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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468화 (468/522)

리그너스 대륙전기 468화

호의 지휘 아래에 알르드의 1군단 은 파죽지세로 바라테이온의 성들을 무너뜨려 나갔다.

그리고 전쟁이 시작된 지 열홀이 지났을 무렵, 호는 바라테이온에서 두 번째로 큰 영지인 캄페온을 점령 하는 데 성공했다.

캄페온에는 바라테이온의 마장기 편대 네 개와 육만의 병사가 주둔하 고 있었지만, 직접 알바트로스를 이 끌고 출격한 호의 활약에 반나절 만에 성벽이 무너지고야 말았다.

그렇게 알르드가 바라테이온의 국 토 반 이상을 점령하는 데 걸린 시 간은 고작 열흘.

바라테이온의 멸망은 기정사실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그들의 마장기 전력과 정예군은 전쟁이 시작되자마 자 대부분 박살이 났고, 남은 거라 고는 S, A랭크로 이루어진 예비군 들 뿐이었다.

게다가 전술적인 역량이 있는 귀족 들도 초기에 목숨을 잃거나 알르드 의 포로가 된 까닭에, 통솔이나 무 력 능력이 B도 안 되는 영웅이 병 사들을 지휘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한 나라인데, 너무 쉽게 무너지네요. 역시 게임 폐인. 오빠는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모든 것을 통 달한 사람 같아요.”

그럴 리가. 호는 피식 웃었다.

“인간들의 세력은 여러 나라로 쪼 개져 있어. 한 나라라고 해봤자 다 른 종족의 입장에서는 한 부족에 불 과할 뿐이지. 수인 왕국도 비슷한 구성이기는 한데……

호의 말에 윤아는 수인들의 관계를 상상해보았다. 그러는 사이 호의 말 은 계속 이어졌다.

“그래도 걔들은 왕국이라는 이름

아래에 함께하는 반 면, 팔 왕국은 엄밀히 말해서 남에 불과한 세력이 야. 한 데 뭉치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하지.”

각 종족이 연합을 이루고 있는 것 처럼 리그너스 대륙의 인간 세력 또 한 각 나라의 연합일 뿐이었다. 바 라테이온은 그런 인간 연합을 구성 하는 한 조각이었다.

게다가 이들의 중심축이 될 기사왕 조차도 없었다.

‘전의 전쟁 때문인가? 이 녀석들 영 심각할 정도로 성장을 못 했네. 숫자만 조금 늘은 게 전부인거 같은 데?’

호는 전쟁을 시작하면서 물리쳤던 바라테이온의 군사들을 떠올렸다.

개중 눈에 띄는 거라고는 SS랭크 의 궁병인 로얄 스나이퍼. 그랜드 소드 마스터나 하이 위저드와 같은 인간들의 SSS랭크 병종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들의 주력 보병 또한 드랭크인 로얄 나이트에 불과했다. 오히려 마 장기 전력은 퇴보한 수준으로 A등 급 마장기인 라이온레인은 보기가 힘들었다.

‘아니면 빅터 바라테이온이 멍청한 건가?’

호는 자신이 즐겼던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경험을 떠올 렸다. 그 난이도는 욕이 나올 정도 로 상상을 초월했다.

웬만한 게이머가 평범하게 플레이 를 했다가는 SSS랭크와 다수의 A등 급 마장기 전럭을 갖춘 다른 세력들 에게 쉽게 쓸려나가기 십상이었다.

이벤트, 던전 토벌, 각 세력과의 관계, 아군의 성장등 그 모든 것을 망라하여 신경을 써야만 엔딩을 볼 수 있는 게 리그너스 대륙전기였다. 하지만 호는 곧 고개를 주억였다.

생각해보니 자신이 리그너스 대륙

에 발을 디딘 건 십 년도 채 되지 않은 일이었다.

그 시간 내에 SSS랭크의 병종이나 A등급 마장기의 양산 체제를 갖추 는 것은 에디터를 사용하지 않는 이 상 어떤 수를 써도 불가능했다.

단지 에디터에 가까운 도시의 특성 화와 심시티나 공돌이와 같은 영웅 팀의 발견 그리고 EX등급이라는 사 기적인 능력이 지금의 알르드가 지 닌 국력을 가능하게 만들었을 뿐이 었다.

당연하지만 이 대륙의 다른 세력들 은 그런 것들을 이용하지 못했다. 혹은 이용할 수 없거나. 다른 세력에도 소환자가 있기는 했지만, 안타 깝게도 그들은 이 세계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북쪽에서도 토란이 바라테이온을 압박하고 있다고 해요. 그렇다면 바 라테이온의 식량 생산지인 유거트 성을 차지하는 게 관건일 거예요. 그곳만 점령한다면 빅터 바라테이온 을 끝장낼 수 있어요.”

“골든 크로우와 키리네 공국의 움 직임은?”

