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너스 대륙전기 473화
한때나마 전성기를 크게 누리며 리 그너스 대륙을 통일하려는 뜻을 품 었던 종족은 여럿이 존재했었다.
지금이야 인간, 수인, 마족, 정령 등의 일곱 종족만이 대륙의 패권을 다투고 있었지만, 과거의 역사서에 따르면 오크나 놀, 고블린 또한 자 신들의 세력을 이루며 한 지방의 패 권을 차지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 다.
그러나 아주 오래 전의 일들을 기
록한 고대의 문헌에서부터 기록되어 지금까지도 대륙의 한 자리를 차지 하는 종족이 있었다.
바로 빛과 어둠을 대표하는 천족과 마족이었다.
대륙이 전란에 휩싸이거나 큰 사건 사고들로 인해 여러 세력들이 나타 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지만 이 두 종족만큼은 자신들의 영토에 다른 이들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네 년의 뜻을 따르 는 벌레들이 위기에 빠졌다는 말이 지?”
피처럼 붉은색을 띄는 호수의 한가
운데에 뭉툭 솟아오른 고성. 그곳의 옥좌에서 한 여인이 비웃듯 말했다.
검은색의 머리카락을 살짝 뒤로 넘 긴 여인은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기 품이 느껴지는 드레스로 몸을 걸치 고 있었다.
다만, 그에 어울리지 않는 비릿한 잔향이 고성의 내부를 감싸고 있었 다.
그런 여인의 정체를 알려주는 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손에 들린 지팡 이. 여신의 신물이라 불리는 카테지 나의 지팡이였다.
“그래. 그래서 도와줄 거야?”
“아니? 내가 왜?”
카테지나의 눈동자가 자신을 찾은 이방인에게로 향했다. 자신의 자매 이자 리그너스 대륙의 여신인 라헬 이 그녀를 노려보듯 바라보고 있었 다.
“리그너스 대륙에서 나의 소중한 자식들이 둘이나 죽었어. 그게 고작 삼 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는 건 알고 있니?”
“그건 내가 한 일이 아닌데?”
“네 년의 대륙에서 죽었다는 데 중 요한 거야.”
루베릭 대륙에서 융숭한 문화를 뿌
리내렸던 하이 엘프와의 대전쟁에서 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던 파신 들이었다.
한 명, 한 명이 하나의 세력을 통 째로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의 강력 한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존재들이 루베릭 대륙 을 떠났다가 둘이나 소멸했다.
카테지나에게도 엄청난 타격이었 다. 아무리 여신이라 불리는 그녀라 할지라도 파신과 같은 존재를 다시 만들어내려면 엄청난 힘과 시간을 소모해야했다.
하물며 지금의 리그너스 대륙은 알
르드라 부르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강대한 세력이 대륙을 폭풍처럼 휩 쓸고 있었다.
알르드는 여신 라헬의 종인 천족들 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을 정도의 강 력한 세력이었다. 당연히 카테지나 는 그런 알르드와 정면으로 맞붙을 생각이 없었다.
‘미쳤어? 괜히 아까운 나의 자식들 을 득도 없는 싸움으로 소모시키 게?’
심지어 그 녀석들은 자신의 자식이 나 다름없는 파신을 둘이나 소멸시 켰다.
물론, 알르드에 앙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무시할 수 없는 녀석들이었다. 하물며 그런 알르드 가 라헬을 공격하고 있었다.
당연히 알르드와 라헬이 서로의 세 력을 갉아먹는 것이 리그너스 대륙 을 차지하려는 자신에게는 좋게 작 용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카테지나는 루베릭 대륙 에 눌러앉아 그들의 다툼을 지켜볼 생각이었다. 맛좋은 음식과 음료를 준비한 채 말이다.
양패구상이 가장 좋은 결과지만 어 느 쪽이 승리를 해도 카테지나에게는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리그너스 대륙의 녀석들은 알리우스가 만들어낸 그랜드 라인으 로 인해 루베릭 대륙으로 쉬이 넘어 올 수 없었다.
“네 대륙의 일은 네가 처리해. 난 이 자리에서 네 년의 싸움을 응원해 줄게.”
“내가 소멸하면 너도 입장이 난처 할 텐데? 우리와의 싸움에서 봉인된 알리우스가 슬슬 깨어나려고 하고 있는 건 알고 있어?”
“당연하지. 그리고 네년은 그 알리 우스에게 붙은 몸 아니야?”
카테지나가 눈썹 한쪽을 찌푸렸다.
