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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428화 (428/522)

리그너스 대륙전기 428화

“니나! 왼쪽!!!”

“성스러운 불꽃으로 네 놈들을 모 조리 불살라 주마! 성검 그람!!!”

“카아아악!”

필살기처럼 보이는 백열의 검이 킬 리만자로를 하얗게 불태웠고, 곧 고 통스러운 비명이 사방에 울려 퍼졌 다.

삼 대 삼의 싸움이라지만 솔직히 말해 결과는 이미 정해진 바나 다름없었다.

호를 포함해 이 자리에 있는 알르 드의 영웅들은 모두가 SSS등급의 영웅이었고, 에이스 오너라 불리는 이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들이었 다.

아무리 파신의 분신인 킬리만자로 가 A등급 마장기의 전력을 웃돌 정 도로 강력한 괴물이라 하더라도 동 수의 싸움이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 었다.

굳이 문제를 있다면 실력 차이가 압도적일 정도로 크게 나지 않는 까 닭에 상대를 제압하는데 시간이 걸 린다는 점이었다.

특히 얼룩무늬의 마장기를 다루는 주인, 타락한 아란티아느는 호의 일 행들에게도 굉장히 까다로운 상대였 다. 그녀의 날렵한 움직임 때문에 호와 니나 다니엘레는 몇 번이나 킬 리만자로의 목을 잘라낼 기회를 놓 쳐야만 했다.

그리고 지금도….

카아앙!

“제길!”

상대의 목을 노린 회심의 일격이 애꿎은 땅바닥만 내리치자 호가 욕 설을 내뱉으며 정면을 노려보았다. 어느새 달려든 얼룩무늬의 마장기가 넘어진 킬리만자로의 팔을 물고 멀 리 던져 버린 탓이었다.

그로 인해 킬리만자로 한 마리가 팔에 큰 부상을 입고 찢겨진 등짝이 녹색의 피로 범벅되기는 했지만, 상 대를 제거할 수 있던 기회를 놓친 것을 생각하면 그리 큰 성과는 아니 었다.

“또 저 녀석이야!”

이어서 한시진의 목소리가 통신구 를 타고 호에게 들려왔다. 전투가 시작되고 나서 벌써 몇 번이나 듣는 소리였다.

‘아란티아느의 발을 묶을 만한 수

단이….’ 한시진이 분발하고 있기는 했지만, 데스 사이더의 기동력으로 티거알리 카 그것도 전용기를 따라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더욱이 상대가 정면 대결을 피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어찌되었든 한 마리의 킬리만자로 라도 처리를 하고 수적 우세를 이용 해 상대를 제압하는 게 효과적이기 는 했지만, 상대도 자신들의 노림수 를 알고 있는 터라 제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도 시간만 끌면……

단, 한 명의 마장기사만 지원이 와 도 전황은 달라질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다시 호가 공세를 취하려는 찰나 문득 어떤 생각이 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자신이 아군을 기 다리는 것처럼 상대 또한 비슷한 생 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었다.

실제로 아란티아느는 자신들의 공 격을 피하는 데 주력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대놓고 시간을 끄는 모습이었다.

“이런!”

곧 주위의 상황을 살피던 순간 호 의 안색이 급격히 굳기 시작했다.

타이밍 나쁘게 레이더에서 아군 마 장기 두 기가 동시에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들의 위치와 가 장 가까이에서 전투를 치르고 있던 마장기들이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호가 모를 리 없었다.

“적의 지원이다!!!”

소리를 지르는 것과 동시에 호는 어깨의 발사대에서 마력 폭탄을 꺼 내 상대가 다가올 것이라고 예측되 는 방향으로 힘껏 폭탄을 던졌다.

마력 폭탄과 자신의 마나를 연결할 시간조차 없는 상황에서 나온 임기 웅변이 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촤라라라락!

마치 송곳이 날아오는 것처럼 수십 개의 핏빛 줄기가 아군을 향해 덮쳐 들다가 마력 폭탄과 부딪치고는 커 다란 폭발을 만들어 내었다.

하마터면 제대로 된 방비도 못하 고, 적의 공격에 그대로 얻어맞을 뻔했다.

그리고 상대의 공격을 확인한 호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전과 같은 공격은 촉수 괴물 이나 킬리만자로들이 보이던 공격방 식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 둘 과 는 다른 적이 나타났다는 이야기였 다.

“킬리만자로 한 마리가 더 늘어난 거예요? 그럼 조금 힘들어지긴 하겠 지만….”

적의 숫자가 늘어난 상황에도 기죽 을 수는 없다는 듯 한시진이 농담을 섞어 말했다. 그리고 호가 폭탄이 터진 방향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답했다.

