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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438화 (438/522)

리그너스 대륙전기 438화

“야.”

한때 왕이라고 불렸던 영웅을 부르 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다. 그 러나 호의 말에 웅크린 수인은 아무 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호의 얼 굴도 자연스레 구겨지기 시작했다.

수인 왕국과의 전쟁에서 포로로 잡 힌 아쉬토는 그의 부인이었던 아란 티아느가 사파리 공성전에서 사망했 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 지금과 같은 모습의 폐인이 되어버렸다. 아란티아느라는 존재가 그만큼 아쉬토에게 컸던 모양이었다.

“어휴! 멘탈이 쿠크다스도 아니고, 진짜.”

하지만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 륙전기’에서 포식자, 잔혹의 왕등 다양한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아쉬 토의 모습을 알고 있는 호는 이런 수왕의 행동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 다.

애초에 처음부터 순정파의 모습을 보이던가, 그런 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아쉬토에게 능욕을 당한 여 인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렇게 수많은 여자들을 탐하던 이가 지금 은 자신의 부인이 죽었다고 저러고 있는 것이다.

호는 어처구니없는 눈으로 아쉬토 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눈앞의 녀석은 칠제라 불리 며 리그너스 대륙을 대표했던 영웅. EX등급의 무력을 지닌 브로리와도 일대일이 가능한 녀석이었다. 그만 큼 아쉬토를 휘하에 둘 수만 있으면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다.

‘ 게다가……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처럼 아쉬 토 또한 황금색 재능을 지니고 있을지도 몰랐다.

여러 번이나 아쉬토를 만나러 왔다 지만, 호는 자신의 목소리에 아쉬토 가 반응을 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보 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은 조금 달랐다. 기사 왕 이레네 아르티아를 설득했을 때 처럼 아쉬토의 감정을 자극해 오너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만 들 생각이었다.

“아란티아느를 타락시켰던 루베릭 대륙의 녀석들이 또다시 이 대륙을 노리고 있어.”

그리고 아쉬토를 자극시키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바로 아란티아느를 건드리는 것이었다.

여전히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호는 웅크리고 있던 아쉬토 의 고개가 미미하게 움직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우리 알르드에는 에어리스라는 하 이 엘프가 몸담고 있어. 루베릭 대 륙의 여신 카테지나에게 자신의 종 족을 잃은 불쌍한 엘프지. 그녀의 말에 의하면 여신 카테지나는 자신 의 타락을 사용해 상대방도 또한 타 락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아란티아느도……. 비야르키나가 강제로 납치를 하고 카테지나가 직접 타락시킨 모양이야.”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수인 왕국의 영지를 개발하고, 짐 승신의 전당에 대해 조사를 하면서 호는 디아린 상단의 정보망을 통해 이제껏 알지 못했던 여러 정보들을 서면으로 접하거나 귀로 들을 수 있 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아란티아느가 비 야르키나를 따라 루베릭 대륙으로 건너간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발 견되었다는 내용도 있었다. 다만, 남 은 흔적에 따르면 아란티아느는 별 다른 저항 없이 순순히 루베릭 대륙으로 건너간 모양이었다.

하지만 굳이 그 사실을 꺼낼 필요 는 없었다. 아쉬토를 자극시키려면 아란티아느를 피해자로 만드는 게 나았다. 그리고 호는 아쉬토에게 복 수의 대상을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루베릭 대륙의 녀석들이 아란티아 느를 타락시킨 이유는 수인 왕국을 무너뜨리고, 리그너스 대륙을 도모 하기 위해서였던 모양이야. 비야르 키나를 통해 네 녀석이 아란티아느 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 을 들었고 그것을 이용하려고 했던 거지.”

아쉬토는 여전히 반응을 보이지 않

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말 을 듣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찌르르하게 느껴지는 살기가 조금 전보다 짙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 다.

“비야르키나는 아란티아느에게 다 시 수인 왕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을 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아란티 아느는 네 녀석과 비야르키나를 화 해시키기 위해 나섰다가 납치를 당 한거야.”

방금 전 말은 지어낸 말이었다. 하 지만 이와 비슷한 이벤트가 가상현 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에도 있 었다. 그리고 쇠를 간 것 같은 음성이 감옥의 안쪽에서 흘러 나왔다.

“하지만 비야르키나는 죽었다

“그녀를 타락시킨 루베릭 대륙의 녀석들은 건재한 상황이지. 언제까 지 그렇게 찌그러져 있을 거야? 차 라리 아란티아느의 복수를 하다가 죽어버리던가.”

“……아란티아느의 복수. 나도 하 고 싶다. 그러나 나의 왕국은 사라 졌다. 쿠우웡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이 있지. 알르드가 도와줄 수 있다. 카테지나 는 아니더라도 최소 파신 녀석들의 목숨은 끊을 수 있도록 도와주지. 원한다면 라이온 킹 아니, 킹 타이 거 이상의 전용기도 만들어주겠어.”

