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너스 대륙전기 422화
[킬리만자로(EX)-제8 파신, 비야 르키나의 분신이라 불리는 존재들입 니다. 자신의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을 무기로 사용하는 이 검은 표범들 은 비행 병과처럼 지형을 가리지 않 고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으며, 돌파 능력은 수인 왕국의 기병 샤벨 타이거를 능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 다.
이 가공할 능력의 기병을 소환하기 위해서는 하늘을 지배하는 천족의 아크 엔젤과 대륙을 질주하는 기상 수인 왕국의 샤벨 타이거의 마력이 필요합니다.]
“캬하하! 약해빠진 녀석들! 고작 이딴 녀석들이 리그너스 대륙에서 최강이라 불리는 병사들이라고? 형 편없군!”
손쉽게 적의 머리를 날려버린 킬리 만자로가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방금 전 자신의 손에 죽은 병사는 엘프 종족이 훈련시킬 수 있는 보병 중 최강이라 불리는 실버 문이었다. 리그너스 대륙의 가장 강력한 보병 중 하나라지만 루베릭 대륙의 킬리 만자로들이 보기에 실버 문은 형편 없는 실력을 지닌 병사에 불과했다.
그렇게 킬리만자로가 순식간에 실 버문 대여섯의 목숨을 빼앗고, 또 다른 제물을 찾으려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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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매서운 기세가 킬리만자 로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킬리만자로는 자신과 대치하고 있던 실버 문을 재빠르게 붙잡고는 기세 가 날아오는 방향을 향해 방패처럼 실버 문의 가녀린 몸을 앞으로 내밀 었다.
푸욱!
커억하는 실버 문의 신음소리와 함 께 킬리만자로의 몸이 부웅 뜨며 그 대로 땅에 쳐 박혔다.
그러나 등의 화끈한 감각을 느낄 시간도 없이 킬리만자로는 곧바로 자신의 몸을 뒹굴 굴러야만 했다. 빛으로 타오르고 있는 성검 그람이 자신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무슨……?!”
장난감처럼 손쉬운 병사들을 상대 하느라 풀려있던 긴장감이 확하고 당겨졌다.
그리고 그런 킬리만자로를 향해 니
나 다니엘레가 말했다.
“악신 카테지나의 종복이여! 성검 그람의 힘으로 이 대륙에서 정화시 켜주마!”
“뭐, 뭐라고?!”
대체 어떻게 자신의 정체를 알아차 린 거지? 킬리만자로의 눈이 휘둥그 레 떠졌다.
하지만 자신의 궁금증에 대한 생각 을 이어나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했 다.
어느새 눈앞의 마장기가 자신을 목 표로 삼은 채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 이었다. 만만한 녀석이라면 아무리 마장기라도 박살을 낸 후 도망을 쳤 겠지만, 성검 그람에서 느껴지는 기 세만 봐도 상대는 알르드의 에이스 급 오너가 틀림없어 보였다.
“젠장. 이거 똥 밟았네.”
짜증스럽게 욕설을 내뱉은 킬리만 자로는 곧 자신의 마력을 터뜨리며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번 전쟁에서 자신들의 정체를 숨 기라는 타락한 아란티아느의 명령이 있었지만, 어차피 킬리만자로가 진 심으로 따르는 이도 아닌데다가 지 금처럼 흑묘로 위장한 상황에서는 도저히 상대를 당해낼 수 없을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무, 무슨?!”
“으아아악! 키, 킬리만자로! 루베릭 대륙의 괴물이다!!!”
불길한 검은 마력이 사라지며 마장 기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괴물이 모 습을 드러내었다.
긴 손톱을 무기처럼 내세우며 두발 로 일어선 표범 괴물이었다. 그리고 그 괴물의 정체를 알아챈 수인 병사 들은 다들 화들짝 놀라며 누가 먼저 라 할 것도 없이 킬리만자로의 주위 에서 물러났다.
용맹하게 병사들을 지휘하고 있던 수인 영웅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갑작스레 등장한 킬리만자로를 보는 수인 영웅들의 눈에는 혼란이 가득 했다. 이제껏 아군으로 알고 있었던 이들의 정체가 루베릭 대륙의 괴물 이었던 탓이었다.
그런 수인들을 뒤로한 채 니나 다 니엘레의 전용기 그리피스가 킬리만 자로를 향해 날아들었다.
콰앙! 쾅!
날카로운 손톱을 앞세워 매섭게 짓 쳐오는 킬리만자로의 팔을 방패로 막아낸 그리피스가 곧바로 킬리만자 로의 목을 향해 성검을 내질렀다.
하지만 킬리만자로는 자신의 목을
꺾는 것으로 그리피스의 공격을 피 해냈고, 상대의 하단을 노리며 그대 로 로우킥을 날렸다.
“어딜!”
그런 킬리만자로의 공격을 날개를 펼쳐 날아오르며 가볍게 피해낸 니 나 다니엘레는 연신 자신의 검을 휘 두르며 상대를 몰아붙였다.
