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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452화 (452/522)

리그너스 대륙전기 452화

‘괜히 정찰임무에 자원한 것이 아 니네.’

타락한 샐리맨더스를 발견한 것을 시작으로 아쉬카로트의 티거알리카 편대는 빠른 속도로 지도의 어두운 부분을 밝혀 나가고 있었다.

중간중간 전투가 벌어졌다는 메시 지가 나타났지만 아쉬카로트 편대와 브뤼헤아 비쉬들은 자신들의 기동성 을 한껏 발휘하며 전투를 회피, 정 찰 임무에만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보스급 몬스터들은 셋, 아니 넷인 가.”

얼마 지나지 않아 정보창의 지도에 는 파이가론의 요새 대부분이 밝혀 져 있었다.

그렇게 밝혀진 지도에 해골 모양의 마크는 총 네 개가 존재했다. 보스 급 몬스터를 뜻하는 마크로 동, 서, 남, 북에 각각 하나씩 위치해 있었 다.

다만, 아쉬카토르의 정찰에도 불구 하고 고대신 파이가론의 모습은 보 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면 고대신은 대체 어디에 있

는 걸까요?”

성공적으로 정찰을 마치고 돌아온 아쉬카로트의 보고에 한시진이 의아 한 얼굴로 호에게 물었다.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어. 하 지만 이 던전의 최종 보스급 몬스터 는 고대신-파이가론 녀석이 틀림없 어. 분명 어딘가에 숨어 있을 거야.”

“……하지만 용암 지대의 모든 지 역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그러나 고 대신으로 추정되는 괴물은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아쉬카토르가 굳은 표정으로 대답 했고, 그녀를 위로하듯 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정찰임무를 소홀히 했다고 말하는 건 아니야. 어쨌든 파이가론 녀석을 찾아내려면 보스급으로 보이는 몬스 터들을 모조리 물리쳐야만 할 것 같 아.”

이미 이런 패턴의 던전은 가상현실 게임을 통해 몇 번이나 경험한 바 있었다.

보통 동, 서, 남, 북에 위치한 준보 스급 몬스터를 물리치고, 오브젝트 를 가동하면 맵의 중앙 혹은 정해진 자리에서 최종 보스가 떡하니 모습 을 드러내는 패턴이었다.

다른 이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었 다.

“그러면 언제부터 움직일 생각이에 요?”

“지금 당장. 한시라도 빨리 고대신 을 찾아야 해. 고대신-파이가론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힘을 회복 하고 있을 거야.”

파이가론이 얼마만큼이나 힘을 회 복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최소한 검의 왕좌에서 상대 했던 운트리온보다는 강할 것이 분 명했다. 어찌되었든 파이가론을 찾는 시간이 오래 걸리면 걸릴수록 불 리한 것은 자신들이었다.

미리 출진을 준비하고 있던 까닭에 모든 준비가 끝나는 시간까지는 오 래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포탈이 포함된 임시 요새를 뒤로 하고, 호를 비롯한 알르드 군 은 뜨거운 대지를 지나 서쪽으로 향 했다.

서쪽에 있는 준 보스급 몬스터 타 락한 샐리맨더스를 상대하기 위해서 였다.

알르드의 군대가 움직이기 시작하 자 용암 지대의 몬스터들 또한 하나둘씩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 만 큰 전투는 벌어지지 않았다.

용암 지대의 몬스터들도 첫 전투에 서 입었던 피해가 상당했는지, 대규 모로 움직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 다.

선두에서 자잘한 전투가 벌어지기 는 했지만, 마장기들이 나서기도 전 에 실버 문의 손에서 정리되는 수준 에 불과했다.

덕분에 호는 큰 방해 없이 편하게 이동을 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보스 녀석의 패턴이 문 제인데.’

안타깝게도 관우는 내 여자의 공략 본에는 ‘고대신-파이가론’의 던전에 대한 내용이 존재하지 않았다. 당연 히 던전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의 능력이나 전투 패턴 또한 알 수 없 었다.

그런 탓에 호는 정령 형태를 한 보스급 몬스터들을 모두 찾아 그 내 용을 읽기 시작했다.

비슷한 계통의 몬스터인 만큼 비슷 한 패턴을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문제는 고대신-파이가 론의 던전이 위험난이도 SSS등급을 넘어서는 무시무시한 곳이라는 점이 었다.

“이런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거라 곤 결국 에이스급 오너들밖에 없겠 네.”

호가 눈을 찌푸리며 마장기의 카메 라를 통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시 진과 브로리 그리고 기사왕과 같은 이들이 좀 더 힘을 내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신도 힘을 내야 했다.

