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너스 대륙전기 450화
끼기긱!
최상급정령 나르코의 마장기가 방 향을 틀며 가까이에 있던 블라디운 트를 측면에서 들이박았다. 그리고 는 반동을 이용해 반대로 몸을 틀어 달아나기 시작했다.
한 마리만 나타나도 상대하기가 버 거운데, 나르코가 확인한 블라디운 트의 숫자는 무려 스무 마리가 넘었 다.
그런 나르코를 따라 유리아와 픽시 나이트들도 빠르게 흩어지기 시작했 다.
끼에에엑!
정령 병사들이 달아나는 모습을 본 블라디운트들이 사납게 울며 달려들 었다.
안타깝게도 중무장을 한 픽시 나이 트들이 도망치는 속도는 상당히 느 린 편에 속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블라디운트가 픽시 나이트의 배후를 들이쳤다. 그리고 끔찍한 살육이 시 작되 었다.
“나르코 님! 벼, 병사들이……!”
“그냥 달려!!!”
유리아의 통신에 나르코가 소리를 빽 질렀다.
픽시 나이트를 살려서 복귀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보다 자신들의 목숨부터 걱정해 야 할 판이었다. 파신의 분신인 블 라디운트는 하나하나가 A등급 마장 기나 다름없는 괴물이었다.
크아악! 아악!!
블라디운트가 휘두르는 피의 무기 에 정령의 축복이 걸린 갑옷과 방패 들이 찢겨지며 관통당했다.
마치 벌레를 찍어 누르듯 블라디운 트들은 픽시 나이트를 상대로 무차 별적인 폭력을 선사했고, 사방에서 비명과 피가 흩뿌려졌다.
나르코와 유리아가 조종하는 두 기 의 마장기는 출력을 최고로 높인 후 쉬지 않고 달렸다.
그 와중에 덜렁거리며 달려 있던 나르코 마장기의 팔 하나는 어느새 떨어지고 없었다.
“후우……. 이 정도면 그 괴물 녀 석들도 쫓아오지 못하겠지.”
그렇게 한참을 도망친 후에야 나르 코가 유리아를 향해 통신을 보냈다.
“대, 대체 그 괴물들은? 나르코 님! 정말로 파신의 분신이 맞는 건 가요?”
“분명해. 비드로 녀석의 분신 블라 디운트가 틀림없어.”
오래 전의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하기는 했다. 그러나 구토가 나올 정도의 끔찍한 외형에 마장기를 상 대할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힘을 지닌 괴물은 파신 비드로의 분신 블 라 디운트뿐이었다.
“빨리 정령 여왕님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해.”
나르코가 레이더로 주위의 안전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한 마리도 아니 고, 수십 마리나 되는 파신의 분신 이 나타났다. 일이 보통 심각한 게 아니었다. 정령 왕국의 안전은 물론 이고, 리그너스 대륙의 평화가 위협 받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사흘 동안 쉬지 않고 달린 두 영웅은 무사히 정령 왕국의 수도 유드라실에 도착할 수 있었고, 곧바 로 아르넨 리네를 만나 파신의 분신 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렸다. 곧바 로 왕국에 비상이 걸렸다.
보고를 받은 아르넨 리네는 다른 세력들에게 서신을 보내는 한편, 대 규모의 병력을 동원해 블라디운트가 나타났다는 장소로 향했다.
하지만 블라디운트가 나타났다는 장소에는 픽시 나이트들의 끔찍한 시체만이 보일 뿐, 파신의 분신은 어느새 모습을 감추고 없었다.
“이 근처를 샅샅이 수색해라!!!”
픽시 나이트들의 시체를 확인한 아 르넨 리네는 시체에 남겨진 흔적에 서 블라디운트와 파신 비도르의 마 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떤 꿍꿍 이를 가지고 자신의 왕국에 숨어들 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더 큰 재앙을 불러오기 전에 하루라도 빨 리 물리쳐야만 했다.
그러나 정령 병사들이 필사적으로 주변을 수색해도 블라디운트는 코빼 기도 보이지 않았다. 리그너스 대륙 의 일반적인 종족과는 궤를 달리하 는 존재가 그들을 숨겨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 리.를.숨. 겨. 준다. 는. 것.은. 함께. 손.을.잡. 겠다. 는. 것. 인. 가?”
끈적끈적한 목소리가 깊은 지하의 장내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넓은 대전, 오염된 옥좌 위 에 있던 존재가 천천히 자신의 거체 를 일으켰다.
너희들을 숨겨준 것은 단순한 유희
에 불과한 일이다.
