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너스 대륙전기-459화 (459/522)

리그너스 대륙전기 459화

“어휴, 저걸 힘 좀 빼라고 감옥에 쳐 넣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호는 거칠게 머리를 긁적이면서 발코니를 통해 밖을 바라봤다. 멀 리 보이는 훈련장에서 마장기 끼리 의 대련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러나 대련이라고 보기에는 숫자 가 조금 이상했다.

한 기의 마장기를 상대로 열 기의 마장기가 합공을 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한 기가 열기의 마장기를 찍어 누르고 있었다. EX등급의 힘이었다.

그리고 잠시 그 장면을 보던 호의 입에서 약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브로리의 공격에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두 기의 라이온레인이 박살나 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 다.

수리비만 해도 몇 억 리스는 족히 나올 것 같았다.

“……이거 위험한데.”

그렇게 과하게 자신의 힘을 드러 내는 브로리에 대한 영웅들의 불 만이 조금씩 위험 수위를 넘어서려고 할 무렵이었다. S등급 마장기와 관련한 연구를 하고 있던 로우덴이 심각한 표정으로 호를 찾아왔다.

“멍멍! 호 님. S등급 마장기 연구 와 관련해 구해야할 특산품들이 있 습니다.”

“특산품? 디아린 상단을 통해서 구하면 되지 않나?”

호는 눈을 깜빡였다.

알르드의 국가 상단인 디아린 상단 은 대륙 전체에 대한 영향력은 높지 않았지만 알르드의 경제 규모에 힘 입어 대규모의 거래를 취급하는 대 륙 제일의 상단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당연히 알르드 상단이 구하지 못 할 대륙의 특산품은 거의 없다고 해 도 무방했다.

자연스레 호의 손가락이 정보창으 로 향했다. 신록의 강철, 생명의 잎, 축복받은 정령가루……. 전부 희귀 도가 높은 특산품들이었다.

“멍멍. 그렇긴 합니다만 신록의 강철과 축복받은 정령가루와 같은 경우는 정령 왕국에서만 구할 수 있는 특산품입니다. 멍. 하지만 정령 왕국은 최근……

“꽤나 혼란스러운 상황이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 않 은 종족인 드워프와 엘프 그리고 마족 연합군이 현재 정령 왕국 내에 서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상대는 고대신과 루베릭 대륙의 파 신. 대륙 연합군이라는 깃발 아래에 서 벌어진 전쟁은 상대가 상대인터 라 아직도 현재 진행 중에 있었다.

알르드도 연합군의 깃발에 한 발 걸치고 있긴 했다.

이만이나 되는 병력이 정령 왕국에 주둔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계속되는 전투에 인해 그 숫자가 지금은 만오천 명까지 줄어든 상황이었다.

아무리 SSS랭크의 병사들이라 해 도 별다른 버프 없이 고대신이라는 괴물들을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연구를 계속하려면 정령 왕국을 도와야 합니다, 멍멍. 그리고 그 대가로 신록의 강철과 축복받은 정령가루를 얻어내야 합니다.”

“……혹시 다른 쪽으로 구할 방법 은 없어?”

“멍멍. 디아린을 비롯한 상인들에 게 물어봤는데, 신록의 강철은 엘 프 왕국을 통해서도 구할 수 있기 는 하지만 축복받은 정령가루는 정령 왕국에서만 생산할 수 있다 고 하더군요. 멍.”

그 말에 호는 입은 꾹 다물었다. 하기야 이름만 들어도 정령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이는 특산품 이었다.

아군의 전력을 최대한 보존한 채 가만히 훗날을 대비하려고 했는 데……. 정말 현실은 자신을 너무나 도 돕지 않는 것 같았다. 그 때 로 우덴이 입을 열었다.

“멍멍. 마침 정령 왕국에 보낼 수 있는 영웅이 한 명 있지 않습니 까? 매일 싸움 노래를 부르는 바 보 말입니다.”

“브로리의 강함에 대해서는 비밀 로 하고 싶었는데.”

“그 전에 아군이 먼저 죽어날 겁 니다, 멍멍.”

로우덴의 대답에 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정말 그럴싸한 현실이기 때문이었 다.

실제로 영웅들의 불만도가 하루가 멀다 하고 높아지고 있었다. 지금이 야 여차저차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지만 몇 주, 몇 달만 흘러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재수가 없으면 힘겹게 키운 높은

등급의 영웅들이 알르드를 등지고 떠날지도 몰랐다.

“어쩔 수 없네.”

곧 회의가 소집되었다. 고대신과 창조신 그리고 알리우스라는 존재들 을 상대하기 위해 호는 s등급의 마 장기 연구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어떻게든 정령 왕국을 도와 마장기 연구에 필요한 특산품들을 얻어내야 했다.

