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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477화 (477/522)

리그너스 대륙전기 477화

소환자 윤호, 그리고 그가 리그너 스 대륙에 세운 국가인 알르드가 처 음부터 강한 국력을 자랑했던 것은 아니었다.

조그마한 도시인 안테로리부터 시 작해 림드 산맥에 터전을 잡고 점점 세력을 넓히기 시작하면서. 알르드 는 수많은 위기를 겪었고, 전쟁을 치러나가야만 했다.

그럴 때마다 알르드는 호의 이름 아래에 뭉쳐 소환자와 영웅, 각 종족들로 구성된 백성들이 융합해 모 두의 노력으로 위기를 해결해 나갔 다. 알르드는 그렇게 발전을 시작했 다.

그리고 현재 대륙의 강국으로 거듭 난 알르드는 루베릭 대륙의 무시무 시한 파신의 군대를 상대해 단독으 로 그들의 공세를 막아내고 있었다.

이제껏 없었던 강력한 괴물들이 계 속해서 성벽을 두드렸지만, 한 놈도 성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파신 등장했습니다!”

넘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가 벌이 는 치열한 공성전.

마법 빗자루에 타고 망원경으로 적 들의 움직임을 확인하던 브뤼헤아 비쉬가 외쳤다. 수인 영웅이 반사적 으로 답하듯 말했다.

“마동포 이제르론의 충전은?!”

“현재 출력 70! 80……

“거리 약 30이 다른 놈은 필요 없 어! 파신만 노려!!”

수인 영웅이 언급하는 대상은 라이 온레인급 마장기와 엇비슷한 크기를 한 거인이었다.

파신 소토스. 에이스급 오너를 포 함해 아군 영웅 다수를 쓰러뜨렸고, 이번 전쟁에서 파괴한 마장기만 해도 서른 기에 가까운 괴물 중의 괴 물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충전 완료됐습니다!”

“태-앱! 아니, 발사!!”

명령이 떨어지자 이제르론을 담당 하는 병사가 파신을 신중하게 겨냥 하고는 버튼을 내리눌렀다.

곧 기다랗게 삐죽 나온 이제르론의 포신에 스파크가 튀며 엄청난 출력 을 지닌 마력 광선이 파신을 향해 일직선으로 쏘아져 나갔다.

파지지지직!

타락으로 만든 보호막과 마력 광선 이 부딪치며 커다란 충격파를 만들어내었다.

주위에 있던 조그마한 타락 무리들 이 충격파에 휩쓸려 찢겨졌다. 단단 한 신체를 한 녀석들이지만 무지막 지한 힘이 실린 충격파를 감당하지 는 못했다.

일단, 이제르론의 첫 번째 공격은 실패였다. 마력포가 파신의 보호막 에 가로막혀 본체에 별 타격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4군단의 방어선에 배치된 이제르론은 한 기만이 아니었다.

수억의 자원과 수십만의 자원이 필 요한 방어시설이었지만, 심시티가 발전시킨 알르드의 경제력과 재정은 다수의 이제르론을 배치하고 운영을 해도 별 타격이 없을 정도로 튼튼했 다.

고오오오오오

충전이 끝난 또 다른 이제르론의 마력포가 파신 소토스를 향해 연달 아 날아들었다.

그러자 알르드의 병사들을 학살하 던 파신도 짜증이 담긴 포효를 내뿜 으며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리그너스 대륙 최강의 방어시설답 게 이제르론의 마력포는 파신도 무 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자랑했다.

게다가 그의 몸을 지켜주던 타락의 보호막은 첫 번째 공격으로 파괴된 상황이었다.

다음번에는 꼭 네놈들을 죽여주겠 다.

저주의 말을 남기며 파신 소토스와 그의 무리들이 방어선에서 물러나기 시작했다.

전투에서 간간히 목격할 수 있었던 천족 병사들도 함께였다. 그렇게 파 신 무리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방 어선의 병사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요격에 나섰던 마장기들도 성벽 안 으로 속속 복귀했다. 얼마나 격렬한 전투를 치렀는지, 겉으로 보이는 마 장기의 상태는 꼴이 말이 아니었다. 곧 정비사들이 달라붙어 마장기들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이제르론의 상태는? 꼬꼬댁.”

