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너스 대륙전기 451화
일주일이 지났다.
고대신 파이가론의 요새를 공략하 기 위해 호는 에이스급 오너들을 포 함해 마장기 스무 편대를 준비시켰 다.
일반 병사들도 십만을 동원했는데, 이는 위험난이도 SSS등급의 던전을 공략할 때 동원했던 전력과 비교해 두 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는 안심이 되 지 않았다.
‘빌어먹을 고대신……
호는 고대신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괴물인지 직접 경험을 한 바 있었 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는 순간 목숨이 날아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하지 만 그렇다고 해서 사파리에 자리 잡 은 괴물을 그냥 둘 수도 없었다.
또한 황금색 재능을 지닌 영웅인 브로리를 EX 등급으로 승급시키기 위해서라도 ‘타락한 짐승신의 전당’ 안에 있는 파이가론의 요새는 공략 을 해야 했다.
“호님. 준비가 끝났습니다. 멍멍.”
“좋아. 진입한다.”
로우덴의 보고에 호가 명령을 내렸 고, 브로리를 위시한 마장기 편대가 선두로 파이가론의 요새로 진입했 다.
알바트로스의 존재로 진입조건을 만족한 까닭에 전처럼 브로리가 튕 겨 나오거나 하는 불상사는 일어나 지 않았다.
포탈 안으로 브로리 편대가 사라지 는 모습을 보며 호도 마장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알바트로스를 움직였 다.
알바트로스는 ‘리그너스 대륙전기’에 잔뼈가 굵은 호도 처음 다뤄보는 마장기 였다.
그러나 수인들의 티거 알리카나 웨 어 타이거와 같은 사족 보행 형태를 하고 있었기에 움직이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포탈을 통과하자 매캐한 냄새와 함 께 불쾌한 공기가 느껴졌다. 얼마 안 있어 포탈을 통과하면서 마비되 었던 마장기의 시야가 돌아왔고, 검 게 탄 땅과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덩 이들이 호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 다.
‘화산지 대로군.’
검게 탄 지면을 시작으로 멀리 분 화구가 있는 언덕들이 보였다. 그런 언덕들이 한 눈에 들어오는 것만 해 도 수십 개가 넘었다. 그때 선두의 병사들로부터 보고가 날아왔다.
“7시 방향에 적!”
멀리서 용암으로 된 골렘 무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드디어 시작이로군. 셰비트리를 위시한 마장기사들을 앞세운다!
호가 바로 명령을 내렸다. 아직 병 사들의 진형이 갖춰지지 않았기에, 마장기로 적들을 격퇴할 생각이었다.
“일반 병사들은 뒤로 물러난다! 어 쭙잖게 골렘을 상대하다가 괜한 피 해를 입지 말도록!”
나타난 골렘 몬스터들은 키가 마장 기의 어깨에 닿을 정도로 큰 녀석들 이었다.
그런 탓에 마치 다른 세력의 마장 기를 상대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몸체가 뜨거운 용암으로 이 루어져 있는 터라 일반 병사들이 상 대하기에 굉장히 까다로워보였다.
쿵 쿠 쿵!
나무의 정령인 앤트와 흡사한 생김
새를 한 셰비트리들이 방패를 들고 골렘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런 셰비트리의 움직임에 용암 골 렘들이 쩌억 입을 벌리더니 뜨거운 마그마를 앞으로 쏘아냈다.
“뭐, 뭐야! 이 자식들!”
“으앗! 뜨거!”
마법 처리가 된 마장기의 튼튼한 방패는 용암 골렘의 마그마에도 끄 떡 없었다.
하지만 뜨거운 열기는 막아내지 못 했다. 짜증 섞인 마장기사들이 욕설 섞인 목소리들이 무전을 타고 흘렀 다.
“루루 팡! 루루 피!”
“차가워져맛!”
곧바로 브뤼헤아 비쉬의 마법이 주 위의 온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셰비트리에 탑승한 마장기 사들의 불만도 조금씩 줄어들기 시 작했다. 그렇게 셰비트리들이 용암 골렘의 공격을 막아내는 동안, 다른 마장기사들은 용암 골렘에게 날려줄 강력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포격 발사!”
그리고 편대의 준비가 끝났다는 보 고를 받은 한시진이 정면의 용암 골 렘을 향해 외쳤다.
“어디 한 번 마나의 뜨거움도 당해 낼 수 있나 보자고!”