“내가 가겠다! 고대신? 이 투신 브로리님께서 모조리 때려잡아 주 겠어!”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정령 왕국에 지원군을 보내야겠 다는 호의 말에 브로리는 당연히 자 신이 가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 또 한 고대신과 파신이라는 괴물을 상 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시스템의 축복을 받아 강력해진 브로리의 성장에 기사왕 또한 뭔가 자극을 받은 모양이었 다.

‘나쁘지 않겠지.’

어차피 기사왕의 승급 퀘스트를 진행하려면 고대신과 파신과 같은 강력한 적과의 전투가 필요하기는 했다. 그리고 호는 눈을 돌려 멍청 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호인 영 웅을 바라보았다.

“너도 함께 한다, 아쉬토.”

“크워웡? 뭐? 나도?”

아쉬토가 두툼한 손가락으로 자 신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래.”

떨떠름한 표정을 하는 그를 향해 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너 시스 템에 영향을 받는 영웅이긴 해도 알르드 내에서 아쉬토의 포지션은 애매모호함 그 자체였다.

오너 시스템의 힘으로 동료가 된

이후, ‘종족의 배신자-골든 크로우’ 퀘스트까지 완벽히 끝내며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기사왕과는 다르게 그는 오너 시스템에 의한 동료로 인 해 알르드에 함께하고 있을 뿐 그 이상의 충성은 바랄 수 없는 영웅이 었다.

[거칠고 잔인한 성격과 어울리지 않게 수왕 아쉬토는 자신의 오랜 친 구이자 부인이었던 아란티아느를 사 랑했습니다. 그러나 비야르키나의 꼬임에 빠진 아란티아느는 루베릭 대륙의 타락한 힘에 노예가 되었고, 결국 사파리 공성전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아란티아느의 사망으로 아쉬토는 자신의 왕국조차 보살피지 못하고 깊은 실의에 빠졌습니다. 그와 동 시에 그는 아란티아느를 타락시킨 루베릭 대륙의 괴물들에게 복수를 하기로 맹세했습니다. 만약 그의 복수를 도울 수 있다면 아쉬토는 당신에게 진정한 충성을 맹세할 겁니다.]

아쉬토가 완벽히 알르드의 영웅으 로 함께하려면 그의 부인이었던 아 란티아느를 빼앗고 수인 왕국을 망 가뜨렸던 루베릭 대륙의 파신들을 물리칠 수 있게 해줘야 했다. 정확 히 말하면 8파신 비야르키나를 포함 한 파신 넷을 물리쳐야 했다. 퀘스 트의 내용이 그랬다.

이런 아쉬토의 퀘스트는 현재 비 야르키나를 물리치면서 사분지 일은 달성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루베릭 대륙의 파신은 아직 도 여덟이나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한 녀석이 정령 왕국에 있었 다.

“아란티아느에 대한 복수. 안 할 생각이야?”

“비드로라는 녀석이 정령 왕국에 있는 걸 모르지는 않겠지. 병력을 지원해 줄게. 한 번 날뛰어 봐.”

아쉬토를 정령 왕국으로 보내려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황금색의 재능을 지니고 있는 영웅이라는 점. 로우덴과 브로리처 럼 EX등급의 영웅은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만큼 창조신을 상대하려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EX등급의 영웅이 필요했다.

“크워엉. 어쩔 수 없지. 알겠다.”

아쉬토가 느리게 끄덕였다. 그 역

시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 다. 그리고 알르드의 강력한 군사 들이 자신을 도와준다면 충분히 루베릭 대륙의 파신을 상대로 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병력이 편성되기 시작했 고, 그에 앞서서 정령 왕국으로 알 르드의 사신이 향했다.

알르드의 주력이 정령 왕국을 돕는 대가로 받아내야 할 것들에 대해 서 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신록의 강철과 축복받은 정령가 루? 알겠습니다. 고대신과 파신을 몰아내는 순간 왕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두 특산품들을 모두 알르드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아국이 원하는 것은 두 특산품에 대한 지속적인 공급입니다.”

“그건 우리가 들어줄 수 없는 요 구입니다. 신록의 강철과 축복받은 정령가루는 굉장히 희귀한 특산품 입니다. 즉, 발전도가 높은 영지에 서만 특산품을 생산할 수 있죠. 하 지만 두 특산품을 생산할 수 있는 도시는 파신과의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상황입니다. 우리가 제 공을 하려고 해도 특산품을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죠.”