그렇게 서쪽으로 반나절 남짓 이동 하자 보스급 몬스터인 타락한 샐리 맨더스가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했 다. 보스급 몬스터답게 상당한 크기 를 한 녀석인지라 발견이 어렵지는 않았다.

“바로 전투에 들어갈 건가요?”

“아직. 우리가 전투를 벌이는 동안 다른 몬스터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모르는 일이니까. 일단 그에 대 한 대비를 좀 해야겠어.”

한시진의 말에 호는 고개를 저었 다.

아군이 타락한 샐리맨더스가 있는 장소까지 이동하는 동안 사소한 교 전을 제외하면 용암 지대의 몬스터 들은 잠잠한 모습을 보였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들이 가만히 있 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었 다.

행여나 보스급 몬스터를 상대로 한 레이드 중에 몬스터들이 들고 일어 난다면 아군이 곤경에 빠질 가능성 이 높았다.

더군다나 던전 내부에 진입하자마 자 벌어졌던 몬스터들의 대규모 공 격은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멍멍.”

호의 지시를 받은 로우덴이 곧바로 병사들을 통솔해 진지를 만들기 시 작했다.

요새 형태의 진지로 마법처리가 된 튼튼한 나무들로 벽을 세웠다.

그렇게 요새가 만들어지는 동안 호

는 보스급 몬스터 공략에 참여할 마 장기사들과 회의를 열었다.

“이제까지 보스 몬스터들을 상대로 한 탱커 역할은 브로리가 맡았어. 하지만 이번만큼은 내가 직접 괴물 의 어그로를 끌어야 할 것 같아.”

“어, 어째서?! 나도 잘 할 수 있 다!”

“당연히 그렇겠지. 하지만 알바트 로스의 실전 경험이 필요해.”

S등급의 마장기인 알바트로스는 이 번 파이가론의 요새 공략에서 중추 적인 역할을 맡고 있었다. 다른 마 장기들과는 비교를 달리하는 강력한 성능 때문이었다.

하지만 호는 알바트로스에 탑승해 제대로 된 실전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고대신 파이가론을 상대 하기 전에 앞서 보스급에 속하는 몬 스터들을 상대로 어느 정도나마 실 전 경험을 쌓고 싶었다.

마음 같아서는 마장기 조종술이 가 장 뛰어난 브로리나 기사왕에게 알 바트로스를 맡기고 싶었지만, 안타 깝게도 알바트로스의 탑승 조건을 만족하는 이는 알르드에서 자신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일리가 있는 호의 말에 모두들 수 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도 아닌 알르드의 군주가 몸소 탱킹을 한다는 것이 걱정스럽기는 했지만, 윤 호의 마장기 조종술 또한 대단한 수준이었고, 알바트로스는 S등급의 전설적인 마장기였다.

그와 함께 호는 마장기사들에게 정 령 형태의 몬스터들이 보이는 공격 패턴들을 설명했다.

눈앞의 괴물이 이와 비슷한 공격을 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알아둬서 나쁠 것은 없었다.

그렇게 호가 회의를 하는 동안, 뚝 딱거리는 소리와 함께 로우덴의 지 시를 받는 아군 요새는 엄청난 속도 로 올라가고 있었다.

팀 심시티의 건설 능력이 이런 상 황에서도 발휘가 되는 모양이었다. 덕분에 호는 크게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타락한 샐리맨더스의 공략에 들어갈 수 있었다.

호를 포함한 알르드의 주력이 ‘고 대신-파이가론’의 요새를 공략하던 그 시각, 사파리에 정령 왕국의 사 신이 찾아왔다.

알르드가 건국된 지 시간이 제법 흐르기는 했지만, 정령 왕국과 알르 드는 그렇게까지 접점이 있는 사이 는 아니었다.

일단 엘프 왕국과 마족이 양 국의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 가장 컸다. 덕분에 실버 문의 양성에 필 요한 달빛의 가루 거래를 제외하면 상인들의 거래 또한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러나 몇 주 전에 일어났던 끔찍 한 사고로 인해 정령 왕국은 풍전등 화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군사 강국이 라고 소문이 난 알르드의 도움이 필 수였다. 알르드 뿐만이 아니었다. 정 령들의 요청으로 인해 대륙의 모든 종족들이 병사들을 지원하고 있었 다.

사파리를 찾은 상급 정령 유리아는 굳은 표정으로 실버 문의 안내를 따 라 발걸음을 옮겼다.