발사 버튼을 거칠게 누르는 것과 동시에 다연장로켓처럼 라이온레인 의 마력 폭탄이 용암 골렘을 향해 쏘아져 내렸다.
사방에서 폭발이 터졌고, 용암 골 렘이 내뿜는 괴성이 모두의 귀를 울 렸다.
“골렘류는 냉병기로 상대하기가 까 다로운 녀석이니까 마력 폭탄으로 처리하는 게 효율적이지.”
호는 용암 골렘의 머리 위에 있는 붉은색의 바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 다. 그러면서 정보창을 열어 용암 지대에 나타나는 몬스터들의 목록을 떠올렸다.
용암 골렘은 용암 지대에서 나타나 는 몬스터들 중 상위에 속하는 녀석 이었다.
거대한 덩치도 문제인데다가 핵을 파괴하지 않으면 쓰러뜨리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용 암으로 이루어진 뜨거운 몸체 또한 공격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마력 폭탄을 이용한 공격은 골렘류의 몬스터라 할지라도 당해낼 수가 없었다. 연이은 폭발에 골렘의 핵까지 파괴가 되기 때문이었다. 어 쨌든 용암 골렘은 마장기의 화력이 준비되어 있고 화력 집중을 할 수 있다면 어렵지 않게 물리칠 수 있는 상대였다.
“9시 방향에 적!”
“11시 방향에도 있습니다. 엇?! 4 시 방향에도 보입니다!”
“마장기 편대는 흩어져서 아군을 호위하며 몬스터들을 물리친다! 한 시진, 기사왕의 두 개 편대는 자율 작전으로 전환한다! 아군을 향해 달 려드는 녀석들을 알아서 상대하도 록!”
하지만 골렘은 시작에 불과했다. 자신의 요새로 찾아온 것을 환영하 기라도 하듯, 몬스터들과 파이가론 의 피조물들이 사방에서 달려들기 시작했다.
훈련을 받은 병사들과 마장기사들 은 호의 명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가장 먼저 안전한 자리에 서 자세를 잡은 엑스칼리버들이 MLC로 몬스터를 저격하기 시작했 다.
“포격!”
원을 그리며 조여드는 모양새를 하 고 있는 몬스터들을 향해 마력 폭탄들이 한꺼번에 떨어졌다.
그러자 폭발과 함께 커다란 크레이 터들이 여기저기서 생겨나기 시작했 다.
수백, 수천에 달하는 몬스터들이 마나의 화염에 증발했지만, 그 보다 더 많은 숫자의 몬스터들이 새카맣 게 몰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폭발을 피해 가까이 접근하 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실버 문들이 자신들의 검과 방패에 마나를 불어 넣고 달려들었다.
“호 님을 위하여!”
“호! 호! 호!”
날카로운 이빨을 내밀며 도약하듯 달려드는 몬스터를 향해 실버 문이 검을 휘둘렀고, 번쩍이는 섬광과 함 께 몬스터가 머리에서부터 가슴팍까 지 갈라지며 목숨을 잃었다.
폭발에 휩싸여 움직임이 부자연스 러운 녀석들도 있었다. 하지만 실버 문의 검에는 자비가 없었다.
그렇게 접근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 에서 뒤로 조금 떨어져 몬스터들이 뭉쳐있는 곳에 브뤼헤아 비쉬의 광 역 마법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적들이 우리 애들에게 접근하기 전에 모조리 태우고 얼려 버렷!”
다크 엘프 영웅의 명령에 따라 브 뤼헤아 비쉬들이 자신의 마나를 쏟 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러 마법들이 쉴 새 없이 몬스터들에게 날아들었 고, 푸른색의 피가 검은 대지에 흩 뿌려 졌다.
그렇게 일반 병사들이 몬스터들을 상대로 전과를 올리는 동안, 마장기 사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자잘 한 녀석들은 발로 짓밟아 버리거나 하늘로 걷어차 버리는 한편, 중형급 이상의 몬스터들을 상대로는 자신들 의 무기를 꺼내들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용암 골렘의 등장으로 시작된 전투
는 두 시간 정도가 흘러서야 마무리 가 되었다.
죽은 몬스터의 숫자는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 그에 반해 아군의 피해 는 마장기 세 기가 반파되었고, 이 천 가량의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분명 대승이었지만, 피해 보고를 받은 호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 었다.
보스급 몬스터도 아니고 일반 몬스 터들을 상대로 한 전투였기 때문이 었다.
