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너스 대륙전기-456화 (456/522)

리그너스 대륙전기 456화

쩌적! 쩍!

폭발 속에서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 했다. 그렇게 무너지는 제단의 안쪽 에서 거친 목소리가 호를 포함한 모 두의 귀를 때렸다.

-감히! 네놈들이 나의 휴식을 방 해하다니!

파이가론. 창조신과 맞서며 리그너 스 대륙을 차지하려고 했던 고대 괴 물의 등장이었다.

띵동.

-Warning! 리그너스 대륙을 타락 으로 소멸시키려는 고대신이 나타났 습니다.

-창조신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파 이가론은 자신만의 요새에 틀어박혀 오랜 시간 동안 타락한 피조물들의 도움을 받아 힘을 회복했습니다. 하 지만 소환자의 일격에 타락의 제단 이 무너지면서 파이가론은 급하게 잠에서 깨어나야 했습니다.

-지금의 파이가론은 80% 정도밖 에 회복하지 못한 온전치 못한 상태입니다. 결코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보상으로 카오스 큐브 스무 개가 주어집니다.

-또한 주인이 깨어난 것을 알아챈 불의 뱀-마그마 팽이 이곳으로 달 려오고 있습니다. 별동대를 편성해 마그마 팽이 파이가론을 돕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행운을 빕니다.

“젠장. 무슨 놈의 메시지가!”

쓸데없는 말만 늘어놓지 말고 고대 신을 상대할 수 있는 무기라도 내려 주던가.

호는 곧장 알바트로스를 움직였다.

고대신 파이가론의 거체가 제단을 무너뜨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탱킹은 내가 한다! 어그로가 잡히 면 공격을 시작해! 그리고 한시진! 불의 뱀-마그마 팽이 이리로 달려 오고 있어! 마장기 편대 몇 개를 따 로 빼서 그 녀석의 발을 붙잡고 있 어!”

“……저 녀석을 상대하지 않아도 되요?”

“보스급 몬스터 두 녀석을 동시에 상대하기는 힘들어. 난전이라도 벌 어져서 전투 대형이 무너지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라고.”

호의 설명을 들은 시진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셰비트리와 라이온레인을 포함한 세 개 편대를 데리고 마그마 팽이 오고 있다는 북쪽으로 향했다.

조금 불안하기는 하지만, 그녀의 실력이라면 마그마 팽을 쓰러뜨리는 것은 힘들어도 발 정도는 붙잡고 늘 어질 수 있으리라.

“온다!”

다리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거미 괴물-파이가론이 허공으로 점 프했다. 그리고는 굉음과 함께 아군 이 있는 지면으로 떨어졌다.

아아악!

으아아악!!!

마장기사들은 파이가론의 공격을 재빠르게 피했지만, 일반 병사들은 그렇지 못했다. 전투를 준비하고 있 던 병사들이 파이가론의 몸에 압사 되어 비명과 함께 사망했다.

“지금이야!

그리고 충격파의 영향으로 흙먼지 를 뒤집어쓴 호가 로우덴을 향해 외 쳤다.

띵동.

-로우덴 셰필드가 ‘군신의 진격’을 발동했습니다. 1시간 동안 그가 지 휘하는 부대의 공격력, 방어력이 1000% 상승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파이가론을 포위하 려는 병사들의 몸이 붉게 빛나기 시 작했다.

군신의 진격?

그 모습을 본 거미 괴물이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호는 그런 파이가론의 반응 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고대 신과의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멍멍! 공격!!!”

붉게 빛난 병사들이 파이가론을 향 해 달려들었다. 사방에 흩어져 있던 마장기들도 자신들의 화력을 집중시 키며 파이가론을 공격했다.

호 또한 하얗게 빛나는 창을 들고 파이가론의 몸통을 노렸다.

카카칵! 칵!

마력을 한껏 불어넣은 공격이 파이 가론의 몸과 부딪치며 뜨거운 불꽃 을 만들어 내었다. 대체 얼마나 단 단한지 강기까지 전개한 마장기의 창으로 찌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미 괴물의 몸통에는 생채기만이 살짝 날 뿐이었다. 당연히 다른 마 장기의 공격도 통할 리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물러 날 수는 없었다.

리그너스 대륙으로 돌아가기 위해 서라도 이곳에서 파이가론을 쓰러뜨 려야 했다.

군신의 진격은 붉은 어둠을 이끄는 발레드그라스의 능력일 텐데? 어떻 게 네 놈들이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거지?

“무슨 헛소리야?”