“우. 리 와. 손. 을. 잡.는. 다. 면. 대 .륙.을. 차. 지.하.고.창.조. 신.을.쓰. 러.뜨. 릴. 수. 있다.”
그런 네놈들도 창조신의 피조물에 불과한 것들이지.
적대심이 느껴지는 고대신 카리운 의 음색에 비도르는 입을 다물었다.
파신 비야르키나가 사망하면서 리 그너스 대륙의 힘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비드로는 본격적인 침 략에 앞서 리그너스 대륙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창조신과 대적했던 고대신의 힘을 이용하려고 했다. 그리고 고대신 중 하나인 카리운이 정 령 왕국에 봉인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그를 깨우기 위해 직접 리그너스 대륙의 정령 왕국으로 향 했던 것이다.
창조신의 결계나 다름없는 그랜드 라인을 통과하면서 비드로는 자신이 지닌 마력을 모조리 소모시켜야만 했다.
그 결과 그랜드 라인을 통과해 정 령 왕국에 숨어들 수 있었고, 삼 개 월이 넘는 시간동안 힘을 회복하면 서 자신의 피조물인 블라디운트들을 만들어내며 카리운을 찾을 수 있었 다.
그 와중에 정령 왕국과 충돌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비드로 는 자신이 찾아낸 고대신의 도움으 로 정령들의 눈을 피해 카리운이 봉 인된 지하로 숨어들 수 있었다.
‘그. 런데. 어째. 서?’
비드로는 조용히 머리를 굴렸다. 눈앞의 파신은 자신들과 손을 잡지 않는다면서도 정령들의 눈에서 자신 들을 숨겨줬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 지 않는 것이다. 갸웃한 비드로가 재차 물었다.
“원하. 시. 는게. 있. 으시. 니까?”
육체.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살짝 흥분한 것 같은 목소리가 비드로의 귀에 들 려왔다.
“육체?”
그렇다. 이 몸을 대신하고, 나의 힘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 운 육체가 필요하다.
“어. 떤. 육체.가.필.요.하.십. 니까?”
아르넨 리네. 정령 여왕을 붙잡아 와라. 그렇다면 내 너희들을 도와 이 대륙을 피와 비명으로 물들게 해 주마.
선언을 하듯 카리운의 목소리가 대 전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잠시 고민을 하던 비드로가 고개를 끄덕였 다. 정령 여왕을 붙잡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고대신이 날뛰기 시작한다면 리그너스 대륙은 큰 혼 란에 빠질 것이 분명했다.
“알. 겠. 습니다. 아르. 넨. 리.네. 정. 령. 의.여.왕.을. 잡아.오.겠. 습니다.”
그 때 자신들의 군세가 그랜드 라 인을 무너뜨리고 리그너스 대륙에 들이닥친다면, 오랫동안 염원해 왔 던 여신 카테지나의 뜻을 이룰 수 있었다.
해가 중천에 걸린 정오. 호가 멀찍 이 떨어진 전장과 정보창을 번갈아 보며 중얼거렸다.
“생각보다 퀘스트 진행 속도가 빠 른데……
몬스터들과 싸우고 있는 병사들을 지휘하고 있는 영웅은 아스트리드 벨. S등급에 불과한 그녀의 성장을 위해 호는 직접 벨을 케어하며 그녀 의 승급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자신이나 한시진과는 달리 벨은 내 정형 클래스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벨의 승급 퀘스트는 대부분 내정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 다. 전투 쪽으로 달성해야 하는 것 들도 없지는 않았지만, 조건들이 전 부 쉬운 편에 속했다.
“아무래도 클래스의 차이인 모양인 데.”
“부럽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내정형 클래스로 전직을 할 걸 그랬 나?”
“지금도 불가능하지는 않아. 경험 치 좀 날리면 되는데, 어때? 전과 할래?”
“에헤이. 그냥 해본 말이죠.”
시진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승급 조건이 아무리 쉽다 하더라도 내정형 클래스는 무력 능력이 EX 등급도 되지 않았다. 아스트리드 벨 또한 SS등급의 클래스를 지니고 있 었지만, 무력 능력은 고작해야 A밖 에 되지 않았다.
통솔도 드에 불과했다. 지력과 정치 능력에 보너스가 많이 붙기는 하지 만, 한시진이 원하는 능력은 아니었 다.
“그러고 보니 벨이 나보다 먼저 SSS등급이 되는 거예요? 그건 좀 싫은데……
“왜? 너도 노력하면 가능하잖아.”
“하아. 그 노력이 너무 빡세니까 그렇죠……
시진이 얼굴을 구기며 정면을 바라 보았다.
