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너스 대륙전기 420화
“아쉬토가 이끄는 수인 군대가 이 리로 오고 있다고?”
“그렇습니다! 황금색 마장기와 함 께 수왕 아쉬토의 모습이 목격되었 습니다! 그 수는 약 삼십만! 마장기 전력은 총 백여 기 정도로 추정되며 A등급은 열 기, B등급이 서른 기 정도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렇군.”
절도 있는 정찰병의 보고에 잠시
그의 숨을 돌리게 할 겸, 호가 로우 덴을 돌아보았다.
손가락으로 펜을 돌리고 있던 알르 드 1군단의 총참모인 로우덴은 정찰 병의 말이 의외라는 듯 움직임을 멈 추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호전적인 녀석인 줄은 알고 있었 지만….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는데? 크레스티드가 함락된 상황에서는 아 무리 아쉬토라도 그냥 물러날 수밖 에 없다는 것이 네가 한 말 아니었 어‘?”
“다, 당연한 겁니다. 지금 아쉬토는 우리와 전면전을 치러서 좋을 게 하 나도 없습니다. 행여나 대패라도 하는 날에는 수인 왕국의 운명은 그걸 로 끝이니까요. 멍멍! 게다가 크레 스티드를 함락한 우리 군단의 전력 은 아쉬토가 지닌 전력을 훌쩍 뛰어 넘습니다. 당연히 그로써는 수성전 으로 시간을 끄는 행동밖에는 할 수 없습니다. 멍멍!”
“뭐, 그렇긴 한데….”
로우덴의 말에 호 역시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아쉬토의 행동은 자신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크레스티드를 향해 군사를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최후의 결전을 불사케 하는 움직임이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
지?’
무려 EX등급의 지력 수치에 신산 귀모라는 스킬까지 지닌 로우덴의 예상을 벗어난 행동이었다.
하지만 신산귀모 역시 만능은 아니 었다. 자신보다 지력이 떨어지는 상 대의 책략을 모조리 간파하는 스킬 이지만, 그 확률은 100%가 아닌 90%. 10%의 예외가 있었다.
‘재수 없게 10 % 에 걸린 건가?’
로우덴의 지력 능력이 EX등급이라 는 것을 생각하면, 그보다 더욱 뛰 어난 머리를 지닌 이가 아쉬토의 곁 에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당연히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현재 아쉬토의 군대가 크레스티드를 향해 진군해 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 대응책은?”
“요격입니다. 멍.”
짧은 호의 물음에, 로우덴이 기다 렸다는 듯 대답했다.
“크레스티드의 성벽은 앞선 전투로 인해 이미 성벽으로써의 기능을 상 실했습니다. 오히려 아군의 화력을 온전히 발휘하는 데 있어 방해물이 될 뿐입니다. 멍멍. 그리고 아쉬토의 군대는 수인 왕국 최후의 보루나 다 름없는 군대입니다. 아군의 피해가 조금 있다 하더라도 최대한 큰 타격 을 주어야 앞으로의 점령전이 수월 해질 겁니다.”
“한판 회전을 벌일만한 장소가 있 을까? 늪지대가 없는 곳으로 말이 야.”
“있습니다, 멍.”
곧바로 지도를 꺼낸 로우덴은 손가 락으로 크레스티드에서 얼마 떨어지 지 않은 평원을 가리켰다.
수인 왕국에서 크레스티드로 향하 는 가도가 그려져 있는 평원이었다.
거리를 보았을 때 약 반나절 정도만 도착할 수 있는 장소였다.
“아쉬토의 군대가 크레스티드로 오 기 위해서는 필히 이 장소를 지나야 합니다. 멍멍. 다른 길은 깊은 늪지 대가 군데군데 있기에 대군이 움직 일 수 없습니다. 행여나 그쪽으로 이동한다면 아군의 브뤼헤아 비쉬와 드래곤 라이더 편대의 공격에 엄청 난 피해를 입을 겁니다.”
“그렇다면 바로 준비해야겠군.”
말을 마친 호는 벌떡 몸을 일으켰 다. 그 뒤로 실버 문 셋이 빠르게 호의 호위했다.
리그너스 대륙을 대표하는 일곱 명 의 영웅인 칠제.
그중 한 명인 수왕 아쉬토가 자신 의 목을 노리고 공격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아쉬토의 공격으로 인해 느 껴지는 위기감은 예전 마족의 지배 자 쉐르난비체 때와는 비교가 되지 못했다.
알르드의 전력이 그만큼 성장한 것 도 있지만, 자신 역시 아쉬토 못지 않은 SSS등급의 영웅이라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일대일로는 이기기 힘들겠지만….’
군대와 군대가 붙는 회전이라면 충
분히 자신이 있었다.
자신의 통솔 능력은 3173.
아이템의 효과와 함께 이제껏 얻은 모든 경험치를 때려박은 결과물이었 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의 능력은 전투에 참가하는 실버 문과 드래곤 라이더, 브뤼헤아 비쉬를 SSS랭크 병사 그 이상의 존재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호의 1군단이 크레스티드 성을 떠 나 회전이 벌어질 평원에 진을 치는 동안 수인 군대는 시시각각 크레스 티드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의 이동 경로는 로우덴의 예상 대로였다. 수인들도 늪지대를 통과 하는 것이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라 는 것은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반나절가량 떨어진 거리에서 수인 왕국의 선봉대가 목 격이 되었다.
