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너스 대륙전기 437화
메마른 저주의 숲 공략이 끝나고 이틀이 지났다.
위험난이도 SSS 등급의 던전답게 호는 던전의 공략 보상으로 이십 억 가량의 리스와 식량을 얻을 수 있었 다.
엄청난 양처럼 느껴지지만 그래봤 자 A등급 마장기 두 기의 제작비용 도 되지 않는 자원이었다. 전용기로 개조까지 한다면 고작 한 기만 제작 할 수 있을 정도의 양.
거기에 추가적으로 SSS+등급의 아 이템도 하나 획득할 수 있었다.
‘용제-크로아스의 이빨’이라는 아 이템이었는데, 자연스레 날카로운 검 종류의 무기가 예상되는 이름이 었다. 하지만 ‘용제-크로아스의 이 빨’은 지력 능력을 높여주는 지팡이 였다. 당연하지만 호는 크로아스의 이빨을 로우덴에게 주었다.
그 외에도 SSS등급의 아이템 두 개와 SS등급의 아이템 세 개가 발 견되었다. 그러나 이번 공략에 참여 한 영웅들에게 중요한 것은 금지의 공략 성공도 SSS+등급의 아이템도 아니었다.
“황금의 재능이라는 게 있었다 니……. 대체 그건……. 창조신에게 선택된 이들을 일컫는 건가요?”
기사왕이 혼란스러운 목소리로 말 했다.
로우덴이 EX등급의 영웅이 되었다 는 사실은 알르드의 영웅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호는 노력과 의지로만은 자 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으며, 황금색 재능을 지닌 뛰어난 영웅만 이 창조신의 한계 그러니까 EX등급 의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밝 혀야만 했다.
다만, 알르드에서 황금색 재능을 지닌 영웅은 로우덴을 포함해 브로 리,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까지 단 세 명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은 비밀로 했다.
괜히 다른 영웅들에게 실망 및 좌 절감을 안겨주고 싶지는 않았기 때 문이었다.
“황금이 아니라 황금색이에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나는 언제? 나는 언제? 왜 로우덴만 승 급한 거야?”
어느새 다가온 브로리가 호의 손을 잡고 방방 뛰었다. 종종 진지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이런 일에 관해서는 영락없이 애와 같은 행동 을 보이는 그녀였다. 반말은 덤이었 다.
아무래도 로우덴이 리그너스 대륙 최초로 EX등급의 영웅이 된 것이 엄청나게 부러운 모양이었다.
그리고 기사왕 역시 은근한 눈빛을 보내는 모습에 호는 자신의 코를 긁 적이며 말했다.
“그거야 로우덴은 자신의 승급 조 건을 달성했으니까 승급한 거겠지. 알다시피 내가 축복을 주고 싶다고 해서 줄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나는? 나는? 나도 황금색 재능을 지니고 있는 게 분명하지? 로우덴 녀석이 황금색 재능이면 나도 당연 히 황금색이지! 나도 승급시켜줄 꺼 지? 아니, 넌 나를 승급시켜야 돼. 무조건!”
마치 자신이 맡겨놓은 것 마냥 말 을 하는 브로리의 모습에 호는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런 브로리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었 다.
〈영웅 정보(Status)〉
1. 이름 : 로우덴 셰필드
2. 성별 : 남(136)
3. 종족 : 견인족
4. 소속 : 알르드
5. 레벨 : 3747
6. 직업 : ‘군신-로우덴’
7. 세부능력
통솔 : 3728 / 4000(EX+)
무력 : 462 / 500(5)
지력:3927(+400)/4000(+400)(EX+)
정치 : 982 / 1000(SSS)
매력 : 482 / 750(SS)
EX등급의 영웅이 된 로우덴은 환 골탈태라는 말이 절로 떠오를 정도 로 엄청난 성장을 보였다.
그리고 EX+등급은 능력의 한계를 4000 까지 높일 수 있었다.
‘이건 진짜 밸런스 붕괴인데.’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로우덴의 정보창 을 확인했을 때 호는 자신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 았었다.
루베릭 대륙의 파신이나 고대신과 같은 이레귤러만 아니라면 로우덴하나만 있어도 리그너스 대륙의 통 일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기 때 문이었다.
가산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 에서는 한계 능력 1000도 엄청나다 고 생각하며 플레이를 했었다. 그런 데 무려 4000이다.
그리고 이런 수치는 단순히 정보창 의 내용만 바뀐 거라고 생각할 게 아니었다.
로우덴이 지닌 스킬인 신산귀모를 생각하면 리그너스 대륙에서 로우덴 의 눈을 속일 수 있는 책략은 존재 하지 않을 것이며, 반대로 로우덴의 책략에 걸린 이들은 무조건적으로 혼란 상태에 빠져야 했다.
또한 4000에 가까운 지력 능력과 연계된 기상천외한 책략의 위력은 도저히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제 도움이 필 요하십니까?’ 스킬의 영향으로 로우 덴과 같은 도시에 주둔한 영웅들은 각자가 정치 능력이 200 이나 상승 해 있었다.
