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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429화 (429/522)

리그너스 대륙전기 429화

“하……. 나 참.”

사파리 성을 보던 호의 입에서 실 소가 터져 나왔다.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와 브로리, 한시진과 다른 영웅들도 다들 어이 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난 전이나 다름없었던 어제의 전투에서 알르드 군은 루베릭 대륙의 촉수를 쓰러뜨리기 위해 많은 어려움을 무 릅써야만 했다. 죽은 병사들의 숫자 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눈에 보이는 사파리 성의 모습은 어제 있었던 병사들의 희생이 마치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비웃는 것처럼 보이고 있었다.

“촉수 괴물 녀석들. 증식이라도 하 는 건가? 아니면 파신 비야르키나가 자신의 힘을 이용해 불러낸 건가?”

“멍멍.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습니 다만……

마음이 답답해진 것은 로우덴도 마 찬가지였다. 이를 으득 갈고 있는 호의 혼잣말에 대답을 하려던 로우 덴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는 사파리 의 성벽을 훑었다.

‘멍……?’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로우덴은 상 대의 모습에서 뭔가 이상한 어설픈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분명 사파리 성의 성벽에는 촉수 괴물들이 바글바글했다. 어제와 마 찬가지로 말이다.

하지만…….

“멍멍?!”

“왜 그러지 로우덴? 뭔가 알아낸 거야?”

눈에 띄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는 로우덴을 향해 이상함을 느낀 호가 물었다. 그리고 로우덴이 고개를 크 게 끄덕이며 주위의 모두에게 들릴 법한 목소리로 말했다.

“늘어난 것은 촉수 괴물뿐입니다! 킬리만자로들의 숫자는 크게 줄어들 었습니다! 분명 어제의 전투에서 입 은 피해가 남아 있는 겁니다.”

“어?!”

호의 시선이 다시 사파리 성으로 향했다. 로우덴의 말대로 서문에만 해도 수십 마리는 되어 보였던 킬리 만자로가 지금은 드문드문 보이고 있었다.

당장 보이는 녀석은 기껏해야 열

마리도 채 되지 않았다.

“우리를 끌어들이려는 함정일 가능 성도 있다.”

“멍!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기사 왕. 루베릭 대륙의 녀석들의 목적은 내성의 마법진을 지키는 겁니다. 굳 이 우리를 끌어들여 싸움을 벌일 이 유가 없습니다. 분명 저들의 전력이 줄어든 겁니다.”

“그렇다면 한 판 붙어볼 만한 거 아니야? 그리고 로우덴의 말대로 킬 리만자로의 숫자가 적어졌다면 어제 그 파신이나 얼룩무늬 녀석이 나타 난다고 해도 발이 묶일 염려도 없잖 아?”

브로리가 자신의 어깨를 천천히 위 아래로 돌리며 말했다.

그런 영웅들의 대화를 들으며 호는 사파리 성을 바라보며 생각을 곱씹 었다.

촉수 괴물들은 늘어났지만, 분명 킬리만자로의 숫자는 어제보다 훨씬 적었다.

그 모습이 루베릭 대륙의 함정이든 아니든 간에 말이다. 설령 함정이라 하더라도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그랜드 라인이 무너지기까지 남은 시간은 8일 정도. 그 전에 어떻게든 파신 비야르키나를 물리치고 내성의 마법진을 파괴해야만 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조심해야할 필요 는 있었다.

루베릭 대륙의 괴물들은 호가 이제 껏 만난 적들 중 가장 강력한 전투 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무리 자신의 버프를 받은 SSS랭크의 병사들이라 해도 마장기의 도움 없이 킬리만자 로를 상대하려면 많은 희생을 치러 야만 했다.

“라이온레인을 앞세워 적들을 천천 히 쓸어버리면서 진군한다. 진격 속 도는 줄어들어도 어제처럼 아란티아 느나 비야르키나에게 아군 마장기들 이 각개격파 당하는 일은 없겠지.

게다가 적들이 함정을 팠다 해도 쉽 게 대비할 수 있을 거다. 부대의 지 휘는 어제처럼 로우덴이 맡는다.”

“맡겨만 주세요! 멍멍!!”

“그러면 삼십분 뒤 사파리 성 공략 을 시작하겠다.”

호의 지시가 떨어졌고, 각 부대들 이 분주히 전투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진격 명령과 함께 라이온레 인의 포격이 사파리 성을 휩쓸었고, 실버 문을 앞세운 알르드 군이 사파 리 성을 향해 돌격했다.

-루베릭 대륙의 타락한 종자들을 물리쳐라!!!

달의 여신이시여! 저에게 힘을 빌 려 주세요!

