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너스 대륙전기 486화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 에서 영지민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상황에 따른 여러 조건이 있겠지만 먼저 그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세 가지 기본 요소인 의, 식, 주를 만 족시켜야 했다.
그것이 가장 기본이었다. 그 후, 영지민들의 행복도를 높일 수 있는 건물과 그들이 강렬하게 요구하는 것들을 만족시켜 주며 마음을 사로잡으면 되었다.
“그런 면에서……
어느 정도 발전이 된 천족들의 영 지는 의, 식, 주와 관련해서는 큰 문제가 없었다.
리스 생산량은 크게 떨어진 상황이 었지만, 영지민들의 불만이 줄어들 고 전쟁으로 파괴된 특산품 건물들 을 수리하고 나면 가까운 시일 내에 원래의 상태로 복구시킬 수 있었다.
그렇기에 호는 전쟁으로 점령한 천 족들의 영지와 관련한 일차적인 목 표를 불만으로 가득한 그들의 마음 을 달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디아린 상단을 통해 운송한 특산품 들이 그것이었다. 행정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치와 매력이 높은 영 웅을 영주를 임명하는 것도 잊지 않 았다.
“그런데 인간들이 문제란 말이야.”
견인들의 나라 바우처럼 알르드의 속국으로 들어온 키리네 공국과 광 업국가 토란은 크게 신경을 쓸 필요 가 없었다.
하지만 그 둘을 제외하더라도 알르 드가 이번 전쟁에서 손에 넣은 바라 테이온과 골든 크로우의 땅덩이는 엄청난 넓이를 자랑했다. 그리고 하나같이 영지들의 수준이 엉망이었 다. 그래도 바라테이온은 그나마 상 황이 나은 편이었다.
“어휴. 골든 크로우는 진짜 답도 없는데?”
수도인 하밀레온의 상황은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외의 영 지, 특히 외곽의 영지는 말로 표현 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끔찍 했다. 영지의 정보를 확인하다가 속 이 답답해 창을 꺼버렸을 정도였다.
“대체 영주가 어떤 놈이었던 거 야‘?”
영지와 관련된 정보들 대부분이 짙
은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모든 것 이 엉망이라는 뜻이었다.
저것을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느니 차라리 도시를 파괴했다가 새로 건 설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골든 크로우의 귀족 녀석들이 영지 민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영지를 운 영했는지 적나라하게 알 수 있는 결 과물이 었다.
알르드와의 전쟁이 없었어도 이 썩 어 빠진 나라는 오 년, 아니, 삼 년 안에 망했을 게 틀림없었다.
멍청한 귀족들이 알르드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 것도 이러한 자신들의 미래를 예측하고 전쟁으로 위기 를 극복하려고 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아니, 그건 너무 나간 건가? 어쨌 든 나 혼자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가 없어. 지원군이 필요하다.”
리그너스 대륙의 수많은 도시를 발 전시켰던 내정의 달인 윤 호조차도 골든 크로우의 지역만큼은 혼자서 손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럴 때 가장 믿을 만한 녀석은 역시나 로우덴이었다. 하지만 정령 왕국에 있는 그 녀석은 일단 제외.
결국, 호가 소환한 것은 림드 산맥
의 군주이자 또 다른 내정의 달인 아스트리드 벨이었다.
“후우. 영지민들의 상황이 말이 아 니네요.”
호가 건네준 문서를 살펴보던 벨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웬일로 자신을 부르더니만 단번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발전은 시키지 못하더라도 의, 식, 주와 관련된 영지의 상황은 정상적 으로는 되돌려야 해. 그냥 두었다가 는 인접한 영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 을 줄 거야.”
“그러게요. 난민들이 몰릴 수도 있
고, 이 주위로 산적들이 들끓을 수 도 있겠네요. 상황이 계속 안 좋아 지면 상단들조차도 오가는 것을 포 기할 수 있겠어요.”
내정의 달인답게 벨은 문서에 적힌 정보만으로도 정확한 문제를 짚었 고, 그에 대한 해결책들을 그려냈다.
곧바로 영지의 정상화에 필요한 자 원과 특산품들이 그녀의 입을 통해 딱딱 나왔다.
“당장에라도 움직여야겠어요. 이런 상황이라면 하루가 늦어질수록 죄 없는 영지민 수십이 죽어 나갈 거예 요. 어휴, 날도 추운데 메디첼은 영 지민들이 지낼 주거지조차 제대로 없네요. 그렇다면 여기 사람들은 대 체 어디에서 살고 있다는 거야?”
혼자 툴툴대는 벨의 모습에 호는 잠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자연스레 영지민들을 생각하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렇게 미피츠에 도착한 지 이틀 만에 아스트리드 벨은 막대한 양의 자원과 특산품들을 싣고, 실버 문들 의 호위를 받으며 도시를 떠났다.
