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너스 대륙전기 464화
알르드에 소속되어 있는 SSS등급 의 영웅은 제법 많았다.
호에게는 ‘관우는 내 여자’의 공략 본이 있었고, 그 안에는 리그너스 대륙전기에 등장하는 각 영웅들의 승급에 필요한 재료 및 조건들이 전 부 적혀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도 주인공이 있 고 엑스트라가 존재하는 법. 그리고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는 가상현실 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영웅들을 대표하는 주인 공 격의 영웅이었다. 괜히 그녀의 이름 앞에 별칭이 따로 있는 게 아 니었다.
게임 내 명성으로만 따지고 보면 투신 브로리나 군신 로우덴보다도 훨씬 더 유명한 인물이 바로 이레네 아르티아였다.
‘그러니까 황금색 재능을 지니고 있는 거 아니겠어?’
어쨌든 그녀는 브로리와 로우덴과 마찬가지로 알르드의 영웅들 중 몇 안 되는 황금색 재능을 지닌 영웅이 었다. 그리고 오너 시스템으로 인해 호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있는 영웅이기도 했다. 재능을 개화시키는 데 아무런 걸림돌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카오스 큐브가 알려준 기사 왕의 승급 퀘스트는 이제는 무너져 가는 약소국이 되어버린 골든 크로 우와 관련이 되어 있었다. 정확히 과거 골든 크로우를 다스렸던 왕들 의 무덤들을 알르드로 이전시켜야만 한다는 내용이었다. 간단히 외교와 관련되어 보이는 퀘스트였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겠는데?”
보통 외교와 관련된 퀘스트는 대륙 내에서의 세력 관계와 사절로 보내 는 영웅의 매력 그리고 대상 국가와 의 친밀도가 퀘스트의 성공 여부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물며 기사왕이 라는 정통성 있는 영웅이 알르드에 소속되어 있었다.
“골든 크로우로 사신을 보낸다. 어 떤 수단을 써서라도 왕들의 무덤을 알르드로 이전시켜야만 한다.”
호의 명령에 따라 알르드에 주둔한 영웅들 중 매력 능력이 SSS등급이 되는 영웅들이 선택되어 골든 크로 우로 향했다.
정령 왕국에서의 전쟁과 수인 왕국 을 무너뜨린 알르드의 국력은 현재 리그너스 대륙 제일. 거기에 양 국 가의 관계도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비록 왕들의 무덤이라는 상징을 이 전시켜야 한다는 게 조금 껄끄럽기 는 하겠지만, 기사왕이 알르드에 있 는 만큼 지금 알르드를 다스리는 인 간들도 자신들의 요구를 어렵지 않 게 받아들일 것이라는 게 호의 생각 이었다. 더욱이 상당한 양의 재화를 그 대가로 지불한다면 말이었다.
그러나 현재 골든 크로우를 다스리 고 있는 인간 영웅은 대노하며 알르 드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조금은 충격적인 반응이었다.
그런 호에게 이레네 아르티아가 말 했다.
“당연한 것입니다, 호 님. 저로 인 해 골든 크로우는 인간들의 수장국 이라는 지위와 정통성 그리고 자신 들의 왕을 쫓아냈다는 불명예를 얻 었습니다. 더욱이 과거 골든 크로우 의 왕들이 잠들어 있는 왕의 무덤까 지 알르드로 이전시키게 된다면 그 들이 형식적으로나마 가지고 있는 골든 크로우라는 정통성은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어떠한 대가를 주더라도 받아들일 수가 없겠네.”
고개를 끄덕이며 호는 자신의 머리 를 긁적였다. 역시나 쉽게 해결되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기사왕의 승급 퀘스트를 달 성하기 위해서는 알르드로 왕의 무 덤을 이전시켜야만 했다. 아니, 다른 방법도 하나 있기는 했다.
“정 안 되면……
잠시 적막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호의 중얼거림을 들은 기사왕의 쓰 게 웃었다.
굳이 뒷말이 아니더라도 그녀는 호 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충분히 짐작 할 수 있었다. 눈앞의 남자는 패왕 이라는 명성을 그냥 얻은 게 아니었 다.
“그래도 다시 한 번 사신을 보내보
겠어. A등급 마장기인 라이온레인과 리스 그리고 원하는 특산품을 원하 는 수량만큼 지원해 준다는 조건을 제시하도록 하지. 아, 그리고 만약 이번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기사왕의 명예를 위해 군사적인 움 직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도 덧 붙이도록.”
