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너스 대륙전기 455화
“ 와우??????
얼음 폭풍이 잦아들자 누군가가 감 탄을 터뜨렸다.
눈앞에 장대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 었다. 수증기를 내뿜는 거대한 얼음 동상의 모습이었다. 좀 전까지 라바 골렘이었던 녀석이었다.
“진짜 이게 가능할 줄이야……
“한시진! 브로리! 아르티아!”
“아!”
놀란 표정을 짓던 시진이 아차하며 조종간을 움직였다.
세 기의 마장기가 화살처럼 쏘아져 나가는 것과 동시에 마력 폭탄이 얼 음 동상을 조각조각 내었다.
“핵! 핵을 찾아야 해!”
흩날리는 얼음 부스러기 사이로 시진은 이리저리 눈을 돌렸다. 하지 만 사방이 엉망이었다.
이런 장소에서 골렘의 핵을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것 같았다.
게다가 그녀는 골렘의 핵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잘 몰랐다. 구체 모습을 한 모언가가라고만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었다.
“이질적인 마력이 느껴지는 무언 가가 있을 거야! 정신을 집중해!”
기사왕의 통신이었다.
한시진은 눈을 감았다. 기사왕 이 레네 아르티아의 말대로 정신을 집중해서 마력을 감지해 보니 사 방이 뜨겁게 요동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브뤼헤아 비쉬와 마력 폭탄이 만들 어낸 마력의 흐름이었다.
하지만 모든 게 뜨겁게 요동치는 건 아니었다. 시진은 곧 마력의 폭 풍 속에서 차갑고, 불길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골렘의 핵이 분명했다.
‘멀지는 않은데, 어디지? 8시? 9 시?’
그렇게 한참 마력을 감지하던 시 진이 번뜩 눈을 떴다. 그리고는 몸 을 돌려 데스 사이더의 낫을 휘둘 렀다.
콰직!
쿠워어어어억!
낫의 끝 부분에 무언가가 내리 찍혔고, 용암 지대에 괴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육각형 모양의 돌덩이가 데스 사이더의 낫에 박혀서 들어 올려졌다. 용암 골렘의 핵이었다.
“나이스.”
호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준보스 급 몬스터를 상대로 손쉽게 승리를 거둔 것이다. 그것도 아군의 희생은 전무한 상황이었다.
“다음 번 녀석도 이렇게 처리할 수 있으면 대박이겠는데.”
꼭 그렇지 않더라도 로우덴의 능 력을 이용하면 공략의 난이도가 훨 씬 쉬어질 것 같았다.
덩달아 고대신-파이가론 녀석도 상대해 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자 라바 골렘의 몸을 이루고 있던 돌들이 가루로 변해 흩 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상 상자가 모습을 드러내 었다. 상자의 안에는 붉은색의 망토 가 자리하고 있었다. 화염의 망토라 는 SSS등급의 장비였다.
츠츠츠츳!
그리고 라바 골렘이 쓰러졌던 자 리에서 검붉은 색의 타락 구체가 나 타났다.
타락한 정령인 샐리맨더스를 물리 쳤을 때와 똑같은 상황이었다. 그렇게 생겨난 타락 구체는 북쪽으로 쏘 아져 나갔다.
“파이가론 녀석은 지도의 중심부에 있는 건가? 잠깐……
지도를 확인한 호의 눈동자가 미 미하게 떨렸다. 파이가론의 요새 중앙에는 던전과 사파리를 오갈 수 있는 포탈이 존재했다.
띵동.
-자신의 요새에서 힘을 회복하고 있던 고대신-파이가론은 자신이 만 들어낸 피조물이 누군가의 손에 허 무하게 죽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더불어 자신의 피조물을 공격한 이 들 중 창조신의 마장기 알바트로스 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죠.
창조신의 힘이 깃든 알바트로스 의 모습을 확인한 파이가론은 분 노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요새를 공격한 창조신의 마장기를 이 자리에서 박살내려고 하고 있 습니다. 이미 파이가론의 마력으로 인해 밖을 오갈 수 있는 포탈은 오 염 되었습니다.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슨 수 를 써서라도 파이가론을 물리쳐야 합니다. 최후의 싸움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젠장할.”
호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어쩐지 너무 잘 나가는 것 같더라 니. 아니, 어차피 잘 된 상황이었다. 결국 파이가론을 쓰러뜨리면 모든 것이 해결되기 때문이었다.
용암 골렘을 처리한 후 호가 이 끄는 알르드 군은 동쪽에 자리 잡은 준보스급 몬스터를 향해 이동했다.