오래 전, 그녀는 고대신 운트리온 과 맞닥뜨렸었던 검의 왕좌를 성공 적으로 공략하고 SS등급의 클래스 검제로 승급할 수 있었다.
그 후 SSS등급의 클래스인 검신으 로 향하는 조건을 차근차근 만족시 켜나가고 있었지만, 승급으로 향하 는 길은 쉽지 않았다.
“빌어먹을 일기토.”
그 중에서 가장 달성이 힘든 조건
이 바로 일기토였다. 위험난이도 SS 등급의 던전에서 등장하는 몬스터 혹은 SS랭크 이상의 병사를 상대로 일대일을 벌여 승리를 거둬야지만 횟수를 채울 수는 조건이었다.
물론, 무력 능력이 천이 넘는 한시 진의 실력으로는 어렵지 않게 달성 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횟 수가 문제였다. 무려 만 번의 승리 를 거둬야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폐관 수련은 언제 할 거 야‘?”
“……그렇지 않아도 조만간 다시 들어갈 거예요.”
그리고 그녀는 호가 이미 클리어를 한 SS등급의 던전을 찾아 간헐적으 로 나타나는 몬스터를 상대로 하나 둘씩 승급 퀘스트의 횟수를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며칠 전에야 오천 번의 승 리를 거뒀으니 적어도 몇 달은 더 있어야 검신으로 승급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우씨……
SSS등급으로 향하는 길은 그만큼 어려웠다.
그러나 검의 왕좌에서 맛보기로 경 험했었던 검신의 능력은 지금의 힘겨운 조건들을 모두 달성해서라도 손에 넣고 싶은 클래스였다. 하물며 앞으로는 더욱 강력한 적들이 알르 드의 앞을 가로막을 예정이었다.
“오빠는요? ‘리그너스-온리 원’ 맞 죠? 승급 준비는 잘돼 가요?”
자신만 고생하는 것이 억울했는지 시진이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
“나야 뭐 그럭저럭?”
호는 어깨를 으쓱였다. 현재 보유 하고 있는 클래스인 ‘모든 것을 지 배하는 자-미솔로지’가 통솔형 클래 스에 속하는 까닭에 EX 등급인 ‘리 그너스-온리 원’으로 승급할 수 있는 조건은 대부분 전쟁 혹은 대규모 전투와 연관된 것들이었다.
병력의 차이가 수 배 이상 나는 적들을 상대로 승리하기, 일정 규모 의 군대만을 이끌고 위험난이도가 높은 던전을 성공적으로 클리어 하 는 것과 같은 것들이었다.
‘어떻게 보면 달성이 굉장히 어려 운 조건들인데……
SSS랭크의 병사는 물론이고, 용족 의 병사까지 양성할 수 있는 알르드 의 군주인 까닭에 호는 EX등급으로 향하는 길이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좀 귀찮을 뿐이지, 시간과 노력만 들인다면 조건을 만족시키는 게 불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퀘스트를 진행 중 이거든.”
“……아.”
낮게 한숨을 쉬는 시진을 향해 호 는 입 꼬리를 슬쩍 올려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일정 규모의 군대만 을 이끌고 위험난이도가 높은 던전 을 성공적으로 공략하는 승급 조건 을 진행하고 있었다.
다만, 휘하의 부대 중 한 부대가 아스트리드 벨이 지휘관으로 있는 부대일 뿐이었다.
이 정도의 속도라면 두 달 내에 EX 등급으로 승급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해결해 야 할 일이 있었다.
‘파이가론.’
사파리에서 힘을 회복하고 있는 빌 어먹을 고대신. 그 녀석을 때려잡기 위해 S등급의 마장기인 알바트로스 연퀘까지 클리어 해야만 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짐승신 의 전당을 공략하고 싶었지만, 아직 짐승신의 시련에서 피해를 입은 마 장기들이 수리 중에 있었다.
“어쨌든 이번 폐관수련은 일주일 정도로 끝내.”
“일주일? 왜 그렇게 일찍……. 아! 드디어 파괴신 녀석이 있는 던전을 공략할 생각이에요?”
“그래. 그 녀석이 더 힘을 회복하 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물리쳐야겠 어. 뒤통수가 영 간지러우니까 아무 것도 못하겠네.”
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승급 퀘스 트를 진행하는 것도, 아군 소환자들 을 성장시켜주는 것도 파이가론 녀 석을 물리치고 난 이후에야 제대로 진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리고 지금도 사파리에는 알르드 의 에이스급 오너들이 자신들의 전 용기를 가지고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었다.
전부 며칠 후에 있을 짐승신의 전 당 공략에 함께할 이들이었다.
리그너스 퓨전판타지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