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너스 대륙전기-485화 (485/522)

리그너스 대륙전기 485화

‘그렇기에 병력을 함부로 낭비할 수는 없어.’

호는 리그너스 대륙의 전도가 그려 진 지도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이번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더라도 루베릭 대륙과의 충돌과 언제 깨어 날지 모르는 창조신과의 전쟁 또한, 대비를 해야만 했다.

리그너스 대륙에 남아 있는 다른 세 력들의 움직임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런 만큼 전쟁으로 소모되는 병력 은 최대한 아낄 필요가 있었다.

알르드의 생산력이 아무리 대단하 다 하더라도 병력으로 전환할 수 있 는 인구가 무제한적으로 많은 건 아 니기 때문이었다.

버프 스킬의 위력을 생각하면 한 부대의 병사가 해낼 수 있는 임무는 굉장히 많았다.

“차라리 마장기사단만으로 공성을 하는 것은 어떠한가? 일반 병사들이 오리하르콘으로 뒤덮인 성벽을 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 것 같군.”

기사왕이 말했다. 일국을 지휘했던

왕답게 그녀는 다른 무엇보다도 병사 들의 피해를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아니면, 훗날 생길지도 모르는 미 지의 전쟁을 대비하려는 것일 수도 있었다. 기사왕의 말을 듣던 브로리 가 얼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마장기사들의 피해가 커지지 않을 까? 상대는 전력을 동원해서 방어를 할 텐데? 차라리 병사들을 이용하는 게……

“저런 지형에서는 병사들의 숫자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 마법병의 먹잇감만이 될 뿐이 지. 마장기의 화력으로 성벽을 뚫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기사왕의 일리 있는 말에 잠자코 듣던 있던 팔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게다가 마장기에게 위협적인 것은 요새의 방어 시설과 상대 마장기의 공격뿐, 어차피 SSS랭크도 없는 천 족 병사들의 공격은 마장기의 장갑 으로 충분히 감당해 낼 수 있지 않 은가?”

“천족에서도 에이스들이 나설 경우 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도 실력자들이 나서서 감당해야지. 하지만 마장기 전이 벌어지면 유리해지는 것은 우리다. 아보르 비테의 버프를 받는 아국의 마장기사들이 천족의 마장기 사들에게 밀릴 것이라는 생각은 들 지 않아. 심지어 그들이 병사들의 지원을 받는다 해도 말이다.”

확실히 알르드의 마장기 전력은 상 대를 월등히 뛰어넘고 있었다. 기사 왕은 그것을 이용해 요새를 공략할 생각으로 보였다. 하지만 브로리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라헬이 나타날 수도 있어. 넌 모 르겠지만, 그년의 신성력은 저들이 사용한 마력은 물론이고, 마장기의 파괴된 부위마저도 수복시킬 수 있 을 정도라고.”

“……그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정 보로군. 만약 전투 도중에 라헬이 신성력이라도 발휘하면 전황이 뒤집 힐 가능성도 있겠어.”

호를 사이에 두고 군단장들의 목소 리가 오갔다.

간간이 의견이 충돌하며 서로의 목 소리가 조금씩 높아질 때도 있었지 만, 공통적으로 다들 최소한의 피해 로 헤븐즈 요새를 점령하고 싶어 했 다.

하지만 문제는 라헬의 존재 유무였 다. 모든 것을 치료하는 그녀의 막 대한 신성력이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그나마 희소식이라면 보름 전부 터 라헬이 전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라헬은 어디로 사라진 거지?’

호는 고개를 기울였다. 대충 예상 되는 그녀의 행동이 몇 가지 있기는 했다.

그중 가장 확률이 높다고 생각되는 것은 라헬의 루베릭 대륙 행이었다. 이번 전쟁에서 나타난 파신이 그 중 거였다.

카테지나와 손을 잡은 만큼 라헬은 좀 더 그녀의 세력을 이용하려고 들게 분명했다. 순간적으로 호의 입에 서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혹시 루베릭 대륙이 대군을 끌고 온다면 어디에 상륙을 하려 들 것 같아?”

“루베릭 대륙이요? 꼬꼬…… 댁?!”

호의 말에 어색한 표정을 짓던 팔 쿤이 곧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남부 전선에서 나타났던 파신.

그런 존재가 더 등장하지 않을 거 라는 보장이 없었다. 그리고 파신은 루베릭 대륙의 존재였다.

“쿠워엉. 루베릭 대륙과 가장 가까 이 붙은 영토는 캄챠크 평원이 옆에 있는 켐벨이다. 켐벨에는 대군이 상 륙할 만한 해안가가 여러 군데 있 지. 그런 탓에 루베릭 대륙의 녀석 들은 매번 켐벨을 통해 이 대륙을 침입했었다. 비야르키나가 그랬고, 그 전의 파신 놈도 켐벨을 통해 우 리 왕국을 공격했었다.”

전 수왕 아쉬토의 말에 호는 빠르게 정보창을 열었다. 켐벨. 대륙의 남동 부 깊숙한 곳에 위치한 영지였다.

