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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476화 (476/522)

리그너스 대륙전기 476화

-어떻게 내 부하들이……?

자신이 만들어낸 분신과 루베릭 대 륙의 괴수들이 모조리 쓰러진 모습 에 당황한 크탈나스가 소리쳤다. 처 음 나타났을 때의 오연한 모습은 온 데간데 없었다.

믿을 수 없는 상황에 크탈나스가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몸 을 빼려고 했을 때는 어느새 수많은 병사들이 그를 포위한 상황이었다.

어느새 접근한 알바트로스가 앞발 을 쿵 내리찍었다. 반사적으로 몸을 피한 크탈나스의 눈동자가 알바트로 스에게 향했다.

“말했잖아. 나한테 덤빈 파신들 중 두 놈이 내 손에 뒤졌다고.”

호의 도발에 크탈나스의 얼굴에 난 상처가 꿀렁거리며 기괴하게 일그러 졌다.

하지만 저 놈이 어떻게 나오던 호 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전세는 완벽히 기울어졌고, 크탈나 스라는 파신의 운명은 어디서 끝이 될 게 확실했다.

“이것도 개꿀.”

루베릭 대륙의 파신들이 한데 힘을 합쳐 덤볐다면 쉽지 않았을 전투였 다.

리그너스 대륙의 칠제보다도 강력 한 적이 무려 아홉이나 되었기 때문 이었다. 하물며 카테지나나 라헬과 같은 고대신까지 합세했다면? EX등 급의 클래스로도 감당할 수 없었다.

하지만 무슨 생각인지 혹은 그랜드 라인의 영향 때문인지 루베릭 대륙 의 카테지나는 한 명만의 파신을 리 그너스 대륙에 보낼 뿐이었다.

아, 이번은 두 명으로 추정되고 있

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강력한 적 이 4군단을 압박하고 있었기 때문이 었다.

덕분에 호는 각개격파 식으로 두 명을 파신을 쓰러뜨릴 수 있었고, 눈앞의 칼자국까지 처리하게 된다면 아홉 명의 파신 중 셋을 소멸시키게 되는 셈이었다. 그리고 남부에 있는 파신까지 처리한다면?

‘루베릭 대륙의 전력도 반 이상이 날아가는 셈이네?’

혹시 모를 훗날의 전쟁을 생각한다 면 너무나도 쉽게 상대의 주력을 무 너뜨리는 셈이었다.

“그러면 슬슬 끝을 내볼까? 네놈을 쓰러뜨리고, 라헬 녀석도 혼내주러 가야되거든.”

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크탈나스를 내려다보며 말했 다. 그리고 침묵하던 그의 입에서 의외의 질문이 흘러 나왔다.

-……이 힘이 창조신의 능력인가?

창조신의 능력? 당연히 아니다. 이 세계의 창조신은 알리우스라는 괴물 에 불과했다.

시스템의 존재는 솔직히 말해 잘 모르겠다. 다만, 퀘스트의 내용들을 보면 얼핏 일루미나스의 도움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그 사실에 대해 말할 수는 없었다.

특이한 질문을 하는 파신의 행동에 영향을 받은 것일까? 호는 순간적으 로 장난기가 들었다.

“당연히 아니지……

호가 목소리를 내리깔자 크탈나스 의 얼굴도 진지해졌다. 뒤에 있을 대답을 기다리며 그가 짧은 숨을 토 했다. 그리고 힘이 넘치는 호의 목 소리가 전장을 울렸다.

“이 몸은 수많은 군웅들이 난립했 던 중원도 무시무시한 바다의 괴물 들과 함선들이 다투었던 대양도 수천만의 군대를 동원하던 일곱 종족 들이 싸웠던 대륙도 통일한 바 있던 패왕! 게이머 윤호다.”

“……와.”

그 말을 들은 윤아가 자신도 모르 게 입을 쩍 벌렸다. 알 수 없는 부 끄러움에 얼굴이 후끈거렸다. 온몸 이 배배 꼬이고 있었다.

하지만 알르드의 군인들은 반응이 달랐다. 그들은 자신들의 무기를 치 켜 올리며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이 대륙을 찾아온 소환자이자 자신 들이 모시는 왕이 몇 번이나 대륙을 통일했던 영웅 중의 영웅이라는 사 실 때문이었다.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

- 그렇군.

단답형의 대답과 함께 크탈나스가 자신의 눈을 깊게 감았다가 떴다.

눈앞의 왕은 알 수 없겠지만, 이 내용들은 지금 루베릭 대륙에 있는 여신 카테지나의 귀에 들어간 상황 이었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을 울리 던 카테지나 여신의 목소리가 끝이 났다.

그 순간 알바트로스의 눈동자를 응 시하던 크탈나스의 얼굴이 무섭도록 일그러졌다. 동시에 그의 온몸에서 타락의 기운이 폭발하듯 치솟아 올랐다.

“그래. 순순히 당해주기는 않겠지.”

