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너스 대륙전기 447화
“마장기사들은 전투 준비! 일반 병 사들은 뒤로 빠진다!”
첫 번째 짐승의 시련이라는 이름으 로 호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커다란 표범이었다.
덩치가 마장기와 비교될 정도니 확 실히 일반적인 표범은 아니었다.
게다가 신성한 느낌을 주듯 전신이 은색으로 빛나기까지 했다.
호는 눈앞의 표범을 자세히 살폈
다. 상대가 어떤 능력을 지니고 있 는지 알 수가 없으니,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정보를 추출해야 했다. 일 단 날카로운 발톱과 커다란 송곳니 는 주의해야 할 것 같았다.
게다가 이런 형태의 녀석들은 아군 의 뒤를 잡고 급습하는 것을 좋아하 곤 했다.
쾅! 콰아앙!
거대 표범이 앞으로 다가오려던 찰 나, 브로리가 선제공격을 날렸다.
그녀의 전용기인 코우랄라의 묵직 한 주먹이 표범의 몸체를 두들겼다. 한 방 한 방이 마장기의 장갑을 찌그러뜨릴 수 있는 강력한 공격이었 다.
“한시진과 2개 편대는 측면으로 돌 아 적을 공격한다. 브로리의 어그로 가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하도록. 또 한 적이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밝혀진 게 없으니 무리하지 않도록 해. 이레네 아르티아와 6편대는 적 의 움직임에 주시하며 행여나 사고 가 터지면 그쪽을 우선으로 지원한 다. 셰비트리 편대는 아군의 앞에서 적의 공격을 막는다.”
그렇게 일반적인 명령을 내린 호는 곧바로 라이온레인-플레임을 움직 였다. 쿠웅 하고 들려오는 강철 거인의 소리는 굉장히 묵직했다.
브로리가 어그로를 잡았다고 판단 한 시점부터 아군 마장기들도 조심 스럽게 공격을 시작했다.
화력을 제대로 발휘한 것은 아니지 만 거대 표범의 생명력은 호의 예상 보다 조금 더 많이 줄어 있었다.
‘생명력이 줄어드는 속도를 보 면……. 피만 많은 돼지 같은 녀석 은 아닌 모양이네.’
하지만 저런 녀석들의 특징은 공격 력이 상당하다는 점이었다. 또한 아 군을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는 필살 기와 같은 기술을 사용하기도 했다.
캬아아아앗!
거대 표범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브로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표범의 머릿속에는 고릴라 형태의 마장기가 자신에게 가장 위협적이라 는 생각이 박혀 있을 터였다. 그리 고 호는 거대 표범의 옆구리를 향해 달려들어 마나로 불타오르는 화염의 검을 휘둘렀다.
캬아악!
마나의 불꽃이 거대 표범의 피부를 태우자 제법 맛깔난 비명이 터져 나 왔다.
이대로 공격을 계속한다면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겠지만 어그로가 넘 어갈 가능성이 컸다.
그렇기에 호는 화염의 검을 다시 휘두르는 것을 멈추고 강철의 주먹 과 발로 표범을 걷어찼다. 당연히 자신의 마나로 피부를 태운 부분이 었다.
콰직! 쾅!
전투가 길어지면서 살살 간만 보던 공격이 조금씩 화력을 더하기 시작 했다.
다행히 첫 번째 시련으로 나타난 거대 표범은 그리 위협적이지 않은 녀석이었다.
발톱을 길게 늘어뜨려 하는 공격. 갑자기 랜덤한 아군의 뒤로 나타나 기습을 가하는 능력을 제외하면 딱 히 주의할 게 없었다.
“끝내버려.”
마나로 뒤덮인 무기들이 거대 표범 을 불태웠다.
덤으로 마력 폭탄도 서른 발 정도 터뜨렸다. 그리고 거대 표범은 마나 폭탄의 화끈한 폭발을 견뎌낼 수 없 었다.
“생각보다 쉬운 녀석이었네요.”
커다란 낫을 갈무리한 한시진이 호 에게 통신을 보냈다.
전설 속의 전설이라 불리는 마장기 ‘알바트로스’가 숨겨져 있는 던전인 까닭에 제법 어려운 싸움이 될 거라 고 생각했던 그녀였다.
하지만 아군의 앞에 나타난 거대 표범은 굉장히 싱거운 녀석이었다. 몸 풀기 수준 정도? 굳이 등급을 매기자면 A등급에서 S등급 사이에 걸쳐 있는 녀석 같았다.
“그러게. 앞으로도 이런 녀석들만 나타났으면 좋겠다.”
호가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그리 고 거대 표범의 사체가 사라지는 것 과 동시에……
[두 번째 짐승의 시련이 나타납니 다.]