자신을 리그너스 대륙의 창조신이 라는 거짓으로 포장한 우주의 괴물 알리우스. 아주 오래 전, 카테지나는 라헬과 다른 고대신들과 힘을 합쳐 서 그 괴물과 싸운 전적이 있었다.
결과는 무승부. 고대신과의 싸움에 서 큰 부상을 입었던 알리우스는 자 신을 직접 봉인시키며 긴 회복의 시 간에 들어갔고, 다른 고대신들도 알 리우스처럼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만, 그 때의 싸움에서 입은 부상 이 심하지 않아 다른 존재들보다 일 찍 깨어날 수 있었던 라헬과 그녀는 리그너스 대륙과 루베릭 대륙을 발 판삼아 자신들만의 세력을 키워나가 고 있었던 것이다.
그 와중에 라헬이 알리우스와 손을 잡으면서 서로의 사이가 급격히 나 빠졌고 말이다.
“설마 내가 진짜로 이 행성을 파괴 하려는 괴물과 손을 잡았겠어? 다 전략적인 선택이었다고.”
라헬이 자신의 입가에 손을 가져다 대며 웃으며 말했다.
카테지나는 그런 라헬의 행동에서 역겨움을 느낄 수 있었다. 가식이라 는 게 뻔히 보이는데 저런 수작이라니. 아무래도 알리우스가 지금의 위 기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도 주 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저렇 게 나오는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너도 지금처럼 가만히 있 어서는 안 돼.”
그렇게 말하며 라헬은 자신의 팔을 원을 그리듯 휘저었다.
그러자 차원의 포탈이 열리듯 라헬 이 휘저은 공간에서 신전 모양의 건 축물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카테지 나도 알고 있는 장소였다.
“선택의 신전?”
“그래. 너도 알다시피 이 행성의
힘을 빌어 다른 차원의 생명체들을 소환할 수 있는 장소지. 알리우스가 선택의 신전으로 불러온 이들로 우 리들을 견제하려고 하는 건 눈치 채 고 있었지?”
“네가 원흉이라는 것도 알고 있거 든? 알리우스에게 선택의 신전의 존 재에 대해 알린 건 누구지? 너 아 닌가? 네년이 우리를 견제하려고 했 던 것을 내가 모를 줄 알아?”
“그럴 리가. 나는 알리우스를 감시 하려고 했던 것뿐이야.”
“하! 가끔 보면 넌 나를 너무 바보 로 보는 것 같다니까? 아니면 네 년이 너무 바보 같아서 그렇게 말하면 누구나 다 속아 넘어갈 줄 아나 보지?”
라헬의 대답에 카테지나는 비아냥 거리며 웃었다. 하지만 라헬의 얼굴 은 더없이 진지했다.
“어쨌든 선택의 신전에서 소환된 이들이 만든 국가가 알르드야. 그거 알아? 녀석들은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소환자라고. 오직 알리우스의 뜻만 따르고 있어.”
“뭐?”
“심지어 그 녀석들의 손에 파이가 론과 카리운이 당했어. 전부 알리우 스가 한 짓이지. 그리고 그 다음 차례는 이제 내가 될 거야.”
쿵하는 소리와 함께 카테지나의 손 에 들린 지팡이가 바닥을 내리찍었 다. 하지만 그런 카테지나의 행동에 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라 헬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알르드의 소환자들은 이 행성의 고대신이 모두 죽여야지만 자신들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고 있 어. 알리우스가 그렇게 세뇌시켰거 든.”
“……거짓말하지 마.”
카테지나가 아를 악문 목소리로 경 고하듯 말했다. 하지만 라헬의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자신의 자매를 향해 말했다.
“그리고 내 다음 차례는 아마 네가 되겠지. 뭐, 그 다음일 수도 있고.”
“어떻게 할래? 나랑 손을 잡을래? 아니면 혼자 여기서 너만의 세상을 꾸미고 있다가 나중에 알리우스의 손에 소멸할래?”
카테지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어 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라헬의 말대로 최근 리그너스 대륙 에서 자신을 봉인하고 있던 고대신 들이 소멸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부 눈앞에 보이는 간사한 여신이 그 원흉인 줄 알았는데, 잘 못 생각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생각해보니 알르드의 공격에 자신 의 자식과도 같은 파신도 죽었다. 리그너스 대륙의 칠제라 칭하는 영 웅들도 감당하기 힘든 이들인데 ……. 너무나도 쉽게 당한 감이 없 잖아 있었다.
‘그게 전부 알리우스와 관련된 일 이라면.’