파이가론의 외침을 귀로 홀리며 호

는 계속해서 무기를 휘둘렀다. 붉은 어둠? 발레드그라스? 대체 무슨 착 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딴 이름을 자신이 알고 있을 리 없었 다.

홍! 그것에 대해서는 네 놈들을 쓰 러뜨린 후에 뇌를 파먹어서 알아내 도록 하겠다!

말과 함께 붉은색으로 물든 파이가 론의 거미 다리가 위로 들려졌다가 바닥을 내리찍었다.

그러자 단단한 용암 대지가 찰흙처 럼 짓눌려졌다. 그리고 그 궤적에 있던 마장기 한 기가 거미 다리에 관통당해 폭발했다.

띵동.

-스윗 캐리언이 조종하고 있던 A 등급 마장기 라이온레인이 파괴되었 습니다.

-스윗 캐리언이 사망했습니다. 당 신을 위해 싸웠던 그녀의 용맹은 기 리 기억될 것입니다.

“모두 조심해!”

벌레를 찍어 누르는 것 같은 파이 가론의 공격에 라이온레인이 한 기 가 순식간에 박살이 났다.

별거 아닌 공격 같았는데 위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렇게 파이가론의 공격을 피하며 둥그런 몸통에 무기를 휘두를 때였 다.

기사왕이 있던 좌측이 소란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배가 약점이다! 그 부분을 공격 해!”

기사왕의 목소리가 통신구를 통해 들려왔고, 호는 반사적으로 창날을 아래로 내렸다가 위로 들어올렸다.

푸욱!

이제까지의 공세가 무색하게 강기 의 창은 너무나도 손쉽게 파이가론 의 껍질을 꿰뚫고 파고 들어갔다. 공격이 통하는 부위가 따로 있었다 니…….

지금이라도 그 사실을 알아낸 게 다행이었다.

-하찮은 놈들이!

고대신-파이가론이 격하게 반응을 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자신들이 옳 게 공격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어서 실버 문들이 파이가론의 배 부분을 노리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브뤼헤아 비쉬들이 하늘에서 파이가 론의 시선을 끌었고, 드래곤 라이더 편대가 저공비행으로 날아가 파이가 론의 배를 향해 차징을 날렸다.

거미 괴물의 살이 허공에서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역시나 군신의 진격에 영향을 받은 SSS랭크 병사들의 공격은 사기였다.

“꼬끼오! 마력 폭탄 준비해!”

거미 다리를 피하며 파이가론의 배 를 향해 치르넬을 날린 팔쿤이 휘하 의 라이온레인 기사들을 향해 명령 을 내렸다.

그리고 살아 있는 생명체 마냥 하 늘에서 떨어지는 파이가론의 공격을 피해 마력 폭탄이 파이가론의 배 부 분으로 향했다.

“모두 피해라!!!”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자랑하는 마 력 폭탄의 등장에 검을 휘두르던 실 버 문들이 뒤로 몸을 뺐다.

안쪽에 깊숙한 곳에서 공격을 하고 있던 실버 문들은 드래곤 라이더의 손에 이끌려 자리를 빠져나왔다.

콰앙! 콰왕! 쾅!

그리고 수십 발의 마력폭탄이 파이 가론의 배 부근에서 폭발했다.

주위에 있던 셰비트리 한 기가 근 접 폭발에 휘말려 쓰러졌지만, 다행히 마장기사는 무사했다.

캬아아아악!

고통을 억누른 목소리가 대기를 흔 들었다.

그만큼 공격이 성공적이었다는 것 을 의미했다. 이렇게만 전투를 펼칠 수 있다면 파이가론을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파이 가론의 배를 노린 공격이 시작되었 다.

카아앙!

“엇?! 무기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몸통을 공격하는 것처럼 단단합니 다!”

“그렇다면 배 말고 다른 곳에 약점 이 있을 거다! 무기가 통하는 부위 를 찾아!”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며 반사적으 로 명령이 튀어나왔다. 이런 패턴의 몬스터를 상대해 본 경험에서 나온 지시였다.

호의 통신을 받은 마장기사들이 무 차별적으로 파이가론의 거체를 때렸 다.

브뤼헤아 비쉬들도 광역마법을 사 용하며 자신들의 공격이 통하는 부 위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통신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항문 부근이었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마장기사들과 병사들이 파이가론의 항문을 집중적으로 공격 하기 시작했다.

“어억?! 조심해! 항문에서 산성액 이 발사된다!”