엄청난 크기의 거북이가 모습을 드 러내었다. 라이온레인보다도 몇 배 나 큰 녀석이었다.
“이 자식 진짜 매너가 개네. 휴식 시간도 안 주는 건가?”
거대 표범을 시작으로 마장기를 한 입에 삼켜버리는 괴물 거북이, 날카 로운 부리로 단단한 강철을 헤집는 괴물 새, A등급 마장기를 투석 공 격 한 방으로 박살을 내는 괴물 원 숭이 등이 짐승의 시련이라는 이름 으로 연달아서 호의 앞을 가로막았다.
아니나 다를까 거대 표범은 맛보기 에 불과했다.
그다음으로 나타난 괴물들로 인해 아군은 고전에 고전을 거듭해야 했 으며, 마장기는 물론이고 인명피해 까지 냈다.
그리고 지금은 짐승의 시련이라는 이름으로 한 마리의 드래곤을 상대 하고 있었다.
- 크오오오오!!!
“브레스다! 모두 가장 자리로 물러 나!!!”
호의 명령에 마장기사들이 말 잘
듣는 견인족처럼 밖으로 움직였다.
드래곤의 브레스로 인해 무려 일곱 기의 마장기가 녹아 버렸고, 마장기 사들도 네 명은 사망, 세 명은 중상 을 입었다. 하지만 그들의 희생으로 호는 브레스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깨달을 수 있었다.
호 또한 일정 범위의 밖으로 이동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끔찍한 화염 이 드래곤을 주위를 불태우기 시작 했다.
“크윽.”
브레스의 범위에서는 벗어났지만 뜨거운 열기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멍하니 있을 겨를이 없었다. 머릿속으로 드래곤이 보여준 다양한 패턴들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드래곤의 브레스는 20초 정도 이 어졌다. 어지간하게 폐가 뜨거운 녀 석이었다. 그리고 드래곤의 다음 움 직임을 주시하던 호가 아군 마장기 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8 시! 꼬리 공격!”
호가 명명한 위치에 있던 마장기사 들이 곧바로 튀어 오르듯 하늘을 날 았다. 동시에 드래곤의 묵직한 꼬리 가 지면을 훑었다.
“공격! !!”
브레스에 이어 꼬리 공격에 당한 마장기사는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드래곤이 다음 공격을 위해 준비를 하려는 약간의 시간이 아군 의 드래곤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브레스! 모두 달려!!!”
“전방 브레스가! 부채꼴 범위에 있 는 녀석들은 전부 튀어!”
“브로리! 어그로! 어그로가 풀렸 어! 빨리 잡아!!!”
“아르티아! 부상을 입은 마장기를 안전 범위로 내보내! 뒤처리는 일반 병사들에게 맡긴다!!!”
정말로. 정말로 다행이었다. 가상현 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즐기 기 전, 레이드 컨텐츠를 위주로 한 다른 게임에서 자신이 공대장으로 활약했다는 사실이 말이다.
게다가 어렵지 않은 난이도의 괴물 들을 순차적으로 상대하면서 호는 그 때의 감각을 빠르게 되찾을 수 있었다.
“지금! 극딜!!!”
호의 명령에 따라 살아남은 마장기 사들이 무기에 자신의 마력을 쏟아 부었다. 드래곤의 공격을 피할 때부 터 준비가 되어 있던 공격이었다.
“죽어! 죽어! 죽어!!!”
“하아아아압!”
데스 사이더의 낫이 드래곤의 가슴 피부를 베었고, 이어서 기사왕의 그 랜드 크로스가 피부가 벗겨진 속살 을 불태웠다.
콰콰쾅! 쾅! 쾅!
라이온레인 편대의 마력 폭탄이 연 속해서 터져나갔다.
조금은 지나칠 정도의 화력이었지 만, 다음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만큼 아홉 번째 짐승의 시련이라 는 이름으로 나타난 드래곤은 너무 나 위험한 녀석이었다.
[최후의 시련을 통과하신 것을 축 하합니다.]
“……어쩌라고.”
호는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 며 말했다. 드래곤은 쓰러졌고, 짐승 신의 시련은 통과했다. 하지만 피해 가 만만치 않았다.
죽은 영웅만 아홉이 넘었고, 박살 난 마장기는 그 배에 달했다. 에이 스 오너도 피해가 있었다. 다람쥐 족의 라쿤이 드래곤의 꼬리에 얻어 맞고 중상을 입은 것이다.
라쿤의 마장기인 프랭스도 반파되 어 현재 실버 문들이 부품을 수거하 고 있었다.
알르드의 주력 마장기가 A등급이 라는 것을 감안하면 짐승신의 시련 을 통과하는 동안 최소 600억 리스 가량이 날아간 셈이었다.
그것도 마장기를 다룰 수 있는 높 은 등급의 영웅들의 피해는 집계조 차 하지 않았다.
