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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488화 (488/522)

리그너스 대륙전기 488화

콰쾅! 쾅!

나지막한 성벽 위에서 멀리서 쏟아 지고 있는 포화를 보던 견인 영웅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의 시선 끝으로 상급 정령 영웅 이 조종하는 B등급 마장기 리버가 붉은색으로 도색된 마족의 강철 병 기 키마라이를 상대로 불꽃을 내며 맞부딪치는 모습이 들어오고 있었다.

“싸움밖에 모르는 녀석들 같으니라

고, 멍멍.”

국경선에서 있었던 마족의 도발 행 동이 슬슬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분위기였다. 그 증거로 마장기까지 전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미 국경 근처의 영지 한 곳에서 는 정령 왕국의 깃발이 내려지고 마 족의 깃발이 올라갔다는 소식도 있 었다. 이 정도면 전쟁이 발발한 것 이나 다름없었다.

“로우덴 셰필드 님.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은색의 갑주로 무장한 엘프 병사 실버 문이 로우덴에게 물었다.

멀리 보이는 두 세력의 싸움은 정 령 왕국이 근소하게 밀리고 있는 상 황이었다.

마족의 전투력이 그만큼 뛰어난 것 도 있지만, 애당초 이 근방에 주둔 하고 있던 정령 왕국의 병사 자체가 많지 않았다. 고대신과의 싸움 때문 이었다.

이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로우 덴이 머물고 있는 킴벌리에도 마족 의 군대가 들이닥칠 게 분명했다.

“머어엉……

로우덴이 머리가 아프다는 듯 낮은 소리로 하울링을 내뱉었다.

솔직히 말해 마족과 정령 왕국과의 싸움에는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알 르드에 도움이 될 게 조금도 없었다.

하지만 신록의 강철을 생산할 수 있는 킴벌리에는 알르드의 자원이 대량으로 투입되어 있었다.

이미 소모된 것도 많았고, 현재 영 지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양도 엄청 났다.

만약 마족이 킴벌리를 점령한다면 그 자원들을 그냥 두고 볼 리 없었 다.

또한, 신록의 강철 생산은 알르드 의 패왕이신 윤 호 님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업이었다.

마족과 정령 왕국이 전쟁을 벌이는 것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지만, 그로 인해 특산품의 생산에 지장이 가는 건 무척이나 곤란했다.

그렇게 로우덴이 지금의 상황을 둘 러싼 자신들의 태도에 대해 고민을 하던 도중이었다.

“로우덴 셰필드 각하. 클레오 님께 서 회의실에서 뵙자고 요청하셨습니 다.”

“멍멍. 곧 가겠다.”

자신을 찾아온 픽시 나이트의 말에 로우덴은 몸을 돌렸다.

클레오는 킴벌리를 관리하는 상급 정령이었다.

정령 여왕의 특명이 있어서인지 그 녀는 로우덴과 협력해 신록의 강철 생산과 관련된 킴벌리의 개발과 행 정 처리에 온 힘을 쏟고 있었다. 로우덴도 그녀의 도움을 크게 받고 있었다.

회의실에는 클레오를 포함해 네 마 리 정령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다들 군사행동을 시작한 마족에 대한 걱 정 때문인지 얼굴이 수척했다.

“왔어요, 로우덴? 알다시피 상황이

아주 좋지 않아요. 마족의 군대가 20 픽시(Km) 안까지 접근했어요. 그것도 마장기가 포함된 전력이에 요. 현재 상급 정령 하나가 리버를 이끌고 출진했지만 오래 버티기는 힘들다는 통신을 보내왔어요.”

로우덴을 본 클레오가 빠른 목소리 로 말했다. 쉴 틈 없이 말을 내뱉는 것은 수다스러운 정령들의 특징 중 하나였다.

어쨌든 클레오의 말은 킴벌리의 전 력으로는 공격해 오는 마족의 병력 을 상대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것은 로우덴도 인정하는 바였다. 그만큼 킴벌리에 주둔한 전력은 B 등급 마장기인 리버를 제외하면 별 볼 일 없는 수준이었다.

“멍멍. 그러면 클레오 님은 어떤 결정을 내리실 생각이십니까?”

“일단 저희는……

이번에는 클레오가 아닌 다른 정령 이 입을 열었다.

그의 쭈뼛하는 모습에서 로우덴은 정령의 입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답 이 나오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먼저 영지 창고에 있는 자원과 특 산품들을 후방으로 수송할 예정입니 다. 이미 수송 병력을 편성해놨습니다.”

“멍. 킴벌리는 포기하는 건가요? 정령 왕국과 알르드 간의 협약서에 느..”