“딱히 들어온 보고는 없어요. 하지 만 기사왕이 골든 크로우의 국경을 넘으면서 전투가 시작되었다는 보고 는 받았어요. 키리네 공국 쪽은 잘 모르겠고요.”

한시진만큼은 아니지만 윤아는 나 름 부관의 역할을 잘 해냈다.

“으음.”

호는 키리네 공국의 이름을 곱씹었 다. 전쟁이 발발된 지 열홀이 지났 음에도 불구하고 키리네 공국의 움 직임은 잠잠했다.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 속의 키리네 공왕이라면 보통 이런 상황에서 중립의 스탠스를 취하곤 했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것을 꺼려하는 성격인 데다가 키리 네 공국은 천족을 제외한 다른 세력들과 관계를 맺는 것에 거리낌이 없 는 설정이었다.

‘그렇기에 보통 혈연으로 서로의 관계를 돈독히 하곤 했었지.’

그런 이유 때문인지 키리네 공국에 는 다섯이 넘는 공주와 세 명의 왕 자가 있었다.

남성과 여성 게이머의 취향에 맞춘 영웅 캐릭터들로 모두 빼어난 미남, 미녀 였다.

아쉽지만 외모와 매력을 제외한 다 른 능력은 별 볼일 없는 수준이었 고, 보유 스킬도 대단한 것은 없었 기에 그들의 성장을 바라는 특이한 게이머가 아니라면 보통 하렘의 일 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잊혀지곤 했었다.

뭐, 영웅은 호색이라고 가상현실게 임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즐기는 유저들은 많은 수가 아니 거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하렘을 만들었 다.

“설마 여기서도 매파를 보내오지는 않겠지.”

키리네 공왕의 성향이라면 왠지 그 래올 것 같았다. 행여나 키리네 공 국이 매파를 보내오면 당연하지만 거절할 생각이었다. 자신에게는 한 시진이 있었다.

캄페온에서 하루를 쉰 후, 호는 다 시 진군을 시작했다.

급하게 움직이는 것이 없잖아 있기 는 했지만 바라테이온에게 정비를 할 여유를 주고 싶지 않았다.

마장기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마정 석의 보급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드 래곤 라이더들이 맡았기에 큰 문제 는 없었다. 식량 또한 안전한 경로 로 수송되고 있었다.

콰아앙! 콰쾅!!!

마력 폭탄이 폭발하며 금이 갔던 성벽이 삽시간에 무너져 내렸다. 그것을 확인한 실버 문 부대가 성 안 으로 진입해 백병전을 벌이기 시작 했다.

그러나 바라테이온의 병사들은 알 르드의 군사들을 상대하는 병사보다 백기를 들어 올리는 이들이 훨씬 많 았다. 웬만한 오합지졸이 아닌 이상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귀족들은 전부 도망쳤나 봐요.”

투항한 병사들을 바라보며 윤아가 말했다. 실버 문의 손에 죽거나 투 항한 이들 중 영웅이라는 느낌을 주 는 존재감 있는 이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성을 지키던 병사들의 숫자는 적은 편이 아니었 다.

즉, 바라테이온의 귀족 영웅들은 알르드와의 압도적인 전력 차이에 겁을 먹고 성을 버리고 도망을 간 게 틀림없었다. 게임 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가끔 이벤트 식으로 발생하곤 했었다.

“추격대를 보낸다. 도망친 귀족들 을 붙잡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사살 하도록.”

성을 다스리는 영주와 함께 그의 측근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보고에 호가 냉정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곧 드래곤 라이더 부대가 바람과도 같은 속도로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언제 도망을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드래곤 라이더의 속도라면 빠른 추 격이 가능했다.

그리고 영지의 치안을 담당할 보병 부대를 남기고 호는 다시 북서쪽으 로 향하기 시작했다.

“호 님. 토란의 군대입니다!”

그러던 도중 정찰을 나갔던 브뤼헤 아 비쉬의 보고가 들어왔다. 한 자 루의 망치와 곡괭이가 그려진 깃발 을 올린 군대가 발견된 것이다. 토란의 국왕 말트가 이끄는 병사들이 었다.

광산 국가인 토란은 바라테이온의 북쪽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현재의 위치에서 북쪽으로 두 개 영토를 지 나면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 그런 토란의 군대가 여기에 있는 것을 보 면 그들도 이번 전쟁으로 바라테이 온의 영토 두 개를 손에 넣은 모양 이었다.

“토란의 국왕인 말트가 대화를 하 고 싶다는 전갈을 보내왔습니다. 어 떻게 할까요?”

“곧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해.”

호가 답했다. 굳이 거절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말트에게는 부탁해 야 할 것이 있었다.

곧 회담 자리가 마련이 되었고, 토 란의 국왕인 말트가 자신의 근위대 를 이끌고 알르드의 사령부를 찾았 다. 그의 딸인 피오나 공주도 함께 였다.

“……이게 리그너스 대륙 최강이라 는 알르드의 군대!”

