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너스 대륙전기 424화
“상대는 만만치 않은 녀석이다. 모 두들 조심해!”
호의 경고에 아란티아느에게 접근 하던 영웅들이 신중하게 움직였다.
다들 얼룩무늬의 티거알리카가 화 염왕이라는 명성을 지니고 있는 윤 호와 호각으로 싸우던 모습을 목격 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주먹을 파랗게 불태 우고 있는 브로리가 고개를 좌우로 까닥거리며 파신의 힘에 타락한 아 란티아느의 앞에 섰다.
“너 쫌 세다면서? 그럼 어디 나랑 한 번 놀아 볼…… 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브로리의 코 우랄라가 아란티아느의 정면으로 돌 진했고, 그것을 신호로 티거알리카 를 포위한 알르드의 마장기들 또한 세 방향으로 퍼지며 위치를 잡았다.
부웅!
마력이 실린 코우랄라의 주먹은 예 리하면서도 파괴적이었다.
또한 마장기전에 능한 에이스 오너 라는 것을 보여주듯 브로리의 공격은 수인 왕국의 A등급 마장기인 티 거알리카의 구조상으로 막아내기 힘 든 부위를 제대로 노리고 있었다.
설령 힘겹게 막아냈다 하더라도 그 녀의 파괴적인 공격력에 그대로 나 가떨어질 게 분명해 보였다.
콰아앙!
하지만 그런 브로리의 공격을 아란 티아느는 높은 점프로 피해냈다.
애꿎은 지면을 친 공격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조그마한 크레이터를 만들어내며 멈췄다.
하지만 브로리의 공격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미 상대가 자신의 공격을 피할 거라고 예상한 듯 주먹을 내지른 반대쪽 손이 어느새 허리춤 에 있는 손도끼로 향해 있었다.
“흐리야아압!”
기합성과 함께 사람크기 만한 손도 끼가 그대로 아란티아느의 마장기를 강타했다.
엄청난 힘이 실린 손도끼에 얻어맞 은 티거알리카가 파편을 흩뿌리며 허공을 날더니 그대로 지면으로 추 락했다.
‘EX등급이 다르긴 다르네……
영혼을 건 일기토를 벌였지만 날렵 한 움직임으로 인해 제대로 치명상을 넣지 못했던 타락한 아란티아느 를 상대로 순식간에 데미지를 넣는 브로리의 무용을 보며 호는 혀를 내 두를 수밖에 없었다.
하기야 그녀와 자신의 무력은 거의 1000 이상이 차이가 났다. 그 정도 의 차이면 어른과 어린아이의 수준 차이 그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 니었다.
콰쾅! 쾅!
티거알리카가 쓰러지는 모습을 본 라이온레인 편대가 자신들의 마력 폭탄을 발사했다. 곧 연달아 터지는 폭발음이 호의 귀를 먹먹하게 만들 었다.
‘이거 생각보다 쉽게 제압할 수 있 겠는데?’
근거리에서 쏟아지는 마력 폭탄 세 례면 타락한 아란티아느라도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얼룩무늬의 티거알리카는 평범한 A등급 마장기였고, 타락한 그녀 또 한 SSS등급의 영웅일 뿐이었다.
하지만 파신의 힘은 그런 호의 예 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아니, 쉽사리 상대를 제압할 수 있 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자체가 방심 이나 다름없는 실수였다.
상대는 리그너스 대륙이 아닌 루베
릭 대륙의 존재였다.
그리고 라이온레인의 마력 폭탄 공 격이 끝나자마자 움츠리고 있던 티 거알리카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라 이온레인을 무시무시한 속도로 덮쳤 고, 라이온레인의 마장기사는 그대 로 상대의 공격을 허용하며 땅바닥 으로 쓰러졌다.
상대가 쓰러졌을 거라고 생각한 상 황에서 벌어진 사고였다.
“무, 무슨……!”
순식간에 라이온레인의 조종석을 물어뜯는 티거알리카의 행동에 호를 비롯한 모두는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력 폭탄의 화력을 버텨냈다는 것 도 그 이유였지만, 포격에 얻어맞고 모습을 드러낸 티거알리카의 모습이 굉장히 끔찍했기 때문이었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마장기는 마력 폭탄 공격에 의해 반쯤 부서진 모습 이었다. 심지어 마력 엔진마저도 파 괴되어 있었다.
그러나 말이 되지 않게도 아란티아 느의 티거알리카는 분명히 움직이고 있었다.
게다가 살아있는 괴물마냥 티거알 리카의 엉덩이 부위에는 나무 굵기의 촉수들이 수십 가닥이나 뻗어 나 와 있었다.
그 징그러운 모습을 확인한 브로리 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저, 저게 대체 뭐, 뭐야?”
