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너스 대륙전기 482화
남부전선에서 있었던 파신과 알르 드의 전투는 EX등급 영웅들의 활약 으로 알르드의 승리로 끝이 났다.
천족의 군대와 함께 루베릭 대륙의 파신 중 가장 강력한 존재라는 1파 신 소토스가 직접 전장에 나섰지만, 결국 알르드의 방어선을 뚫지 못하 고 소환자이자 알르드의 패왕 윤호 의 손에 소멸하기까지 한 것이다.
덕분에 알르드 군은 사기가 하늘을 꿰뚫었고, 천족들은 전의를 상실한 모습이었다.
가뜩이나 루베릭 대륙의 존재와 손 을 잡는 결정으로 리그너스 대륙에 서의 고립을 자초했는데, 강력한 힘 을 지닌 파신들의 소멸로 당금의 위 기조차 벗어나지 못하는 최악의 상 황에 빠져 버린 것이다.
가장 높은 위를 지닌 천사인 라이 프린이 천족들을 다독이고 있었지 만, 그것도 한계였다.
절망의 기운이 그들의 앞에 드리우 고 있었다.
“그렇지! 역시 윤호야! 파신 녀석 도 별거 아니었다고!”
승전보를 들은 브로리가 환호했다. 무려 두 개체의 파신이 전쟁에 모습 을 드러냈는데, 알르드의 패왕 윤호 가 그들을 모두 소멸시켜 버린 것이 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전 과였다.
더욱이 파신과의 전투에서 윤호는 뛰어난 마장기술 뿐 아니라 아군의 힘을 북돋아주는 강력한 능력으로 파신의 분신들을 강렬히 밀어붙였다 고 했다. 브로리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이번 전쟁에서 더 강해진 모양이 네. 전직을 하겠다고 했으니……. 이 제는 그 녀석도 EX등급이 된 건가‘?”
“커엉. 역시 우리의 왕께서는 대단 하군요.”
“그래. 진짜 끝내주는 녀석이지. 그 러면 우리도 무언가를 보여줘야겠 지?”
“바로 출진을 준비할까요?”
컹컹이가 답하듯 물었다. 워낙 정 병인 알르드 군이었기에, 명령이 떨 어지면 바로 출진 준비가 가능했다. 그리고 브로리가 당연하다는 듯 말 했다.
“알르드의 왕인 윤호가 이런 활약 을 보였는데,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이번만큼은 어떻게든 천 족의 주력 중 한 놈을 박살내야겠 어.”
“컹. 저도 돕겠습니다.”
컹컹이가 경례하듯 손을 들어올렸 다.
곧바로 공격 준비가 이어졌다. 마 장기를 관리하는 기술자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소모된 마정석을 교체하 고 마력 엔진의 이상 유무를 확인했 다.
그리고 0K 신호가 떨어지면 마장 기사들이 마장기에 탑승해 강철의 거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움직이기 시작한 마장기가 스물네기로 도합 여섯 편대가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그만한 숫자의 다른 마장기 들이 마력 엔진에 시동을 넣고 있었 다. 대부분이 A등급 마장기였고, S 등급 이상의 마장기사들이 탑승해 있었다.
그 숫자에 포함된 브로리와 컹컹이 를 비롯한 2군단의 에이스급 오너들 도 빠르게 준비를 마쳤다.
자신들의 왕, 윤호의 활약에 고무 된 탓인지 오늘에야 말로 천족들에 게 본 떼를 보여주겠다는 기세였다.
전의가 하늘을 찔렀다.
“출진 준비는 앞으로 얼마나 더 걸 리지?”
“조금 더 기다려 주십시오. 20분이 면 모든 준비를 끝낼 수 있습니다. 수리에 들어갔던 마장기들의 마정석 교체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마장기의 정비를 총책임지는 영웅 의 말에 브로리는 고개를 주억였다.
그 정도의 시간은 충분히 기다릴 수 있었다. 시간 역시 점심때가 조 금 시간이었다. 신나게 싸우다가 날 이 질 때쯤 돌아오면 될 것 같았다.
조종석에서 대기를 하며 브로리는
팔에 깍지를 끼고는 앞으로 쭈욱 내 뻗었다. 관절이 우둑거리는 소리가 조종석 내부를 울렸다.
오늘 따라 몸이 가뿐한 게 왠지 느낌이 좋았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 을 천족의 영웅 몇 정도는 가볍게 족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재수가 좋 으면 라이프린이나 천족의 십 천사 도…….
“라헬만 나타나지 않으면 참 좋을 텐데.”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브로리는 얼 굴을 구겼다. 모든 상처를 회복시키 는 빌어먹을 신력만 아니었다면, 이 미 라이프린을 비롯한 천족의 주력은 몇 번이나 자신의 손에 쓰러졌을 터였다.
어쨌든 라헬이 나타나게 되면 자신 혼자서는 천족의 에이스들을 감당하 는 게 불가능했다. 자신들의 피해를 무시하고 달려들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컹컹이와 2군단 소속 에이 스들의 활약으로는 라헬의 사기 같 은 회복력을 감당해낼 수가 없었다.