상대는 화염을 내뿜는 드레이크였 다.
하지만 군신의 진격에 영향을 받은 드래곤 라이더들의 차징과 에이스 오너들의 공격에 화염 드레이크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비록 화염 드레이크의 브레스에 드래곤 라이더 세 개 부대가 재로 변했지만 준보스급 몬스터의 강함을 생각하면 아주 적은 피해로 물리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화염 드레이크가 쓰러진 장 소에서도 검붉은 색의 타락 구체가 생겨나 서쪽으로 향했다.
“한 번 확인해 보는 게 어떨까
요?”
아쉬카로트가 호를 향해 말했다. 준보스급 몬스터를 쓰러뜨릴 때 마 다 계속해서 생겨나는 타락 구체가 굉장히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조종석의 해치를 연 호가 눈 을 깜빡 거렸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 까?”
“대륙의 역사서에 따르면 파이가 론은 타락의 제단을 통해서 자신 의 권능을 발휘한다고 해요. 분명 타락 구체가 향한 곳에는 타락의 제단이 존재할 거예요.”
“그래서 그 제단을 발견한다면?”
“아직 파이가론은 깨어나지 않았 잖아요? 저희가 선제공격을 날리 는 거죠. 타락을 제단을 박살내는 거예요. 파이가론이 권능을 발휘할 수 있는 오브젝트를 파괴하는 거 죠.”
“어……‘?”
듣고 보니 나쁘지 않은 계획에 호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중 간에 파이가론이 모습을 드러낸다 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파이가론 을 쓰러뜨릴 목적으로 이곳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잠시 생각을 하 던 호가 로우덴을 불렀다.
“군신의 진격을 다시 사용할 때까 지 얼마나 걸리지?”
“멍멍! 한 시간 정도면 될 것 같 습니다.”
호는 알바트로스를 움직이는 조종 간의 끝을 만지작거렸다.
여기서 지도의 중심부까지는 서너 시간 남짓한 시간이 걸렸다. 행여나 용암 지대의 중심부에서 고대신과 전투가 벌어진다 해도 군신의 진격 을 사용하기에는 충분했다.
“좋아. 타락 구체가 날아간 쪽을
탐색하도록 하지. 아쉬카로트. 그 대의 편대가 앞장서도록.”
“알겠습니다.”
대답과 함께 티거알리카 네 기가 서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용암 지대 북쪽에 위치한 준보스급 몬스터 불의 뱀-마그마 팽이 아직 남아 있었지만, 지도에 표시된 해골 표식은 시간이 흘러도 움직임에 변 화가 없었다.
“이제 고대신과의 싸움만 남은 거 예요?”
쿵쿵거리며 다가온 데스 사이더 가 통신을 보냈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야. 고대 신이 나타날지 안 나타날지 알 수 가 없거든.”
“파이가론을 찾기 위해 아쉬카로 트가 움직인 게 아니에요?”
“반은 그렇지. 뭐, 타락 구체가 날아간 장소에 파이가론이 숨어 있기야 하겠다만. 아쉬카로트는 타 락의 제단이라는 것을 찾는 모양 이야. 파이가론이 자신의 권능을 발휘하는 오브젝트라 하더군.”
매캐한 냄새가 코를 간질이자 호 는 버튼을 눌러 열었던 마장기의 해치를 다시 닫았다. 잠시 후, 공기가 정화되면서 조종석의 계기판 에 녹색의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 다.
“자, 그럼 우리도 움직이자.”
목적지는 지도의 중심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포탈이 있던 장소였 다.
퍼펑! 펑! 콰앙!!!
알바트로스의 존재를 확인한 파 이가론은 계속해서 용암 지대의 몬 스터들을 내보냈다.
덕분에 알르드 군은 끊임없이 골 렘, 드레이크, 파이어 드래곤플라이 등 용암 지대에 서식하는 몬스터들의 공격을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A등급 마장기 라이온레인 을 위시한 알르드 군의 화력은 막강 했다.
비록 마력탄의 소비는 컸지만, 알 르드 군을 공격한 몬스터들은 병사 들에게 제대로 접근하기도 전에 폭 발에 휩쓸려 사라졌다.
몇 번의 전투가 지나가자 몬스터 들도 씨가 말랐는지 거짓말처럼 잠 잠해졌다.
하지만 호는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시시각각 시스템의 지도창 을 열어 불의 뱀-마그마 팽의 움직임과 특이사항을 확인했다.
