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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457화 (457/522)

리그너스 대륙전기 457화

“호! 호! 호!!”

“호 님! 괜찮으십니까?!”

창조신과도 대적했다는 괴물인 고 대신을 쓰러뜨리는 호의 활약에 병 사들이 환호가 대지를 진동했다.

호의 근처에 있던 영웅들은 순백색 의 마장기이 알바트로스를 향해 자 신들의 무기를 높게 치켜 올리고 있 었다. 하지만…….

‘빌어먹을.’

파멸의 돌격이라고 했던가?

시스템 메시지에 나타난 지금의 능 력은 자신이 사용한 게 아니었다.

마리오네트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알바트로스가 움직였고, 자신은 단지 그 안에 있었을 뿐이었 다.

“대체 넌 뭐지?”

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 리그너스 대륙에 끌려온 소환자 중 유일하게 자신만이 사용할 수 있 는 능력.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 의 시스템 메시지 그리고 오너 시스 템을 향한 물음이었다.

[우리는 일루미나스. 알리우스들의 손에서 그대들을 구하려고 하는 이 들입니다.]

그 순간 허공에서 파지직 스파크가 튀더니 작은 아이 크기의 존재가 모 습을 드러내었다.

머리에 작은 뿔 하나가 달려있었 고, 두 쌍을 반투명한 날개를 지닌 소녀 였다.

“어, 어어?!”

갑작스러운 소녀의 등장에 호가 아

연실색했다.

어떤 반응을 기대하고 혼잣말을 중 얼거린 게 아니었다. 그러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턱하니 모습을 드러내었다.

시스템 메시지를 통해 자신에게 말 을 걸었던 존재가 틀림없었다.

[윤호, 비틀어진 우주의 축에서 오 신 여행자. 만나서 반갑습니다.]

“어? 어, 그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목소리였다. 요정과도 같은 존재의 인사에 호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꾸벅였다.

[이제야 그대의 앞에 이렇게 모습

을 드러낼 수 있게 되었네요.]

“……대체 넌 누구지?”

[우주의 관찰자라 불리는 일루미나 스라고 합니다. 그중에서 제 이름은 eⓒ'"# 입니다.]

“……외계인?”

호의 고개가 모로 꺾였다. 상식적 으로 그렇게밖에 생각을 할 수가 없 었다.

생각해 보니 엄밀히 따져보면 리그

너스 대륙에서 살고 있는 이들 역시 외계인이나 다름없었다.

어쨌든 눈앞의 소녀는 자신에게 호 의를 가지고 있어 보였다. 음험한 느낌을 주었던 창조신 리그로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맞습니다. 그대의 입장에서 말한 다면 우리는 외계인이라 불리는 존 재입니다. 그리고 이 리그너스 대륙 의 생명체들도 괴물들도 또한 신이 라 불리는 존재도 외계인에 불과하 죠.]

“그렇군.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모 습을 드러낸 이유가 뭐지? 시스템 메시지로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고 했던 게 아니었어?”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당신을 도우 려고 하고 있습니다. 시스템 메시지 가 바로 그 증거입니다. 하지만 우 리는 당신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 내며 많은 힘을 소모했습니다. 그리 고 힘이 약해진 우리를 찾는 창조신 의 감시에서 몸을 숨겨야만 했죠.]

“그렇다면 지금은 힘을 회복했다는 이야기야?”

호버링을 하듯 제자리에서 날개를 움직이며 떠 있는 요정을 향해 호가 물었다.

[아니요. 하지만 파이가론의 사망 하면서 나타난 마력의 폭풍이 창조 신의 눈을 가려주었습니다. 그런 탓 에 이렇게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호는 짐승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 던 거인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와 동시에 머릿속으로 수많은 궁금증들 이 떠올랐다.

이 대륙에서 처음으로 눈을 떴을 때부터 수 년을 품고 있던 궁금증이 었다. 그리고 눈앞의 요정은 자신이 모르는 모든 것을 알고 있어 보였 다.

“대체 창조신의 정체가 뭐야? 그리 고 내가 왜 아니, 소환자들이 이 세 계에 끌려오게 된 거지?”

호는 이런 세계가 존재한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세계는 호가 아는 게임에 불과 했고, 창조신이라는 존재는 게임 속 메뉴얼에서 단 몇 줄로 등장했던 이 름에 불과했다.

그리고 관찰자는 호를 바라보며 입 을 오물거렸다.

안타까움과 걱정이 담긴 얼굴을 한 그녀는 호에게 대답을 해야 할지 고 민하고 있었다.