“로우덴. 협약서의 내용은 당연히 우리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아요. 마족의 손에서 킴벌리를 지키는 것 자체가 불가능 하다고요.”

곧바로 끼어드는 클레오의 말에 정 령들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로우덴 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클레오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그만큼 킴벌리에 주둔한 정령 왕국의 전력은 형편없었다.

다만, 그것은 킴벌리에 주둔한 알 르드의 병사들을 제외한 전력이었 다. 그리고 로우덴은 킴벌리를 포기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킴벌리에서 신록의 강철을 생산해야 합니다. 멍멍. 그것 이 알르드의 패왕 윤 호 님이 내리 신 임무입니다.”

“하, 하지만……!”

어쩔 줄 몰라 하는 클레오를 향해 로우덴이 지시를 내리듯 말했다.

“당장 유드라실에 지원을 요청하세 요, 멍멍. 지금 벌어지고 있는 마족의 도발은 저희가 어떻게든 막아 보 이겠습니다.”

“알르드가요? 실버 문이 강력하다 는 것은 알겠지만……. 상대편에는 키마라이가 있어요.”

로우덴의 말에 한 정령이 눈을 동 그랗게 뜨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 다.

킴벌리에 주둔하고 있는 알르드 병 사들의 숫자가 제법 되기는 했지만, 마족의 전력에는 마장기가 포함되어 있었다.

상식적으로 일반 병사는 마장기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아무리 SSS랭크의 병사라 해도 말이다.

“멍. 그 정도 수준의 마장기쯤은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로우덴이 의문을 내비친 정령 을 향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A등급 마장기인 데스 사이더 등급 도 아닌 B등급에 불과한 녀석이었 다.

아국의 마장기사가 없어도 군신인 자신의 능력이라면 실버 문만으로도 어렵지 않게 박살 낼 수 있었다.

한 시간 뒤, 완전 무장을 한 알르 드의 군대가 정령 왕국을 돕기 위해 킴벌리를 나섰다.

삼천의 병력으로 구성된 실버 문 세 부대였다. 로우덴이 직접 지휘를 맡았다.

킴벌리를 공격해 오는 마족의 숫자 가 오천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였다.

하지만 마족의 전력에는 키마라이 가 한 기 포함되어 있었다.

“머어어엉! 가랏! 너희들을 강해졌 다!!!”

그리고 천둥 같은 포효와 함께 로 우덴의 G등급 스킬 군신의 진격이 실버 문 부대를 휘감았다.

곧바로 용기백배한 실버 문들이 마 족의 병사들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 들었다.

“저, 저들은……?!”

갑작스러운 지원군에 마족들을 상 대로 힘겹게 전투를 벌이던 정령 병 사들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어서 그들의 얼굴에 살았다는 감 정이 실리기 시작했다.

‘군신의 진격’에 영향을 받은 실버 문 부대의 돌격은 바로 그 효과를 만들어내었다.

선두가 돌입을 시작하자마자 마족 의 진영이 순식간에 박살이 나고 있었다.

“캬아악! 으악!”

“적들이 너무 강력하다!”

마족들은 전방에서부터 빠르게 무 너져 내렸다. 처음에는 상대가 엘프 인 것을 깨닫고는 가소롭다는 표정 으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앞에 나타난 엘프는 평범한 병사가 아니었다. SSS랭크의 보병, 실버 문이었다. 백병전에서는 최강을 자랑하는 이들이었다.

마장기인 키마라이도 상황이 나빠 진 것은 마찬가지였다. 믿을 수 없 게도 실버 문들이 달려들 때마다 마장기의 장갑에서 파편이 튀는 광경 이 멀리서도 선연하게 보일 정도였 다.

“뭐, 뭐냐?! 이놈들은!”

자신의 상식을 뛰어넘는 상대의 공 격력에 마족 영웅의 당황한 목소리 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리버에 탑승한 정령 영웅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상대의 손발이 어지러워지는 틈을 이용해 리버의 가슴 언저리에 부착된 마력 포가 빛을 내뿜었다.

콰아앙!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리버의

마력포에 얻어맞은 키마라이가 기우 뚱 균형을 잃으며 넘어졌다. 곧바로 실버 문들이 키마라이를 향해 다시 달려들었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키 마라이를 움직이는 원동력인 마력 엔진이었다.

“아, 안 돼!”

마족 영웅이 절규하며 조종간을 움 직였지만, 마력이 실린 날카로운 검 은 이미 마력 엔진을 보호하는 장갑 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었다.

콰아아앙!

결국, 과도한 충격을 받은 마력엔 진이 커다란 폭발을 일으키며 주변을 휩쓸었다.