그리고 현재는 웅족의 지휘 아래에 루베릭 대륙의 침략을 대비한 방어 공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문제는 공사가 시작된 지 얼마 지 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아쉬토가 다시 말했다.

“하지만 루베릭 대륙의 괴물들이 바다를 통해 이 대륙을 넘어오는 건 불가능하다. 쿠웡

“그 이유는?”

“쿠워엉. 창조신이 만들어낸 그랜 드 라인 때문이지.”

“창조신……

아쉬토의 입에서 튀어나온 한 단어 가 싸늘하게 호의 가슴을 찔렀다. 하지만 그런 호의 마음도 모른 채 아쉬토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이 어나가고 있었다.

“기껏해야 파신 한 녀석 정도나 넘 어올 수 있을까? 쿠워엉. 그 정도 녀석은 우리의 실력만으로도 충분히 물리칠 수 있어. 그렇지 않은가? 쿠 와왕.”

호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만약 진 실을 몰랐더라면 그랜드 라인을 믿 고 헤븐즈 요새 공략에 알르드의 모 든 전력을 집중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자신을 창조신이라고 말하며 리그너스 대륙의 모든 생명체를 속이 고 있는 존재는 이 행성의 힘을 집어 삼키려는 알리우스라는 괴물이었다.

‘분명 본인들의 말로는 고대신들을 물리칠 때까지 잠들어 있겠다고 했 지만……

그들이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는 알 방도가 없었다. 우주의 관찰 자인 일루미나스도 그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있었다.

어쨌든 호는 알리우스가 이 대륙의 세력 중 하나인 자신들을 고깝지 않 게 여길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들의 뜻대로 고대신을 물리치기 는 했지만 장담할 수 있었다. 토사 구팽이라는 고사성어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는 고대신들 을 물리치면 알리우스들은 자신을 포함해 알르드의 세력을 잡아먹으려 고 들 게 분명했다.

수많은 게임을 클리어했고, 그 이 상의 소설을 섭렵한 경험에서 나오 는 예측이었다. 하물며 알리우스의 목적은 이 행성의 힘을 차지하는 것 이었다.

짐승신의 전당에서 만났던 창조신 리그로우의 불편했던 시선과 껄끄러 웠던 기운이 다시금 생각이 났다.

“켐벨의 방어선 건설은 얼마나 진 척이 된 상황이지?”

“쿠워엉? 설마 루베릭 대륙의 녀석 들이 그리로 공격해 들어올 것이라 고 예상하는 건가?”

“그랜드 라인이 사라질 가능성을 생각해 봐야 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알리 우스들은 분명 그리할 가능성이 높 았다. 본인들에게 대항할 수 없도록 서로의 전력을 깎아내려야 했기 때 문이었다.

호의 진지한 목소리가 막사 내에 울렸고, 모두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당연하듯이 아쉬토가 격하게 손사래를 치며 벌떡 일어섰다.

“그랜드 라인이 사라지다니?! 말도 안 된다! 잠들어 계신 짐승신의 안 위에 큰 문제라도 생긴다는 말인 가?!”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되나…….

이 대륙을 만들었다고 알려진 창조 신이 알고 보니 행성 파괴자라 불리 는 괴물이었다고 사실대로 말해봤자 여기에 있는 영웅들이 이해할 수 있 을 리 없었다.

결국, 지금은 말을 지어내는 수밖 에 없었다. 마침 그럴듯한 이름이 있었다.

“라헬과 카테지나가 손을 잡았어. 두 여신의 힘이라면 일시적으로나마 그랜드 라인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 거다. 애당초 루베릭 대륙의 괴물들 이 리그너스 대륙에서 활동을 벌이 지 못한 것은 라헬의 영향도 있었잖 아‘?”

“그, 그런……?!”

아쉬토의 커다란 입이 쩍 벌어졌 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호의 가 정에 다른 이들도 경악을 감추지 못 했다. 다행히 여신의 이름값이 먹혀 들어간 것 같았다.

모두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게 변했다. 그만큼 상황을 인 지한 것이리라. 그리고 기사왕이 무 거운 음성으로 말했다.

“당장 켐벨로 병력을 보내야 할 것 같군. 루베릭 대륙의 군대가 밀려온 다면 켐벨의 방어 시설로는 막아내 는 게 불가능하다.”

“공병들과 장인들도 다수 필요할 겁니다, 꼬꼬댁. 아시다시피 파신을 막아내려면 다수의 이제르론이 필요 합니다. 그리고 방어선이 뚫릴 경우 도 대비해야 합니다.”

헤븐즈 요새와 천족들에 대한 공격 은 어느새 한 구석으로 미뤄지고 있 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요새를 넘어 가드랜드로 진입할 수 있다면 천족들의 세력을 끝낼 수 있 었다. 하지만 요새를 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라이프린이 지휘하는 천족들을 비 롯해 오호신장과 신의 군대까지 상 대해야 했다.

그러나 천족을 멸망시키겠다는 생 각만 잠깐 버리면 전쟁이 이렇게 끝 나도 알르드는 손해가 아니었다.