[그대들은 알리우스의 목적을 위해 비틀려진 우주의 축에서 끌려온 존 재입니다.]

“그러니까 그게 대체 뭐냐고!”

호가 버럭 외쳤다. 아까부터 계속 해서 말이 헛도는 느낌이었다. 그런 호의 격한 반응에 결국 요정이 힘없 이 입을 열었다.

[알리우스는 공허에서 태어나 우주 의 모든 것을 파괴하려는 존재입니 다. 행성파괴자라고도 불리죠. 그들 은 별의 힘을 빨아들인 후, 파괴하 는 것을 반복하며 자신들의 생을 이 어나갑니다. 그리고 당신들은 행성 리그너스를 잠식한 알리우스, 창조 신의 손에 의해 끌려온 존재들입니 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비 슷한 예상은 하고 있었다.

창조신 리그로우를 만났을 때부터 그가 자신들의 소환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은 몇 번이나 한 적이 있었다.

≪ O 9f

M..?

그러나 어렴풋이 예상만 하고 있던 것과 그 내용이 사실로 밝혀졌을 때 의 충격은 결코 적지 않았다.

요정의 얼굴에 나타난 안타까움 역

시 그것을 걱정했던 모양이었다.

“왜지? 알리우스? 창조신은 엄청나 게 강력한 존재잖아. 그런데 어째서 신적인 존재가 고작 인간에 불과한 나 같은 이들을 소환한 거지?”

[다른 행성과는 다르게 리그너스 행성에는 고대신이라는 괴물이 존재 합니다. 알리우스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괴물들이죠. 그들은 알리우스 대신 이 별의 힘을 손에 넣어 더욱 상급의 존재로 거듭나고 싶어 했습 니다. 그렇게 이 행성을 흡수하려는 쌍둥이 알리우스, 리그로우와 세리 너스 그리고 고대신은 수만 년 전부 터 서로 대립했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창조신이 나를 부 른 이유가 뭐냐고?”

[그들과 손을 잡고 있는 존재인 라 헬을 견제하기 위해서입니다.]

여기서 갑자기 라헬이? 전혀 예상 치 못한 요정의 대답에 호는 눈을 찡그렸다. 좀 더 자세한 이유를 듣 고 싶었다.

대화가 제법 길어지고 있었지만, 주변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조용했 다.

정확히 말하면 알바트로스에 탑승 한 자신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것도 일루미나스의 능력인 모양이었다.

[윤호. 그대는 라헬을 창조신의 자 식으로 알고 있을 겁니다. Korea 사 의 설정이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사 실은 다릅니다. 라헬은 이 행성의 고대신 중 하나. 비록 지금은 창조 신과 뜻을 함께하고 있지만 목적은 리그너스 행성의 힘을 차지하려는 괴물입니다. 카테지나 역시 마찬가 지죠.]

[그대들의 소환은 다른 고대신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서 이루어졌습니 다. 리그로우와 알리우스가 자신의 힘을 회복할 시간을 벌기 위해 비틀려진 우주의 축을 이용해 강제로 끌 고 온 것이죠. 그리고 그 사실을 알 게 된 우리는 당신에 힘을 주어 이 행성을 지킬 계획을 세웠습니다.]

충격적인 대답에 호의 시선이 요정 에게 향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 다.

[우리의 계획은 성공이었습니다. 당신이 창조신의 막강한 적인 고대 신 두 개체를 물리치는 활약을 보였 기 때문이죠. 운트리온과 파이가론 이 당신의 손에 소멸되었습니다.]

“그거 왠지 너희들이 잘못 생각한 거 아니야? 적의 적은 아군이라고 창조신을 견제하려면 고대신들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창 조신과 고대신은 본질적으로 같은 존재에 불과합니다. 그렇기에 그대 는 리그너스가 파괴되는 것을 막아 야 합니다. 고대신은 물론이고 리그 로우와 세리너스까지 무찔러야 하 죠. 그리고 당신이 고대신을 무찌르 면서 당신에 대한 리그로우의 경계 도 사라졌습니다. 일이 자신의 뜻대 로 풀리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 죠.]

“그렇군. 하아. 내가 신이라 불리는 괴물을 상대할 정도로 대단한 존재 는 아닌 것 같은데 대체 왜이렇게 된 거람.”

[이제까지 잘해내셨습니다.]

어쨌든 정리하자면 고대신은 물론 이고, 창조신까지 모두가 자신이 무 찔러야 하는 상대라는 말이었다. 하 지만 모든 궁금증이 해결된 것은 아 니었다.