호의 말에 아쉬토가 뜸을 들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의 충성을 바라는 것인가?”

“아니. 그냥 루베릭 대륙을 상대로 함께 싸울 녀석이 필요한 것뿐이 야.”

호는 그렇게 대답했다. 충성? 오너 시스템을 사용하는 순간 그에 대해 서는 딱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은 아쉬토의 마음을 흔드는 게 먼저였다. 어차피 충성심은 오너 시스템이 주는 퀘스트를 통해 높이면 그만이었다. 기사왕처럼 말이다.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의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호는 먼저 입을 열지 않으며 천천히 아쉬토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 였다. 만약 거절의 대답이 나온다 하더라도 일단은 아쉬토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흔들었다는 사실에 의의 를 둘 생각이었다.

침묵은 생각보다 길었다. 그리고 호가 오늘은 이쯤해서 포기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무렵 아쉬토가 입이 열었다.

“루베릭 대륙의 녀석들은?”

“지금은 잠잠해. 그러나 파신 비야 르키나가 죽었으니 분명 어떠한 반 웅이라도 보이긴 하겠지. 일단 우리 는 루베릭 대륙과의 전쟁 준비를 하 고 있기는 해.”

“……아시다시피 마장기가 필요하 다.”

“우리 알르드의 기술력으로 새로 제작해주지. 물론, 마장기의 가격만 큼은 전장에서 부려먹을 거다.”

눈앞의 녀석은 EX등급의 무력을 지닌 영웅이었다. 다른 부분에서는 몰라도 전장에서만큼은 충분히 제 몫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웅크려 있던 아쉬토가 몸을 일으켰다.

띵동

꺾인 아쉬토의 마음속에 오너의 이 름이 새겨지기 시작합니다. 그는 앞 으로 소환자 ‘윤호’를 오너로 따르 게 됩니다. 아쉬토의 영혼에 새겨진 오너의 이름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 면 지워지지 않습니다.

띵동.

-‘수왕의 복수’ 퀘스트가 발생합니 다.

‘좋았어!’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확인하 는 순간 주먹에 절로 힘이 들어가면 서 안면 근육이 실룩거렸다.

리그너스 대륙의 칠제라 불리는 아 주 쓸 만한 영웅이 새롭게 알르드에 합류한 것이다.

알르드에 새롭게 합류하게 된 영웅 인 수왕 아쉬토는 브로리와 함께 병 사의 양성과 훈련을 맡았다. 지닌 능력치 중 제일 높은 것이 무력과 통솔이었으니 자연스레 그쪽의 일을 맡기게 된 것이다.

능력치의 분포가 브로리와 쌍둥이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의 흡사한 수준이었다.

띵동.

-‘EX등급의 전설’ 로 향할 수 있 는 실마리가 발동됩니다. 3…… 2…… 1……. 성공.

-SSS등급 영웅 아쉬토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아쉬토에 대 한 스캔을 시작합니다.

-아쉬토가 지닌 재능의 색이 황금 색입니다. EX등급으로의 승급이 가 능합니다.

예상한 대로 아쉬토 또한 기사왕과 마찬가지로 EX등급으로 승급할 수 있는 황금색 재능의 영웅이었다.

다만, 호는 카오스 큐브를 사용해 아쉬토의 승급 조건을 확인하는 것 은 나중으로 미뤘다.

아직 아쉬토의 충성도가 낮은 수준 이었고 그보다 브로리와 기사왕의 승급이 먼저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언제 카오스 큐브가 필요

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고대신이나 루베릭 대륙의 적들. 그러니까 이레귤러를 상대할 때만 얻을 수 있었던 귀중한 재화인 만큼 카오스 큐브는 신중하게 사용을 해 야만 했다.

알르드의 땅이 된 과거 수인 왕국 의 영토는 시간이 흐를수록 빠르게 발전되어 갔다.

발전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수인 영 지의 숨겨진 특산품이 하나둘씩 생 산되기 시작했고, 특성화가 끝난 도 시에서는 마장기 생산 공장과 같은 최고 테크의 건물들이 속속 올라오 고 있었다.

팀 갈공이, 드라코와 같은 연구팀 들도 놀고먹지는 않았다.

엘 브릭이 이끄는 갈공이는 마장기 제작과 내정 부문과 관련된 정책 연 구에 집중하고 있었고, 레피스트 퓨 리온의 드라코는 드래곤 라이더의 연구 이후, SSS랭크의 용족 궁병인 드래고니스타 관련 연구에 올인 중 이었다.

하지만 문제도 있었다.

다만, 그 문제는 알르드와 관련된 게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 야? 승급! 승급시켜 준다며? 로우덴은 EX등급인데 왜 나는 안 되는 건 데? 빨리 뭐라고 시켜달라고오오 오!!!”

