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너스 대륙전기 448화
[알바트로스의 성검 (EX등급 유니 크)
효과-알바트로스 소환(소환자 전 용)
전설속의 신수 기린의 모습을 한 사족보행 마장기 알바트로스를 소환 하는 열쇠입니다. 하지만 무기로써 의 가치도 굉장히 뛰어납니다. 알바 트로스는 짐승신의 시련을 통과한 소환자만이 사용할 수 있으며, 시련 을 함께 했던 소환자라면 누구나 소환이 가능합니다. 단, SSS등급의 소 환자만이 알바트로스의 힘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땡그랑!
신검이라 부를 수 있는 황금색 검 이 볼썽사납게 바닥을 굴렀다. 집무 실로 돌아오자마자 호가 내던진 것 이다.
알바트로스의 성검이 바닥을 구르 는 모습에 수인 영웅들이 놀라서 입 을 쩍 벌렸다.
하지만 어두운 오오라를 풀풀 풍기 는 호의 분위기에 다들 입을 열지 못했다.
“빌어먹을!”
엄청난 피해를 무릅쓰고 짐승신의 시련을 통과했다.
그리고 S등급의 마장기 알바트로스 를 소환할 수 있는 열쇠를 얻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지만 호는 시련 을 끝낸 직후부터 더러운 기분이 가 시지 않고 있었다. 창조신 리그로우 와의 껄끄러웠던 대화가 계속해서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라헬이 모든 일의 흑막 아니었 어?’
이제까지 그렇게 생각했었다.
여신 라헬. 가상현실게임 ‘리그너 스 대륙전기’의 게이머들에게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악신이자 일명 진 보스.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스토리에서 여신 라헬은 봉인된 창조신들의 힘 을 빼앗고, 자신이 유일한 존재가 되기 위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게이머를 소환한다.
그리고 게이머가 리그너스 대륙을 통일시키는 동안, 그녀는 창조신의 눈을 피해 자신만의 세력을 만든다. 오호신장과 신의 군대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렇게 철저하게 준비된 게이머가 아니면 막아내기 힘든 강력한 군대 를 일으킨 라헬은 게이머를 물리치 고 대륙에 숨겨져 있는 창조신의 힘 의 근원을 찾아 그것을 흡수하게 된 다.
그 후, 라헬은 창조신을 소멸시키 고 리그너스 대륙의 유일신이 되는 것이 바로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진 패배 엔딩이었다.
‘당연히 라헬이 모든 것을 꾸몄다 고 생각했는데……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플레이 해 본 사람이라면 백이면 백 다 그렇게 생각했을 거다. 라헬이 모든 사건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그에 반해 창조신이라는 존재는 게 임 속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이들이 었다.
단지 라헬과 연관되어 잠깐 나타났 다가 사라지는 존재에 불과했다. 하 지만 짐승신의 시련을 통과하고 만 날 수 있었던 창조신은 라헬 이상으 로 음험한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로우덴. 피해는 집계 됐나?”
“멍멍. 마장기 19기가 완파됐고, 27 기가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죽은 영웅은 총 아홉 명으로 키라이스, 루센, 엘 아샨틴……
“됐어. 죽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봤 자 가슴만 아플 뿐이지. 죽은 영웅 들의 가족들에게는 최고 수준의 배 상을 하도록 해.”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멍멍.”
고개를 꾸벅 숙인 로우덴이 빠르게 밖으로 나갔다.
호의 기분이 평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좋지 않다는 것을 깨 닫고는 바로 자리를 피한 것이다. 로우덴을 시작으로 눈치가 빠른 영 웅들도 크고 작은 임무들을 수행한다는 핑계를 대고 하나, 둘씩 집무 실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후우.”
갑작스레 휑해진 집무실의 모습에 호는 의자 뒤로 체중을 실었다. 끼 익하는 쇳소리를 들으며 답답한 느 낌에 상의의 단추를 풀었다.
그리고는 좌우로 고개를 돌리던 도 중 브로리가 눈에 들어왔다.
많은 영웅들이 업무를 핑계대고 집 무실을 나섰지만, 그녀는 딱히 맡은 업무가 없었다.