“아, 그러면 그 녀석들을 물리치고 나면 우리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건가? 나도? 평행 세계의 한시진 도?”

[으음……. 그렇습니다만.]

떨떠름한 대답에 호가 눈을 가늘게 뜨며 요정을 바라보았다. 자세하게 설명을 해달라는 무언의 행동이었 다.

[뭔가 착각하시는 모양인데, 그대 의 세계와 한시진이라 불리는 소환 자의 세계는 평행 세계가 아닙니다. 다만, 그대는 지구에서 끌려왔고, 한 시진은 우리의 기준에 의하면 테라 라는 행성에서 끌려왔습니다. 그러 니까 지구로 돌아가서도 성간 여행 이 가능한 우주선을 이용할 수 있다 면 서로 만날 수 있는 사이라는 이 야기 입니다.]

“?????? 어?”

호는 크게 당황했다.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었다. 그러나 요정의 대답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리그너스 행성과 지구까지 의 거리는 19억 AU입니다. 굉장히 멀군요. 시공간도약이 필요한 우주 선이 필요하겠어요. 안타깝지만 현 재 이 대륙의 기술로는 만들어내기 가 힘들 겁니다.]

“……어, 으음, 그래.”

그러니까 지금 내가 대체 뭘 들은 거지?

띵동.

-‘신위를 탐하는 괴물을 쓰러뜨리 는 자’ 의 업적 보상으로 카오스 큐 브 20개를 획득합니다.

-일루미나스의 도움으로 S등급 마 장기 알바트로스의 기술을 학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단, 알바트로스 의 고등기술을 이해하려면 지력 능 력이 900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큐브 상점이 오픈되었습니다. 카 오스 큐브를 이용해 행성의 힘을 차 지하려는 괴물들과 대적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대의 용기에 행운을 빌겠습니 다.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요정은 사라졌다. 하지만 호는 정 신이 멍했다. 다른 영웅들의 통신이 들려올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 다.

‘그러니까 여기가 외계의 행성이었 다니……

알고 싶었던 것들은 알 수 있었지 만, 자신이 생각했던 상황은 결코 아니었다.

“오빠, 괜찮아요? 얘기를 들어보니

무모하게 고대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면서요? 혹시 다친 곳이라도 있는 거 아니에요?”

걱정스러운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 보는 그녀 또한 테라라 불리는 다른 행성의 외계인이었다.

그러나 생각을 정리하기까지는 그 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외 계인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가? 한 시진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여인 이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목표가 확실 하게 정해졌다는 것이었다.

이미 생각은 하고 있던 것이긴 했

지만 결국 고대신과 창조신 그리고 라헬. 이 모든 존재를 쓰러뜨려야 했다.

‘빡빡하네. 난이도가 너무 높잖아?’

하지만 A등급 마장기와 SSS랭크의 병사들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 다.

고대신 파이가론만 해도 무지막지 하게 강력했는데, 요정의 말에 의하 면 창조신이라 불리는 괴물은 고대 신보다도 상위의 존재라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파이가론을 쓰 러뜨리면서 힘을 회복할 수 있었던 일루미나스의 도움을 받아 알바트로 스의 기술을 해독할 수 있게 되었다 는 점이었다.

그 증거로 시스템의 연구 목록에는 S등급 마장기와 관련된 내용들이 주 르륵 나타나 있었다.

바뀐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카 오스 큐브를 이용한 상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상점에서 구할 수 있는 목록들의 가격이 양심이 없는 수준이었다.

현재 호가 가지고 있는 카오스 큐 브는 마흔 개 정도. 그러나 큐브 상 점에서 살 수 있는 것들 중 가장 가격이 낮은 것이 카오스 큐브 백 개를 필요로 했다.

결국 이 대륙의 고대신들을 때려잡 고 창조신까지 때려잡아야지만 큐브 상점을 한 번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멍멍! 정리가 끝났습니다, 호 님. 전리품을 바로 확인하시겠습니까?”

“아니. 사파리에 돌아가서 확인하 자. 일단은 여기를 벗어나고 싶어.”

“알겠습니다, 멍멍!”

귀환 명령과 함께 호를 비롯한 알 르드의 병사들은 포탈을 통해 사파 리로 돌아갔다.

그렇게 마지막 병사가 포탈을 통해 용암 지대에서 모습을 감췄을 때였다.

쨍그랑!

유리가 깨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 께 고대신 파이가론이 만들어내었던 용암 지대가 조각나기 시작했다. 그 리고 포탈과 함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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