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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461화 (461/522)

리그너스 대륙전기 461화

“썩은 땅의 구멍? 정령들과는 어울 리지 않는 지명이네.”

“고대신이 봉인된 것으로 알려진 장소니까. 쿠워엉. 이름에는 경고의 의미도 있는 거다. 그 누구도 접근 하지 말라는 거지.”

유드라실에 도착한 브로리와 아쉬 토는 정령 여왕 아르넨 리네를 통해 봉인된 고대신이 있는 장소를 알아 낼 수 있었다.

“정령들의 위기를 도우려는 알르드 의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알르드 군 단독으로 썩은 땅 의 구멍을 공략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됩니다.”

고대신과의 싸움에서 입은 부상 때 문인지 정령 여왕의 안색은 눈에 확 연하게 띌 정도로 창백했다.

충만했던 정령력도 희미하게 느껴 질 뿐이었다. 그만큼 큰 싸움이었던 모양이었다.

“그곳에는 고대신의 피조물들을 비 롯해 파신의 분신들이 다수 있습니 다. 하물며 고대신 카리운과 4 파신 비드로는 우리 칠제도 상대하기 버 거울 정도로 강한 힘을 지니고 있 죠. 그들을 상대하려면 시간을 들여 단단히 준비를 갖춰야만 합니다.”

“정령 여왕. 그러기에는 시간이 없 을 텐데? 쿠웡. 지금도 블라디운트 들이 정령들의 땅을 엉망으로 만들 고 있는 건 알고 있나? 오히려 시 간을 지체하면 정령 왕국의 도시가 먼저 무너질 거다. 지금도 식량 부 족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아는 데?”

“……곧 대륙 연합군이 지원을 올 겁니다.”

“어느 세월에? 마족과 엘프야 정령

왕국과 인접해 있으니 심각하게 받 아들인다 치더라도 천족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고, 드워프들의 주력이 도착하려면 한 달 이상의 시 간이 필요할 거다. 인간들? 쿠워엉. 걔네들은 있으나 마나한 놈들이야.”

“그전에 왕국이 죽음으로 땅으로 변할 걸?”

냉정한 수왕의 말에 아르넨 리네는 입을 다물었다. 왕국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알고 있는 사실 이었다. 그러나 대응할 방법이 없었 다. 왕국의 주력 마장기기사들은 전 에 있었던 고대신과의 싸움에서 큰 피해를 입었고, 병력 또한 다수가 소모되었다. 블라디운트들을 막을 방도가 없는 것이다.

다른 왕국들의 지원이 있으면 모를 까, 정령 왕국 자체적인 역량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했다.

“뭐, 우리도 무턱대고 고대신과 부 딪치려는 것은 아니야. 단순히 시간 을 벌려는 거지. 쿠웡. 왕국의 기능 을 회복하려면 가장 먼저 블라디운 트들이 날뛰지 못하게 해야 해.”

“……그렇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네요. 최상급 정령인 나르 코와 상급 마장기 편대를 지원하도 록 하겠습니다.”

“음!”

아르넨 리네의 말에 아쉬토는 머리 를 주억였다. 알르드의 주력에 비하 면 부족한 감이 있겠지만, 굳이 거 절할 필요는 없었다. 블라디운트 한 마리라도 붙잡고 늘어질 수 있다면 되었다.

유드라실에서 긴 행군에 지친 피로 를 회복한 브로리와 아쉬토는 곧바 로 썩은 땅의 구멍으로 향했다.

출진하려고 했던 날짜보다 이틀 남 짓 빠르게 움직여야 했는데, 그만큼 정령 왕국의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행군은 수월하게 진행됐다. 유드라 실에서 출발해 썩은 땅의 구멍이 있 는 지역에 도착할 때까지 블라디운 트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이번 원정에 함께하게 된 정령 병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 웠지만, 총사령관인 브로리는 기분 이 좋지 않았다.

소규모의 블라디운트 무리들을 때 려잡고 적들의 전력을 소모시키려는 계획이 헛것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으음. 썩은 땅의 구멍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쿠웡?”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뭐, 그 렇다 하더라도 한 판은 붙을 생각이 지만. 충분히 붙어볼 만해.”

브로리의 말에 아쉬토가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왠지 큰 규모의 전 투가 벌어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었다.

캬아아아악!

“적이다! 모두 전투 준비!!!”

아니나 다를까, 고대신 카리운이 봉인되어 있다는 썩은 땅의 구멍에 도착하자마자 카리운의 피조물과 블 라디운트들이 아군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다수가 갑자기 모습을 드 러내는 것을 보면, 분명 아군을 기 다리고 있던 게 틀림없었다.

“고대신과 파신은 나타났나?!”

코우랄라를 기동한 브로리가 주위 를 향해 외치듯 물었다.