원래 그녀가 맡았던 마장기사들의 훈련을 후임이나 다름없는 아쉬토에게 모조리 떠넘겨 버렸기 때문이었 다. 그리고 아쉬토는 마장기사들과 손발을 맞춰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 집무실을 나간 지 오래였다.
호와 눈이 마주친 브로리가 잠시 호의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물 었다.
“화가 좀 난 것 같은데 죽은 영웅 들을 생각하는 거야? 그만큼 어려운 전투였어. 네가 아무리 대단하다 하 더라도 모두를 살릴 수는 없는 노릇 이야.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적과의 전투가 아닌 시련이었다고. 그것도 짐승신의 시련. 그 시험을 통과하는 동안 우리가 입은 피해가 얼마나 되 는지 알아?”
“……얼마인데?”
“단순하게 눈에 보이는 피해만 해 도 최소 600 억 최대 1000억 리스 를 날렸어.”
브로리의 입에서 설마 라는 목소리 가 흘러 나왔다. 과장인 줄 알았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호의 움직임에 아무런 변화도 없자 그녀가 화들짝 놀라더니 정색하며 말했다.
“지, 진짜야?!”
“그래. 다른 세력들이었다면 나라 가 휘청거렸을 정도의 엄청난 피해야. 하지만 내가 화가 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야. 짐승신이라는 작자가 보여준 태도라고.”
“너 그거 신성모독……. 아니다. 뭐, 상관없으려나. 하기야 나도 짐승 신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내 가 상상하던 신의 분위기는 아니긴 했다.”
수인들을 창조한 짐승신은 모든 것 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따뜻한 녹색 의 마나를 품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브로리가 본 짐승신의 색은 칙칙한 회색이었다.
“솔직히 말해 이제까지 난 라헬만
이 우리들의 진정한 적이라고 생각 했었어.”
“너희와 같은 소환자들을 이리로 끌고 왔으니까?”
“그렇지. 하지만 그런 라헬의 행동 을 과연 창조신들이 모르고 있었을 까? 분명히 연관되어 있을 거야.”
“정말요? 어떻게요?”
조용히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시 진이 끼어들었다. 책상에 얼굴을 대 고 있는 모습에 자고 있는 줄 알았 는데, 대화소리에 잠이 깼던 모양이 었다.
“먼저 우리의 정체를 알고 있었고,
이 세계가 우리를 필요로 한다고 말 을 했어.”
자신의 생각이 괜한 생각일지도 모 른다.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게다가 짐승신이 보여준 모 습은 정말로 역겨운 수준이었다.
“결국 이 세계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우리들이 라헬의 손에 의해 소 환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거야.”
“암묵적인 동의라는 건가요?”
“아니면 라헬에게 소환자들을 소환 하라고 시킨 존재가 창조신일 수도 있다는 말이지.”
호의 가정 섞인 대답에 한시진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눈동자가 또렷한 게 혼란스 러워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생각 을 정리했는지 그녀가 입을 열었다.
“만약 오빠의 말이 사실이라면 언 젠가는 일이 터질지도 모르겠네요. 창조신이라는 존재를 우리가 물리칠 수 있을까요?”
한시진의 말에 브로리가 움찔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소환자들이 하는 대화가 무엇을 말 하는지 모를 정도의 바보는 아니었 다. 하지만 브로리는 칙칙한 느낌의 창조주보다 이제까지 함께했던 가족 과도 같은 이들이 더욱 소중했다.
뭐, 다른 수인 녀석들이라면 잘 모 르겠지만. 로우덴 역시 자신과 같은 생각일 것 같았다.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닐 거야.”
그리고 호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습관적인 행동이었다. 가상현실
RPG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라면 누
구나 다 가지고 있을 법한 습관.
최악이었던 시련을 끝내고 짐승신 과 마주했을 때, 호는 자신도 의식 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앞에 나타난 신의 정보창을 열었다.
그리고 리그너스 대륙의 창조신은 신의 능력을 숫자로 측정해 호의 눈 앞에 나타냈었다.
〈리그로우의 정보(Status)〉
레벨 : 9999
신성 력 :9999(-4700)/9999(-4700)(G)
상태 : 부상에서 회복 중.
대단한 정보가 나왔던 것은 아니었 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호는 몇 가지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알르드에서 가장 능력이 뛰어난 영웅은 로우덴이야. 무려 EX+등급 의 능력을 지니고 있지. 그리고 창 조신은 그보다 위의 능력을 지녔다 고 생각해.”