어쨌든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시간을 아끼는 방법이었다.
폐관 수련에 들어간 한시진이 다시 나오기 전에 호는 자신의 승급 퀘스 트 역시 끝내버릴 계획이었다. 하지 만 기사왕의 승급 퀘스트를 완료하 고 난 이후에야 시작할 생각이었다.
어쨌든 이번 일이 빠르게 해결되면 해결될수록 ‘리그너스-온리 원’으로 향하는 승급 퀘스트도 빠르게 시작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골든 크로우 는 호의 두 번째 제안을 또 다시 거절했다. 심지어 이번에 골든 크로 우를 방문했던 영웅은 분노한 인간 영웅의 손에 죽음의 위기까지 겪기 도 했다.
“진짜 한 판 붙자는 건가? 이 자 식들 겁대가리를 상실했네. 아니면 그만큼 왕묘가 소중하다는 건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호의 귀에 천족의 군대 가 골든 크로우에 주둔을 시작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와……. 대체 그 자식들 무슨 생 각을 하고 있는 거지?”
다수의 천족 마장기와 함께 천족들 의 수장인 라이프린이 골든 크로우 의 왕성에서 목격되었다는 첩보에 호는 혀를 내둘렀다.
과거의 전쟁을 떠올리더라도 인간 과 천족 그것도 가장 앞서서 천족들 과 전쟁을 치렀었던 골든 크로우가 천족과 손을 잡았다는 사실은 쉽게 믿기가 힘든 내용이었다.
아무리 영원한 아군과 적이 없다 해도 말이었다.
첩보의 내용이 얼마나 충격적이었 는지 이레네 아르티아 또한 눈을 크 게 치뜬 채로 얼굴이 굳어 있었다.
“이거 곤란하게 됐는데? 골든 크로 우와의 전쟁이 벌어지면 반드시 천 족들 또한 참전하게 될 거야.”
그들의 전력이 두렵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알르드는 벌인 일들이 제법 많았다.
수인 왕국을 점령하면서 그랜드 라 인과 인접한 해상 영지들의 방어 체 제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었고, 로우덴이 포함된 팀 심시 티는 정령 왕국에서 신록의 강철과 축복받은 정령 가루를 생산하기 위 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현재 3, 4군단이 넓게 펼쳐져 방어 선을 구축하고 있는 천족들과의 경 계도 아직 우주 방어체제가 갖춰지 지 못한 상황이었다. 전쟁이 벌어지 면 승리는 거둘 수 있겠지만, 귀찮 은 사건사고들이 제법 많이 터질 것 같았다.
‘어떻게 할까?’
마음 같아서는 자신의 제안을 무시 한 골든 크로우에게 본때를 보여주 고 싶었다. 그러나 감정만으로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레네 아르티아를 EX등급으로 승 급시키는 것이 호의 최우선 목표이 기는 했다. 하지만 당장 힘들다면 굳이 그에 목숨을 걸 필요는 없어보 였다. 그리고 기사왕도 호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선황 폐하들을 모셨던 묘를 알르 드로 이전시키는 것이 골든 크로우 를 등지며 실추되었던 저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또한 알르드에 골든 크로 우의 정통성을 이어나가고 싶었습니 다. 하지만 이런 일로 인해 많은 이 들의 피를 흘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 합니다.”
“흐음.”
그녀의 말에는 많은 생각들이 담겨 져 있었다.
그리고 호는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 아의 승급과 관련된 퀘스트를 훗날 로 미루기로 했다. 천족에는 여신 라헬이 있는 만큼 조금 더 철저하게 준비를 꾀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이레네 아르티아의 승급이 아니더라도 호가 할 일은 산더미 같 이 쌓여 있었다. 그 중 가장 최우선 순위는 EX등급의 클래스를 손에 넣 는 일이었다.
‘리그너스-온리 원’이 되기 위한 퀘스트의 조건에는 천 만이 넘는 다 수의 적을 상대로 몇 번이나 승리를 거둬야만 하는 내용이 있었다.
더욱이 본인이 지휘해야 하는 병사 는 일 만이 넘어가면 안 됐다. 정말 통솔 계통의 끝판 왕이나 다름없는 클래스의 전직 조건이었다.
어떻게 보면 정말 말이 되지 않는 퀘스트이기도 했다. 심지어 마장기 를 동원해도 안됐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적들은 확연하게 약점이 있는 약 한 놈들로 그리고 우리는 에이스들 만 준비하면 되는 거지.”
