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너스 대륙전기 442화
제덴 사막의 개미굴은 호가 공략했 던 리그너스 대륙의 던전 중에서도 유별날 정도로 커다란 크기를 자랑 하는 던전이었다.
복잡한 미로 형태를 한 메이즈 가 든도 굉장히 넓은 던전에 속했지만, 제덴 사막의 개미굴과 비교하면 상 대조차도 되지 않았다.
덕분에 삼십오만이나 되는 병력을 던전에 투입했지만, 호는 그 숫자가 많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게다가 개미굴의 크기는 예전보다도 더욱 넓었다.
아무래도 시간이 흐르는 동안 개미 굴의 일개미들이 던전을 넓힌 것 같 았다.
-이건……. 말라비틀어진 캣잎인 데? 수십 년 이상은 지난 것 같아.
-쇠로 만들어진 그릇입니다. 물을 마실 때 사용한 것 같은데요?
개미굴의 탐색이 시작되면서 유물 에 가까운 모습을 한 물건들이 하나 둘씩 발견되었다. 예전에는 이런 것 들이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쳤 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런 물건들은 묘인 왕국이 제덴 사막에 있었던 것을 알려주는 증거 야. 확실히 개미굴 안에 묘인 왕국 의 보물창고가 있는 게 틀림없어. 그리고 스타냥도 그곳에 잠들어 있 겠지.”
“우리들의 조상도 대단했군. 냥.”
함께 이번 개미굴의 탐색에 참여한 리셴르나가 자부심이 가득한 목소리 로 말했다.
자신들의 조상이 그만큼 대단했다 는 사실이 그녀의 자존감을 높여주 고 있었다. 다른 묘인 영웅들도 과 거 묘인들의 왕국이 존재했고, 그들의 보물창고가 이 개미굴에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한껏 상기된 모습이 었다.
“어쨌든 이런 유물들이 발견되는 장소를 찾다보면 묘인들의 보물창고 가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 라.”
“눈을 크게 뜨고 수색해야겠군. 묘 인들의 보물 창고는 내가 찾아내겠 어. 그리고 스타냥을!”
“그러시던가요.”
의욕이 넘치는 리셴르나의 모습에 호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나 개미굴의 탐색이 계속될수
록 부상자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 했다.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침입한 침입자들을 향해 개미들이 작정을 하고 공세를 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SSS랭크의 병사들과 마장기 편대 로 이루어진 알르드 군은 압도적인 화력을 뿜어내며 어렵지 않게 개미 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목숨을 도외시하고 달려드 는 몬스터들의 공격에 병사들이 피 해를 입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군데에 서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개미들이 날뛰는 바람에 보물 창 고를 찾는 수색이 지지부진해지고 있어요.”
개미굴의 남쪽을 탐색하던 한시진 이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했다. 계속 되는 개미들의 공격이 여간 귀찮았 는지 그녀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러게다. 집주인들의 기분이 굉 장히 나쁜 모양이야.”
“하아. 어떻게든 대책을 마련해야 돼요. 개미들이 서너 시간이 멀다 하고 몰려드는 상황이라고요. 이대 로라면 탐색을 제대로 진행할 수가 없어요.”
“그러면 곤란한데……
묘인 왕국의 보물창고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탐색에 오랜 시간을 투자할 수도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대신 파이가론 은 점점 더 자신의 힘을 되찾을 것 이다.
고대신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는 조금이나마 경험해 본적이 있는 만 큼 그가 짐승신의 힘을 모두 흡수하 기 전에 S등급의 마장기를 얻어 던 전에 진입해야 했다.
개미굴의 몬스터에게 발목이 붙잡 힐 시간 따위는 없었다.
“개미굴의 보스가 여왕개미였지? 여왕개미가 있는 곳은?”
“보물 창고의 탐색에 집중하느라 여왕개미의 위치는 아직 찾지 못했 어요. 지금부터라도 찾아볼까요?”
“음. 상황이 계속 이렇게 흘러간다 면 개미굴을 싹 쓸어버리고 탐색을 시작하는 수밖에 없지.”
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곧바로 여왕개미를 찾기 위한 수색 이 진행되었다. 일반 병사들을 움직 였다가는 희생자가 나올 게 분명했 기에, 한시진은 에이스급 오너와 마 장기 편대를 앞세워 정찰을 시작했다.
덕분에 상당량의 마정석이 사용되 었지만, 알르드는 마장석이 부족해 마장기를 운용하지 못하는 약소국이 아니었다.
- C-16. 수개미의 흔적을 발견했 습니다!