그녀는 순간 등에 소름이 돋았다. 라헬의 말대로 이곳에서 가만히 있 다가는 탐욕스러운 알리우스의 손에 영혼까지 소멸이 될 것 같다는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제기랄……
하지만 라헬의 얼굴을 보면 그녀가 했던 말이 사실인지 거짓말인지 도 통 짐작할 수가 없었다. 거짓말이 분명한데 왠지 속아 넘어가야 할 것 같은 찜찜한 기분이었다. 카테지나 는 자신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네 말이 사실인지 아닌 지 확인할 수가 없으니……. 일단 두 명을 보 내줄게. 그것도 내가 크게 인심 쓴 거야.”
“뭐?! 고작 그 정도로 알리우스와 관계를 맺은 이들을 당해낼 수 있을 것 같아?”
“씨발, 내 자식들이 무슨 네 년의 종처럼 허약한 놈들인 줄 알아? 그 랜드 라인으로 이들을 넘기는 게 쉬 운 줄 알아? 필요 없으면 말던가.”
“그러면 소토스와 크탈나스를 보내 줘.”
“뭐라?!”
뻔뻔한 여신의 말에 카테지나는 순 간 자신의 지팡으로 라헬을 한 대 후려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토스와 크탈나스. 제1파신과 3파 신으로 그녀의 자식들 중에서도 가 장 호전적이고 전투력이 뛰어난 이들이었다. 특히 1파신인 소토스는 일개 영웅의 힘을 뛰어넘어 반신이 나 다름없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상대는 SSS에 도달한 녀석들이야. 마장기라는 병기까지 있으니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특히나 알르 드의 왕인 윤호라는 소환자는 알바 트로스를 손에 넣었어.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너도 짐작할 수 있겠 지?”
“……홍. 고작 그 정도 가지고?”
알바트로스라는 단어에 잠깐 움찔 하기는 했지만, 카테지나는 곧 코웃 음을 쳤다.
자신의 자식들이 그리고 다른 고대 신이 어떻게 당했는지를 알 것 같았 다. 알바트로스, 그 무시무시한 병기 때문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1파신 소토스의 능력은 EX 등급의 한계를 뛰어넘어 그 이상을 바라보는 반신이었다. 알바트로스도 충분히 감당해낼 수 있었다.
당연히 SSS등급의 녀석들 따위는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설령 알르드 에 그런 능력을 지닌 영웅들이 여럿 있다 해도 상관없었다. 파신은 자신 의 능력에 영향을 받는 분신들을 만 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라헬과 그녀의 종들도 있었 다.
다른 벌레들은 몰라도 라이프린이 라는 이름의 천사는 제법 쓸 만했 다.
“쉽게 생각할 게 아니야. 다른 고 대신들이 당했던 것을 생각하면 EX 의 능력을 지녔을 수도 있어.”
“라헬. 소토스는 EX 의 끝자락에 달한 투신이야. 고작 EX의 초입을 맛본 녀석들이 당해낼 수 있는 존재 가 아니라고.”
카테지나가 확신하듯 말했다. 소토 스와 크탈나스라면 알리우스와 관계가 있다는 알르드를 충분히 무너뜨 릴 수 있으리라.
〈플레이어 정보(Status)〉
1. 이름 : 윤호
2. 성별 : 남(35)
3. 종족 : 인간
4. 소속 : 알르드
5. 레벨 : 4000
6. 직업 : 리그너스-온리 원.
7. 세부능력
통솔:7340(+150)/9999(+150)(0
무력 : 1678(+200)/2000(+200)(EX)
지 력:2594(+40)/4000(+40)(EX+)
정치:977/2000(EX)
매력:300/1000(SSS)
“아…… 이게 이렇게 되나……?”
호가 자신의 정보창을 확인하고 허 탈해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제껏 수많은 던전들을 공략하고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난이도가 높은 퀘스트도 클리어하면서 경험치 를 모았었는데…… 쓸 곳도 없어서 정말 엄청난 양이 쌓였었는데……. 보유한 경험치를 전부 사용해도 세 부능력을 끝까지 올릴 수 없었다.
유니크 등급의 무기를 뽑아놓고 강 화까지 풀로 할 생각이었는데, 풀강 까지 몇 번을 남겨두고 강화 주문서 가 모두 사라진 느낌이었다.
어쨌든 여신 라헬과 오호신장 그리 고 신의 군대를 상대하고, 이레귤러 나 다름없는 루베릭 대륙의 파신들 과 알리우스까지 무찌르려면 좀 더 본인의 능력을 높여야만 했다.
“천족과의 전쟁에서 좀 더 적극적
으로 나서야겠어.”
정보창의 빈 수치를 확인하며 호는 각오를 단단히 다졌다. 직접 한 명 이라도 적을 더 물리쳐야 그만큼의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