그 둘은 투신인 자신이 아니면 상 대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아군을 습격한 것은 괴상한 형태를 고대신 의 피조물과 블라디운트들 뿐이었 다.

“모조리 죽여 버려!”

상대의 전력을 파악한 브로리가 바 람과도 같은 속도로 쇄도했다.

그리고는 아군의 마장기를 향해 무 기를 휘두르는 블라디운트를 앞에 두고 자신의 주먹을 불끈 쥐었다.

투확!!!

공기가 터지는 묵직한 소리와 동시 에 코우랄라의 강철 주먹이 그대로 블라디운트의 복부를 꿰뚫었다.

블라디운트의 몸체는 일반 병사들 의 무기로는 흠집도 잘 나지 않을 정도의 단단함을 자랑했지만, 투신 브로리의 공격에는 조금도 버티지 못했다.

퍼억! 퍼억! 콰아앙!

양 떼 속에 뛰어든 늑대처럼, 블라

디운트와 고대신의 피조물 사이로 달려간 코우랄라가 빠르고 묵직한 공격으로 적들의 뼈를 박살내기 시 작했다.

캬오오오!

캬아악!

심상치 않은 존재감을 자랑하는 마 장기의 등장에 괴물들이 코우랄라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덤벼! 덤비라고!”

그와 비례하여 브로리가 휘두르는 주먹세례도 더욱 가속도가 붙기 시 작했다.

그러던 찰나, 뒤에서 자신을 향해

무기를 휘두르는 괴물의 공격에 몸 을 숙여서 가볍게 피한 브로리가 곧 바로 조종간의 버튼을 눌렀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코우랄라의 손에 손등에서 튕겨져 나온 워 해머가 잡 혔고, 브로리는 곧바로 몸을 돌려 해머를 휘둘렀다.

콰직!

회심의 표정을 짓고 있던 블라디운 트의 얼굴이 그대로 박살이 나며 쓰 러졌다. 전과 같은 무위였다면 분명 히 허용했었을 공격.

그러나 투신으로 승급을 한 이후 브로리의 사고와 반사 신경은 전과 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져 있었다.

A등급 마장기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파신의 분신들도 그녀에게 있 어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저게 무슨……

“아, 알르드에는 저런 괴물들만 있 는 건가?”

압도적인 브로리의 무위에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다른 종족의 영웅들 이 탄식처럼 중얼거렸다. 그만큼 브 로리의 전투 능력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녀의 주먹과 해머가 휘둘러질 때 마다 자신들을 목숨을 위협하던 창조신의 피조물과 파신의 분신이 곤 죽이 되어가고 있었다.

“쿠워어어어엉!!!”

콰캉! 쾅!!!

수왕 아쉬토와 알르드의 마장기 편 대도 적들을 상대로 용감하게 싸웠 다.

합해서 스무 마리가 넘는 블라디운 트들과 그의 몇 배는 되는 파신의 피조물들이 나타났지만 알르드 군은 조금의 물러섬도 없이 상대를 격퇴 하고 있었다.

삼십분 남짓한 전투에서 알르드 군 은 라이온레인 한 기 완파와 두 기반파라는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목 숨을 잃은 영웅들은 없었고, 사망한 병사들의 숫자는 육백 여명 정도였 다. 공격을 해 온 괴물들의 숫자를 감안하면 거의 없으나마나한 피해였 다.

“후우. 이제야 몸이 슬슬 풀리던 참이었는데.”

“……나도 그러던 참이었다.

코우랄라의 해치를 열고 나온 브로 리의 말을 들으며 아쉬토는 욱신거 리는 온몸의 고통을 삼은 채 그렇게 말했다. 그러고는 그녀가 싸웠던 전 장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닿는 장소에는 핏빛의 괴물들이 곤죽으로 변해 있었다.

한 마리를 상대로도 치열한 전투를 벌여야 했던 자신과는 달리 눈앞의 소녀는 파신의 분신인 블라디운트를 어린아이 가지고 놀 듯 상대하는 모 습을 보였다.

“대체 어떻게 해서 그렇게 강해진 거지? 예전에 나와 맞붙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야.”

아쉬토가 물었다.

“에헴. 이게 다 짐승신의 축복 덕 분이지.”

“짐승신의 축복? 그게 무슨 소리

지?”

영웅의 한계를 뛰어넘게 해주는 신 의 축복. 그에 대해서는 아쉬토도 들은 바가 있었다. 하지만 짐승신의 축복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준 비가 되어 있는 영웅에게만 찾아오 는 것. 괜히 신의 축복이라는 말이 붙은 게 아니었다.

“황금색 재능을 지닌 자격 있는 자 만이 보일 수 있는 능력이지. 자세 한 것은 윤호에게 물어 봐. 나도 정 확히는 잘 모르니까. 뭐, 오랜 기다 림이 필요할 거다. 이 몸은 엄청난 시간을 인내했었지.”

