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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433화 (433/522)

리그너스 대륙전기 433화

“이겼다! 우리의 승리다!!!”

“우리가 루베릭 대륙의 괴물을 물 리 쳤다!”

“만세! 만세!!”

파신 비야르키나와 그가 이끌던 괴물들을 물리치고 사파리의 수복 에 성공한 수인 병사들이 다들 환 호성을 내질렀다. 희생이 적지는 않았지만 결국 승리를 거둔 것이 다. 그리고 사파리의 대학살을 일으킨 주범인 비야르키나의 시체는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는 넓은 공간 에 짐짝처럼 놓여졌다.

“비야르키나가 확실하군. 쿠워엉.”

“알르드 녀석들…. 어떻게 비야르 키나를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던 거지?”

“기사왕이 나선 게 아닐까?”

“아무리 기사왕이라 해도 파신을 당해낼 수는 없어. 적어도 칠제 중 다섯 이상이 나서야 한다고.”

하지만 모든 수인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밝은 표정을 하고 있는 것 은 아니었다.

파신과의 이번 전쟁은 수인 왕국 이 아닌 알르드의 승리나 다름없 었다. 실제로 수인 왕국의 병력이 사파리 공성전에서 한 역할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래서일까? 비야르키나의 시체를 바라보는 수인 영웅들의 얼굴은 한 껏 어두워져 있었다. 모두가 웅족의 영웅들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웅족 영웅들의 발 걸음이 자신들의 족장 쿰마의 막사 로 향했다.

“으음!”

휘하 영웅들의 방문에 침상에서

일어나려던 쿰마가 입에서 신음성 을 내었다. 몸을 찌르르 울리는 고 통 때문이었다.

“쿠워엉? 괜찮으십니까? 아직 부 상이....”

“아아, 괜찮다.”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는 영웅들 을 안심시키기 위해 쿰마가 손을 휘저었다. 하지만 웅족 영웅들의 표 정은 쉬이 펴지지 않았다.

최고의 치료를 했지만 비야르키나 와의 전투에서 입은 쿰마의 부상 부 위는 아직까지도 제대로 낫지 않고 있었다. 그나마 약간이나마 호전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게 다행이라 면 다행이었다. 그만큼 파신의 어두 운 마력이 쿰마의 몸을 제대로 엉망 으로 만들어버린 탓에 회복하기까지 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쿰마가 부상을 털고 일어 난다 하더라도 앞으로 철권 쿰마 가 전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어려울 것 같았다. 이미 고령에 가 까운 나이인데다가 파신의 마력이 그의 몸을 엉망으로 만든 후유증 으로 인해 신체의 균형이 크게 무 너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는 제대로 회복이 힘든 영구적 인 부상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자세를 바로 한 쿰마가 웅족의 영웅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래서 정말로 비야르키나가 죽 었는가? 쿠엉?”

“그렇습니다. 제가 직접 눈으로 비야르키나와 아란티아느의 시체 를 확인했습니다.”

“으음.”

웅족 영웅의 대답에 쿰마는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루베릭 대륙의 절대자나 다름없 는 파신은 리그너스 대륙의 칠제 가 모두 뭉쳐야만 상대가 가능한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불과 몇 년 전, 칠제 모두가 비야르키나를 쫓 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수왕 아쉬토만 중상을 입고 비야르키나 는 놓치는 사건도 있지 않았던가?

그만큼 파신 비야르키나는 무시 무시한 상대였다. 그건 그와 직접 맞서본 쿰마 본인이 그 누구보다 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비야르키나가 죽었다 고…? 정말로? 루베릭 대륙의 파신 이?’

알르드의 전력이 강력하다는 것 은 쿰마도 충분히 인정하는 바였 다. 그들의 주력 마장기가 A 등급의 최신예 기체로 이루어졌다는 것과 부대를 이루는 병사들이 SSS 랭크로 구성되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쿰마는 아무리 알르드의 전력이 대단하다 하더라도 파신을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는 조 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 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파신은 무 시무시한 괴물이었다.

그 뿐인가? 비야르키나의 곁에는 A 등급 마장기 만큼이나 강력한 킬 리만자로들도 있었다.

하지만 닷새간의 치열했던 사파 리 공성전에서 파신 비야르키나는 호가 이끄는 알르드 군을 당해내 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알르드는 파신이 나타나기 전까지 만 하더라도 수인 왕국을 향해 무 기를 겨누던 적이었다. 심지어 수 왕 아쉬토는 현재까지도 알르드의 손에 포로로 잡혀있는 상황이었다.

