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너스 대륙전기 462
‘대륙 정복으로 시간을 버릴 수는 없어. 한시라도 빨리 마장기의 연구 에 필요한 특산품을 생산해야 돼.’ 일루미나스들을 통해 알게 된 알리 우스라는 괴물.
이름하야 이 대륙에서 창조신이라 불리는 녀석을 상대하려면 지금 알 르드의 전력으로는 택도 없을 거라 는 게 호의 생각이었다.
수만 년 전부터 이 행성의 힘을
흡수하려는 괴물 중의 괴물이 아닌 가?
최소한 S등급의 마장기. 그리고 E X등급으로 구성된 영웅 다수가 있 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 준비를 위해 정령 왕국 의 고대신 카리운과 파신 비드로라 는 녀석을 처치해야만 했다.
“그러면 저희들은 바로 썩은 땅의 구멍으로 향하겠습니다.”
“아……. 정령들의 여왕인 제가 함 께해야 하는데……
아르넨 리네가 호를 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어쩔 방도가 없었다. 지금 왕국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이들은 알르드가 유일한 상 황이었다.
“고대신과의 전투에서 입은 부상이 아직 낫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 다. 정령 여왕께서는 유드라실에서 휴식을 취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래 야 정령들이 안심을 하고 도시를 발 전시켜 나갈 테니까요.”
“……알르드의 패왕이 주시는 배려 에 감사드립니다.”
고개를 숙이는 그런 정령 여왕을 향해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르넨 리네와의 대담을 마친 호는
곧바로 썩은 땅의 구멍으로 향했다. 현재 썩은 땅의 구멍을 공략 중인 브로리는 던전의 초입에서 발이 묶 여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초입에서 고대신 의 피조물들과 파신의 분신들을 상 대하며 괴물들이 다른 곳으로 퍼지 는 것을 막고 있었다.
“등급 하나의 차이가 엄청나네요. 그 꼬맹이 혼자서 파신의 분신을 감 당해내고 있다니.”
브로리가 보내온 전령에게서 전황 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시진이 뚱한 얼굴로 말했다.
“수왕 아쉬토도 있잖아.”
“그 녀석은 SSS등급이잖아요. 파신 의 분신이 한둘을 감당하는 게 전부 일걸요? 하지만 브로리는……
“뭐, EX 라는 게 특별하기는 하 지.”
수많은 리그너스 대륙의 영웅들 중 에서도 황금색 재능이라는 게 필요 한 존재들이었다.
“나도 빨리 EX등급의 힘을 손에 넣고 싶어요.”
한시진의 말에 호는 자신의 볼을 긁적였다. 현재 그녀의 클래스는 SS 등급의 검제. 아직 SSS등급의 검신도 전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브로 리와는 무려 두 단계의 차이가 나고 있었다.
아무리 그녀가 무력에 능력을 보정 받는 유니크 클래스라 하더라도 그 차이는 현저하게 컸다.
그리고 이는 호의 불찰도 있었다. 계속된 사건들로 인해 한시진의 승 급 퀘스트를 신경 쓰지 못했고, 결 국 성장이 정체된 것이다.
호는 한시진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아직까지도 검신으로 전직하려면 아 직 몇 개의 퀘스트를 더 진행해야만 했다.
“이번 전투가 마무리되면 너와 나 의 승급 퀘스트 진행을 우선순위로 두자.”
“그랬으면 좋겠는데, 또 일이 터지 지는 않겠죠?”
“?????? 설마.”
불안한 표정을 짓는 한시진의 모습 에 호는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온 몸에 혈관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끔찍한 괴물이 자신의 입을 쩌억 벌리며 달려들었다. 그리고 호는 괴물 의 입 안으로 마력 폭탄을 집어넣었 다.
콰아앙!
요란한 폭발과 함께 사방에서 살점 이 비처럼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블라디운트가 아무리 강한 괴물이라 해도 몸 안에서 터지는 마력 폭탄의 파괴력은 감당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자신의 앞에 나타난 괴물을 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호는 쉴 틈 이 없었다. 사방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하아아아압!”
일자로 그어지는 마력의 칼날. 그 리고 사신의 낫에 걸린 고대신의 피 조물들이 괴상한 소리를 내뿜으며 연기로 변해 사라졌다. 한시진의 공 격이었다.
“조금만 더 힘내라! 적들의 수가 얼마 남지 않았다!”
레이더의 붉은색 점을 확인하며 호 가 외쳤다.
호가 브로리와 합류하자마자 수백 여 마리가 넘는 괴물들이 아군을 향 해 들이닥쳤다. 지원군이 합류한 타 이밍의 방심을 노린 것 같은 공격이 었다.