“그랬으면 정말 좋겠는데…. 아주

고약한 상황이 될 것 같은 느낌이 야.”

“으음.... 설마 내가 상상하고 있는 그런 재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건 아니겠죠?”

“80프로 정도의 확률이라고 생각 하고 있어.”

“그럼 뭐 됐어요. 그래도 20 프로 는 아닌 거잖아요?”

“파신 비야르키나!!!”

애써 위안거리를 찾던 둘의 대화가 무색하게 니나 다니엘레가 상대의 정체를 확인하자마자 소리를 높였 다.

그와 동시에 호와 한시진이 비야르 키나를 향해 튀어 나갔다. 그가 제 대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전, 어떻게든 타격을 입히려는 행동이었 다.

과거 호인 영웅이었다는 이야기처 럼 비야르키나는 표범처럼 피부색만 검을 뿐, 다른 수인 영웅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외형을 지니고 있었다. 얼핏 보면 파신이 아닌 호인족 영웅 이라 생각될 정도.

그러나 그에게서 느껴지는 강렬한 압박감은 결코 일개 영웅에게서 나 올 법한 것이 아니었다.

최소한 그의 강함은 칠제 이상이 분명했다.

그리고 비야르키나가 자신의 팔을 활짝 펴자 그의 뒤로 검은 공간이 생겨났고, 검붉은 색의 무언가가 호 와 한시진을 노리고 달려들기 시작 했다.

촤라라락!

“빌어먹을 촉수!!!”

순식간에 촉수들이 호와 한시진을 포위했고, 호가 짜증을 내며 자신의 검을 휘둘렀다.

곧 불꽃이 튀며 한 가닥의 촉수가 땅으로 떨어지며 퍼덕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촉수를 잘라낸 호의 표 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파신이 불러낸 것이라 그런지 방금 전 자신이 잘라낸 촉수는 전장 여기 저기에 흔하게 널려 있는 촉수 괴물 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단단함을 자 랑하고 있었다.

“아쉬토의 부인이었던 아란티아느 가 타락해 버린 이유가 있었어.”

게다가 그 숫자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자연스레 상대의 전력을 제대로 확 인할 겸 비야르키나의 정보창을 열 었다. 그리고 눈에 나타난 정보창을 확인한 순간 호는 머리카락이 쭈뼛 솟았다.

〈영웅 정보(Status)〉

1. 이름 : 파신 비야르키나

2. 성별 : 남(666)

3. 종족 : 타락한 수인

4. 소속 : 루베릭 대륙

5. 레벨 : 1785

6. 직업 : 8 파신(EX)

7. 세부능력

통솔 : 1539 / 2000(EX)

무력 : 1964 / 2000(EX)

지력 677 / 750CSS)

정치 378 / 500(S)

매력 : 999 / lOOO(SSS)

아니나 다를까 무려 두 개의 능력 이 EX등급이었다.

통솔은 그나마 그렇다고 쳐도, 무 력이 EX등급이었다.

그것도 거의 한계에 다다른 수치. 심지어 알르드에게 가장 강력한 영 웅인 ‘신의 힘을 이어 받은 자-제 천대성’인 브로리보다도 무력 수치가 높았다.

그뿐인가?

파신답게 심상치 않은 이름을 지닌 여러 스킬 또한 보유하고 있었다.

‘그래도 EX+가 아닌 게 어디야?’

하지만 호는 곧 생각을 긍정적으로 정리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파신의 능력이 저 정도인 것이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 었다.

호가 목표로 하고 있는 ‘리그너스 - 온리 원’은 EX+등급까지 세부 능 력을 높일 수 있었고, 고대신이라는 괴물들 또한 그와 엇비슷할 정도의 강함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현재의 자신과 한시진 그리 고 니나 다니엘레가 함께 달려들어 도 EX등급의 괴물은 당해내기가 힘 들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자신들의 상대해야 할 이는 비야르키나만이 아니었다. 아란티아 느와 부상을 입기는 했지만 그래도 멀쩡히 움직이고 있는 킬리만자로 두 마리도 있었다.

“브로리! 아르티아! 비야르키나가 나타났다!!!”

빠르게 지원요청을 보낸 호는 자신 을 노리고 날아가는 촉수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카캉! 캉!

한시진 또한 미친 듯이 자신의 낫 을 돌리고 있었고, 성검 그람 또한 백열의 섬광으로 비야르키나의 촉수 를 불태웠다.

내친김에 호가 비야르키나를 향해 마력 폭탄을 집어 던지기도 했지만, 곧 촉수의 방벽에 가로막히고야 말 았다. 그리고 비야르키나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크윽!”