오히려 엄청난 이득을 본 상황이었 다. 인간들의 세력을 손에 넣었고, 헤븐즈 요새가 있는 가드랜드를 제 외한 천족들의 땅 대부분도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천족들의 영향력이 미치는 영토는 현재 드넓은 대륙에서도 가 드랜드 단 한 곳밖에 없었다.

‘지금이야 위기상황이기 때문에 어 떻게든 병력을 유지하고 있겠지만, 몇 달만 지나도 천족들의 군사력은 크게 줄어들 게 틀림없다.’

수도 프리테븐이 위치한 가드랜드 의 생산력만으로는 지금 보유한 전력 의 유지비조차 벌어들일 수 없었다.

그렇다고 천족들이 심시티와 같은 이레귤러 팀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에 반해 루베릭 대륙의 괴물들이 대륙의 남동부를 공격한다면?

켐벨의 방어선이 뚫리는 순간 알르 드의 입장에서는 재앙이 따로 없었다.

대륙의 십 분지 일이나 되는 땅이 순식간에 괴물들의 손에 넘어가고 엄청난 수의 생명들이 목숨을 잃을 게 분명했다.

그것도 군트락과 카우셰드의 방어 선이 루베릭 대륙의 군세를 막아낸 다는 가정하에 일이었다.

“그러면 대륙의 남동부에 다수의 병력을 배치하도록 하겠어. 모두 인 정하지?”

호가 군단장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여기에 있는 인원 중 둘 정도는 그곳에서 대기를 해야 할지도 몰랐다.

“방어선이 완공될 때까지 브로리와 아쉬토가 병력을 지휘해 줬으면 해.”

그리고 호의 선택은 그 둘이었다.

“알았다.”

“쿠워웡. 맡겨 달라.”

브로리와 아쉬토가 자신들의 가슴 에 손을 가져다 대며 말했다. 두 녀 석의 무력이라면 파신이 덤벼도 능 히 감당할 수 있으리라.

특히나 브로리는 여신 카테지나가 나타나더라도 투기 발산을 사용해 아군이 대비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 었다.

“여기 전선은 기사왕의 3군단이 맡 을 겁니다. 원하는 영웅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모두 지원을 해줄 테 니.”

“에이스 중 몇을 뽑도록 하지. 팔 쿤도 나를 도와줬으면 좋겠군. 일단 내가 맡은 임무는 천족들이 나오는 것을 막으면 되는 것인가?”

“맞아요. 자원을 지원할 테니 요새 를 세우고 방어 시설들을 다수 건설하세요. 죽었다 깨어나도 천족들이 가드랜드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 는 게 3군단의 임무입니다.”

“일 년만 지나도 라이프린의 표정 이 볼 만하겠어.”

기사왕의 쿡쿡 웃었다. 가드랜드의 생산력만으로 유지되는 천족의 군세 라…… 모르긴 해도 십만 그 이상은 넘지 못할 것 같았다.

더욱이 천족의 값진 특산품이 생산 되는 영토는 모두 알르드가 차지한 상황이었다.

순식간에 군단이 재편되었고, 병사 들의 이동이 시작되었다.

갑작스러운 알르드 군의 움직임에 헤븐즈 요새에서도 긴장감이 휘몰아 쳤다. 하지만 알르드의 병사들이 향 하는 방향이 남쪽인 것을 깨닫고는 곧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 와중에 라이프린은 지금이 기 회라며 크게 병사를 동원해 반격을 꾀하기도 했다.

하지만 헤븐즈 전선에는 아직 호가 남아 있었다. 거기에 기사왕의 전략 적인 지휘까지 더해지면서 군사를 이끌고 나섰던 라이프린은 크게 패 퇴한 후 다시 요새에 틀어박혀야만 했다.

그 이후, 헤븐즈 요새를 견제하는 알르드의 요새가 세 개나 전선의 후 방에 세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호는 헤븐즈 전선과 켐벨의 중간쯤 되는 위치인 미피츠에 머무 르면서 이번 전쟁으로 새롭게 차지 한 영토들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전쟁을 통해 강제적으로 영토를 편 입시킨 터라 영지민들의 불만이 말 이 아니었다. 특히나 천족들의 영지 는 만족도가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나마 SSS랭크로 이루어진 병력 이 주둔하고 있는 터라 폭동이나 반 란이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게 다행이 라면 다행이었다.

“빨리 처리해야겠네.”

하지만 호는 이런 상황에 대해 크 게 걱정하지 않았다.

퀘스트를 통해 영지민들을 다독시 키는 일은 가상현실을 포함해 이 세 계에서도 수도 없이 클리어한 적이 있는 임무였다.

천족의 땅이라 해도 별반 다를 건 없었다.

“곧 천사들이 라헬이나 라이프린

대신 내 이름을 칭송하게 만들어주 지.”

호가 눈을 반짝 빛내고는 정보창을 열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호의 명령이 떨어졌다. 천족들이 좋아하는 특산 품들이 가득 실린 디아린 상단의 마 차가 불만 가득한 천족들의 영지로 이동을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