군사행동에 무엇이 뒤에 있는지 는 알아내야 했다.
물론, 라헬의 가능성이 가장 높았
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이 호의 불 안을 자극하고 있었다.
‘라헬이 가장 의심스럽긴 해. 그러 나 라헬의 말을 듣고 쉐르난비체의 마족이 움직인 건 솔직히 이해가 안 돼.’
서로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라 헬이 리그너스 대륙의 여신이라 해 도 상극이나 다름없는 만마의 지배 자가 라헬의 제안을 받아들일 리 없 었다.
호의 머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일단은 하루라도 빨리 커티삭에 도 착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카틀라스 항구로 향하는 군선은?”
호가 대기하고 있는 병사를 향해 물었다.
“두 시간 후, 모든 보급을 마치고 출발할 예정입니다. 도베르만 제독 께서 직접 키를 잡으시겠다고 하셨 습니다.”
a 으 ≫
호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 다. 항해 스킬이 있는 그라면 그 누 구보다도 빨리 자신과 알바트로스를 림드 산맥의 북쪽에 위치한 카틀라 스 항구까지 보낼 수 있었다.
커티삭을 향한 마족의 공격이 시작 된 지 벌써 보름이 지났다.
그동안 수십 번이 넘는 전투가 벌 어졌지만, 마족의 병사들은 단 한 번도 칸디르가 지키는 커티삭의 성 벽을 넘지 못했다.
물론, 커티삭도 위기가 아예 없었 던 것은 아니었다.
성벽 근처까지 볼 붸르니체스의 마 장기 편대가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 며 성벽에 큰 피해를 입을 뻔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후방의 병력을 거칠게 몰아 붙이는 힐몽거의 전략적인 움직임으 로 인해 마족의 미노타우르스 군단 장은 눈물을 머금고 후퇴를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것이 이번 전쟁에서 볼 붸르니체스가 만들어낸 가장 안타까 운 기회가 되어버렸다.
바로 어제 대규모의 지원군과 함께 알르드의 패왕 윤 호가 커티삭에 도 착했기 때문이었다.
호는 커티삭에 도착하자마자 자신 들의 영토를 침략한 적을 향해 응징을 시작했다. 알바트로스에 탑승해 바로 요격에 나선 것이다.
콰쾅! 쾅!!!
커티삭의 외곽에 주둔한 마족의 주 둔지에서 번쩍거리는 섬광이 연달아 터지기 시작했다.
알르드가 자랑하는 A등급 마장기 라이온레인의 마력 폭탄은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위력이 적었다. 하지만 마족의 일반 병사들은 물론이고, 마 장기의 장갑에도 피해를 줄 수 있을 정도의 파괴적인 공격이었다.
그리고 그 정체는 바로 호가 지닌 EX등급의 스킬 ‘한계 돌파’에 영향을 받은 브뤼헤아 비쉬의 광역 마법 이었다.
“음무워어?! 이게 무슨 말도 안 되 는 일이냐!”
자신의 진지가 쑥대밭이 되는 것을 보며 볼 붸르니체스가 외쳤다.
마장기사단도 아니고 적들의 병사 들이 돌격해 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알르드군의 공격에 아 군의 병사들은 물론이고, 마장기들 까지 쓸려 나가고 있었다.
직접 보지 않았더라면 결코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알르드의 패왕 윤 호가 강력한 힘
을 지닌 고대신을 상대로도 승리를 거뒀다는 소문은 몇 번이나 들었었 지만,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전투 력이 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전멸이다.’
순식간에 무너지는 아군의 모습에 볼 붸르니체스는 빠르게 판단을 내 렸다.
적들의 공세가 너무나도 매서웠다. 여기에 알르드가 자랑하는 마장기사 단까지 출진한다면 그 후의 일은 짐 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가 명령을 내리려는 순 간.
쾅! 쾅! 콰콰콰쾅!
가장 바깥쪽의 진지에서 커다란 폭 발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의 공격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위력적인 폭발. 라이온레인의 마력 폭탄이 분명했다.
“후퇴! 후퇴해라!!!”
그렇게 명령을 내린 볼 붸르니체스 는 바로 데스 사이더에 올라탔다. 마정석의 충전이 필요했지만, 시간 을 지체할 여유가 없었다.
이미 상황은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 다. 혼란에 빠진 병사들을 진정시키 고 반격을 꾀하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지금은 후퇴만이 자신들 의 살길이었다.
콰드득! 콰득!
실버 문이 휘두르는 검강에 키마라 이의 장갑이 긁혀나가고 있었다.
당황한 마족의 마장기사가 조그마 한 병사들을 향해 연신 무기를 휘둘 렀지만, 마장기를 공격하는 병사들 의 숫자가 워낙에 많았다.
결국, 마장기를 움직이는 마력 엔 진이 엉망이 되며, 키마라이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안에 있던 마장기사 또한 실버 문 의 검강에 난도질당해 사망했다.
“공격! 도망가는 적들은 모두 사살 해라!!!”
알바트로스에 탑승한 호는 레이더 로 상황을 살피며 계속해서 병사들 에게 명령을 내렸다.
적들에게 최대한 많은 피해를 입혀 야 커티삭의 방어가 수월해졌다.
아직 만마의 지배자인 칠제 쉐르난 비체는 움직이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그녀가 두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만큼 쉐 르난비체가 나서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마족의 병력을 줄여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