온몸을 절로 떨게 만들고, 숨이 턱 막힐 정도의 타락이 주변을 휩쓸었 다. 그와 함께 크탈나스의 몸도 변 화하기 시작했다.

전에는 겉으로나마 인간 검사의 모 습을 하고 있었다면, 지금은 그냥 온몸이 새카맣게 변한 괴물이 되어 가고 있었다.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던전에서도 보기 힘든 끔찍한 모습 이었다.

캬아아아아악!

괴물이 되어버린 크탈나스의 눈동

자가 핏빛처럼 붉게 타올랐다. 그리 고 알바트로스를 응시하더니 몸을 날렸다.

하지만 호 또한 크탈나스의 움직임 을 주시하고 있던 터. 괴물의 기습 적인 공격을 어렵지 않게 막아내고 는 오히려 창대로 이용해 상대를 후 려쳤다. 그렇게 마지막 전투가 시작 되었다.

콰앙! 쾅!

솟구치는 폭발음과 정신없이 휘몰 아지는 마력의 폭풍.

괴물이 된 크탈나스는 파신이라는 이름답게 강력했다. 하지만 충분히 호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인간 형태였을 때와 비교해 확실히 강해지기는 했지만, 격이 다를 정도 의 큰 차이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가공할 만한 파괴력이 느 껴지는 크탈나스의 공격을 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막아낼 수 있었 다.

그리고 호의 이러한 모습은 ‘리그 너스-온리 원’으로 승급하며 성장 시킨 능력들이 밑바탕으로 깔려 있 었다. 만약 무력 능력이 SSS 정도에 불과했다면, 아무리 알바트로스에 탑승해 있다 하더라도 파신을 상대 하는 것은 힘들었을 것 같았다.

지금도 팽팽한 싸움이었다.

콰쾅! 콰콰쾅!!!

알바트로스와 크탈나스가 떨어지자 그 사이로 마력 폭탄들이 후두둑 떨 어졌다. 무지막지한 폭격에 주변이 쑥대밭이 되었다.

-캬아아아악!

폭격의 중심부터에서 크탈나스의 끔찍한 괴성이 귀를 찌르르 울렸다. 그리고 호는 그 안에서 고통이라는 감정을 캐치할 수 있었다.

아무리 파신이라 해도, 강력한 타 락의 힘이라 해도 마력 폭탄 세례를 당해낼 수는 없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직 크탈나스는 살아 있는 상황. 피어오른 먼지 구름 사이로 언제 녀석이 뛰어 나올 줄 몰랐기 에, 호는 온 신경을 집중하며 조종 간을 붙잡았다.

역시나 먼지구름을 헤치고 크탈나 스가 총알과도 같은 속도로 튀어나 왔다.

“긋!”

이미 예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호 는 마장기의 왼쪽 팔에 공격을 허용 해야만 했다.

신록의 강철로 만들어진 단단한 장 갑이 모래알갱이처럼 부스러졌다.

다행히 관절부위는 피한 까닭에 움 직이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

?캬아아아악!

자신의 공격에 성공했다는 사실 때 문일까? 크탈나스의 공격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라이온레인의 오너들이 호를 도우 려고 했지만, 오히려 호의 움직임에 방해만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뒤 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가끔씩 날카로운 틈을 노려 견제 사격을 날리는 게 그들이 할 수 있 는 행동의 전부였다.

호는 정신을 집중해 연달아 이어지

는 크탈나스의 공격을 계속해서 막 아냈다.

그러고는 빈틈을 노려 그의 몸통을 향해 알바트로스의 머리를 들이 밀 었다.

유니콘과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는 마장기인 알바트로스는 기다란 뿔 역시 가지고 있었다.

- 키에?!

순식간에 가까워지는 알바트로스의 날카롭고 기다란 뿔. 크탈나스가 몸 을 피하려고 했지만, 그보다도 먼저 호가 자신의 능력을 개방시켰다.

“파멸의 돌격.”

알바트로스가 엄청난 속도를 내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와 동시에 알 바트로스의 뿔이 크탈나스의 배를 꿰뚫었다.

-크허 억?!

배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파신의 입에서 검은색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그리고 알바트로스가 고개를 크게 돌려 땅바닥을 향해 크탈나스를 내 리쳤다. 콰앙하는 소리와 함께 파신 의 몸이 딱딱한 바닥에 틀어박혔다.

하지만 호는 여기서 공격을 끝낼 생각은 없었다.

“포격!!!”

방심은 금물. 적을 처리하려면 완 벽하게 끝내야 했다. 끝났나 혹은 죽었나와 같은 단어는 결코 입 밖으 로 꺼내지 않았다.

호의 명령과 함께 라이온레인의 마 력 폭탄과 광역 마법, 실버 문의 날 려대는 마력 검기들이 크탈나스가 떨어진 자리를 엉망으로 만들기 시 작했다.