폭발의 범위가 제법 되었지만, 실 버 문들의 피해는 없었다. 이미 재 빨리 자리를 피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가장 위협적인 적이었던 마 장기가 처리되자 실버 문들은 다시 마족의 병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퇴각! 퇴각해라!! !”

두 명의 실버 문을 동시에 상대하 다가 피투성이가 된 마족의 지휘관 이 곧 퇴각 명령을 내렸다. 이대로 라면 아군이 전멸할 것은 뻔한 결과 였다.

“알르드 이놈들……

마족의 지휘관은 갑자기 나타난 정 령 왕국의 지원군을 향해 이를 바득 갈았다.

지원군의 정체는 어렵지 않게 알아 차릴 수 있었다. 무시무시한 실력을 자랑하는 엘프 군단.

최근 대륙에 위명을 진동시키고 있 는 알르드의 실버 문이 틀림없었다.

킴벌리 전투에서의 패배가 영향을 미쳤는지 마족의 도발이 갑자기 뚝사라졌다.

심지어 마족들은 그들이 차지했던 정령 왕국의 영지마저도 버려두고 뒤로 물러나 버렸다.

덕분에 로우덴은 하루가 멀다 하고 클레오에게 찬사를 듣고 있었다. 자 기네들을 구한 영웅이라면서 말이 다.

어쨌든 마족의 도발이 사라짐에 따 라 킴벌리에서는 신록의 강철 생산 과 관련된 공사가 다시 진행되었다.

하지만 로우덴의 기분은 그리 좋지 않았다. 마족들이 물러난 것이 마치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직감은 틀린 적이 거의 없었 다.

“멍멍. 지원을 요청해야겠어. 본국 에 여유가 있는 마장기 편대가 있으 면 좋으련만……

만약 본격적인 마족의 공세가 시작 된다면 킴벌리에 주둔한 병력만으로 는 결코 그들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었다.

킴벌리는 성벽을 포함한 방어 시설 도 열악한 데다가 전장에서 가장 강 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마장기 전력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로우덴의 예상을 깨듯 마족의 침묵은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었다. 보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 에도 불구하고 마족들은 아무런 움 직임이 없었다.

덕분에 국경선에는 다시 정령 왕국 의 군대가 자리를 잡았고, 곳곳에서 마족을 견제할 방어시설들이 세워지 기 시작했다.

“역시 호 님! 멍멍!”

희소식은 또 있었다.

상황의 심각성을 알게 된 윤 호가 킴벌리의 지원군으로 삼만의 병사와 라이온레인 두 개 편대를 보내온 것이다.

오너들 또한 S등급의 영웅들이었 다. 그렇게 모든 걱정거리가 잘 해 결이 되는 것 같았다.

“어엇?! 7시 방향! 마장기입니다!”

“마장기? 마장기가 거기에서 왜 튀 어나와? 귀쟁이, 너 제대로 확인한 거 맞아?”

커티삭에 배치된 최상급 방어시설 인 루미넌 포탑. 강력한 마력 쇠뇌 를 날릴 수 있는 루미넌 포탑의 임 무는 마족의 감시와 주변의 가도를 지나가는 상단의 호위였다.

또한, 나타나는 몬스터의 처리도

함께 맡고 있었다.

“시력이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습 니다!”

“그래. 나도 시력이 안 좋은 엘프 는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마장기가 말이 되냐?”

후임의 말에 선임 수인 병사가 코 웃음을 치며 후임이 들고 있던 망원 경을 빼앗았다. 그러고는 후임이 가 리키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붉은색? 이런, 씨발. 키마라 이잖아!”

“쇠뇌 장전하겠습니다!!!”

“바로 자리 잡아!”

욕설과 함께 선임 수인 병사는 곧 바로 커티삭에 적이 나타났다는 통 신을 보냈다.

그러고는 포탑의 자리에 앉아 곧장 레버를 당겼다. 장전되어 있던 마력 쇠뇌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빠른 속 도로 발사되었다.

통나무 굵기의 쇠뇌는 포탑으로 접 근하는 키마라이를 향해 날아들었 다. 마력 쇠뇌가 부딪치는 커다란 거리는 소리와 함께 키마라이의 동 체가 뒤로 밀려 나갔다.

그러나 정찰 용도나 다름없는 루미 난 포탑 하나로 마장기를 막아내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키마 라이의 뒤쪽에서 대규모의 적들이 발견되고 있었다.

그중에는 전차 형태의 마장기도 다 수 포함되어 있었다. 마족의 C등급 마장기인 기즈린이었다.

“ 젠장??????:

점점 가까워지는 적들의 모습에 마 력 쇠뇌를 날리던 수인이 입을 다물 었다. 이건 알르드를 향한 마족의 본격적인 공세가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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