-호! 호! 호! 호 님을 위하여!!!

-캐피탈리즘 호우!!!

비명에 가까운 함성소리와 함께 금 속이 부딪치는 소리, 무언가가 잘려 나가는 소리, 생명의 끊어지는 소리 가 사파리 성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 다.

콰쾅!

마력 폭탄으로 부서진 성벽을 가득 메운 루베릭 대륙의 촉수 괴물들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린 호는 자신을 호위하는 영웅들과 함께 빠르게 성내로 진입했다.

아군 병사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괴물인 킬리만자로 녀석들을 먼저 처리하려는 행동이었다. 그리 고 호의 눈에 두 마리의 킬리만자로 가 자신들을 향해 이빨을 들이대로 달려오는 게 보였다.

‘고작 둘?’

로우덴이 말한 대로 킬리만자로의 숫자는 어제보다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어제만 하더라도 열 마리에 가까운 킬리만자로들이 아군을 향해 덤벼들 며 대규모 교전이 벌어졌었다.

“캬아아아악!”

“키 아아아!!!”

그리고 겁 없이 호를 향해 달려든 킬리만자로들은 브로리와 기사왕을 위시한 여러 마장기들의 협공에 얼 마 버티지 못하고 여러 조각으로 토 막이 났다.

아무리 킬리만자로가 A등급 마장 기 수준의 전투력을 갖춘 괴물이라 해도 에이스 급 오너 다수의 공격은 당해낼 리 없었다.

“성 내로 진격할 교두보를 확보한 다! 마장기들은 편대 단위로 움직이 되 최우선 목표는 킬리만자로다!”

“조명탄이 제대로 있는지 확인해! 파신이나 얼룩무늬의 마장기가 나타 나면 바로 조명탄을 터뜨려라!!!”

어제의 경험으로 인해 파신과 타락 한 아란티아느의 위험성을 충분히 느꼈던 터라 A등급으로 이루어진 마장기 편대의 행동도 신중하게 변 했다.

덕분에 아란티아느의 얼룩무늬 마 장기가 세 번이나 모습을 드러냈음 에도 불구하고 아군의 피해는 크지 않았다. 아쉬운 점은 세 번의 전투 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란티아느 를 잡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전투 자체는 분명 아군에게 유리한 상황이었다.

촉수 괴물들을 쓸어버린 장소에는 실버 문과 브뤼헤아 비쉬로 이루어 진 부대가 탄탄한 방어진을 구축하 면서 아군이 진입할 교두보를 확보 하고 있었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드 래곤 라이더들은 촉수 괴물들의 산 성 용액을 피해 적들의 위치를 알려 주는 한 편 기회가 있을 되면 강하 공격을 감행해 무리지어 있는 촉수 들을 초토화시켰다.

그리고 마장기사들은 가장 위협적 인 적이나 다름없는 파신의 분신 킬 리만자로들을 찾아 그들을 고깃덩이로 만들어 버렸다.

“좋아!!!”

좀비 떼처럼 밀려들던 적들의 공세 를 완벽하게 방어해내며 한숨 돌린 호가 자신의 레이더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빼곡했던 붉은 점들이 지금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비록 진격 속도는 늦지만 어제와 비교해 병사들의 피 해는 훨씬 적었다.

물론, 그 이유에는 파신 비야르키 나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까닭 도 있었다.

하지만 이유야 어쨌든 지금까지의

사파리 성 공략전은 분명 성공적으 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알르드 군이 순조롭게 전투를 치르 고 있을 무렵, 수인 군대는 큰 문제 를 맞닥뜨리고 있었다.

“후, 후퇴해야 합니다! 장로님!”

“?????? 크윽!”

겁에 질린 수인 영웅의 말에 웅족 의 장로 쿰마는 자신의 주먹을 꽉 쥐었다. 뭉툭하지만 단단한 손톱이 손바닥에 파고들면서 흐르기 시작하는 붉은색의 피처럼 쿰마의 소중한 병사들이, 동족들이 그의 눈앞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었다.

“비야르키나!!! 쿠워어엉!”

쿰마가 서 있는 장소에서 얼마 떨 어지지 않는 곳에서는 학살극이 벌 어지고 있었다. 루베릭 대륙의 아홉 명의 절대자. 파신 비야르키나. 그가 수인 군대를 공격하고 있었다.

“오랜만이로군, 쿰마.”

웅족의 거친 포효에 빼액곰들을 쓸 어버리던 비야르키나가 쿰마를 돌아 보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렸다가 내렸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대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쿰마의 눈동 자에는 불꽃이 튀고 있었다. 뿌득하 는 소리와 함께 어금니가 갈리는 소 리가 소름끼치게 주위로 울려 퍼졌 다.