그만큼 영지의 발전 속도에도 가속 이 붙을 전망이었다.
그리고 로우덴이 군신으로 전직하 면서 새롭게 얻은 스킬인 ‘군신의 진격’ 또한 사기적인 스킬이었다.
하물며 군신의 진격은 SSS랭크는 뛰어넘는 무려 G랭크의 스킬이었 다.
〈군신의 진격〉G랭크.
군신의 외침은 대지를 지배할지니. 무기를 든 모두가 군신의 이름 앞에 무릎 꿇으리라.
효과(1) : 군신-로우덴보다 통솔 이 낮은 영웅이 지휘하는 적들이 혼 란 상태에 빠집니다.
효과(2) : 군신-로우덴이 지휘하 는 부대 병사들의 공격력, 방어력 수치를 1000% 상승시킵니다. 이 효과는 1시간만 지속되며, 다른 버프 효과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중첩되 지 않습니다.
‘진정한 밸붕스킬.’
군신의 진격에 대한 내용을 다시 한 번 떠올린 호는 자신도 모르게 코웃음을 내었다.
백 프로도 아니고 천 프로다. 드래 곤 라이더의 공격력이 326인데 군 신의 진격이 사용되면 무려 3260의 공격력을 지니게 되는 셈이었다.
A등급 마장기? 아니, 비야르키나 와 같은 파신 녀석이 나타나도 충분히 붙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무시무시한 스킬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로우덴의 엄청난 변 화를 가장 빠르게 캐치한 이는 다름 아닌 브로리였다.
그녀만큼 강함에 대해 욕심을 드러 내는 영웅도 없었다. 브로리가 지금 이렇게 자신에게 달라붙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나도 짐승신의 축복! 아니 창조신 의 축복을 받고 싶다! 제발’!”
브로리가 다시 한 번 간절한 목소 리로 말했다. 호의 시선이 그녀에게 로 향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승급은 내 맘대 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어떤 조 건을 달성해야 돼. 그리고 뛰어난 영웅일수록 승급에 필요한 조건 역 시 굉장히 까다로워진다고. 게다가 EX등급은 황금색 재능을 지닌 영웅 만이 가능하다고.”
“그러면 로우덴은? 그 녀석도 나랑 같은 SSS등급인데 승급했잖아?”
아주 당연하게 자신이 황금색 재능 을 지니고 있다고 여기는 브로리였 다.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었기에 굳이 그 사실을 지적하지는 않았다.
“뭐, 똑같은 SSS등급이라도 로우덴
보다는 네가 더 뛰어났나 보지.”
“그, 그으래?”
“아무래도 승급에 필요한 조건 역 시 로우덴보다는 네가 좀 더 까다로 울 거야. 그만큼 더 뛰어난 영웅이 니까.”
“큼큼. 어차피 나중에는 내가 로우 덴보다 더 강해진다 이거지?”
떼를 부리던 브로리가 히죽 미소를 보였다. 천진난만한 그 얼굴을 보니 참으로 단순한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은 아 니었다. 실제로 알르드의 황금색 재능을 지닌 영웅들 중 로우덴의 승급 조건 달성이 가장 쉬웠다. 돈과 시 간만 투자하면 달성할 수 있는 조건 이 대부분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투자되는 자원의 단위가 마 장기 제작비용을 뛰어넘을 정도였지 만 알르드의 경제력으로 충분히 감 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만약 다른 세력이었다면 허리가 휘 다 못해 반으로 접힐 정도겠지만 말 이다.
그러나 브로리의 승급 조건은 돈과 시간으로 해결한 수 있는 조건들이 아니었다.
〈브로리 발란스의 EX 승급에 필요 한 조건〉
15캐럿 다이아가 장식된 순금의 여의봉 만들기(제작 가능).
브로리 발란스와 함께 SSS등급의 던전 다섯 개 공략하기.
브로리 발란스가 위험난이도 S등급 이상의 던전에서 보스급 몬스터 100 마리 격퇴하기.
짐승신의 전당 공략하기.
여러 조건들이 있지만 이 중에서 SSS등급의 던전 다섯 번 공략하기 는 이미 달성한 상황이었다.
15캐럿 다이아가 장식된 순금의 여의봉 역시 20억 리스 가량을 투 자해 성공적으로 제작을 마쳤다.
‘보스급 몬스터 백 마리 격퇴하기 도 어렵지 않을 테고……
SSS등급도 아닌 S등급 이상이다. 시간과 병력을 투자하면 어렵지 않 게 클리어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짐승신의 전당 공략하기였 다.
짐승신의 전당. 뭔가 있어 보이는
이름의 이 던전은 ‘관우는 내 여자’ 의 공략본에도 나오지 않는 이름이 었다.
던전의 난이도가 무엇인지는커녕 던전에서 등장하는 보스급 몬스터에 대한 공략법도 알지 못했다.