다짜고짜 집무실에 찾아와 생떼를 쓰는 브로리의 행동을 보며 호는 절 로 한숨이 흘러 나왔다.

“말했잖아. 승급을 하려면 창조신 의 시험을 통과해야한다고. 그런데 그 시험이 무엇인지 나도 몰라.”

“그러면 로우덴은 어떻게 통과했는 데‘?!”

“너와 달리 그 녀석의 조건은 그렇 게까지 어렵지 않았어. 그런데 너 브로리를 승급시키기 위한 조건은 단, 하나를 빼고 모두 달성한 상황 이었다. 하지만 그 하나인 짐승신의 전당 공략이 문제였다.

‘대체 그 짐승신의 전당이 어디에 있는 거야……

로우덴이 EX등급으로 승급하고 난 이후 반 년 가까이나 흘렀다.

그동안 호가 브로리에게 시달렸던 횟수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백 번이 넘었다.

하지만 디아린 상단의 정보력을 총 동원해도 짐승신의 전당에 대한 실 마리는 코빼기도 잡히지 않고 있었다.

대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만 공략 을 할 것이 아닌가?

차라리 브로리의 승급을 뒤로 밀고 이레네 아르티아의 승급을 먼저 진 행할까라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였 다. 안타깝게도 그럴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짐승신의 전당.”

“그 놈의 짐승신!!!”

“오우, 신성모독.”

벌써 몇 번째나 듣는 얘기에 브로 리가 울분을 터뜨렸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짐승신의 전당을 공략해야지만 승급 조건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을.

“내가 알아낸 너의 승급 조건에는 짐승신의 전당 공략을 성공해야 한 다고 나와 있었어. 그런데 그 짐승 신의 전당을 찾을 수가 없잖아. 내 가 일부러 너를 승급시키지 않는 것 이 아니라고.”

“젠장! 젠장할!!!”

“정 그렇게까지 원한다면 네가 한 번 짐승신의 전당을 찾아보던가.”

“나쁜 놈! 개자식!”

퉁명스러운 호의 말에 브로리가 서 러운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더니 밖으로 달려가 버렸다. 이것도 벌써 몇 번째나 보는 모습이었다.

“그래그래. 내가 나쁜 놈이지. 그런 데 진짜 그 빌어먹을 던전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디아린 상단의 정보력을 총 동원했 음에도 불구하고 짐승신의 전당은 찾을 수가 없었다.

공략본에도 없었고, 퀘스트도 뜨지 않았다. 혹시 다른 세력의 영토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전쟁을 벌일 수도 없지.”

수인 왕국의 영토를 손에 넣은 알 르드의 행보에 리그너스 대륙의 다 른 세력들도 이제는 조금씩 경계의 모습을 보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대륙의 패권을 다투던 수 인 왕국이 지도상에서 지워졌다는 사실이 다른 칠제들에게 큰 충격으 로 다가온 것 같았다.

덕분에 호는 정령 왕국과 엘프 왕 국이 또한 천족과 드워프 그리고 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세력이 초라하게 줄어든 인간들이 뒤로 손을 잡았다는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전부 알르드를 견제하려는 외교적 인 움직임이었다.

그런 탓에 전처럼 무턱대고 군사를 일으키는 것이 힘들어졌다.

아무리 알르드의 군사력이 대단하 다 해도 동시에 여러 세력들을 상대 로 전쟁을 벌이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일이나 해야지.”

그렇게 호가 다시 쌓인 서류를 정 리할 때였다.

갑자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 가가 집무실의 문을 벌컥 열었다. 좀 전에 눈물을 흩뿌리며 달려 나갔던 브로리였다.

“왜 또 왔어?”

“아쉬운 놈이 우물을 판다고! 내가 짐승신의 전당이 어디에 있는지 찾 아냈다! 이 멍청한 녀석아!!!”

“하?”

폭탄과도 같은 브로리의 말에 호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슬쩍 시계를 확인하니 생떼를 쓰던 브로리가 나가고 고작 삼십 분 가량 의 시간이 흘렀을 뿐이었다.

“그래그래. 그래서 어디에 있는 데‘?”

팔짱을 낀 호가 검지로 자신의 팔 뚝을 두드리며 말했다.

만약 쓸데없는 소리를 하면 그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줄 생각이 었다.

그리고 집무실의 안으로 한 영웅이 들어섰다. 조금은 의외의 인물이었 기에 호는 살짝이나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쿠우웡. 한때 나의 집무실이었던 곳이로군. 뭐,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 적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말이지.”

브로리와 함께 집무실을 찾은 영웅 은 바로 수왕 아쉬토였다.

그리고 그는 오너 시스템을 통해 알르드의 영웅이 되었음에도 불구하 고 이제까지 한 번도 사파리의 내성 을 찾은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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