그렇게 포탈이 있던 용암 지대의 중심부에 도착했을 때였다.
“저게 뭐야……?”
브로리의 말을 시작으로 마장기들 의 고개가 위로 향했다.
그들의 시선에 검은색의 돌로 만들 어진 건축물이 들어오고 있었다. 정 보창을 확인하니 거대한 건축물의 정체가 타락의 제단이라고 나와 있 었다.
“아니, 저런 것이 언제 생겨난 거 지? 원래 이 자리는 우리가 요새 를 세웠던 곳 아니었어?”
말을 하면서 브로리가 손을 들어 어느 곳을 가리켰다.
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알르드군의 깃발이 갈기갈기 찢겨 대지에 흐트 러져 있었다. 파이가론의 요새에 진 입했을 때 세웠던 임시 요새에 걸려 있던 깃발이었다.
“어떻게 해요? 당장이라도 공격을 시작할까요?”
“아쉬카토르한테서 연락 온 것은 없어?”
“타락의 제단 내부를 수색하겠다는 통신이 있기는 했는데……. 아, 저기 있네요.”
제단의 옆에서 티거알리카가 빼꼼 모습을 드러내었다.
몇 번의 전투가 있었는지 장갑이 긁혀 있기는 했지만, 파손되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모습은 아니었 다. 그리고 아쉬카로트가 통신을 보 냈다.
“제단의 내부에서 타락한 피조물 들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그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니 아직 파이가론 은 자신의 모든 힘을 회복하지 못 한 것 같습니다. 당장 깨어날 기미 도 없었습니다.”
“그래?”
조금은 의외인 보고였다. 메시지 에 따르면 분노한 파이가론이 알 바트로스를 공격하기 위해 당장이 라도 달려들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쉬카토르의 통신은 이게 끝이 아 니었다.
“내부를 정찰하면서 군데군데 제 단의 취약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 다. 건축물의 크기에 비해 텅 비어 있는 공간들을 제법 되더군요. 마 치 건물의 대들보 하나가 빠진 느 낌 이었습니다.”
“대들보 하나?”
통신을 들으며 호는 자신의 머리를
살짝 긁었다. 순간 불의 뱀-마그마 팽의 타락 구체가 없는 까닭에 타락 의 제단이 완성되지 못했다는 생각 이 들었다.
“그래서 당장이라도 공격을 하면 되는 건가?”
“요란하게 움직이면 파이가론이 깨어날 겁니다. 그 전에 타락 제단 을 무너뜨릴 생각입니다.”
말과 함께 아쉬카로트는 마력 폭 탄의 수량이 많이 남아 있는 라이온 레인 편대를 빌려 달라고 했다.
그리고 호는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 였다. 고대신에게 영향을 줄 법한 불길한 건축물은 일찌감치 박살내고 싶었다.
게다가 저 안에는 타락한 피조물 들이 파이가론의 힘을 회복시키고 있다지 않은가?
제단을 무너뜨려 피조물들을 모조 리 압사시키면 파이가론도 더 이상 의 힘을 회복하지 못할 터였다.
잠시 후, 아쉬카토르와 함께 스무 기가 넘는 라이온레인 편대가 타락 제단 안으로 향했다.
그렇게 그들이 제단의 내부에 잠입 한 지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이 흘렀 을 때였다. 제단의 우측 벽을 뚫고 아군의 마장기들이 모습을 드러내었 다.
그리고 아쉬카토르가 성공적으로 마력 폭탄을 설치했다는 통신을 보 냈다.
“아군이 안전거리에서 벗어나면 바로 터뜨리면 되겠군.”
스무 기가 넘는 라이온레인의 마 력 폭탄을 모조리 제단 내부에 설치 했다.
그만한 폭발이 한 번에 일어났다면 타락 제단 크기의 건축물도 남아나 지 않을 게 분명했다.
“로우덴! 폭발이 시작되고 난 이후
파이가론이 모습을 드러내면 바로 군신의 진격을 사용하도록.”
“알겠습니다, 멍멍!”
타락의 제단을 무너뜨리는 것은 곧 파이가론과의 싸움을 의미했다.
그렇기에 호는 다른 마장기사들에 게 파이가론과의 싸움을 대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화아아악!
폭발 명령과 함께 제단의 내부로 향하는 통로에서 섬광이 돋기 시작 했다.
근처에 있던 마장기사들이 눈을 감 을 만큼의 강렬한 빛 무리였다. 그리고 용암 지대가 사나운 폭발 소리 로 무섭게 요동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