“그에 대해서는 저희측이 돕도록 하겠습니다. 고대신과 파신을 몰아내고 영지 발전에 필요한 인력과 자원을 제공하겠습니다. 다만, 앞으 로 생산되는 특산품의 70%를 아국 이 가져갔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우리 왕국을 어 지럽히는 괴물들을 몰아낼 수만 있 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죠.”

정령 여왕 아르넨 리네는 유드라 실을 찾아온 알르드의 사신 디아린 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렇게 브로리와 기사왕 그리고 수왕 아쉬토가 포함 된 군대가 엘프 왕국의 국경을 넘어 정령 왕국으로 향했다.

“이대로 추격하겠습니까? 아무래 도 함정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땅에서 검붉은 혈흔을 찾아낸 마 족 영웅이 그렇게 말했다.

블라디운트 한 마리가 마을을 습 격했다는 소식에 근처에 성에서 나 선 군인들이었다.

곧바로 군대가 움직였지만 파신의 분신들에게 공격을 받은 정령 마을 은 눈 깜짝 할 사이에 폐허가 되었다. 사망한 정령 중에서 사지가 멀 쩡한 이들이 없을 정도였다.

분노한 영웅들과 연합군으로 이 루어진 병사들은 블라디운트들을 추격했다. 그러나 이제까지 그들이 남긴 흔적만을 발견했을 뿐, 블라 디운트의 모습은 코빼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흔적들 이 너무 인위적이에요. 느낌이 좋 지 않아요. 지금은 일단 물러나고 나중을 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요.”

“……그래야겠네요.”

마족과 엘프 영웅의 말에 정령 영웅이 날개를 파닥이며 고개를 숙 였다.

블라디운트의 손에 죽은 친구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오른 탓이었다. 그렇게 후퇴 명령이 떨어졌고, 세 영웅과 병사들이 자신들이 나섰던 성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였다.

쿠웅하는 육중한 땅울림과 함께, 주위에서 새 떼들이 날아오르고 시작했다.

“어?!”

“적이다!”

엘프 병사들이 곧바로 나무 위로

올라가 화살에 시위를 매기기 시 작했다. 그리고 중무장을 한 오크 들이 앞으로 나서며 방패를 들어 올 렸다.

픽시들도 상태 이상 마법을 시전하 며 주위를 관찰했다. 그리고 공격이 블라디운트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둘?! 셋!”

“정령 통신부터 연결해서 마장기 사들의 지원을 요청해요! 이 정도 의 숫자는 우리들의 전력으로 상 대할 수 없어요!”

엘프 영웅의 말에 정령 영웅이 날개를 파닥이며 통신구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그것을 본 블라디운 트들이 육중한 체구를 이용해 안 으로 뛰어들더니 정령 영웅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아앗! 통신구가?!”

통신구만을 노린 굉장히 지능적인 공격이었다.

비록 병사들의 공격에 무기가 몸 여기저기에 박히기는 했지만, 일반 병사들의 공격으로는 블라디운트를 쓰러뜨리기가 힘이 들었다.

“마장기사들의 지원이 없으며 저들 을 당해낼 수 없어요! 당장 후퇴해 야 해요!”

엘프 영웅이 쉴 새 없이 화살을 날리며 말했다.

하지만 세 마리의 블라디운트들은 그들이 몸을 뺄 상황을 만들어 주지 않았다.

블라디운트가 휘두르는 손길에 엘 프 병사들이 올라가 있던 나무들이 속속 쓰러졌고, 그렇게 쓰러진 나무 들은 병사들이 도망칠 길을 막는 장 애물이 되었다.

“세 방향으로 나뉘어져 도망칩시 다! 여기서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어요!”

엘프 영웅이 다시 소리쳤다. 그러

나 다른 종족의 병사들은 블라디 운트의 공격에서 몸을 빼내기가 쉽 지 않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엘프 영웅은 아랫 입술을 씹었다.

자기네들만이라도 몸을 빼야 하건 만 막상 도망을 친다 해도 블라디운 트들의 손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우와아아아아!”

그렇게 엘프 영웅이 자신의 마지 막에 대해 생각할 무렵, 어디선가 에서 거친 포효가 들려오기 시작 했다.

-크워어어?!

숲을 울리는 갑작스러운 포효에 오크들을 학살하던 블라디운트가 자 신의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반사적으로 무언가가 자 신에게 날아오는 것을 느끼며 손을 교차해서 막았다.

콰지지직!

하지만 블라디운트를 향해 날아 든 것은 육중한 덩치의 마장기였 다. 수십 톤에 달하는 강철 거인의 무게를 당해내지 못한 블라디운트 가 온몸이 꺾이며 땅 속으로 파묻 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