그녀의 행선지는 메디첼이었다. 그 리고 호는 메디첼의 근접 영지인 포 리샨으로 향했다. 둘 다 골든 크로 우 외곽의 영지였던 곳이었다.
각자의 영지에 도착한 호와 아스트 리드 벨은 곧바로 영지를 정상화시 키기 위해 온 힘을 쏟았다.
띵동.
[메디첼의 대규모 주거지 공사가 끝이 났습니다.]
[포리샨에서 시장이 건설되었습니 다.]
하루, 아니, 이틀이 멀다 하고 메
시지들이 호를 찾았다. 호의 근방에 있는 영지에서 변화가 있었다는 알 려주는 메시지였다.
호와 벨의 지휘 아래에 내정과 관 련된 영웅들이 다수 투입되어 영지 를 변화시키고 있는 터라 메시지가 올라오는 속도는 상당히 빨랐다.
그래도 건물의 터를 다지고 높이는 데 걸리는 상식적인 시간이 있기에 하루나 이틀에 한 번씩으로 메시지 가 도착하고 있었다. 만약에 로우덴 의 심시티가 여기에 있었다면?
‘두세 시간마다 머리에서 종소리가 울렸겠지.’
영지 개발 전문팀인 심시티. 그들 의 영지 개발 속도는 그야말로 상상 을 초월했다. 마치 에디터를 쓰고 건물을 올리는 것과 비슷한 속도를 자랑했다.
어쨌든 호와 벨의 노력으로 인해 엉망이었던 두 영지는 조금씩 정상 을 찾아가고 있었다.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 같이 쌓여 있었지만, 하루에도 수십 의 영지민들이 동사하고 굶어 죽던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영지의 가장 기초적 인 문제만을 해결한 것에 불과했다.
여러 노력으로 인해 영지민들의 생 활은 나아졌지만, 행복도 자체는 크 게 변화한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들의 행복도를 높여야만 영지민 들이 진정한 알르드의 백성으로 국 가에 대한 충성심을 가질 수 있었 다. 그? 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띵동.
[포리샨에서 ‘기사왕의 동상’이 건 설되며 포리샨에 거주하고 있는 인 간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포리샨의 영지민들이 영지의 중앙 분수 근처에 만들어진 커다란 동상 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 는 동상이었다.
보기만 해도 영지민들의 가슴에 기 사왕에 대한 충성심을 가지게 만드 는 동상이었다.
그리고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는 알르드의 군단장 중 한 명으로 대활 약하고 있었다.
[‘기사왕의 동상’을 건립한 윤 호의 위대함에 유카탄에 거주하는 모든 종족이 윤 호를 칭송합니다.]
포리샨에 뛰어난 건축물인 ‘기사왕 의 동상’이 만들어졌다는 소문에 포 리샨 근방의 영지에서 거주하던 여 행자들이 포리샨을 방문했다.
그러고는 자신들이 살던 곳으로 돌 아가 건축물을 보고 느낀 바를 이야 기했다.
그 영향으로 포리샨 영지가 소속된 영토인 유카탄에 윤 호의 이름이 퍼 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씩 패왕 윤 호와 알르 드에 대한 충성심이 이들의 마음속에 생겨나고 있었다.
윤 호가 이번 전쟁을 통해 새롭게 차지한 영토를 안정화하는 동안 기 사왕 이레네 아르티아는 헤븐즈 요 새에서 천족들이 나올 수 없게끔 무 지막지한 방어선을 만들 계획을 세 우고 있었다.
“이제르론 다섯 기요?”
기사왕의 참모인 SSS등급의 영웅, 레이자 카르핀이 놀란 표정을 지었 다. 마침 그녀는 마동포 이제르론의 건설에 필요한 자원을 계산하고 있 던 참이었다.
헤븐즈 요새를 견제할 아군의 요새 를 만들면서 방어 시설인 이제르론 또한 건설할 계획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그것을 한 개조로 삼아 운영하고 총 세 개조를 만들어 천족 들을 견제할 생각이다.”
“어…… 군단장님. 그러니까 마동 포 이제르론을 총 열다섯 기를 건설 하신다는 이야기…… 맞으시죠?”
“잘 알아들었군.”
“?????? 어, 음.”
기사왕의 말에 레이자 카르핀은 할
말을 잃었다.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하는 이제르 론 열다섯 기면 천족의 군대는커녕 라헬과 파신이 짝짜꿍 손을 잡고 나 타나도 뼈도 못 추릴 것 같았다.
남부 전선에서 가동되어 파신 소토 스를 막아냈던 이제르론도 다섯 기 였다.