만약 지원군이 별 볼일 없는 수준 이었다면, 큰 위기를 겪었을 법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브로리와 합류한 군대는 윤 호가 이끄는 알르드의 본대. 알르드 의 엘리트 오너들이 다수 합류해 있 었고, 마장기 편대 또한 이십 개 편 대가 넘었다. 그리고…….
띵동.
-로우덴 셰필드가 ‘군신의 진격’을 발동했습니다. 1시간 동안 그가 지 휘하는 부대의 공격력, 방어력이 10 00% 상승합니다.
G랭크 스킬인 군신의 진격.
이에 영향을 받는 SSS랭크의 병사 들은 한 개 부대만으로도 마장기를 감당할 수 있었다. 블라디운트는 무 리더라도 고대신의 피조물 정도는 충분히 맞상대를 할 수 있는 것이 다.
거기에 윤호의 버프까지 적용이 되 면서 전투는 빠르게 알르드 쪽으로 기울어졌다.
“이런 피해라면 고대신과 파신도 타격이 제법 클 겁니다, 멍멍.”
“그렇겠지.”
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번 습 격에서 죽어나자빠진 블라디운트의 숫자만 해도 팔십이 넣었다. 얼 추 백 마리에 가까워 보였다.
‘사파리에서 비야르키나의 킬리만 자로들과 싸웠을 때 만났던 숫자가 이 정도였지.’
모르긴 해도 고대신과 파신은 이번 전투에서 자신들이 지닌 전력의 대 부분을 소모한 게 틀림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굳이 시간을 오래 끌 필요 가 없었다.
띵동.
[Warning! 리그너스 대륙을 타락 으로 소멸시키려는 고대신을 쓰러뜨 려야 합니다.
썩은 땅의 구멍에 봉인되었던 고대 신 카리운은 대륙을 지키는 영웅들 과의 계속된 전투에서 본인의 부활 에 필요한 힘의 많은 것을 소모했습 니다.
또한 고대신과 손을 잡았던 루베릭 대륙의 파신 비드로도 자신의 분신 들을 소모한 채 썩은 땅의 구멍 한 곳에서 힘을 회복시키고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기회입니다. 리그너스 대륙의 용맹한 영웅들과 함께 고대신과 파신을 쓰러뜨리고 그들의 계 획을 저지해야만 합니다. 보상으로 카오스 큐브 스무 개가 주어집니다.
행운을 빕니다. Galaxy.]
‘고대신 퀘스트. 일루미나티 녀석 인가 보네.’ 우주의 관찰자답게 어디선가에서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모양 이었다.
“알바트로스를 준비해라. 여기서 고대신과 파신 녀석을 쓰러뜨린다!”
거대한 덩치만큼이나 마정석을 괴 물처럼 잡아먹는 녀석이었기에, 호는 고대신과의 직접적인 전투 전에 는 알바트로스가 아닌 라이온레인 - 플레임에 탑승하고 있었다. 그러 나 지금부터는 알바트로스의 진정한 힘이 필요한 차례였다.
키에에에엑!
거침없이 던전의 안으로 진입하는 일행들을 향해 괴물 무리들이 달려 들었다.
하지만 그 숫자는 많지 않았고, 호 가 나서기도 전에 마장기 편대의 선 에서 정리가 되었다.
“녀석들도 자신들의 힘을 모두 소 모한 게 틀림없어요, 오빠.”
“그런 것 같아. 하지만 방심은 금 말..”
우우우우웅!
그때, 던전의 안쪽에서 심상치 않 은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호와 한시진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앞에 강력한 적이 있는 게 틀림없었 다. 고대신 카리운이던가 파신 비드 로던가 아니면 그 둘이 함께 있던가 말이다.
그리고 일행들의 앞에 나타난 것은 커다란 눈동자 괴물이었다. 그것도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촉수를 지니고 있는 녀석이었다.
짙은 회색의 촉수들은 괴상한 움직 임으로 호를 비롯한 영웅들의 시선 을 어지럽혔다.
그 모습을 보면서 호는 판타지 게 임에서 나타나는 비홀더라는 이름의 괴물을 떠올렸다.
“끔찍하게도 생겼네. 둘 중 어느 녀석이지?”
“고대신 카리운. 이 땅에 봉인되었 던 녀석이다.”
대륙을 타락시키려는 끔찍하고도 강력한 괴물들. 기사왕이 빠르게 대 답했다.
“정말로 봉인된 거 맞아? 이제껏
만났던 녀석들은 죄다 자유자재로 움직이던데?”
“……그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 겠군.”
“그나저나 무지하게 강해 보이네 요, 음머어.”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알르드의 영 웅들을 고대신을 공격할 준비를 빠 르게 갖춰나갔다. 그리고 곧 있어 전투가 시작되었다.
죽어라, 버러지들아!
“산개!”
위협적으로 솟구친 카리운의 촉수 가 아군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호의 명령에 따라 전투를 시작 한 에이스급 오너들이 사방으로 흩 어 졌다.