“알바트로스인가 뭔가를 얻어도 이
정도의 피해면 당장 파이가론을 공 략하는 건 힘들겠네.”
모든 전력을 동원하면 상관없는 일 이었다. 하지만 국경에 배치된 마장 기 전력을 빼돌리면 다른 종족들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었다.
에이스 오너들을 뒤로 물린 것만으 로도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한 상 황이었다.
뭐, 그렇다고 다른 종족들이 미친 척 알르드를 공격하지는 않겠지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또한 루베릭 대륙의 동태도 주시해 야만 했다. 파신 비야르키나를 죽인 만큼 루베릭 대륙은 자신에게 이를 갈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그들의 무시무시한 전력을 생각하 면 한 기의 마장기를 잃는 것도 타 격이 컸다.
“개 같은 시련……
짜증으로 욕설을 내뱉으려던 호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이제껏 시련 들이 나타났던 장소에서 빛이 모이 고 있었다.
“모두 전투 준비!”
“뭐, 뭐야?”
“시련은 끝난 거 아니었어요?!”
갑작스러운 이상 현상에 긴장을 풀 고 있던 영웅들이 다급하게 움직였 다.
다행히 나타난 것은 적이 아니었 다.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빛이 모습을 드러내었고, 그 안에서 짐승의 가죽 을 머리에 쓴 남자의 형상이 나타났 다.
‘누구?’
그리고 호가 남자를 물끄러미 웅시 하던 순간이었다.
비명과 함께 수왕 아쉬토가 재빨리 무릎을 꿇었다. 다른 수인 영웅들도 반응은 똑같았다. 여기저기서 헉하 는 소리가 터져 나왔고, 어느새 전 원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고 있 었다.
멀쩡이 서 있는 이들은 수인이 아 닌 종족들이었다.
[나의 시련을 통과한 것을 축하한 다. 이 세계에서 불려온 존재들이 여.]
“어……?”
남자의 말에 호가 눈을 크게 떴다. 자신들을 가리켜 이 세계에서 불려 온 존재라고 일컫는 이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왠지는 몰라도 눈앞의 남자가 심상치 않은 존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스치고 지나가 는 존재가 하나 있었다.
“저……. 혹시 짐승신이십니까?”
[그렇다. 나는 수인들을 창조한 짐 승신이며 리그너스 대륙의 창조한 두 개의 기둥 중 하나인 리그로우 다.]
남자의 대답에 여러 생각들이 머릿 속으로 스치고 지나갔다. 솔직히 말 해 물어보고 싶은 말들이 산더미 같 았다. 하지만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궁금한 게 제법 많은 모양이구나. 특히 너희들이 어떤 이유로 이 세계 에 불려왔는지 알고 싶겠지.]
“그렇습니다.”
정답이었다.
하고픈 말이 많았지만 무엇보다도 호는 자신들이 어째서 이 세계에 끌 려왔는지에 대해 알고 싶었다.
라헬에게나 물어볼 법한 질문이지 만 창조신은 라헬보다도 상위의 존 재. 그것도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보면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세계가 그대
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지.]
“그게 무슨……?”
그리고 예상을 뛰어넘는 어처구니 없는 대답에 호가 뭐라 말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리그로우가 한 발 먼저였다.
[나에게는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 다, 이 세계의 존재여. 고대신의 타 락이 많은 힘을 소모한 나와 세리너 스를 노리고 있다. 나의 신위가 부 여된 무기를 이용해 그들을 물리쳐 다오. 만약 그들을 물리치지 못한다 면 이 세계는 멸망할지도 모른다.]
[묻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다. 하 지만 나는 너에게 길게 대답을 해 줄 상황이 아니다. 고대신의 악이 이 세계에서 정화된 이후 우리는 다 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리그로우는 사라지 고, 흰색과 황금색이 섞인 마장기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S 등급의 마장기 알바트로스였다. 하지만 알바트로스를 얻었음에도 호 의 표정은 쉬이 펴지지 않았다. 창 조신이 했던 말이 영 껄끄러웠던 탓 이었다.
‘이 세계가 우리를 필요로 한다고?
그러면 우리의 필요성이 사라지고 나면?’
과연 원래의 세계로 돌려보내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토사구팽이라는 사자성어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보통 이런 식으로 불려온 주인공들은 꼭 뒤통 수를 얻어맞곤 했다.
호가 주로 봤던 판타지 소설이나 만화에서는 한 치의 예상도 빗나가 지 않고 비슷한 스토리를 보였다.
“산 너머 산이네. 젠장할.”
게다가 호는 리그로우와의 대화에 서 그가 자신들을 도구로 대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 로우는 자신의 시련으로 인해 한 목숨을 잃은 영웅들은 입에 지도 않았다.
리그 소중 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