약한 적들이 다수로 몰려나와 학살 에 가까운 화끈한 전투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그런 던전이 필요했다. 그 리고 호는 ‘관우는 내 여자’의 공략 본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조건에 부 합하는 던전을 몇 개 찾아낼 수 있 었다.
“이 중에서도 자크의 동굴이 딱이 야.”
자크의 동굴은 위험 난이도 日등급
의 던전으로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슬라임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던전이었다. 보스급 몬스터도 자크 라는 녹색 슬라임 하나뿐이었다.
“슬라임들은 불에 약하지. 그리고 알르드에는 화염 마법의 대가인 브 뤼헤아 비쉬들이 다수 있다는 말 쓰 ”
그것도 자신의 버프로 강화된 브뤼 헤아 비쉬들이라면 슬라임 따위는 수 천만 아니 억 단위가 달려들어도 녹여버릴 수 있었다.
위치도 좋았다. 알르드의 영토는 아니었지만, 자크의 동굴은 알르드 와 인접한 국가인 엘프 왕국에 존재하고 있었다. 엘프들과의 사이도 나 쁘지 않은 만큼 던전의 공략 허락을 받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 았다.
“혹시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지?”
엘프 왕국으로 사신을 보내며 호는 나름 진지하게 읊조렸다. 골든 크로 우와의 일도 그리 어렵지 않게 해결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멀리 돌아 가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엘프들의 여왕인 엘 유스타 시아와 엘프들은 호가 자크의 동굴 을 공략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 이만 이상의 병력이 국경을
넘지는 못하도록 했다. 그 이상의 숫자는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기 충분 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퀘스트의 내용을 만족시키 려면 지휘하는 병력이 만이 넘어가 면 안됐다. 마장기 또한 동원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통솔과 지력이 높은 영웅들이 필 요하겠네. 덤으로 무력 수치도 높으 면 더 좋겠고.”
이번 원정에는 만능형에 가까운 영 웅이 필요했다. 어차피 슬라임과 화 염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브뤼헤아 비쉬는 극상성이나 다름없는 관계였 다.
게다가 D등급과 SSS등급이라는 차 이도 있었다. 굳이 능력이 빼어나게 뛰어난 영웅이 아니더라도 공략에 큰 지장은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다수의 영웅들을 승급으로 성장시키면서 뛰어난 능력을 지닌 영웅들이 많이 탄생했다. 통솔, 무 력, 지능이 각각 S등급 이상이 되는 만능형 영웅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 았기 때문이었다.
“팔쿤과 니나 다니엘레 그리고 브 로리를 제외하면 에이스라 부를 수 있는 영웅이 없어 보이는데 괜찮으 시겠습니까?”
이번 던전 공략에 참여하는 영웅들 을 확인한 이레네 아르티아가 고개 를 갸웃했다. 셋 다 뛰어난 실력을 지닌 영웅은 분명했지만, 강력한 병 기인 마장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호는 아무런 걱정이 없는 얼굴이었 다.
“어차피 슬라임들은 브뤼헤아 비쉬 의 화염 마법에 쥐약인 녀석들이야. 그리고 브로리가 있잖아?”
“……뭐 그렇긴 하겠네요.”
호의 대답에 이레네 아르티아는 자 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투신이라 불리는 브로리의 무력이 라면 던전에 등장하는 슬라임 따위 는 콧김만으로도 모조리 날려버릴 것 같았다.
던전의 보스급 몬스터인 자크? 그 녀의 딱밤 한 대에 젤리로 변해 버 릴 게 틀림없었다.
“마장기를 동원할 수 없다고? 그렇 다면 육박전을 벌여야 하는 거야? 손맛은 제대로 느낄 수 있겠는데?”
“오랜만에 성검 그람을 휘둘러 볼 수 있겠네요.”
호의 승급 퀘스트를 위해 함께 원 정에 동원되는 브로리와 니나 다니엘레는 다수를 상대로 하는 슬라임 과의 전투를 제법 기대하는 모습이 었다. 말은 없었지만, 팔쿤 또한 원 정을 떠나면서 틈이 날 때 마다 자 신의 무기를 손질하는 모습이었다.
띵동.
-D등급 던전 자크의 동굴에 진입 했습니다.
그렇게 병력이 편성되고 보름 정도 의 이동 끝에 호가 지휘하는 브뤼헤 아 부대와 세 영웅이 자크의 동굴 공략을 시작했다.
EX등급의 클래스 ‘리그너스-온리 원’으로 향하는 첫 발걸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