그러나 파신의 분신인 킬리만자로 라는 괴물은 SSS등급의 영웅인 그 녀로써도 쉽사리 제압할 수 있는 상 대가 아니었다.
그렇게 몇 번의 공방이 이어졌고, 매섭게 공세를 펼치던 니나 다니엘 레의 성검이 킬리만자로의 목을 긋 고 지나갔다.
아쉽게도 니나 다니엘레의 공격은 살짝 스치고 지나간 수준에 불과했 다. 핏줄기가 터져 나오며 킬리만자 로가 자신의 목을 부여잡았지만, 그 게 전부였다.
그러나 알르드의 공격은 이제부터 가 시작이었다.
“포격!!!”
어느새 거리를 벌린 니나 다니엘레 의 외침과 함께 조용히 킬리만자로 를 포위하고 있던 라이온레인 편대 가 어깨의 포대를 열었다. 그러고는 수십 발의 마력 폭탄이 킬리만자로 하나를 향해 쏘아져 내렸다.
“아무리 저주받을 파신의 분신이라 해도 마력 폭탄의 세례는 버티지 못 할 거다!”
커다란 폭발과 함께 밝은 빛의 사 방을 가득 메웠다.
이 정도의 폭발이라면 상대가 파신 이라 해도 멀쩡하지는 못할 터였다. 그러나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니나 다니엘레는 방심하는 태도를 버렸 다. 상대는 루베릭 대륙의 괴물이었 다.
과거 있었던 대륙 전쟁에서 파신의
분신들에게 목숨을 잃은 리그너스 대륙의 영웅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리고 그중에는 리그너스 대륙을 풍미하던 전설적인 영웅들도 있었 다.
실제로 최근에는 수인 왕국의 전대 왕이자 웅족의 자랑스러운 영웅 빅 푸가 비야르키나와 킬리만자로의 암 습에 목숨을 잃는 일도 있었다.
“.? |”
그리고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밝은 빛 사이에서 꿈틀거리는 검은 색의 생명체가 니나 다니엘레의 감각에 포착이 되었다.
순간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으로 떠 올랐지만, 니나 다니엘레의 몸은 반 사적으로 검은색의 생명체를 성검 그람으로 내리긋고 있었다.
캬아아아아악!
소름이 돋을 정도의 처절한 비명소 리.
이어서 무언가가 철푸덕 땅으로 떨 어져 내렸다. 좀 전까지 전장에 있 던 병사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괴물 킬리만자로였다.
온몸 여기저기서 새카맣게 그을린 것을 보면 눈앞의 킬리만자로는 회심의 마력 폭탄 공격에도 숨이 끊어 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였다.
“듣던 대로 무시무시한 괴물이로 군.”
죽은 킬리만자로의 시체를 보며 니 나 다니엘레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 전장에는 이런 킬리만자로가 여 럿이 숨어 있었다.
“어, 어떻게?!!!”
“에잇! 모조리 죽여주마!!!”
첫 번째 킬리만자로를 시작으로, 니나 다니엘레와 그녀가 이끄는 라 이온레인 편대는 흑묘로 위장한 킬 리만자로만을 찾아 공격을 시작했다.
이미 킬리만자로로 의심되는 흑묘 들을 로우덴이 모조리 찾아낸 터라 킬리만자로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 았다.
그렇게 계속해서 루베릭 대륙의 괴 물이 모습을 드러내자 양군의 전황 또한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수인 영웅들이 계속해서 나타나는 킬리만 자로의 존재에 의구심을 느끼기 시 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수인 왕국의 새로 운 십이멀이자 SS등급의 호인 영웅 인 판테라도 끼어 있었다.
“……흑묘들을 붙잡아라!!!”
상황을 지켜보며 루베릭 대륙의 괴 물인 킬리만자로가 혹묘로 위장했다 는 것을 깨달은 판테라는 자신이 지 휘하는 군사를 뒤로 물리며 명령을 내렸다.
알르드와의 전쟁도 중요하기는 했 지만, 루베릭 대륙의 등장은 그 어 떤 것보다도 우선순위로 처리해야 할 사항이었다.
그런 판테라의 명령에 다른 수인 영웅들 또한 알르드와의 전투를 멈 추고는 병사들을 뒤로 물렸다.
니나 다니엘레의 공격에 계속해서
모습을 드러내는 킬리만자로의 등장 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아쉬토를 상대하는 브로리 와 호와 타락한 아란티아느, 킬리만 자로와 싸우는 니나 다니엘레 편대 를 제외하고는 전투가 중지가 된 상 황이었다.
“흑묘를 찾아라!”
“루베릭 대륙의 괴물들이 흑묘로 위장했다! 어흥!”
이번 전쟁에 참가한 수인 왕국의 흑묘 부대는 아주 극소수에 불과했 기에, 흑묘들을 체포하는 것은 어렵 지 않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흑묘들은 자신들 이 의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수긍하 고는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
하지만 모든 흑묘가 체포에 응한 것은 아니었다.