몇 번이나 말이 떨리고 있는 게 어지간히 당황한 목소리였다. 그리 고 수십 개의 촉수 줄기가 사방으로 퍼지며 마장기들을 덮치기 시작했 다.
“피햇!”
가까이 있던 한 마장기가 아크로바 틱한 움직임으로 촉수를 피했고, 촉 수 한 무리가 그대로 지면을 때리며 먼지구름을 만들어 내었다.
“검! 검을 꺼내라!!!”
“거기 조심해!”
높은 등급의 영웅들답게 알르드의 마장기사들은 침착하게 자신을 노리 는 촉수들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다행이라면 다행일지 촉수 공격은 그리 대단한 위력을 지니고 있지 않 았다. 촉수는 마장기들이 검을 휘두 를 때마다 거침없이 잘려 나갔고, 그럴 때마다 몸통이 회색빛으로 변 하며 그대로 땅바닥으로 늘어졌다.
잘린 부위에서 흘러나오는 고약한 냄새의 녹색 액체와 마장기사들의 공격에 잘려나간 촉수들이 땅에서 꿈틀거리는 모습이 굉장히 징그럽다 는 것을 제외하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어 보였다.
“괴물 년! 죽여 버리겠어!”
그렇게 촉수 공격이 한바탕 지나가 는 동안 두 주먹으로 자신을 공격하 던 촉수들을 쥐포처럼 짓눌러버린 브로리가 화를 내며 티거알리카를 찾았다.
하지만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찾아 봐도 얼룩무늬의 마장기는 보이지 않고 있었다.
마치 도마뱀이 자신의 꼬리를 자르
고 도망을 친 것마냥 촉수를 제물로 삼고는 모습을 감춘 것이다.
“이게 무슨……
호 또한 황당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보이는 것이라고는 징그럽 게 꿈틀거리다가 추욱 늘어지며 회 색빛으로 변하는 촉수들과 전투로 인해 여기저기가 깨져 나간 마장기 들 그리고 킬리만자로를 상대하느라 지친 병사들뿐이었다.
“쿠, 쿠엉? 그게 무슨?!”
아란티아느가 파신의 힘에 타락했 고, 그들의 분신인 킬리만자로가 혹 묘로 위장해 알르드 군을 습격했다.
갑작스레 들려온 예상치 못한 충격 적인 소식에 웅족의 군대를 이끌고 알르드의 3군단을 막아내고 있던 웅 족의 장로 쿰마는 입을 쩍 벌려야만 했다.
“자, 자세히 말해봐라! 뭐가 어떻 게 됐다고?!”
병사를 향해 그렇게 말하면서 쿰마 는 자신의 어금니를 으득 갈았다. 어쩐지 느낌이 좋지 않더라니! 비야 르키나와 함께 사라졌던 아란티아느 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것 자체가 수상했다.
‘그때 그년을 바로 붙잡아서 감옥 에 쳐 넣어야 했는데!’
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황. 타락 한 아란티아느의 모습을 목격한 이 들이 수십만이었고, 킬리만자로의 시체 또한 남아 있었다. 문제는 킬 리만자로가 수인 왕국의 병사인 혹 묘로 위장한데다가 수왕 아쉬토가 타락한 아란티아느를 감싸다가 알르 드 군에 의해 제압당했다는 점이었 다.
그런 아쉬토의 행동은 수인족이 루
베릭 대륙의 이들과 손을 잡았다는 오해를 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까 닥하다가는 수인족이 대륙의 공적이 되는 셈이었다.
“미친 자식! 그러고도 네놈이 왕국 을 대표하는 왕이란 말이더냐!”
아무리 여자가 좋아도 그렇지 뻔히 파신에 의해 타락한 인물을 감싸다 니?! 쿰마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자신의 책상을 쾅하고 두들겼다.
“기사왕에게 서신을 보내겠다!”
그렇게 한참이나 분노를 토해내던 쿰마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비장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우리 왕국의 운명은 이대로 끝날 지도 모르겠군……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루베 릭 대륙의 존재를 감싼 아쉬토의 돌 발행동에 대한 이야기가 이미 병사 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
병사들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고, 추가적으 로 루베릭 대륙의 존재들과 손을 잡 았다는 오해까지도 해명해야만 했 다.
그리고 쿰마의 서신을 받은 기사왕 은 제치없이 쿰마와의 전쟁을 멈췄다.
전쟁을 멈춘 것은 기사왕과 쿰마의 전선만이 아니었다.
훗날 회색 전쟁이라 불리는 한시진 의 2군단과 토끼족의 전선은 매일 수만 이상의 사망자가 나오는 지옥 그 자체였다.
그리고 이 전선에도 루베릭 대륙의 존재들이 등장했다는 보고가 도착했 다.
