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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471화 (471/522)

어깨를 으쓱이며 호는 슬그머니 자 리를 피했다.

마침 바라테이온의 왕성에서도 하 얀색 깃발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렇게 바라테이온을 멸망시킨 호는 바 로 군대를 움직이며 북서쪽으로 향 했다. 황금색 까마귀가 있는 방향이 었다.

리그너스 대륙전기 4기화

자신이 다스리던 왕국을 향해 군대 를 몰고 가는 일은 생각 외로 아무 런 감흥이 들지 않았다.

한심한 귀족들의 행태에 화가 나거 나 그들의 아래에 있는 불쌍한 백성 들에게 연민이 느껴지거나 하지도 않았다.

이레네 아르티아의 3군단은 마장기 27개 편대, 보병 34만, 마법병 12 만, 비행병 8만으로 구성되어 있었 다.

골든 크로우를 무너뜨리고, 브로리 의 2군단을 도와 천족을 압박해야 하는 임무까지 띈 군단이었다. 병력 의 질을 생각하면 엄청난 전력이었 다.

당연히 휘하의 영웅들 또한 에이스 급 오너가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A+ 등급의 마장기 드릴 루드비히의 오너인 케반스도 그중 하나였다.

“이제 슘 강을 건너면 골든 크로우 의 땅입니다만.”

기사왕을 향한 케반스의 목소리에 는 약간의 걱정이 담겨져 있었다.

‘호 님께서는 대체……

케반스가 생각하기에, 기사왕에게 내려진 이 명령은 패왕 윤호의 실수 인 것 같았다.

왕이었던 영웅이 자기가 다스리던 국가를 공격하게 되다니.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있지만 지금 기사왕 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으리 라.

하지만 그는 오히려 이레네 아르티 아가 이번 골든 크로우의 공격 임무 에 자원했다는 사정은 알지 못했다. 호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적들의 움직임은 어떻지?”

그리고 여느 때와 다름없는 목소리

로 인간들의 수호자였던 여인이 케 반스에게 물었다.

“저희가 예상했던 대로입니다. 그 런데……

기사왕이 이끄는 군대와 전면전을 펼칠 자신이 없는 골든 크로우의 귀 족들은 당연하겠지만, 성벽을 방패 삼아 농성을 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런 성벽 따위는 마장기를 동원해 단숨에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하 려는 대응이라곤 그런 방법밖에 없 었다.

특이한 군사적인 움직임 또한 보이 지 않았다.

압도적인 전력의 차이 앞에서는 그 어떤 책략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 정 도는 알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골 든 크로우에 주둔하고 있는 천족의 군대였다.

“황금색 도끼가 그려진 깃발이 발 견되었습니다. 십 천사 트렛슈의 군 대입니다.”

“제법 천족의 거물이 골든 크로우 를 돕고 있었군.”

기사왕의 목소리가 살짝 올라갔다. 거한 트렛슈. 천족 제일의 맹장. 혼 자서 그 브로리를 감당해 낼 수 있 다는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그의 쌍도끼는 강철로 만들어진 마 장기는 물론이고, 단단한 성벽까지 부순다는 것으로 이름이 높았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모르긴 해도 3 군단의 에이스급 오너 중 단독으로 트렛슈의 발을 붙잡을 수 있는 영웅 은 눈앞의 케반스를 포함해 몇 되지 않아보였다. 확실히 주의해야 할 영 웅이 었다.

“병력의 숫자는? 파악된 게 있나?”

“현재 드래곤 라이더와 브뤼헤아 비쉬 편대가 정찰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제 판단으로는 트렛슈의 군 대는 그 수가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일단 그들을 지원하는 골 든 크로우의 식량 사정이 좋지 않습 니다. 천족의 영토와는 거리가 제법 있고요.”

“아이러니하게도 천족들의 그렇게 만들었지.”

이레네 아르티아가 피식 웃는다. 사실 골든 크로우의 식량 생산량은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 그렇지 않다면 많은 숫자의 군대를 유지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건 몇 년 전의 이야기였 다. 천족과의 전쟁에서 수도가 무너 지고, 식량 생산지였던 평원이 쑥대 밭이 되었다.

농장을 비롯한 각종 건물들이 무너 지고 불타올랐다. 덕분에 알르드의 원조가 아니면 백성들을 먹여 살릴 수가 없을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 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이야 사정이 조금 나아졌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예 전과 같은 생산량은 아닐 터였다. 또한 욕심 많은 귀족들이 식량을 가 지고 어떻게 나왔을 지도 모르고 말 이다.

알르드로 망명을 한 이후, 골든 크 로우의 사정에 대해 관심을 끊었던 그녀였다.