음죽하는 모습과 함께 파이가론의 항문이 뱉어낸 산성액을 맞은 라이 온레인의 장갑이 솜사탕처럼 녹아내 렸다.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콰왕! 쾅!

그렇게 거미 다리를 피하고, 산성 액을 피하느라 전장은 난장판으로 변했다.

거대한 거미 괴물을 상대하는 다수 의 마장기와 병사들. 신들의 전쟁이 라 부르는 라그나로크가 따로 없었 다.

콰직!

붉은색의 강기로 뒤덮인 알바트로 스의 창이 파이가론의 갑각을 뚫고 들어가 살을 헤집었다.

돌진으로 가속도가 붙은 공격인지 라 파이가론의 항문이 크게 짓눌려 찢어졌다. 그 안에서 녹색의 체액과 꿈틀거리는 기생체들이 흩뿌려졌다.

“@#$!! @#”

사방에서 들려오는 아군의 다급한 통신과 고함소리.

파이가론의 비명소리가 호의 귀를 어지럽혔다. 그런 정신없는 상황 속 에서 호는 파이가론의 생명력을 확 인하며 아군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어느새 시간을 확인하니 전투가 시 작된 지 오십 분이 흘러있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잖아?’ 아군 병사들을 강화시키는 로우덴 의 G랭크 스킬인 군신의 진격은 지 속 시간이 한 시간짜리인 스킬이었 다.

그 말은 즉, 앞으로 십 분이면 맹 렬하게 파이가론을 공격하고 있는 병사들이 눈에 확연하게 차이가 날 정도로 약해진다는 말이었다.

발레드그라스의 능력만 사라지면!

호의 얼굴이 석상처럼 굳어졌다. 고대신-파이가론도 그 사실을 알고 있던 모양이었다.

‘큰일이다!’

군신의 진격이 사라지면 일반 병사 들은 파이가론과의 전투에서 아무런 효용이 없었다.

결국 마장기만으로도 상대를 해야 하는데, 수십 개나 되는 거미 다리와 산성액을 피하며 제대로 된 공격 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게다가 공격이 통하는 부위가 달라 지기라도 한다면 마장기들의 화력만 으로는 무엇이 변했는지 찾는 게 쉽 지 않아보였다.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맹렬하게 무기를 휘두르면서 호는 파이가론의 머리 위를 바라보았다. 아군의 거침없는 공격에 파이가론의 생명력도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수치로 따지자면 남은 생명력은 30% 정도였다. 하지만 십 분이라는 남은 시간 동안 파이가론을 쓰러뜨리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파이가론도 그것을 노리는 지 공세 를 취하기보다는 자신의 몸을 방어 하며 시간을 끄는 모습이었다. 그 때였다.

띵동.

-알바트로스의 기술, 파멸의 돌격 이 사용됩니다.

갑자기 호의 눈앞으로 메시지가 떠 올랐다.

“뭐, 뭐야, 이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알바트로스 의 창에 붉은빛이 쏟아지기 시작했 다.

그렇게 시작된 빛은 흰색의 동체를 지닌 알바트로스를 핏빛처럼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자, 잠깐! 난 아무것도 안했다고! 씨발! 뭐하는 거야?!”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움직이 기 시작하는 알바트로스의 행동에 호는 조종석의 버튼을 주먹으로 내 리 쳤다.

하지만 알바트로스는 반응하지 않 았고, 파이가론이 알바트로스의 변화를 알아차리기 전에 공격이 시작 되었다.

히히히힝!

뒤로 물러난 알바트로스가 붉은 마 나를 흩날리며 빛살처럼 쏘아져 나 갔다.

그러고는 파이가론의 몸통으로 꿰 뚫고 그 안으로 사라졌다.

“호, 호 님!”

그 모습을 본 마장기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호를 따르기 시작했다. 하지 만 알바트로스는 이미 파이가론의 몸통 안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꽈득! 꽈드드득!

잠시 후, 파이가론의 거체가 서서 히 갈라지며 녹색 체액이 울컥울컥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산성액이나 다름없는 파이가론의 체액이 용암 대지를 태우며 고약한 냄새를 풍겼다.

-이게 무슨……?! 창조신의 무기 가 어떻게 이 힘을 사용……!

자신의 최후를 예상했는지 파이가 론이 자신의 눈을 부릅떴다. 괴물의 얼굴에는 지금의 상황에 혼란스러워 하는 감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리고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파 이가론의 가슴이 갈라지며 알바트로 스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정체모를 누군가의 손아귀에 놀아 난 것 같은 찝찝한 승리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