피닉스의 조종석에서 내린 팔쿤이 리셴르나를 향해 물었다. 마장기사 들을 지휘하며 최전선에서 전투를 치렀던 그는 땀과 피로 온몸이 범벅 되어 있었다.

“냐앙. 바로 냉각에 들어갔어. 하지 만 1번 기는 다섯, 아니 네 번 정도가 한계일 것 같아. 2, 3번 기도 여 섯 번이 최대야.”

“후방에서 건설 중인 것들은?”

“냥. 아직 20% 정도밖에 공사가 진척되지 못했어. 아무리 빨라도 한 달하고도 보름은 더 있어야 한다고. 그리고 이제르론을 완성시켰다 해도 적들의 공세를 막아낼 성벽은 올리 지도 못했어.”

“꼬꼬댁.”

참모인 리셴르나의 대답에 팔쿤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든 소토스의 공세를 막아내 고는 있었지만, 그것도 곧 한계에 달할 것 같았다.

일단 이제르론의 내구도가 바닥이 되어 사용이 불가능해지기 시작하면 파신을 감당할 수단이 없었다.

그를 포함해 수왕 아쉬토, 사드나 인, 웃소 등 알르드의 에이스급 오 너라 할 수 있는 이들이 총출동한다 해도 파신을 상대로는 가까스로 동 수를 이룰 뿐이었다.

하물며 파신에게는 분신이라는 강 력한 괴물들이 있었다. 한 놈이 A 등급 마장기를 능히 감당해 낼 수 있을 정도였기에 그 녀석들과 함께 하는 파신은 아무리 팔쿤이라도 공 격조차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제르론의 상태를 파악하고 일찌 감치 후방에도 2 차 방어선을 세웠 어야 했는데…… 꼬꼬댁.”

“저 괴물 녀석이 이렇게까지 강할 줄 누가 알았겠어. 비야르키나 같은 놈이었으면 바로 꼬리를 내리고 도 망을 갔을 거야. 그리고 빌어먹을 천족 놈들도…… 냐앙.”

“호님에게서 온 명령이나 서신은 없어? 꼬꼬댁? 지원군이 온다고 했 던 거 같은데?”

“냥. 그렇긴 한데, 알다시피 그쪽 도……

리셴르나가 말끝을 흐렸다. 호에게

서 지원을 오겠다는 전갈이 열흘 전 쯤 도착했었다.

하지만 호와 기사왕이 있는 1, 3군 단 방면에도 파신이 나타났다는 소 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적어도 그 파신을 물리치고 나서야 지원을 보낼 수 있을 텐데, 파신의 강함을 생각하면 근시일 내에 지원 군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 았다.

게다가 1, 3군단이 이 남부 전선까 지 지원을 오려면 아무리 빨라도 이 십일은 걸렸다.

‘로우덴 녀석이나 한시진 님이라도

오면 좋을 텐데……

그러면 파신의 공세를 막아내는 게 조금은 수월할지도 몰랐다.

어찌되었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 고 대비를 해야만 했다. 다행히 성 벽을 지킬 수 있는 병사와 무기, 탄 약의 재고는 넘치도록 있었다.

“휴식을 취했던 예비 부대는 성 밖 으로 나가서 탄약을 매설한다. 냐 앙.”

리셴르나는 본인이 직접 병사들을 지휘해 성 밖으로 나섰다. 워낙에 남아도는 탄약인지나 이렇게라도 사 용해서 조금이라도 적들에게 피해를 줘야만 했다.

후방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2차 방 어선이 완성될 때까지 이곳에서 하 루 아니 반나절이라도 더 시간을 끌 어야만 했다.

그렇게 물러갔던 파신은 다섯 시간 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공격을 시 작했다. 알르드의 입장에서는 최악 의 타이밍이었다.

“캬앙! 이제르론의 충전은?!”