“준비 끝났습니다.”
“좋아. 그럼 출격이다!”
컹컹이의 보고에 브로리가 명령을 내리며 코우랄라를 움직였다. 어쨌 든 지금부터는 날 뛸 시간이었다.
브로리의 2군단의 움직이자 천족들 도 빠르게 반응을 했다. 매번 있었 던 도발이었기에 여느 때와 다름없 이 라이프린을 비롯한 십 천사 몇과 오호신장이 나섰다. 다수의 천족 병 사들도 함께였다.
여신 라헬의 모습은 직접적으로 보 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브로리는 그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 다.
분명히 천족이 위기에 몰리면 구세 주처럼 나타날 게 틀림없었기 때문 이었다.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모두 박살 내버려!”
명령과 함께 코우랄라가 앞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컹컹이와 다른 마 장기사들도 빠르게 코우랄라의 뒤를 따랐다.
천족 또한 반응하듯 마장기를 움직 였다. 그리고 너른 벌판에서 양측의 마장기 편대가 맞부딪쳤다.
투투! 투투투투! 콰쾅!
서로의 화력을 뽐내듯 가장 먼저 마장기의 원거리 병기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 졌고, 이어서 커다란 폭발이 전장에 번져나갔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활약할 수 있는 병과는 다름 아닌 마법병이었 다.
“루루 팡! 루루피!!”
“루루!! 얍!”
전투가 벌어지는 후방에서 브뤼헤 아 비쉬 몇이 모여 주문을 캐스팅하 기 시작했다. 그들의 언령에 따라 푸른색의 마력이 움직이더니 빛이 번뜩였다.
그 순간, 커다란 보호막이 생겨나 앞으로 달려 나가는 마장기를 감싸 기 시작했다.
마치 원래 있던 부품처럼 자연스러
운 모습이었다. 이어서 천족의 마장 기가 발사한 마력포가 보호막으로 감싸인 마장기를 강타했다.
파챠챵!
마력 보호막이 깨지며 무수한 마력 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하지만 마장기는 멀쩡했다. 달려 나가던 움 직임도 그대로였다.
쿵! 쿵! 쿵! 쿵!!
강철의 거인이 만들어내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점점 가까워지던 서로 의 마장기들이 충돌을 시작했다. 커 다란 병장기들이 부딪치며 날카로운 소음을 만들어내었다.
마력과 굉음이 휩쓰는 전장에서 양 세력의 마장기들은 쉴 새 없이 자신 들의 무기를 교환했다.
그리고 그런 난장판 속에서 유독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마장기들이 몇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마장기는 원 숭이 형태를 한 마장기 코우랄라의 오너 브로리였다.
“괴물 녀석……
아군의 마장기를 힘으로 뜯어 발기 는 코우랄라를 보며 라이프린은 애 써 담담하게 중얼거렸다.
이번 전쟁에서 경험한 알르드의 마
장기 전력은 라이프린을 비롯한 천 족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 이었다. 그렇기에 시간이 갈수록 불 리해지는 것은 자신들이었다.
아직 A등급 마장기인 세인테르의 양산 체제를 갖추지 못한 게 뼈아팠 다.
그러나 알르드처럼 인간들과 관련 된 연구도 함께하고 있던 천족이 세 인테르의 양산 체제까지 갖추려면 당장 몇 년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사실 알르드가 저렇게 급속도로 성 장을 한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일이 었다.
라이프린은 이 모든 게 다른 차원 의 존재인 소환자 때문이라고 생각 했다. 그녀가 섬기는 여신 라헬도 그렇게 여겼다.
-라이프린 님. 이대로 있다가는 아 군의 피해가…….
“우리도 나섭니다.”
십 천사 중 하나인 이루살의 다급 한 목소리에 라이프린도 마장기를 움직였다. 목표는 적의 군단장이자 아군을 쓸어버리고 있는 괴물 브로 리였다.
라이프린과 함께 십 천사 그리고 오호신장까지 나서면서 독특한 외형의 전용기들이 싸움을 시작했다.
다들 한가락 하는 영웅인 만큼 서 로의 목숨을 노리는 공격은 그 어느 하나 우습게 볼 게 없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기회를 잡은 것 은 브로리를 도와 한 쪽에서 십 천 사 오르비완과 영혼을 건 일기토를 벌이고 있던 컹컹이였다.
“컹컹! 뒈져맛!!”
한때는 호의 애기였던 키마라이-플레임의 오너인 그는 키마라이의 주무기인 할버드의 날을 이용해 거 침없이 상대를 밀어 붙이고 있었다.
이런 결과는 오르비완이 십 천사
중에서도 무력 능력이 가장 떨어지 는 영웅이기도 했지만, 알르드의 고 참 영웅 중 하나인 컹컹이가 SSS등 급의 맹장형 영웅이기에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결과였다.