알르드의 도움을 이끌어내야 할 막 대한 임무 때문인지 굳은 표정이 쉽 게 펴지지를 않았다. 하지만 유리아 를 맞이한 것은 알르드의 군주 윤 호가 아닌 다른 소환자였다.

“알르드를 방문한 것을 환영합니

다. 사파리의 영주 대행을 맡고 있 는 아스트리드 벨이라고 합니다.”

화염왕이 아닌 다른 소환자의 등장 에 유리아는 긴장하며 주변을 둘러 보았다.

그러나 사파리의 집무실에는 여성 소환자와 그녀를 호위하는 실버 문 을 제외하면 눈에 띌만한 인물은 전 혀 보이지 않았다.

“화, 화염왕께서는 사파리에 안계 신건가요?”

“으음……. 사파리에 계시기는 하 지만 유리아님을 만날 상황은 아니 십니다.”

“네, 네에?! 어, 어째서요? 우리 왕국과 알르드의 관계가 그렇게까지 나빴나요?”

그건 아니지만…….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어보는 조그 마한 정령의 모습에 벨은 속으로 말 을 삼켰다. 하마터면 자신도 모르게 정령 왕국의 사신을 향해 손을 뻗을 뻔했다.

“현재 호님께서는 수인 왕국의 수 도 사파리에 자리를 잡은 고대신-파이가론과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 다. 보시다시피……

말끝을 흐리며 벨은 집무실의 뒤에

있는 커튼을 살짝 걷었다. 그리고 그녀의 움직임에 눈동자가 따라가던 유리아가 흠칫 몸을 떨었다.

“저, 저건……

시선의 끝에 커다란 건축물이 붉은 색과 검은색으로 뒤덮여 있는 것이 유리아의 눈에 들어왔다.

끔찍한 타락의 기운이었다. 눈으로 보기만 해도 역겨움이 잔뜩 느껴지 고 있었다.

“고대신 파이가론이 숨어 있는 던 전이 위치한 ‘짐승신의 제단’입니다. 화염왕께서는 몇 달 전, 짐승신의 제단에서 고대신의 존재를 발견했고, 현재 알르드의 주력을 동원해 고대신과 전쟁을 치르고 계십니다.”

“그, 그럴 수가!”

알르드에서도 고대신이 나타났다는 말에 유리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 을 지었다.

하지만 문제는 알르드가 아니었다. 정령 왕국 또한 고대신의 공격을 받 고 있었다. 게다가 정령 왕국에 모 습을 드러낸 괴물은 고대신만이 아 니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호님께서 이 자 리에서 나오지 못하신 것입니다.”

“우, 우리도 도움이 필요해요!”

“네?????? 에?”

눈에 그렁그렁 물기가 맺혀있는 상 급 정령의 모습에, 벨은 왠지 모르 게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 왕국에도 고대신과 파신의 피조물들이 나타났어요. 정령 여왕 께서 그들을 막아내고 있기는 하지 만, 끔찍한 타락의 힘이 여왕님의 정신을 침범하려고 하고 있어요. 이 대로 있다가는 정령들의 터전이 모 두 사라질 거예요.”

“그런...

고대신과 파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벨 또한 호에게 들은 게 있었다. 자신들의 평화를 위협하는 끔찍한 괴 물들로 이 대륙을 혼란에 빠뜨리려 는 무시무시한 존재들이었다.

호가 알르드의 주력을 총동원해 짐 승신의 제단으로 향한 것 또한 고대 신이라는 대륙의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정령 왕국에도 그런 괴물들 이 나타났다니.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둘이었다.

‘호라면 분명……

당장 지원군을 보냈을 게 틀림없었 다. 그만큼 심각한 사안이었다. 그러 나 알르드의 주력은 짐승신의 제단이 발이 묶인 상황. 그렇다고 국경 의 병력을 뺄 수도 없었다. 더욱 중 요한 것은 마장기를 다루는 에이스 급 오너들이 전부 파이가론과의 전 쟁에 투입되었다는 점이었다.

“화염왕에게 빨리 이 사실을 전하 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대행을 맡고 있는 제 권한으로 SSS랭크로 구성 된 지원군을 바로 편성하겠습니다.”

“저, 정말인가요?!”

벨의 말에 유리아의 얼굴이 환하게 변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마장기 편대 의 지원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마장기사 대부분이 파이가론의 전쟁에 투입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녀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 했다. 마장기가 없는 지원군은 앙꼬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 다.

특히나 루베릭 대륙의 괴물들은 일 반 병사들만으로는 감당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게 알르드가 보일 수 있는 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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