“삼십분은 더 있어야 가동이 가능 합니다! 그 전에 사용하면 포신이 녹아내려요!”

“캬아아앙!! 브뤼헤아 비쉬!”

성벽 위에서 병사들을 지휘하는 리 셴르나의 외침과 함께 마법을 난사 하던 브뤼헤아 비쉬들의 목표가 바 뀌었다.

각종 원소의 마법들이 파신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나 병사들의 공격 은 파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타락한 보호막을 깨뜨릴 수 없었다.

콰쾅! 쾅!!

그나마 땅에 매설해 놓은 탄약들은 제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달려들던 파신의 분신들이 마력 폭탄과 함께 터진 커다란 폭발에 산채로 재가 되 어 버렸다.

주위에 있던 조무래기들도 잿더미 가 되어 가루로 흩날렸다.

“출격 가능한 마장기는?!”

“3, 8, 11편대 출격합니다! 팔쿤님 의 피닉스와 킹 타이거도 정비가 끝 났습니다!”

“컁?! 그것밖에 안 돼?! 컁!”

병사의 답변에 리셴르나는 얼굴을 구기며 답했다.

총 14기. 모두 A등급으로 이루어 진 터라 결코 적은 전력이 아니었지 만, 상대를 생각하면 열네 기의 마 장기는 너무나도 부족해 보였다.

“나도 나선다! 스타필드고냥도 준 비해!!”

결국 리셴르나도 직접 나서야만 했 다. 병사들의 지휘는 그녀를 대신해 SSS등급의 통솔 영웅이 맡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다시 시작된 파신 소토스의 공세는 전투가 시작된 지 두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종료가 되었다. 마동포 이제 르론이 다시 가동되면서 소토스가 물러간 것이다.

하지만 그 짤막한 시간에 알르드 군이 입은 피해는 엄청났다. 다섯 기의 마장기가 박살이 났고, 두 명의 마장기사가 사망한 것이다.

또한 칠천가량의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피해를 보고받은 팔쿤과 리 셴르나가 신음을 내었다.

“이제는 이제르론을 사용할 수 없 다 해도 적들을 막을 마장기사가 부 족한 판국이야. 꼬꼬댁.”

“산 너머 산이 따로 없네. 카앙! 마장기는 있는 데 마장기사가 없는 판국이라니!”

그나마 다음 전투는 부상이 심하지 않은 영웅들을 투입해 어떻게든 편 대를 이룰 수는 있었다. 하지만 계 속해서 그렇게 임시방편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물며 다친 영웅이 마장기의 온전 한 힘을 끌어낼 수 있을 리도 없었 다.

그리고 세 시간 뒤, 땅거미가 짙게 깔리고 어둑해졌을 무렵 다시 파신 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조명 마법! 주위를 밝혀라!!”

적들이 등장했다는 보고에 병사들 을 지휘하던 영웅이 외쳤다.

곧바로 브뤼헤아 비쉬들의 조명 마 법이 방어선 주위를 환하게 밝혔다. 아니나 다를까, 적들 중에 파신 소 토스가 보이고 있었다. 단단히 작정을 한 모양인지 천족의 마장기들도 여럿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세인테르급 마장기?! 저놈들이 이 제르론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해! 캬아앙!”

날개를 펼친 천족의 A등급 마장기 를 확인하며 리셴르나가 지휘를 맡 은 영웅을 향해 외쳤다. 그리고는 빠르게 스타필드고냥에 올라탔다. 지금은 한 기의 마장기라도 도와야 할 때였다.

콰콰쾅! 콰쾅!

라이온레인의 마력 폭탄이 만들어 내는 폭발에 이어 매설된 탄약들이 연쇄폭발을 일으키며 커다란 버섯구 름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것도 몇 번 써먹었던 방 법인지라 적들의 피해는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본능밖에 남지 않은 멍청한 놈들이 라면 좋을 텐데, 파신의 분신은 파 신에게 지휘를 받는 개체들이었다.

펑! 퍼펑!

전투가 길어지면서 브뤼헤아 비쉬 가 날린 조명 마법이 새롭게 주위를 밝혔다.