- C-25. 개미 유충입니다.
- D-1. 여왕개미를 발견했습니다! 수개미와 병정개미들도 다수 발견되 었습니다!
“찾았군. 1군단은 지금 당장 D-1 구역으로 이동, 여왕개미가 도망칠 수 없도록 포위망을 구축한다.”
제덴 사막의 개미굴은 C 등급의 던전에 불과했다.
마장기 없이 일반 병사들로도 여왕 개미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 다. 하지만 호는 불필요하게 병사들 의 희생을 늘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1군단을 통솔하며 호도 D - 1 구역으로 함께 이동했다.
직접 병사들을 지휘해 여왕개미를 쓰러뜨리고, 그 근처부터 다시 보물 창고를 찾기 위한 탐색을 시작할 생 각이었다.
현재 A구역은 리셴르나가 C구역은 한시진이 그리고 B 구역은 브로리가 병사들을 지휘해서 묘인 왕국의 보물창고를 찾고 있었다.
“숫자가 엄청나게 많긴 하네.”
망원경을 통해 살펴본 D-1 구역 의 공동에는 병정개미들이 바글바글 하게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다른 개미들과 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거대 한 개미가 오롯이 존재하고 있었다. 개미굴의 보스급 몬스터라 할 수 있 는 여왕 개미였다.
수천이 넘는 개미떼를 앞에 두었지 만 호는 단지 많다는 생각만이 들 뿐, 그 외의 감흥은 느껴지지 않았다. 병정개미라고 해도 개미들은 기 껏해야 c등급의 몬스터에 불과했다.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알르드 군에 게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마장기 편대의 준비 상황은?”
“현재 마정석을 교체하는 중입니 다. 교체가 끝나면 곧바로 출진할 수 있습니다.”
“준비가 끝나면 웃소와 팔쿤의 편 대는 곧바로 공격을 시작한다.”
호의 명령이 떨어졌고, 준비를 마 친 마장기 편대가 개미들을 공격하 기 시작했다.
페렛 습지대의 군주이자 조인족의
전설급 마장기 피닉스의 오너인 팔 쿤이 선봉에 섰다.
키아아아악!
캬아아아악!!!
피닉스의 치르넬이 순식간에 개미 들을 산산조각 냈다.
그리고 뒤따라 전투 대형으로 진입 한 마장기 편대가 마구잡이로 개미 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적의 등장에 병정개미들이 날카로 운 이빨을 내세워 달려들었지만, 마 장기의 단단한 장갑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그리고 마장기 편대를 향해 용감하
게 덤벼든 병정개미들은 장난감처럼 사지가 찢겨 녹색의 체액을 뿌리며 쓰러졌다.
“단숨에 쓸어버린다.”
띵동.
-〈스피릿 발할라〉SSS랭크가 발동 되었습니다.
-〈한계 극복〉SSS랭크가 발동되었 습니다.
마장기 편대의 진입을 보며 호는 ‘모든 것을 지배하는 자-미솔로지’ 와 ‘오버로드’의 스킬을 사용했다. 빠르게 개미들을 정리하고 묘인 왕 국의 보물 창고를 탐색할 생각이었 다.
그리고 호의 스킬에 영향을 받은 병사들이 푸른색의 아우라를 내뿜으 며 개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키? 카? 칵! 크}각!!!
검은색의 개미껍질이 실버 문이 휘 두르는 검에 종잇장처럼 갈라졌다. 마장기의 공격에 정신없던 찰나에 갑자기 다수의 병사들이 나타나자 개미들의 움직임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여왕개미가 날카롭게 울었 고, 곧 혼란에서 회복된 개미들이 실버 문을 비롯한 병사들을 향해 달 려들기 시작했다.
“거차아아앙! 돌겨여여억!!!”
하지만 그 뿐이었다. 혼란에 빠지 던 그렇지 않던 개미들은 알르드 군 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리고 호의 버프를 받은 드래곤 라이더의 돌격이 시작되자 사방에서 달려들던 개미떼들이 그대로 갈기갈 기 찢겨졌다.
높은 공, 방 능력을 자랑하는 SSS 랭크의 용족 비행병인 드래곤 라이더는 개미들에게 있어 천적 그 이상 의 존재였다.
캬아아악! 끼에에에엑!
공동을 가득 메우던 수많은 개미들 이 순식간에 쓸려나가고 있었다.
마장기의 포격에 수백의 개미가 불 에 타 죽었고, 거대한 대검은 동시 에 서너 마리의 병정개미를 시체로 만들었다.