“쿠워어어엉!!”

“쿠, 쿰마님!”

“큭! 빼액곰 부대는 쿰마님을 도와 라! 샤벨 타이거도 나선다!!!”

아니나 다를까 쿰마의 커다란 몸이 벼락같이 튀어 나갔고, 뒤늦게야 상 황을 알아챈 수인 영웅들이 자신의 무기를 빼들고 비야르키나를 향해 달려 나갔다.

“쿠워어엉! 이 대륙의 배신자! 빅 푸님의 복수를 해주겠다!!!”

비야르키나를 향해 쿰마는 아주 조 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힘을 끌 어 올렸다.

곧 어마어마한 기운이 쿰마의 주먹 으로 몰려들었고, 마력의 강기가 그 의 주먹에 둘러졌다.

“흥!!!”

그런 쿰마를 향해 비야르키나가 짧 게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는 자신의 손을 휘저으며 붉은색의 막을 만들 어 내었다.

콰아아앙!

쿰마의 주먹이 비야르키나의 보호 막을 강타한 순간,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주위를 크게 울렸다.

곧 쩌적하는 소리가 들리며 붉은 보호막이 깨질 것처럼 실금이 주르 륵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야르키 나가 다시금 자신의 손을 휘젓자 아 무 일도 없었던 것 마냥 보호막의 금들이 사라졌다.

캉! 카캉!

이어서 수인 병사들의 무기가 비야 르키나의 보호막을 때렸다. 그러나 그들의 공격은 보호막에 아무런 흠집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샤벨 타이 거의 강력한 돌진 공격도 소용이 없 었다.

“그럼 이제 내 차례인가?”

“피해라! !!”

비야르키나가 장난스럽게 자신의 손을 쫙 펴는 모습에 불길함을 느낀 쿰마가 병사들을 향해 경고를 했다. 하지만 병사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비야르키나의 손끝에서 시작된 붉은 선들이 그를 포위하던 수인 병사들 의 심장을 꿰뚫었다.

“이놈!”

순식간에 열댓 명의 병사들이 먼지

로 변해 사라지자 화가 난 쿰마가 다시금 비야르키나를 향해 자신의 주먹을 휘둘렀다.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가 연이어 들 리며 충격의 파동이 주위에까지 영 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 야르키나의 보호막은 건재했다.

오히려 주먹을 휘두른 쿰마의 손에 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예전에는 그렇게 대단해 보였던 철권의 쿰마가 고작 이런 실력이었 다니……. 정말 실망스럽기 짝이 없 군.”

“악신의 타락한 종자 주제에 염치

없게 입을 놀릴 자존심은 남아 있나 보구나! 비야르키나! 넌 결코 수인 들의 왕이 될 수 없다!”

“이놈이!”

자신의 역린을 건드리는 쿰마의 말 에 비야르키나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 때였다. 기다란 창이 비야르키나 의 보호막을 크게 강타하고는 뒤로 튕겨져 나갔다.

“감히?! 어떤 놈이냐!”

창을 던진 주인공은 호인 영웅 판 테라였다. 상대의 괴물 같은 능력을 확인한 판테라는 자신들이 모두 덤 벼도 비야르키나를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진즉에 깨닫고 있었다. 그 런 판테라의 외침이 쿰마의 귀로 파 고들었다.

“쿰마님, 물러나야 합니다! 상대는 우리의 힘으로는 당해낼 수 없는 괴 물! 아직 많은 병사들이 살아 있습 니다! 우리는 그들을 살려야 합니 다!”

“크윽!”

호통에 가까운 판테라의 말은 전투 로 홍분한 쿰마의 피를 차갑게 만들 었다. 그의 말대로 자신을 포함한 수인 군대는 비야르키나를 당해낼 수 없었다. 가장 강력한 전력인 마 장기 부대가 나선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파신 비야르키나에게는 킬 리만자로라는 분신들이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여기서 물러난다!”

“감히 어딜 도망가려는 것이냐!!!”

몸을 빼려는 쿰마의 행동에 비야르 키나가 성난 사자처럼 그를 덮쳤다.

“쿰마님을 지켜라!”

“파신을 물리쳐라!”

하지만 쿰마를 지키려는 수인 병사 들의 의지도 만만치 않았다.

그들은 초개처럼 자신의 목숨을 내 던지며 쿰마의 도주로를 만들었다. 쿰마를 대신해 용감하게 비야르키나의 앞을 가로막았던 몇몇 영웅들도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다들 s, A등급의 유능한 영웅이었 지만 파신의 분노는 당해낼 수가 없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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