“패왕 윤 호. 명성대로 무시무시 하군…. 역시나 평범한 소환자가 아니었어. 쿠워엉.”

리그너스 대륙을 재앙으로 빠뜨 리려는 루베릭 대륙의 괴물, 파신 비야르키나를 쓰러뜨리고 사파리 를 되찾았음에도 불구하고 웅족의 영웅들이 얼굴이 어두워진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자신들이 처 한 현실이 피부로 느껴졌기 때문 이었다.

게다가 타락한 파신을 물리쳤다 는 사실 때문인지 수인 병사들 중 많은 수가 호의 이름을 칭송하고 있었다. 개 중에는 수인 왕국에 충 성을 맹세하던 영웅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알르드의 움직임은 어떻지? 쿠 웡?”

“파신과의 전투에서 사망한 병사 들을 수습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 면 눈에 띌 정도의 큰 움직임은 없습니다. 다만….”

“다만?”

“패왕 윤 호가 사파리의 내성을 자신의 거처로 삼고 있는 모양입 니다.”

웅족 영웅의 말에 쿰마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런 윤 호의 의 도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 다.

비록 파신이라는 공통의 적이 나타 난 까닭에 동맹을 맺기는 했지만 어 디까지나 일시적인 관계. 알르드는 수인 왕국에 대한 야욕을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뭐, 나라도 그랬을 테지.’

파신 비야르키나가 모습을 드러 내기 전만 하더라도 알르드는 수 인 왕국과 전쟁 중에 있던 상대였 다. 그것도 수왕 아쉬토를 포로로 잡고 있을 정도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파신이라는 예상치 못한 적이 등장하면서 알르드는 이번 전쟁에서 엄청난 전력의 손해를 입 었다.

그것 때문에라도 윤 호는 결단코 수인 왕국의 땅을 포기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쿰마는 그런 호의 결정을 막을 자신이 없었다.

하물며 알르드가 순순히 물러난 다 해도 왕국은 이미 답이 없는 상 황이었다.

계속된 전쟁으로 인해 수인 왕국은 급속도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왕국을 이루는 열두 종족의 균형은 예전에 무너졌고, 견인족은 수인 왕 국을 등지고 바우라는 자신들의 국 가를 세우기까지 했다.

거기에 비야르키나가 저지른 사 파리의 대학살로 인해 왕국의 수 도까지 파괴가 되었다. 이대로라면 나라가 망할 게 분명한 상황이었 다. 그리고 그중에는 자신이 족장 으로 있는 웅족도 포함되어 있을 터였다. 웅족 역시 수인 왕국에 남 아 있는 다른 종족들과 마찬가지 로 상황이 좋지만은 않았다.

이미 호인족의 판테라가 윤 호에 게 충성을 맹세했다는 소문이 돌 고 있기까지 했다.

“쿠워엉. 내가 직접 패왕 윤 호를 만나야겠군.”

결심이 담긴 쿰마의 말에 여기저 기서 한숨이 흘러 나왔다. 그만큼 왕국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서로가 알고 있는 것이었다.

“알르드는 항복한 세력의 수장이 다스리던 영토의 자치권을 보장해 준다고 하더군. 쿠우웡. 나는 알르 드에게 항복을 하고 우리 종족의 자치권을 얻어낼 생각이다. 적어도 우리 웅족의 클루나, 캄챠크, 켐벨 의 땅 정도는 가지고 와야지.”

쿰마의 말에 웅족 영웅들이 서로 를 바라보며 웅성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웅들의 웅성거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부족을 이끄는 족장의 결심은 세워 졌고, 자신들 역시 그것을 따를 생 각이기 때문이었다.

대세는 이미 알르드 쪽으로 기울어 진 상황이었다.

*

호가 파신 비야르키나를 쓰러뜨 린 지 보름이라는 시간이 홀렀다.

그 동안 수백 년간 리그너스 대 륙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수 인 왕국이 결국 역사 속으로 이름을 감췄다.

수왕 아쉬토가 포로로 잡히고, 수 인들의 지주나 다름없던 웅족의 쿰 마가 항복을 하면서 수인들을 이끌 만한 지도자들이 모두 사라진 까닭 이었다.

웅족 뿐 아니라 알르드를 상대로 끝까지 저항을 하던 수인들 역시 파신과의 전쟁 이후로 태도를 180 도 바꾼 모습이었다.