“병력을 전진시킨다. 천족들의 동 태는 파악하고 있되 그들의 움직임 에 휘둘리기 보다는 안전하게 슘 강 을 건너는 것을 최우선순위로 두겠 다.”

“알겠습니다.”

기사왕의 명령이 떨어졌고, 마력 엔진이 구동하기 시작하면서 마장기 들이 전면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쿠웅! 쿵!

육중한 덩치의 강철거인이 느릿느 릿 움직이면서 무른 땅이 스펀지처 럼 들어갔다.

그런 마장기를 방패삼아 병사들로

걸음을 옮겼다. 멀리서 펑하고 폭죽 이 터지는 모습이 기사왕의 눈에 들 어왔다. 자신들의 움직임을 관찰하 던 골든 크로우의 신호로 보였다.

“하지만……

신호가 무슨 의미인가? 아군이 슘 강을 건너는 와중에도 그들을 병사 를 보내 막을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멍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공세를 취할 절호의 기회일 텐데 말이다. 멀리서 드래곤 라이더 의 드레이크가 포효를 하는 소리가 귓가를 찌르르 울렸다.

슘강의 폭은 제법 넓은 편이었지 만, 그래도 건너기는 금방이었다.

적들의 움직임이 없었기에 다리의 안전이 이미 확보된 상황인지라 병 력이 진군하는 속도도 굉장히 빨랐 다.

그렇게 별다른 방해 없이 슘 강을 건너는 데 성공한 기사왕은 부대를 세 개로 나눴다.

먼저 케반스로 하여금 거한 트렛슈 를 견제하는 임무를 맡겼다.

그리고는 자신의 참모인 레이자 카 르핀과 SSS등급의 엘프 영웅 엘 라 스엘에게 병력의 삼분지 일을 맡겨 골든 크로우의 군소 영지들을 점령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나는 하멜리온으로 향한다.”

그렇게 모든 편성을 마친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의 군대가 골든 크 로우의 영토를 빠른 속도로 주파하 기 시작했다.

“마, 막아라! 막아야 한다!!!”

기사왕이 일직선으로 달려오고 있 다는 전서구가 하루 아니 몇 시간이 멀다하고 하밀레온으로 날아들었다.

그녀는 하밀레온으로 향하는 이동 경로에 걸리는 영지들을 순식간에 점령한 후, 귀족들의 목만 베어내고 는 남은 이들은 버려두다시피 한 채 이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누가 그녀를 막을 수 있겠 습니까?”

자신들을 향해 기사왕이 달려오고 있다는 사실에 안색이 새하얗게 변 한 왕을 향해 한 귀족이 물었다.

“그러면 이대로 왕국이 쑥대밭이 되는 것을 그냥 지켜볼 생각이느 냐?! 체넬 백작과 그리핀 기사단에 게 출진 명령을 내려라! 그리고 라 룸 주교는 당장 트렛슈를 만나 빨리 우리를 도와달라고 요구하시오! 이 런 일 때문에 동맹을 맺은 게 아니요?!”

늙은 왕의 괴성이 대전에 울려 퍼 졌다. 분명 알르드에게 전쟁을 걸 준비를 하고 있었을 텐데, 막상 전 쟁이 일어나니 그들의 공격을 막아 내는 병사들이 한 명도 없었다.

그나마 이런 상황에서 늙은 왕이 믿을 거라곤 기사왕의 황금기사단과 비슷한 성질로 키워낸 신 골든 크로 우의 그리핀 기사단이었다.

A, B등급의 마장기가 섞인 그리핀 기사단은 왕국의 최정예 마장기사단 이었다.

빠른 속도로 마장기를 움직이던 도 중 해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위가 어둑해지며 피부를 스치는 바람 또한 차가워졌다.

맹렬하게 움직였던 마장기의 엔진 도 이제는 쉬어야 할 상황인 것 같 았기에 이레네 아르티아는 통신을 보내 아군에게 밤을 보낼 준비를 하 라는 명령을 내렸다.

곧바로 주둔지가 만들어졌고, 드래 곤 라이더들은 정찰을 그리고 브뤼 헤아 비쉬들이 넓은 범위로 알람 마법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지도를 가져와라.”

몸을 덥히라는 의도로 뜨겁게 데운 차를 건네주는 병사를 향해 기사왕 이 말했다. 그리고 차를 다 마신 그 녀가 지도를 펼쳤다.

슘 강을 건너고 골든 크로우의 영 토를 달리기 시작한 채 엿새째. 주 변의 위치로 말미암아 보니 제법 많 은 거리를 이동해 있었다. 이 정도 의 속도라면 앞으로 사흘 후, 하밀 레온의 영토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닷새면 하밀레온의 성벽을 눈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쉬웠던가.”