그렇게 한바탕 공격이 끝나고, 뭉 게뭉게 피어올랐던 먼지구름이 잦아 들었다.

“……생명력이 바퀴벌레만큼이나

끈질기네.”

놀랍게도 크탈나스는 살아 있었다. 겉 피부층에 붉은 색의 막이 쳐져 있는 것을 보니 마지막까지 타락의 힘을 끌어올려 보호막을 만들어냈던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게 마지막 발악이었다.

이미 크탈나스의 배에는 커다란 구 멍이 뚫렸고, 피로 온몸을 칠하고 있었다. 보호막이 있어도 타격은 받 았던 모양인지 눈에 생기도 없었다.

그리고 천천히 크탈나스의 앞으로 걸어간 호가 알바트로스의 창을 내 리 찍었다.

콰직!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왕과 천족과 의 전쟁도 끝이 났다. 자신이 승리 를 거뒀다는 증거로 기사왕은 날이 반쯤 날아간 커다란 도끼를 들고 왔 다.

천족 제일의 맹장이라는 거한 트렛 슈의 도끼였다. 호가 그 주인에 대 해 물어보니…….

“그가 원하는 신의 곁으로 보내줬

다. 아마도 나한테 감사하고 있을 거다.”

라는 기사왕의 농담을 들을 수 있 었다.

거한 트렛슈가 죽고 부리나케 도망 을 친 천족의 잔챙이들이 남아 있기 는 했지만, 그들에게 낭비할 시간은 없었다.

호는 라이온레인의 편대장인 SS등 급의 영웅을 대장으로 삼아 마장기 한 개 편대와 만 명의 병사를 배치 시키고는 골든 크로우에 남아 있는 천족들의 잔당을 소탕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남은 놈들은 이 전력만으로도 충분 했다.

“파신이 모습을 드러낸 이상 다른 종족들에게도 전령을 보내야 한다, 왕이여.”

죽어버린 크탈나스의 시체를 바라 보며 기사왕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 했다.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요? 어차피 다른 종족들의 군대는 도움이 되지 않을 텐데……

“루베릭 대륙과 손을 잡은 천족들 을 이 땅에서 고립시켜야 한다. 그 래야 다른 종족들도 이상한 마음을 품지 않게 말이다.”

그녀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호는 알았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있을 수 없는 가정이기는 하지만 라헬이 다른 세력으로 망명을 하게 된다면? 거기에 그 세력이 리그너스 대륙의 여신이라는 이름에 넘어가 비밀리에 라헬을 감춘다면? 상상만 해도 껄끄러울 것 같았다.

‘라헬과 카테지나의 사이는 굉장히 나쁘다고 들었어. 그런데 그 둘이 손을 잡았단 말이지.’

그만큼 지금의 상황이 라헬에게도 위기로 느껴지기 때문이리라.

게다가 2군단 방면에 나타난 라헬 의 오호신장과 신의 군대는 호가 알 고 있던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아니 었다. 아직 제대로 준비를 못한 상 황에서 라헬이 급하게 그들을 동원 한 모양이었다.

“4군단에서 들어온 보고는?”

“전에 들어왔던 보고가 마지막이에 요. 적들의 공세가 매섭기는 하지만 어떻게든 방어 시설을 이용해 버텨 나가고 있는 모양인 것 같아요.”

윤아의 말에 호는 고개를 주억였 다.

마동포 이제르론이 포함된 다수의

방어시설이라면 파신과 그의 분신들 도 쉽게 뚫어내기는 힘들 터였다. 하물며 그 쪽 방어선으로는 주위의 모든 영지들이 전력으로 병력과 군 수 물자들을 생산해 내고 있었다.

‘그래도 4군단 방면에는 파신을 상 대할 수 있는 영웅이 없는데……

황금색 재능을 지닌 영웅으로는 수 왕 아쉬토가 있기는 했지만, 아직 그는 SSS등급에 불과했다.

다른 SSS등급의 영웅도 여럿 존재 했지만, 파신은 SSS 한계를 뛰어넘 은 존재였다.

그리고 그 차이는 굉장히 컸다. 파

신의 발을 붙잡으려다가 4군단의 영 웅 중 몇이 희생되고 다쳤던가? 로 우덴이 정령 왕국에 있던 터라 G랭 크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영웅도 없었다.

그런 호의 고민을 알아챈 모양인지 기사왕이 손가락으로 회의실의 테이 블을 톡 두드렸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호를 향해 그녀가 말했다.

“우리 둘 중 한 명이 4군단 방면 으로 지원을 가는 게 나을 것 같다. 파신과 트렛슈가 무너진 상황에서 우리 둘이 북쪽 전선에서 함께하는 것은 전력의 과한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알겠습니다.”

호가 집무실의 지도를 확인했다. 4 군단이 주둔한 장소까지 직진으로 달려간다면 아무리 빨라도 보름 아 니 이십일은 걸릴 것 같았다. 그 때 까지 4군단이 파신의 공세를 버텨내 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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