“왜? 무,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호의 얼굴이 심각해지자, 괜히 불 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브로리가 떨 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 브로리를 향해 고개를 저어준 호는 주위의 영웅들을 둘러보았다. 기사왕과 브로리를 포함해 회의실에 는 많은 영웅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짐승신의 전당이라는 곳에 대해 아는 분?”
“짐승신의 전당?”
“흐음. 어디선가 들어 본 거 같기 도 하고……
“나는 처음 듣는데? 짐승신이면 수 인들이 알고 있지 않을까?”
호의 말에 회의실의 영웅들이 서로 를 바라보며 의견을 말했다. 안타깝 게도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을 정도 의 확실한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짐승신의 전당이라는 곳에 대해 들어본 이들은 더러 있었다.
당연하게도 수인 영웅들이었다. 그 리고 호는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하 게 조사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등급의 영웅이 된 로우덴은 출 중한 영웅들이 모여 있는 알르드에 서도 비교할 영웅이 없을 정도로 뛰 어난 활약을 보이기 시작했다.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넘사벽이 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를 정도였다.
4000이 넘는 지력 능력과 천에 가 까운 정치 능력 그리고 ‘제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스킬을 보유한 로우 덴은 팀 심시티를 한 단계 더 진화 시켰고, 심시티의 영웅들은 순식간 에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들을 복 구시키기 시작했다.
그런 심시티의 일처리 속도는 감탄 을 하다못해 경악할 정도였다. 피난 을 떠났던 수인들이 자신들의 도시 로 다시 돌아오기 전에 건물들이 세 워져 있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어쨌든 로우덴의 승급으로 인해 호 는 사파리를 포함한 수인들의 영지 개발에 대한 걱정을 한시름 덜 수 있었다.
자원에 대한 걱정은 둘째치더라도
복구 및 영지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 은 크게 단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 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브로리의 EX 승급에 관한 일은 아직까지도 별다 른 진척이 없었다.
“짐승신의 전당에 대해 들어봤다는 이들은 의외로 적지 않았어요. 다만,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들처럼 그 실체에 대해 확실하게 알고 있는 이 는 없었습니다.”
“뭐, 쉽게 알아낼 수 있을 거라고 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디아린의 보고에 호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혹시 짐승의 성소와는 관계가 없 던가요?”
“나크 평원에 있는 SSS등급 던전 을 말하는 거면 그냥 이름만 비슷 한? 아무런 관계가 없는 던전이야.”
만약 조금의 관계라도 있었다면 승 급 조건이 조금이라도 진행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브로리가 짐승의 성 소 공략에 참여를 안 한 것도 아니 었다.
“후. 상단의 모든 정보망을 동원해 조사 중이니 뭐라도 나오겠죠.”
“조금 더 고생해 줘.”
디아린 상단은 최근 짐승신의 전당 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아직까지 제대로 된 성과는 없었지 만 말이다.
최근 들어 황금색 재능에 대한 영 웅들의 관심은 한 꺼풀 꺾여 있었 다. 새롭게 넓힌 영토의 복구 및 개 발로 인해 업무에 치여 살아야 했던 데다가 아직 SSS등급도 되지 않은 이들이 대다수였기 때문이었다.
승급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던 브 로리조차도 군사 훈련으로 인해 귀 찮게 호의 집무실을 찾아오는 일이 눈에 띄게 줄었다.
“후우. 슬슬 그 녀석을 만나러 가 볼까?”
디아린을 보내고 집무실의 책상에 서 업무를 처리하던 호가 기지개를 쭉 펴고는 몸을 일으켰다.
창문을 통해 밖을 보니 해가 뉘엿 하게 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녀석은 이 시간쯤 되어야 잠에서 깨 어났다.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이들에 게 손을 흔들어주며 호는 호위병들 과 함께 천천히 사파리의 내성 지하 로 향했다. 거기에는 강철과 단단한 금속으로 만든 감옥이 있었다. 감옥 에는 현재 이름도 없는 잡범들과 한 명의 영웅이 가둬져 있었다.
저벅저벅.
감옥의 통로는 쥐죽은 듯 조용했 다. 혹시나 싶어 슬쩍 감옥의 안을 살펴봤는데, 대여섯 정도 되는 인원 이 죽은 듯 가만히 있는 모습이 호 의 눈에 들어왔다.
“분위기 장난 아니네.”
절로 그런 말이 흘러 나왔다.
감옥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방에서 흘러나오는 존재감에 기가 눌린 것이다. 하기야 이들은 영웅도 아닌 일반인들에 불과했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처럼 정보창도 없는 일 반인이 그 녀석의 기운을 감당할 리 없었다.
그리고 가장 안쪽의 방에 도착한 호는 축 늘어진 갈기를 하고 있는 한 인영을 내려다보았다.
한때는 리그너스 대륙의 패권을 다 투던 왕이자 칠제라는 이름으로 불 리던 영웅.
모든 수인들의 제왕이자 ‘리그너스 대륙전기’ 최악의 폭군이라 불렸던 영웅이 보잘 것 없는 모습으로 웅크 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