그런 까닭에 나라가 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알르드와 수인들 사이에 서는 별다른 잡음이 일어나지 않 았다. 판테라의 호인족은 일찌감치 알르드의 품으로 들어갔고, 알르드 의 구성원 중에는 이미 수인들이 포 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호가 이끄는 군대가 파신 비야르키나를 물리치고 사파리를 구 원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수인들 의 호감을 크게 산 것도 세력의 흡수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게 자신이 목표했던 수인 왕 국의 커다란 영토를 손에 넣은 호 는 병력에 구멍이 생긴 부대들을 새롭게 편성하고, 사파리의 남쪽과 동쪽으로 보냈다.

웅족의 영토가 있는 방향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와 맞닿아 있는 영 지들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웅족의 영토에 주둔 하며 바다를 경계하는 임무를 맡을 터였다.

비록 쿰마의 항복을 받아들이고, 웅족이 차지하고 있던 세 개의 영 토에 자치권을 인정해주기는 했지만 웅족의 힘만으로는 그랜드 라 인을 넘어 리그너스 대륙에 접근 하는 루베릭 대륙의 병사들을 당 해낼 수 없을 거라는 게 호의 생 각이었다.

그리고 웅족 역시 이런 사실을 인정한 까닭에 호는 쉽게 병사들 을 웅족의 영토에 주둔시킬 수 있 었다. 뭐, 웅족은 딱히 병사들의 주둔을 거부할 수 있는 입장도 아 니었다.

“루베릭 대륙의 녀석들이 언제 우 리를 노릴지 몰라.”

악신 카테지나와 루베릭 대륙의 파신들. 예전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세력이었다.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 에서는 등장하는 않는 이레귤러인 데다가 굳이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칠제를 비롯한 리그너스 대륙의 세 력들이 그들을 물리칠 거라는 확신 이 있던 까닭이었다.

하지만 이번 전쟁으로 인해 알르드 는 루베릭 대륙과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야 말았다.

그랜드 라인을 무력화시킬 수 있 는 마법진을 파괴한 것도 모자라 루베릭 대륙의 칠제나 다름없는 비야르키나를 자신이 쓰러뜨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루베릭 대륙의 공격에 대해 당장 신경을 쓸 수는 없었다.

갑작스럽게 넓어진 영토를 정비 하기 위해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 처럼 많았다.

당연하지만 급작스럽게 영토가 늘 어나면서 행정을 관리할 영웅들의 숫자가 너무나도 부족했다. 정복전 을 벌이면서 이런 상황이 일어날 것 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대 비도 하기는 했지만, 준비가 턱없이 부족했다.

‘너! 너! 너! 알르드를 위해 일해 라!’

덕분에 평소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F 등급이라도 영웅이 보이기 만 하면 어떻게든 등용을 해 영지 의 행정을 맡겨야 하는 사태까지 발 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을 맡길 수 있는 영웅들의 숫자는 여전히 부족 했다.

루베릭 대륙 때문에 동부와 남부 에 군대를 배치해야 했으며 천족 과의 경계에도 병력을 배치해야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하지만 각 방면마다 군단 규모 의 병력이 동원되는 까닭에 수십에 가까운 영웅들이 자리를 비워야만 했다.

덕분에 사파리에 남은 이들은 눈 코 뜰 새 없는 바쁜 시간을 보내야 만 했다.

그리고 그 중에는 호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휴. 꼼짝없이 집무실에 갇혀 있어야 하는 신세로군.”

빠르게 서류더미를 눈으로 홅고 도장을 찍던 호의 입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호는 수인 왕국을 점령하고 나면 가장 먼저 위험난이도 SSS 등급의 던전을 찾아 EX 등급으로 향하는 퀘스트를 진행할 생각이었다.

루베릭 대륙의 괴물들과 적대적인 사이가 된 지금 어떻게라도 EX 등 급의 영웅을 보유하는 것이 그 무엇 보다도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었다.

그리고 황금색 재능을 지닌 브로 리의 조건은 현재 대부분이 달성 되어 있었다.

거기에 이어 아직 발견하지 못한 수인들의 전설적인 마장기를 찾아 나설 예정이었다.

전설급 마장기라면 A 등급 마장기

이상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퀘 스트의 내용에 따르면 알바트로스라 불리는 S 등급의 마장기 또한 얻을 수가 있었다.

그런 계획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는 집무실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 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는 호 뿐만 아니라 로우 덴, 한시진처럼 사파리에 있는 다른 영웅들도 다들 비슷한 상황이었다. 심지어 브로리까지 행정 일에 한 손 을 보태야만 했다.

그렇게 시간이 다시 흘러 패왕 윤 호의 알르드가 수인 왕국을 무 너뜨렸고, 심지어 파신 비야르키나를 상대해 그의 목숨을 빼앗았다 는 사실이 리그너스 대륙에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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