쿠우웅! 쿵! 쿠쿵! 쿵!
셀 수도 없는 촉수가 쉴 새 없이 몰아쳤다. 촉수가 부딪친 지면이 움 푹 파이는 것을 보면 위력 또한 장 난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물렁해! 피하면서 잘라 버려!”
자신의 향해 떨어지는 촉수를 아슬 아슬하게 피하면서 낫으로 잘라버린 한시진이 외쳤다. 그러자 다른 마장 기사들도 자신들의 무기를 꺼내 촉수들을 하나씩 자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촉수를 자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않았다.
적어도 마장기의 무기에 마력을 담 을 수 있는 실력자들만이 촉수를 내 어낼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촉수 공 격에 당한 마장기가 박살이 나는 사 고도 벌어졌다.
그렇게 마장기사들이 촉수와 씨름 을 하고 있을 무렵, 두 기의 마장기 는 자신을 공격하는 촉수들을 모조 리 뜯어버린 채 카리운의 본체를 공 격하고 있었다.
“이 몸의 힘을 보여주마!”
띵동!
-브로리 발란스가 ‘투기 발산’을 사용했습니다. 그녀의 무력이 두 배 상승하며 강력하게 응축된 마력의 투기를 다루게 됩니다.
코우랄라의 주먹이 붉게 물들기 시 작했다. 투신만이 사용할 수 있는 G랭크 스킬인 투기 발산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펙트 였다.
콰아아앙
브로리의 주먹이 카리운을 후려쳤
다.
카리운의 거체가 비틀거릴 정도로 강렬한 공격이었다. 강력한 투기의 폭풍에 주위에 있던 마장기들이 균 형을 잃을 정도였다.
그녀의 공격은 이게 끝이 아니었 다. 그녀는 빠르게 끌어올린 투기를 이용해 다시 한 번 주먹을 아래에서 위로 휘둘렀다. 강력한 어퍼컷.
“ 오호?”
좋은 타격감. 조종간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손맛에 브로리는 혀로 입술 을 훑었다. 대륙을 타락으로 물들이려는 고대신? 자신은 투신 브로리였 다.
-버러지가 감히 이 몸에게 상처 를!
브로리에게 얻어맞은 것에 화가 났 는지 카리운의 분노에 찬 음성이 사 방을 흔들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촉 수들을 모아 브로리의 코우랄라를 공격했다.
하지만 이 전장에는 브로리 만큼이 나 고대신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마장기가 한 기 더 있었다.
히히히히힝!
뒤로 물러난 알바트로스가 붉은 마
나를 흩날리며 고대신 카리운을 향 해 달려들었다. 파멸의 돌격. 일루미 나스의 도움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S등급의 마장기 알바트로스의 기술 이었다.
콰아아앙!
크아아아아악!
알바트로스의 창이 카리운을 꿰뚫 었다.
그러나 파이가론의 숨통을 끊어버 린 파멸의 돌격에도 불구하고 카리 운은 자신의 눈, 아니 몸통에 커다 란 상처만이 났을 뿐. 겉으로 보기 에는 멀쩡한 모습이었다.
‘그 때는 파이가론이 다 죽어가던 상황이라 마무리가 되었나 보네.’
그러나 파멸의 돌격에 얻어맞고 날 뛰기 시작하는 카리운의 모습을 보 면 타격이 제법 컸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촉수들의 움직임에 익숙해 진 다른 마장기사들도 고대신을 향 해 공격을 시작했다.
콰아앙! 콰쾅!
근접전이 가능한 에이스급 오너들 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무기 를 휘둘렀고, 그렇지 못한 마장기사 들은 멀리서 마력 폭탄을 이용해 고 대신에게 피해를 주었다.
-으아아아!!!!
그렇게 공격을 허용하던 카리운이 소름끼치는 비명과 함께 자신의 촉 수들을 꽈배기처럼 꼬아 땅에 틀어 박았다. 그리고 마장기들이 있던 자 리를 향해 지면 아래에서 촉수들이 튀어나왔다.
콰지지직!
날카로운 송곳으로 튀어나온 촉수 공격에 미처 반응하지 못한 라이온 레인 한 기가 그대로 꿰뚫렸다.
촉수가 조종석을 그대로 통과한 것 을 보면 보나마나 마장기사는 즉사 로 보였다.
동시에 공격을 당했던 또 다른 마 장기는 오른팔과 다리가 그대로 날 아갔다. 다행히도 마장기사는 무사 했다.
“땅 아래에서 나온다! 모두 회피 기동!!!”
카리운을 공격하고 있는 호를 대신 해 상황을 파악한 한시진이 빠르게 마장기사들에게 통신을 보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동안 무려 네 기의 마장기가 전투 불능이 되었다.
전에 만났던 파이가론처럼 카리운 이라는 녀석도 만만하게 볼 수 없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