“……뭐라고?”

자기 할 말만 한 채 어깨를 으쓱 이고는 몸을 돌리는 브로리의 모습 에 아쉬토는 얼굴을 찌푸렸다.

어쨌든 방금 전의 전투에서 목격할 수 있었던 압도적인 무위라면 고대 신이나 파신을 상대로도 충분히 붙 잡고 늘어질 수는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아쉬토는 브로리가 단독으 로 그들과 싸워서 이기리라는 생각 은 들지 않았다.

괜히 신이라 불리는 괴물들이 아니 었다.

그렇게 첫 번째 전투를 시작으로 썩은 땅의 구멍에서 튀어나온 괴물들은 계속해서 던전의 내부로 진입 하는 알르드 군을 습격했다.

그럴 때 마다 브로리와 아쉬토 그 리고 알르드 군에 합류한 정령 왕국 의 병사들은 용감하게 적들을 물리 쳤고, 던전 내에서 치열한 전투가 계속해서 벌어질수록 정령 왕국의 도시들도 제 기능을 회복할 수 있었 다.

그 여파로 정령 왕국의 식량 사정 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식량을 실은 엘프 왕국의 수송대와 함께 호가 이끄는 알르드의 본대가 정령 왕국에 발을 디뎠다.

“여기도 오랜만이네.”

호의 정령 왕국 방문은 이번이 처 음은 아니었다.

장난의 평원에 위치한 S등급 던전 인 오장원. 수 년 전, 정령들과 특 산품 콜치트리캄을 거래하면서 그곳 을 공략하기 위해 통행 허가를 받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보이는 도시의 모습은 그때의 기억과는 판이하게 달라져 있었다. 그것도 안 좋은 방 향으로 말이다.

고대신과 파신이 난동을 부리기 시 작하면서 왕국의 엉망이 되어버린 까닭이었다. 인간을 기준으로 소식 수준의 식량만을 소모하는 정령들이 다수가 굶주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령 왕국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 을 설명할 수 있었다.

“빨리 지원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 기는 했지만 멍멍, 이 정도일 줄은 몰랐군요.”

“이것도 그나마 나아진 것이라는 데?”

시진의 말에 호는 고개를 주억였 다. 브로리가 썩은 땅의 구멍 공략을 시작하면서 정령들의 터전을 엉 망으로 만들던 괴물들이 모습을 드 러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정령들의 도시는 조금이나 마 식량의 생산을 시작할 수 있었 다.

“알르드의 도움으로 인해 굶주린 정령들에게 조금이나마 배를 채워줄 수 있었어요. 큰 도움에 정말로 감 사드립니다. 그대들이 원했던 특산 품인 신록의 강철과 축복받은 정령 가루는 생산이 되는 즉시 전량을 알 르드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유드라실에 도착한 호의 일행들에 게 정령 여왕, 아르넨 리네가 고마운 얼굴로 말했다.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더욱 고맙 겠습니다. 다만, 특산품의 빠른 생산 을 위해 저희들이 돕고 싶군요. 더 불어 폐허가 된 영지들도 복구하고 말이죠.”

“자원의 지원이라면…….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먼저 식량의 지원이 시급한 것 같 군요. 일단 군량미를 풀도록 하겠습 니다. 이미 본국에서 수송대가 출발 했을 겁니다.”

“……고맙습니다, 패왕이여.”

대답과 함께 아르넨 리네가 정령의

옥좌에서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윤호가 이끄는 지원군이 도착했다 는 사실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했지 만, 그녀는 아직 고대신과 파신에게 당한 상처가 회복되지 않아 있었다. 적어도 몇 달은 요양해야 되는 큰 부상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나 좋지 않 은데……

호의 말에 정령 여왕이 이를 악 물었다. 윤호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 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 이었다. 그리고는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루베릭 대륙에 대한 우리 대륙의 동맹도 오래가지 못할 것 같군요. 우리 정령들의 위기를 이렇게나 본 체 만 체 하다니……

지금도 드워프들은 병력만 준비하 고 있을 뿐이었고, 천족들은 죽은 듯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 었다. 엘프와 마족들이 지원군과 식 량을 보내기는 했지만, 큰 도움이 될 정도의 대단한 규모는 아니었다.

그런 정령 여왕의 반응을 보며 호 는 정령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 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굳이 적을 늘일 필요도 없는데다가

정령들의 영토에서는 S등급 마장기 의 생산에 필요한 특산품들이 다수 생산되기 때문이었다.

만약 알르드가 직접 이 특산품들을 생산하려면 수많은 영토를 점령해야 만 특산품이 생산되는 도시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엘프와 정령들과 총력전을 벌여야 하는 것은 덤이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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