“이, 이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 는 거죠?”
“루베릭 대륙의 존재가 등장했습니 다! 리그너스 대륙의 모든 세력들이 힘을 합쳐야 할 상황이 벌어진 겁니 다. 뻬이!”
루베릭 대륙의 존재가 등장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마자 2군단을 향해 지평선을 가득 메우며 달려들던 토 끼족들은 순식간에 그 자취를 감추 었다. 전선을 뒤로 크게 후퇴한 것 이다.
“루베릭 대륙의 존재요?”
참모인 마로의 말에 시진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듣자하니 외부에서 적이 나타난 모양인데, 그렇다고 전 쟁이 이렇게 순식간에 중단이 되다 니? 그녀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가 힘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악신 카테지나의 종들입니다. 과 거부터 그들은 이 대륙의 모든 생명 체들을 몰살시키기 위해 몇 번이나 공격을 해왔습니다. 삐이이. 무슨 일 이 있어도 루베릭 대륙의 군대가 리 그너스 대륙을 차지하는 것만큼은 막아내야 합니다.”
그런 한시진을 향해 마로가 말했 고, 그를 보며 시진은 마로가 마치 생사대적의 상대를 눈앞에 둔 것 같 다는 느낌을 받아야 했다.
‘뭐……. 고대신과 같은 나쁜 놈이 나타난 모양이네.’
결국 한시진은 그렇게 이해를 했
다. 어쨌든 엄청난 적이 나타난 모 양. 호와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 았다.
결국 호는 모습을 감춘 아란티아느 와 괴상하게 생긴 그녀의 마장기를 찾지 못했다. 빠른 이동속도를 자랑 하는 드래곤 라이더들이 사방으로 퍼지며 정찰을 해봤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포로로 잡힌 아쉬토를 대신 수인 왕국의 십이멀이자 호인족의 영웅판테라가 수인 군대를 지휘했다. 그 리고 판테라는 킬리만자로가 나타났 던 전투가 끝난 후 이틀 뒤, 여러 수인 영웅들과 함께 알르드에 투항 했다.
“찬란했던 우리 왕국의 운명은 아 쉬토의 돌발 행동으로 인해 이미 끝 이 나버렸습니다. 알르드와의 전쟁 에서 힘겹게 승리한다 하더라도 분 명 대륙의 공적으로 낙인 찍혀 각 종족들의 공격을 받고 왕국이 갈기 갈기 찢어질 겁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판테라가 믿고 있는 건 알르드가 수인 왕국을 점령했을 경우 인간들의 경우처럼 호인족들에게도 자치권 을 보장해줄 거라는 사실 하나였다.
게다가 알르드에 거주하고 있는 다 른 종족들의 생활이 그리 나쁘지 않 다는 소문도 판테라의 결정에 한 몫 을 차지했다.
‘견인들처럼 독립된 세력으로 거듭 나면 더욱 좋겠지만, 그건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겠지.’ 그렇게 판테라가 지휘하는 수인 군 대가 투항을 하면서 그 소문을 들은 수인 왕국의 다른 영지들은 누가 먼 저라 할 것도 없이 호에게 항복 서 신을 보냈다.
수인 왕국에 충성을 바치며 대륙의 공적이 되어버리느니 알르드의 품으 로 들어가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어떻게 일이 잘 풀려가는 것 같기 는 한데…… 아란티아느는 대체 어 디로 도망을 간 거지?’
항복한 호인 영웅들의 이야기에 따 르면 아란티아느를 타락시키는 이는 과거 대륙의 배신자라 불리는 비야 르키나라는 호인이라고 했다.
그 대륙의 배신자는 현재 킬리만자 로를 지휘하는 루베릭 대륙의 파신 중 한 명으로 불과 몇 년 전에도 리그너스 대륙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했다.
“……그 녀석 때문이었군.”
호인 영웅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호 는 예전에 대륙의 모든 군대가 수인 왕국을 향해 움직였던 사건을 떠올 렸다.
그리고 그때 마신 쉐르난비체가 지 휘하는 마족의 군대가 알르드를 짓 밟았고, 커티삭이 점령되고 칸디르 가 큰 부상을 입는 등 엄청난 피해 를 입었기도 했었다.
결국 자신과도 어느 정도 악연이 있는 녀석이었다.
“그래서 그 녀석들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지금도 알르드 군의 정찰대와 수인 들이 눈에 불을 켜고 루베릭 대륙의 존재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 를 발견했다는 정보는 하나도 없었 다.
하지만 곧 충격적인 이야기가 모두 에게 들이닥쳤다.
수백 년 동안 수인 왕국의 수도였 고, 현재 호인들의 본거지였던 메트 로폴리스급 규모의 도시 사파리가 검은 불길에 의해 활활 타오르고 있 다는 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