한계 능력 9999인 G등급이 그것 으로 보였다.
“우리도 그와 엇비슷할 정도로 능 력을 높일 수 있을까요?”
한시진이 물었다. 처음 이 세계에
서 발을 디딘 소환자들이 도등급에 서부터 지금의 모습까지 성장한 것 처럼 창조신의 능력인 G등급까지 능력을 높일 수 있는지 궁금했던 것 이다. 그리고 호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아마 어렵지 않을까? 우리가 G등 급의 능력을 가진다는 건 창조신과 동일한 수준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 는 말과 똑같은 거잖아? 과연 신이 라는 녀석이 그것을 그냥 두고 볼 까?”
호가 내린 결론이었다. 설령 가능 하다 하더라도 창조신이 그것을 그 냥 두고 볼 것 같지 않았다. 어떻게든 방해를 하려 들 게 틀림없었다.
“창조신의 위엄이 얼마나 대단한지 는 알 수 없지만, 막상 싸움이 벌어 진다고 하면 알르드의 전력으로는 창조신을 당해낼 수 없을 거야. 신 의 분노에 마장기는 불타오르고 병 사들은 재로 변할 테지.”
“그렇다면요?”
“좀 더 빨리 움직이는 수밖에.”
“?????? 네?”
호의 대답에서 무언가를 빠졌다는 것을 느낀 한시진이 살짝 눈살을 찌 푸렸다. 그리고 호가 남을 말은 마 저 이었다.
“창조신이 봉인되어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 그들이 왜 자신들을 봉인했을까?”
“힘을 회복하기 위해서죠.”
시진이 당연하다는 목소리로 말했 다. 그녀가 리그너스 대륙에서 활동 한 시간만 해도 오 년이 넘었다.
“맞아.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 만, 오래 전 창조신들은 자신들의 힘을 모두 소모시켜야만 했어. 그리 고는 라헬로 하여금 리그너스 대륙 을 관리하게 하고 봉인이라는 이름 으로 잠에 들었지.”
“……아직 제대로 힘을 회복하지
못한 건가요?”
“그래. 만약 그들이 자신들의 힘을 회복했다면 고대신이 대륙을 활개 치는 모습을 그냥 지켜보고 있었을 까? 당장 전쟁이 벌어졌을걸?”
하지만 그것을 하지 못해서 리그로 우는 이 대륙이 소환자들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 게 틀림없었다. 호가 본 고대신들은 정말로 만만한 녀석 들이 아니었다.
창조신의 입장에서 본인들이 힘을 회복하기 전에 고대신들이 먼저 대 륙을 차지하고 봉인된 장소를 찾아 낸다면 그보다도 더욱 최악인 상황 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면 고대신과 손을 잡아야 하는 거야?”
“그럴 리가. 그 녀석들은 창조신을 상대하기도 전에 우리를 타락시키려 들걸?”
심각한 표정으로 물어보는 브로리 의 질문에 호는 고개를 저어 보였 다.
그 녀석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손 을 잡아서는 안 될 놈들이었다. 타 락으로 인해 알르드가 엉망이 될 게 분명했다.
“솔직히 알르드의 영웅들 중에서도 껄끄러워 하는 이들이 많이 나올 거야. 그만큼 신과 상대하는 것이 쉬 운 일은 아니지. 하지만 나중을 대 비해 지금부터 준비를 하긴 해야 돼. 중요한 것은 창조신들이 자신의 힘을 모두 되찾기 전에 우리가 먼저 선수를 쳐야 한다는 거야.”
“마장기 전력을 좀 더 높여야겠네 요. 이 세계의 가장 강력한 병기잖 아요?”
그렇게 말하는 시진에게 호가 고개 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바트로스를 분석하는 것도 나쁘 지 않을 것 같아. 운이 좋으면 A등 급보다 더 강력한 마장기를 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연구 목록에는 나오지 않지만, 그 래도 알바트로스는 S등급의 마장기 였다. 조금은 도움이 될지도 몰랐다.
그때 였다.
띵동.
-‘신에 대한 도전 - 마장기’ 퀘스 트가 발생합니다.
아니, 이게 퀘스트로 뜬다고?
호의 눈동자가 휘둥그레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