그리고 애당초 컹컹이가 천족의 에 이스 중 하나인 오르비완을 이 중에 서 가장 만만한 놈으로 찍고 접근한 것도 있었다.
“이 빌어먹을 마족 녀석이……!”
컹컹이의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르비완이 거칠게 마장기를 움직였 다.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적의 공 격에 몸부림치는 것이다.
하지만 컹컹이의 공격은 집요했고, 주위에는 그를 도울 정도로 여유가 있는 아군이 없었다. 그리고 컹컹이 의 할버드가 오르비완이 탑승한 마 장기의 조종석을 스치고 지나갔다.
콰드드득!
“?????? 허억!”
오르비완이 눈을 부릅떴다. 정말로 운이 좋다고 밖에 말 할 수가 없었 다.
할버드의 날이 바로 눈앞까지 접근 했었다. 공격이 조금만 더 깊었어도 그대로 사망했을 정도의 위협적인 공격이었다.
그러나 그의 위기는 이게 끝이 아 니었다.
서로의 무기가 반복해서 부딪쳤다 가 떨어졌다. 그럴 때마다 오르비완 의 마력은 빠르게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마장기를 움직 일 마력조차도 부족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마력을 끌어올 리는 것은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컹컹이에게 당할 가능성이 높은데다가 믿는 구석 또한 있었기 때문이었다.
‘라헬님께서 나의 마력을 회복시켜 줄 것이다!’
그리고 뒤늦게 오르비완의 움직임 을 알아챈 라이프린이 급하게 통신 을 보냈다.
-오르비완! 뒤로 물러나세요! 라헬 님은 루베릭 대륙으로 지원을 요청 하러 가셨습니다!!
“네, 네에?!”
이런 라이프린의 통신은 오르비완 을 당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여 신의 기적을 믿고 끊임없이 마력을 소비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컹컹이는 계속해서 오르비완을 몰아붙였다.
호전적인 마족 영웅답게 이제는 자
신이 입는 피해조차 생각하지 않고 공격 일변도였다. 어떻게든 여기서 오르비완과 끝장을 볼 것 같은 기세 였다. 그리고 그럴수록 오르비완의 얼굴도 새하얗게 변했다.
점점 마력이 한계에 달하고 있었 다.
“커엉???????!”
상대의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파 악한 컹컹이가 눈을 반짝 빛냈다. 잘하면 여기서 십 천사 중 한 놈을 끝장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라헬이 나타날 수도 있으니 그 점 을 염두하고 상대를 몰아붙여!”
“컹컹. 알겠습니다!”
통신구를 타고 브로리의 충고가 날 아들었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전력 을 회복한 상대가 치명적인 반격을 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주의하라는 말이었다.
브로리의 말대로 그런 위기를 몇 번이나 경험한 바 있었기에 컹컹이 는 신중하게 그리고 치밀하게 오르 비완의 마장기를 공격했다.
그리고 확실한 것 같은 기회가 다 가오자 거침없이 무기를 휘둘렀다.
콰지직!
‘키마라이-플레임’의 할버드가 천
족 마장기의 은백색 장갑을 꿰뚫었 다.
그렇게 꿰뚫린 조종석에서 붉은색 의 피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조종석에 탑승한 영웅이 사망했다 는 것을 알려주는 모습이었다. 이어 서 동력원을 잃은 천족의 마장기가 땅바닥에 널브러졌다.
“브, 브로리 님! 잡았습니다! 제가 십 천사를 잡았어요!”
“어?! 뭐, 뭐라고?”
컹컹이의 말에 브로리가 눈을 휘둥 그레 떴다. 십 천사 정도나 되는 놈 이 당할 위기라면 분명 라헬이 등장했어야 했다.
하지만 천족의 진영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었다.
라헬의 지저분한 신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자신을 상대하 는 마장기사들의 움직임이 수상할 정도로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설마! 라헬이 여기에 없는 건가? 어디론가 가버렸다고?!’
브로리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그럴 가능성이 농후했 다.
더욱이 호와 4군단이 진격을 시작 하려는 남부전선은 파신이 소멸함으로써 무주공산이 되어버리기까지 했 다. 누군가는 그곳을 막아야만 했다.
“기, 기회다! 다 죽었어!”
그렇게 생각한 브로리가 거침없이 자신의 마력을 폭발시켰다. 투신의 고유 능력인 G등급 스킬 투기 발산 을 사용한 것이다. 그와 함께 EX+ 등급인 3982의 무력 능력이 7964로 뻥튀기가 되었다.
“이건……
“이게 무슨?!”
갑자기 변신이라도 한 듯, 파괴적 인 기세를 내뿜기 시작하는 코우랄 라의 모습에 전장에 서 있던 천족마장기사들의 눈에 두려움이라는 감 정이 깃들기 시작했다.
라이프린도 십 천사도 라헬의 비밀 병기였던 오호신장도 예외는 아니었 다.
그들의 눈에 비친 것은 믿을 수 없게도 유형화된 투기가 대기를 혼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투신 브로리 의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