그 덕분에 파신 소토스는 이제르론 이 배치된 남부 전선을 뚫지 못했 다. 그런데 그것의 세 배라니?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저걸 건설할 수 있는 자원이 존재한다 고?’
레이자 카르핀의 시선이 여러 숫자 가 적힌 종이로 향했다. 방금까지 그녀가 계산하던 이제르론과 관련된 숫자였다.
그리고 레이자는 슬그머니 그 숫자 에 15를 곱했다. 그러자 상상을 뛰 어넘는 숫자가 나왔다. 그만큼의 자 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아무리 알르드의 생산력이 대단하 다 하더라도 결코 만족시키지 못할 것 같은 수치였다.
하지만 그것은 림드 산맥에서 주둔 해 본 적이 없는 레이자 카르핀의 착각에 불과했다.
알르드의 중심이자 심장이나 다름 없는 림드 산맥의 생산력은 그녀의 상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 이걸 허락했어?”
며칠 후, 그녀의 손에 들린 서류를 보는 레이자의 눈동자가 갈 곳을 잃 은 것처럼 크게 진동했다.
문서의 끄트머리에는 패왕 윤 호의 도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열다섯 기의 이제르론을 건설하겠 다는 기사왕의 요청이 보내진 지 얼 마 되지 않아 그의 허가가 떨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곧바로 엄청난 자원들과 관련 특산 품들이 후방에서부터 수송되기 시작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산더미 같이 쌓 이는 자재를 처리하려면 당장에라도 이제르론의 건설에 들어가야 할 판 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공사에 들어 가고 보자.”
그렇게 헤븐즈 요새에서 이틀 남짓 떨어진 장소에서 대대적인 공사가 시작되었다.
알르드 군이 세운 요새와 진지들이 자리를 잡은 장소였다. 곧 알르드 군의 움직임에 대한 첩보가 라이프 린과 천족 영웅들의 귀에 들어갔다.
“대대적인 공사라……. 그들이 세 우고 있는 요새를 지키기 위한 방어 시설이 아닐까요?”
“아무래도 그렇게 생각됩니다. 결 국, 이 헤븐즈 요새를 공략하지 못 하고 장기전으로 돌입하려는 심산 같군요.”
“으음.”
장기전으로 돌입하려는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회의에 참가했던 한 천 족 영웅의 말에 라이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태껏 기사왕이 이끄는 알르드 군 은 몇 번이나 헤븐즈 요새를 점령하 려고 공격을 시도했었다. 그러나 기 사왕은 단 한 번도 요새의 성벽을 넘어본 적이 없었다.
“저, 저것은……?!”
하지만 며칠 뒤, 라이프린은 알르 드의 진영에서 세워지기 시작하는 건물의 외형을 확인하고는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헤븐즈 요새를 노리는 거대한 방어 시설은 대륙에서 유일하게 알르드 만이 건설할 수 있다는 마동포 이제 르론이었다. 그것도 한, 두기가 아니 었다.
“당장에라도 저 시설이 완공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만약에 마동포 이제르론이 가동된다면……!”
“우리는 이곳에서 나가지 못할 겁 니다! 녀석들은 우리를 고사시킬 생 각인 겁니다!”
천족 영웅들이 거센 목소리로 말했 다. 라이프린도 그들과 동일한 생각 이었다.
결국, 그녀는 에이스급 마장기사들 과 오호신장, 그리고 요새의 병력을 동원해서 마동포 이제르론이 건설되 는 장소로 공격을 감행했다.
약 10층 높이의 건축물이 세워지 는 장소를 엉망으로 만들고 주위에 놓인 이제르론의 자재들을 태우고 파괴하려는 계획이었다.
자신들의 움직임을 상대가 모르게 해야 하는 터라 라이프린의 준비는 아주 비밀스럽게 이루어졌다. 하지 만…….
“……좋아. 공격해라!”
EX등급의 영웅인 기사왕은 이미
그녀의 속셈을 눈치채고 있었다.
콰아아앙! 쾅!
사방에서 날아드는 라이온레인의 마력폭탄이 함정에 빠진 천족의 마 장기들을 고철로 만들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화염이 터져 나왔고, 폭 음이 전장을 뒤흔들었다. 야심 차게 요새를 나섰던 라이프린의 입에서 후퇴 명령이 나오기까지는 고작 오 분이면 충분했다.
그 짧은 시간에 천족들은 여섯 기 의 마장기와 수천이 넘는 병사를 잃 어야 했다. 그들이 헤븐즈 요새의 수비병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피해였다.
그 결과 라이프린은 알르드의 진영 에서 이제르론이 다수 건설되고 있 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것을 지켜 만 봐야 할 뿐 제지를 할 수가 없 었다.
그녀가 섬기는 여신께서 지원군을 이끌고 자신들을 구원해 줄 것이라 는 기도만이 라이프린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