특히 탱커 역할을 해 줄 셰비트리 세 기를 잃은 것은 상당한 타격이었다. 부상자들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호는 포탈을 이용해서 부상자들을 사파리로 돌려보냈다.
“역시 고대신의 던전이라는 건가?”
환영인사치고는 엄청난 숫자의 몬 스터들이 달려들었었다. 위험난이도 SSS등급의 던전에서도 이 정도의 대규모 전투는 쉽게 일어나지 않았 다.
그때 레이더의 끝자락에 붉은 색의 점이 잡혔다. 고개를 돌려보니 개의 모습을 한 몬스터들이 멀찍이 떨어 진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우리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건가?’
뭐, 당장은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일단은 고대신 파이가론 녀석이 어 디에 있는지 찾아야 했다. 지도 창 을 열어 보니 자신이 위치한 곳을 제외한 배경이 새카맸다.
“정찰이라면…… 우리 편대가 다녀 오도록 하겠습니다.”
정찰이 필요하다는 호의 말에 아쉬 카로트가 자원했고, 호는 승낙의 의 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날렵한 움직임이 특기인 수인의 A 등급 마장기 티거알리카로 이루어진 그녀의 편대라면 분명 정찰대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 줄 터였다.
“브뤼헤아 비쉬 두 개 편대를 대동 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대답과 함께 아쉬카토르 편대가 서 쪽을 향해 달려 나갔다.
행여나 몬스터들이 달려들어도 티 거알리카 편대라면 충분히 그들을 따돌리고 아군에게 돌아올 수 있을 터였다.
게다가 브뤼헤아 비쉬도 함께하니 소수의 무리 정도는 그대로 격퇴하 고 정찰임무를 계속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아쉬카토르가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호는 병사들에게 진지를 구축하라는 명령과 함께 번갈 아 휴식을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파이가론이 어디에 숨어 있을 가 요? 아, 이거 잘 익었네. 받아요, 오 빠.”
한시진이 땅 속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감자를 꺼내며 말했다.
용암 지대에서 거주해 본 수인 병 사가 병사들에게 퍼뜨린 요리법이었 는데, 덕분에 여기저기서 병사들이 막대기로 땅바닥을 파는 게 눈에 들 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먹음직스럽게 익은 감자를 받아든 호가 열기를 식힌 감자를 한 입 베어 문 후 말했다.
“글쎄다. 정보가 없어서 알 수가 없네. 하지만 우리가 찾기 전까지 파이가론이 먼저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없을 거야.”
“어째서요?”
“파이가론이 먼저 나타났다 것은 자신의 힘을 모두 회복했다는 이야 기일 테니까.”
“아…… 최악의 상황이겠네요.”
손으로 감자껍질을 까던 시진이 크 게 한숨을 쉬었다.
고대신이 위험에 대해서는 그녀도 직접 경험을 한 바 있었다. 검의 왕좌에서 상대했었던 고대신 운트리온 은 자신의 힘을 대부분 소모한 상태 였음에도 불구하고 호와 한시진을 거칠게 몰아붙였었다.
레나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물리치 는 것이 불가능했을 정도였다.
“빨리 EX등급이 되어야겠어요.”
“나도. 그런데 도대체 시간을 안 주네.”
차근차근 전직 퀘스트의 조건을 달 성하고, 승급을 할 수만 있다면 좋 으련만. 전직 방법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달아 나타나는 사건사고 들로 인해 도저히 퀘스트를 진행할 수가 없었다.
물론 고대신 파이가론의 요새 공략 또한 EX등급으로 향하는 전직 조건 중 하나이긴 했다.
하지만 이왕 전직 조건을 달성할 거 고대신이 아닌 좀 더 쉬운 몬스 터들을 상대하고 싶은 게 호의 마음 이었다.
그렇게 호가 한시진과 대화를 나누 던 도중이었다.
띵동!
-아쉬카로트 편대가 ‘고대신 - 파 이가론의 요새’의 보스급 몬스터 타락한 샐리맨더스를 발견했습니다.
“찾았군.”
메시지를 확인하면서 호는 지도의 정보창을 열었다.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린 모습이었지 만, 아쉬카로트가 움직였던 길을 따 라 지도가 밝혀져 있었다. 그리고 지도의 서쪽 끝에 커다란 해골 모양 이 찍혀져 있었다.
메시지에 나타났던 보스급 몬스터 를 가리키는 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