비야르키나의 손에서 뻗어 나온 촉 수는 방패로 막는 순간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시 무시한 기세를 품고 있었다. 그리고 호가 본능적으로 슬쩍 허리를 틀어 촉수를 피했다.

곧, 뒤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 고, 호가 고개를 돌리자 촉수가 땅 을 움푹 파고 들어간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철근보다도 단단하네. 그러니 아 란티아느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다시 한 번 비야르키나의 공격이 호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슬쩍 옆으로 피하는 것과 동시에

검을 휘둘러봤지만, 불꽃만 크게 튀 기며 제대로 촉수를 잘라내지도 못 한 채 검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그렇게 자신의 공격이 두 번이나 막혔다는 것에 화가 난 것일까? 비 야르키나가 자신의 양 팔을 번쩍 들 어 올렸다가 내렸고, 그의 뒤쪽에서 수십 다발의 촉수들이 호의 일행들 을 덮치기 시작했다.

“절대 막으려고 들지 마! 더럽게 단단해!!!”

통신과 함께 호는 재빠르게 조종간 을 잡아당겼다.

방금 전의 위력을 보면 조종석에

촉수가 강타당하는 순간 그대로 사 망 확정이었다.

반격은 꿈도 꾸지 못했다. 자신의 능력이 지금보다도 성장한 훗날이라 면 모를까, 지금은 모든 정신을 회 피에 집중해도 모자랐다.

콰쾅! 쾅! 콰아앙!

곧 비야르키나의 촉수 더미들이 땅 을 후려치며 요란한 소리가 터져 나 왔다.

“빌어먹을. 아, 아야!”

“괜찮으십니까?”

“괜찮을 리가 있나?”

어깨를 붕대로 동여매는 것을 실버 문의 손길이 조심스러워지는 것을 느끼며 호는 나직이 욕설을 내뱉었 다. 루베릭 대륙의 칠제라 불리는 파신답게 사파리 성에서 마주쳤던 비야르키나는 정말 강력했다.

자신은 어깨 부상을 입었고, 한시 진 또한 발을 다쳤다.

그래도 둘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니나 다니엘레는 자신의 전용기 그리피스의 날개를 잃었다.

천족 마장기의 가장 큰 장점인 기동 력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수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보름가량의 시간이 필요했 다. 그것도 그리피스가 수리가 가능 한 알르드의 공장에 있다는 가정일 때의 이야기였다.

“정말 무시무시한 괴물이었어요. 마침 기사왕께서 나타나지 않았더라 면….”

알르드의 주요 영웅들이 모두 모인 회의실에서, 한시진이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며 말했다.

파신답게 비야르키나는 이번 전투

에서 아군의 마장기 네 기를 박살냈 고, 유유히 사라졌다.

타이밍 좋게 나타난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가 아니었다면 호나 한시 진, 니나 다니엘레도 큰 부상을 입 었을 터였다.

“크윽! 내가 그 자리에 있었어야 했는데!!!”

브로리가 자신의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목소리를 내었다. 확실히 그녀 가 있었더라면…. 비야르키나를 상 대로 제법 괜찮은 싸움을 치렀을지 도 몰랐다.

하지만 호와 아군이 비야르키나의

공격을 받던 그때, 그녀는 킬리만자 로 무리들을 상대로 악전고투를 치 르고 있었다.

다른 에이스 오너들도 비슷한 상황 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노림수가 분 명해 보이는 적의 움직임이었다.

“확실히 파신의 존재는 요주의 대 상입니다. 그래도 전혀 성과가 없던 것은 아닙니다. 멍멍.”

이번 공성전에서 알르드의 병사들 은 끔직한 루베릭 대륙의 괴물을 상 대로 용맹하게 싸웠다.

저주받은 촉수 괴물이나 자신들의 실력으로는 감당이 힘든 킬리만자로를 상대로 거침없이 무기를 휘두른 것이다.

그 결과 알르드 군이 공세를 취했 던 사파리의 서문은 촉수 괴물이 빽 빽하게 있던 예전의 모습과는 달리 현재는 그 수가 크게 줄어들어 있었 다.

특히나 하루 만에 킬리만자로를 스 무 마리 넘게 제거한 게 컸다.

최소한 적의 전력에서 A등급 마장 기를 스무 기나 파괴한 것이나 다름 없는 성과기 때문이었다.

“다음 공격이 시작되면, 비야르키 나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아군의 발을 묶기에는 자신들의 전 력이 부족할 테니까요.”

로우덴이 확신하듯 말했다. 하지만 다음 날, 호는 깨끗하게 청소되었던 사파리 성의 서문이 다시금 촉수 괴 물들로 우글우글한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오히려 전투를 치렀던 어제보다도 숫자가 훨씬 더 많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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