SSS랭크의 병사인 실버 문과 브뤼 헤아 비쉬, 드래곤 라이더들을 보며 피오나 공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들 오래된 책에나 언급되어 있는 전설의 병사들이었다. 토란에서는 S 등급의 병사들만이 훈련이 가능했 다. 그것도 무리를 해서야 부대를 양성할 수 있었다.

그뿐인가? 토란의 주력 마장기는 C등급인 자넷과 골드 이글로 B등급 인 엑스칼리버 급 정도가 근위대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알르드는 주력 마장기 자체 가 A등급인 라이온레인 급이었다. 토란 왕국에서는 국왕인 그녀의 아 버지만이 사용하는 마장기였다.

거기에 이제껏 보지 못한 특수한 형태의 마장기들도 다수 볼 수 있었 다.

“저 마장기들 말입니까? 버프형 마 장기인 아보르 비테입니다. 저것은 티거 알리카라는 수인 왕국의 A등 급 마장기입니다.”

“……아.”

지휘관으로 보이는 알르드의 영웅 에게 슬그머니 물어보니 거리낌 없 이 답을 해줬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엄청난 병력 들이 고작해야 알르드의 1군단에 소 속된 병력이라는 점이었다.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마장기 편대 와 알르드가 자랑하는 맹장들은 천 족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정말 왕국 연합 따위는 상대도 되 지 않겠어.’

피오나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목 덜미를 더듬었다.

채광으로 단련된 육체로 힘에는 자 신이 있었지만, 저런 군대가 토란 왕국을 공격한다? 죽었다 깨어나도 막아낼 자신이 없었다.

“또 궁금한 게 있으십니까?”

“아, 아니요. 괜찮아요.”

엘프 영웅의 말에 피오나는 손사래 를 쳤다. 왠지 더 이야기를 듣다보 면 윤호와의 만남을 앞두고 기가 죽 을 것만 같았다.

‘생각보다 평범하게 생겼네.’

고대신과 파신을 쓰러뜨리고 기사 왕과 수왕을 휘하에 거느린 왕.

리그너스 대륙의 패권에 가장 가까 이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 알르드의 패왕은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인간 남성이었다.

그리고 알르드의 패왕은 서로 손을 잡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첫 회담 자 리에서 의외의 말을 꺼냈다.

“바위 협곡이요?”

윤호의 입에서 나온 말에 말트와 피오나는 새삼스런 눈으로 그를 바 라보았다. 확실히 토란에는 바위 협 곡이라는 던전이 있기는 했다.

마차의 바퀴 크기 정도 되는 동그 란 꼬마 골렘들이 나오는 던전이었 는데, 그 수가 도저히 감당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 거의 버리다시피 한 장소였다.

그런 장소를 알르드의 패왕이 관심 을 보이고 있었다.

“다수의 몬스터들을 상대로 제 전 략과 전술을 시험해 보려고 합니다.

겸사겸사 던전의 토벌도 해 드리지 요.”

“엉……. 뭐, 큼. 상관은 없소만.”

토란의 국왕 말트가 왠지 모를 힘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말트의 미적지근한 모습에 호가 재빠르게 말을 덧붙였다.

“던전의 공략에 필요한 병사는 일 만 정도의 수준에 불과할 겁니다. 마장기는 동원하지 않을 거고요. 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다면야……

“또한 양 국가의 신뢰를 위해 저희 왕국의 주력 마장기 한 개 편대를 무상으로 제공하겠습니다.”

주력 마장기라는 단어가 나오자마 자 말트 왕과 피오나 공주가 탄성을 터뜨렸다.

알르드의 주력 마장기는 A등급 마 장기인 라이온레인.

네 기로 구성된 한 개 편대라면 토란 왕국의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전력이었다.

“저, 정말인가요?”

“물론입니다. 군수 공장에서 제작 된 신형으로 제공해 드리지요.”

“호, 혹시 지금 마장기를 받을 수 있을까요?! 살짝 부서진 아니 긁힌 수준도 상관은 없는데. 그러니까 예 비로 준비된 마장기를……

라이온레인이 언급되자 피오나 공 주가 몸을 일으키며 횡설수설하다가 슬쩍 호의 눈치를 봤다.

아무래도 자신이 예의가 없었다는 것을 느낀 모양이었다. 말트 왕도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화가 난 건 지 부끄러운 건지 알 수는 없었다.

“원하신다면 예비 마장기를 바로 제공하겠습니다.”

호는 그렇게 말했다. 부대의 정보 를 확인해 본 결과 라이온레인 네 기 정도의 전력은 빠져도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바위 협곡을 공략해 EX등급의 클래스 ‘리그너스-온리 원’으로 전직할 수 있는 게 호에게 는 더욱 남는 거래였다.

회담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토란도 호도 아주 만족스러운 만남 이었다. 그리고 이 회담의 결과로 바라테이온의 운명은 조금 더 연장 될 수 있었다.

호가 만 명의 병사들을 이끌고 바 위 협곡으로 향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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