특히나 선두에서 자신의 무위를 뽐 내고 있는 팔쿤의 피닉스는 여왕개 미의 지척까지 접근해 있었다.
-잠깐, 잠깐만!!!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가 공동에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개미들이 썰물처럼 뒤 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개미떼들의 이상한 움직임에 당황할 법도 했지 만, 웃소와 팔쿤은 침착하게 앞으로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를 공격하지 말아다오! 그대 들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들어주겠 다!
팔쿤이 다시 치르넬을 날리려고 할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공동에 크게 울려 퍼졌다. 곧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한 팔쿤이 낮게 신음을 내며 뒤 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자신의 뒤쪽을 바라보았
다.
팔쿤의 뒤쪽에는 드래곤 라이더들 의 호위를 받고 있는 알르드의 군주 윤호가 있었다.
“먼저 공격을 한 것은 너희들인데, 딱히 할 말이 남아 있었나?”
-……그 전에 우리의 땅을 그대들 이 먼저 침입했지.
뻔뻔한 윤호의 말에 개미 여왕이 이를 까드득 갈며 말했다. 그러나 전투를 계속했다가는 자신의 목숨은 물론이고 이 공동에 있는 모든 개미 들이 몰살당할 게 분명했다.
우리의 땅을 침입한 이유를 알고 싶다.
“보물 창고를 찾고 있다. 과거 이 땅에 뿌리를 내렸던 묘인 왕국의 보 물이 숨겨져 있는 보물창고다.”
호는 여왕개미의 물음에 순순히 자 신이 개미굴을 찾은 목적을 이야기 했다.
행여나 개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보물 창고를 찾는 시간이 크 게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개미굴은 이들의 땅이었다.
보물창고?
“그래. 알고 있나?”
호의 질문에 여왕개미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여왕개미가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특이한 물건들이 가득한 공간이 있 는 곳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안의 물건은 온전치 않다. 내 아이들이 가지고 놀다가 던전의 밖으로 내보 낸 것들도 있고…….
특이한 물건들이 가득한 공간. 묘 인 왕국의 보물 창고를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개미여왕은 자신의 아이들이 보물 창고를 엉망으로 만 들었다는 사실에 불안을 느끼는 것 같았다.
어차피 보물 창고의 다른 물건들은 크게 필요가 없었다.
호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묘인 왕국의 보물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 는 묘인들의 전설급 마장기 스타냥 뿐이었다.
“혹시 마장기를 본 적이 있나?”
금속의 강철 거인을 말하는 거라면 나는 본 적이 없다. 내 아이들도 호 기심으로 그들의 물건을 파헤쳤을 뿐이다. 게다가 들어가지 않은지도 꽤 오래됐지.
“멍멍. 이게 잘하면 어렵지 않게 스타냥을 찾을 수 있겠는데요, 호님?”
개미여왕의 말에 로우덴이 잘됐다 는 듯 말했다.
호와 일행들은 곧바로 개미들의 안 내를 받아 묘인들의 보물창고로 추 정되는 장소로 이동했다.
“꼬꼬댁, 꼬꼬. 함정은 아닐까요?”
개미들을 따라 이동하면서 팔쿤이 심각한 얼굴로 호에게 물었다.
“죽고 싶지 않다면 함정 따위를 파 놓지는 않았을 거야.”
개미여왕이 자신들을 속일지도 모 른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행여나 함정에 빠뜨린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만약 그런 상황이 벌어지 게 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기필코 개미들의 씨를 말려버릴 생각이었 다.
개미들은 호와 일행들을 F-3의 공 동으로 안내했다.
그리고는 모래벽을 파헤치더니 온 몸으로 무언가를 밀기 시작했다. 잠 시 후, 지반 전체를 흔드는 강렬한 진동이 느껴지자 모두가 긴장한 표 정을 지었다. 그리고 쿵하는 소리와 함께 철로 만들어진 문이 활짝 열렸 다.
키이익! 킥!
케에에엑!!!
온몸으로 문을 연 수십 마리의 개 미들이 저마다의 울음을 토해냈다. 시장바닥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개미들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 었다.
그들의 더듬이가 열린 문의 내부를 가리키고 있었다.
“저 안이 묘인 왕국의 보물창고인 모양이군.”
“혹시나 위험한 일이 생길지도 모 르니 제가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음무워어!”
웃소가 휘하의 마장기사들을 이끌 고 보물 창고로 추정되는 장소의 안 으로 들어섰다.
그 순간, 퀘스트가 갱신되었다는 메시지가 호의 눈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드디어 찾았다.”
개미들이 안내한 장소는 묘인 왕국 의 보물창고가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