그동안 그녀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 는 네 개의 영지를 점령했다. 병력 으로만 따지면 약 삼만 명 정도의 적군을 물리친 것이다.

많은 숫자는 아니었다.

전쟁을 준비하던 이 나라에는 더욱 많은 마장기와 병사들이 있었다. 하 지만 자신의 군대가 나타날 때 마다 골든 크로우의 귀족들이 보이는 모 습이라곤 자신들의 깃발을 내던지고 병사들을 방패삼아 도망을 갈 뿐이 었다.

나라의 위기에 초개처럼 목숨을 던

질 수 있는 영웅들은 이미 이 나라 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단지, 백성들의 피를 양분삼아 자 신들의 권력을 누리던 이들만이 있 을 뿐이었다. 실망한 기사왕의 입에 서 큰 한숨이 흘러 나왔다.

땡! 땡! 땡!

그렇게 사색에 잠기던 도중 마법 알람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기 사왕이 재빠르게 자신의 갑주와 무 기를 챙기고는 막사 밖으로 나섰다.

“무슨 일이냐?”

“적입니다! 독수리의 문양이 그려 진 다수의 마장기가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습니다!”

“독수리의 문양?”

아무래도 골든 크로우의 마장기사 단이 등장한 모양이었다.

과연 어떤 기사단이 나섰을지 그 정체가 궁금했다.

새롭게 편성된 마장기사단일 건 분 명했다. 과거 자신을 따르던 기사단 들은 천족과의 전쟁에서 대다수가 큰 피해를 입고 전멸하거나 기사단 이 해체가 되었다.

“블루 세이버를 준비해라! 내가 직 접 나서겠다. 그리고 브뤼헤아 비쉬 14, 15 부대는 조명 마법을 사용해서 적들의 위치를 밝힌다. 마장기전 에 방해되지 않도록 시야를 확보해 야 한다!”

기사왕의 전용기가 몸을 일으키는 것과 동시에 알르드가 자랑하는 라 이온레인들도 요란하게 마력 엔진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펑! 퍼펑!

브뤼헤아 비쉬가 사용하는 조명 마 법이 주위를 대낮처럼 환하게 밝혔 다. 하늘 위로 드래곤 라이더들도 움직이며 적들의 위치를 파악하며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준비를 마친 알르드의 마장

기들이 적들이 달려오는 방향을 향 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투왕! 퉁!

그렇게 얼마나 이동했을까? 멀리서 들려오는 포화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바람을 뚫고 내려오자 마장기를 움 직이던 이레네 아르티아가 그대로 블루 세이버의 검을 휘둘렀다.

곧 카카칵하는 소리와 함께 엑스칼 리버가 발사한 MLC 의 탄환이 그 녀가 휘두른 검에 갈려 양 쪽으로 튕겨져 나갔다.

저격입니다! 군단장님!

“이 정도는 문제없다. 나는 신경 쓰지 마라. 먼저 마력 폭탄으로 적 들의 시선을 끌고, 거리를 좁힌다.”

골든 크로우의 주력 마장기는 B등 급 마장기인 엑스칼리버. 저격과 원 거리 공격에 특화된 마장기들이었 다. 하지만 그만큼 근접전에는 약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한때 본인이 지휘했던 마장기들인 만큼 그 장, 단점에 대해서는 누구 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엑스칼리버가 저격이 가능한 마장기라 해도 라이온레인 역시 마 력 폭탄으로 멀리서 상대를 공격하거나 견제할 수 있었다.

거리의 이점은 거의 없는 셈이나 다름없었다.

투왕! 투왕!!!

천둥과도 같은 포탄소리가 다시 한 번 울려 퍼졌다. 하지만 기사왕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탄환은 자신의 목표를 잃고 하늘 위로 튕겨 올랐 다.

그리고 블루 세이버가 상대를 도발 하듯 푸른색 사자의 문장이 밝게 빛 났다가 가라앉았다.

고작 이 정도의 공격으로는 리그너 스 대륙의 칠제라 불리는 자신에게 아무런 피해도 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행동이었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 유감입니다, 폐하.”

그와 동시에 대장기로 보이는 마장 기에서 통신이 들어 왔다. 그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목소리였다.

“체넬 자작이로군. 그대가 마장기 사단을 이끌고 있던가?”

“그렇습니다, 폐하. 과분하게도 백 작 위를 받아 한 기사단의 대장이 되었지요.”

“후후후. 이제 나는 그대들의 왕이 아니다. 긴장할 필요는 없어 보이는군.”

이레네 아르티아가 웃으며 말했다. 체넬 자작의 목소리가 굳어 있다는 것을 느낀 탓이다.

그는 골든 크로우가 자랑하던 황금 기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실력 있 던 기사단에 소속된 오너 중 한 명 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체넬 자작 의 말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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