방어선의 상황은 한계에 달해 있었 다. 천족들의 마장기가 거리낌 없이 아군의 진영을 활보할 정도였다.

투투투! 투투투투투투!!

아군의 하늘을 활보하는 천족의 마 장기를 노리며 포탑들이 마력 화살 을 발사했다.

하지만 날렵한 움직임을 자랑하는 세인테르급 마장기는 포탑의 공격을 가뿐하게 피해내며 방어 시설들을 무력화시켰다.

별동대나 다름없는 이들의 손에 이 미 이제르론 한 기가 부서진 상황이 었다.

그나마 남은 두 기는 리셴르나가 따로 빼낸 라이온레인 편대가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의 전력이 전선에서 빠진 터라 성벽을 올라서 려는 괴물들의 공세에 크게 밀리는 판국이었다.

천만다행인 것은 이제르론의 존재 로 인해 파신 소토스가 직접 움직이 지는 못한다는 점이었다.

만약 파신이 나섰다면, 방어선은 일찌감치 무너졌을 터였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였다.

“우측 거리 6이 2번 이제르론 쪽 으로 빠르게 적 접근! 마장기입니 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제르론을

지켜라! 라이온레인은 적들을 요격 한다!”

아군의 통신을 받은 마장기사들이 그쪽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는 자리 를 잡고 어깨의 해치를 열어 아군의 하늘을 휘젓고 있는 적 마장기를 향 해 마력 폭탄을 날렸다.

살아 있는 생명체마냥 날아가던 마 력 폭탄이 공중에서 터졌고, 2번 이 제르론을 향해 접근하던 세인테르급 마장기가 부리나케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이것은 천족들이 노린 계획 적인 움직임에 불과했다.

“거리 2이 천족 마장기 접근했습니

다!! 공격당합니다!”

다른 쪽 방향에 있던 이제르론이 공격을 당하고 있었다. 지형지물에 제약 없이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세인테르 급 마장기만이 보일 수 있 는 유인 전술이었다.

“제길! 루! 너는 나를 따라와라!!”

다급한 통신에 방어를 맡은 편대장 이 부리나케 마장기를 움직였다.

편대 전체를 데리고 갈 수는 없었 다. 마장기가 이곳을 비우면 천족의 마장기들이 다시 나타나 이쪽의 이 제르론을 공격할지 몰랐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내린 편대장

의 결정은 옳지 못한 선택이었다. 자신들이 나타나면 도망을 갈 줄 알 았던 천족의 마장기 편대가 갑자기 수적 우세를 이용해 달려들었기 때 문이었다.

“지원! 지원이 필요하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무기들을 막아 내며 편대장의 목소리가 통신을 타 고 울려 퍼졌다.

라이온레인과 세인테르는 똑같은 A등급의 마장기.

거기에 마장기사들의 실력도 엇비 슷하다면 당연히 숫자가 승패를 가 를 뿐이었다. 그리고 네 기와 두 기의 차이는 엄청나게 컸다.

SSS랭크 병사들이 아군의 마장기 를 돕기 위해 달려들기는 했지만, 하늘을 이용하면서 얄밉게 움직이는 적의 마장기에 허무하게 목숨을 잃 을 뿐이었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했던 루가 적들 의 손에 당하는 모습을 보며 편대장 은 입을 꽉 깨물었다.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여기서 자신마저 당한다면 마동포 이제르론은 적들의 손에 노출될 테 고, 이제르론이 파괴되면 현재 상황 을 지켜보고 있는 파신도 덩달아 움직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면 끝장 이었다.

조종간을 쥔 두터운 손에 힘이 강 하게 들어갔다. 자폭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자리에서 저들을 막아 내야 했다.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 보면 상황을 파악한 아군의 에이스 들이 지원을 올 터였다.

콰아아앙!

그리고 그때, 날개를 펼치고 하늘 을 날아다니던 세인테르급 마장기의 뒤쪽에서 커다란 불꽃이 일어났다. 폭발에 휘말린 천족의 마장기가 순 식간에 불타오르며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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