“이거 놓지 못해?! 이 빌어먹을 잡 놈들이!!!”
수인 병사들이 자신을 포위하는 모 습에 흑묘로 위장한 킬리만자로 하 나가 참지 못하고 자신의 마력을 분 출했다.
이어서 짐승의 포효가 쩌렁쩌렁하 게 터져 나왔고, 마장기 크기의 과 물이 모습을 드러내며 수인 병사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공격! 공격해라!”
날카로운 이빨로 낚아챈 샤벨 타이 거를 그대로 씹어 먹는 끔찍한 괴물 의 모습에 판테라가 소스라치게 놀 라며 명령을 내렸다.
곧바로 킬리만자로를 포위한 수인 병사와 마장기들이 킬리만자로를 향 해 공격을 시작했다.
콰앙! 콰아앙!
파신의 분신이라 불리는 괴물답게 킬리만자로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릴라릴라급 마장기를 그대로 박살내 며 돌진을 시작했다.
그 결과로 돌진의 범위 안에 있던 병사들이 비명과 함께 허공을 날았 다.
당연히 땅에 떨어진 병사들은 더 이상의 움직이지 못했다.
쾅!
그런 킬리만자로의 돌진을 막은 것 은 수인 왕국의 마장기가 아닌 황금 색으로 빛나는 투구를 쓴 특이한 형 태의 마장기였다.
우인족의 전설급 마장기라 불리는 타우러스였다.
“음무워어어어!!!”
우인족 특유의 투레질과 함께 타우 러스의 주먹이 킬리만자로의 턱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이어서 쿵하는 소리와 함께 킬리만 자로의 커다란 동체가 허공을 날았 다가 떨어져 내렸다.
“일반 병사들은 모두 물러서라!!! 그리고 포격이 가능한 마장기 편대 는 알라드의 마장기를 지원해!”
허공을 날았다가 떨어진 킬리만자 로에 다수의 아군 병사가 깔려 죽는 모습을 본 판테라가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알르드의 마장기를 도우라는 명령
에 수인 마장기사들 사이에서 순간 적으로 반문이 터져 나왔지만, 다들 어떤 상황인지 모르지는 않는 모양 인지 자리를 잡은 카니앗산이 킬리 만자로를 향해 포격을 시작했다.
“캬아아악!”
황금색 마장기의 공격에 얻어맞고 몸을 한 바퀴 구른 아쉬토는 용수철 처럼 일어서고는 그대로 상대의 명 치를 향해 자신의 앞발을 내질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세 번의 타격이
이어졌고, 거대한 덩치의 마장기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뒷걸음질을 치는 모습이 아쉬토의 눈에 들어왔 다.
“숨통을 끊어주마!”
그렇게 외친 아쉬토는 그대로 상대 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눈앞의 상대를 제압하기는 쉽지 않을 것만 같았다.
‘알르드의 브로리라고 했던가?’
선택의 신전에서 마주쳤던 수인과 인간의 혼혈이라는 적 영웅은 입만 산 녀석이 아니었다.
실제로 리그너스 대륙의 칠제인 자
신과 필적한 수준의 무력을 지닌 괴 물이었다.
혼신의 힘까지 끌어올려 전투를 벌 이고 있었지만, 아쉬토는 브로리를 상대로 아주 조금의 우위도 점할 수 가 없었다.
무력 능력 Ex등급끼리의 전투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치열했다. 다른 쪽에 신경을 쓸 겨 를은 조금도 없었다. 약간의 방심은 곧 패배로 이어졌으니까.
그렇게 서로의 숨통을 끊을 수 있 을 정도의 무시무시한 공방이 계속 해서 이어졌고, 서로에게만 집중하 며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던 아쉬토는 문득 무언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의 방향에서 방금 전까지도 쩌렁쩌렁하게 울리던 포격과 함성 소리가 빠르게 잦아들고 있는 것이 다.
“벌써 전투가 끝났단 말인가?! 크 헝!”
아쉬토의 입에서 탄식에 가까운 소 리가 흘러 나왔다.
알르드의 군대가 강력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무려 삼십만의 대군이었다. 마장기만 해도 백 여기 가 넘었다.
게다가 전투가 시작된 지 고작 두, 세 시간도 되지 않았다. 아직 해가 하늘에 떠 있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벌써 아군이 패배했다니?! 그리고 아쉬토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고 개를 돌린 순간 아쉬토는 소스라치 게 놀라야만 했다.
“이,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이 냐?!”
자신을 끔찍한 부상으로 몰아넣었 던 루베릭 대륙의 저주받을 괴물이 알르드의 마장기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황당하게도 자신의 군대는 어느새 뒤로 물러나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마장기의 계기판을 확인하니 몇 번이나 통신이 들어왔 다는 것을 알려주는 표식이 빨갛게 점멸되어 있었다.
우습게도 만만치 않은 상대와 격렬 한 일기토를 벌이느라 통신을 제대 로 확인하지 못한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