티거알리카와 웨어 타이거, 릴라릴 라로 구성된 마장기 편대를 앞세운 군대로 지휘관은 SS등급의 호인족 영웅이었다.
‘아직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영웅
이로군.’
정보창을 보니 드드라는 높은 등급 에 비해 아쉽게도 세부 능력은 그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그릇은 큰데 그 안에 찬 물이 별 로 없었다. 보아하니 성장기에 있는 영웅으로, 계속해서 경험을 쌓다보 면 괜찮은 영웅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SS등급의 수인 영웅에 대 한 호의 관심은 거기까지였다. 알르 드에는 그보다도 훨씬 뛰어난 영웅 들이 많이 있었고, 필요하다면 창조 신의 축복이라 불리는 승급을 통해 아군의 영웅들을 성장시킬 수 있었 다.
알르드의 정찰병을 발견한 수인 영 웅은 행군 속도를 늦추고는 그 지라 에서 진을 치기 시작했다. 본대를 기다리는 움직임이었다.
“기습할까?”
“좋지 못한 판단입니다. 멍멍. 우리 의 움직임은 이미 적들에게 노출된 상황입니다. 아군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면 곧바로 대응에 나설 겁니 다. 게다가 아쉬토가 이끄는 본대가 거의 도착했다는 가깝다는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멍.”
“쩝….”
로우덴의 냉정한 대답에 호가 아쉬
운 듯 입맛을 다셨다.
다음 날, 호는 눈에 보일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서 아쉬토의 마장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로우덴의 말대로 아쉬토가 이끄는 본대는 선봉대와 지근거리에서 따라오고 있던 모양이 었다.
그리고 해가 중천에 떴을 무렵, 수 인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설정집에 나 온 잔혹하고 성격이 급한 영웅이라 는 설명대로 진을 친 알르드의 군대 를 상대로 아무런 망설임조차 없는 공격이었다. 당연히 수인 왕국군의 가장 선두에는 수왕 아쉬토의 마장 기가 있었다.
-쿠워어어어엉!!!
기선을 제압하려는 듯 아쉬토의 커 다란 포효가 터져 나왔다. 그 소리 가 얼마나 큰지 앞으로 달려 나가던 몇몇 마장기사들이 움직임을 멈출 정도였다.
“정신 제대로 차려! 이 자식들아!”
당연하지만 그런 녀석들에게는 곧 바로 브로리의 욕설 섞인 호통이 들 이닥쳤다. 아무리 마장기 전력이 우 위라고 해도 전장에서는 어떤 상황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법이었 다. 특히나 용맹스러운 영웅 한 명 이 전쟁의 흐름을 송두리째 뒤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브로리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 몸이 상대해 주마!!!”
브로리의 전용기 코우랄라의 커다 란 강철 주먹이 서로 맞부딪치며 스 파크를 튀겨냈다. 그리고는 휘황찬 란한 황금색 마장기를 향해 크게 점 프를 했다.
캬오오!!!
겁 없이 자신을 향해 덤비는 브로 리를 향해 아쉬토의 마장기 또한 몸을 날렸고, 그렇게 EX등급의 무력 을 지닌 영웅들끼리의 일기토가 성 사되었다.
그렇게 수인 영웅 중 가장 위협적 이라 할 수 있는 아쉬토를 브로리가 상대하는 동안, 호는 아군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수인 왕국의 마장기 들을 노려보았다.
릴라릴라, 웨어 타이거, 메카리자 드, 카니앗산등 다양한 종류의 마장 기로 구성된 수인의 마장기 편대는 일정한 진영을 갖추고 달려오고 있 었다.
“읏챠!”
철컹! 철컹!
그리고 자신을 노리고 날아오는 카 니앗산의 마력포를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여서 피한 호는 곧바로 버튼을 눌러 라이온레인의 어깨 포대를 열 었다.
“어디 맛 좀 봐라!”
라이온레인의 독문 무기이자 엄청 난 파괴력을 지닌 마력 폭탄이 호가 움직이는 마력의 실에 따라 살아 있 는 생명체마냥 수인 마장기들을 향 해 쏘아져 나갔다.
이어서 곳곳에서 포대가 열리는 소 리가 들려왔고, 마력 폭탄들이 퍼져 나가는 화살처럼 수인들을 향해 떨 어져 내렸다.
콰쾅!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시커먼 홁먼지 들이 전장의 시야를 가리기 시작했 다.
그리고 육중한 덩치의 마장기들이 부딪치며 병사들의 비명소리와 무언 가가 부서지는 소리, 고통스러운 비 명들이 연달아 계속해서 터져 나왔 다.
서로의 운명을 건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공격해라!!!”
호 역시 검을 휘두르며 자신의 앞 을 가로막는 수인 마장기를 상대하 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지배하는 자-미솔로 지’가 비록 통솔과 지력 능력에만 보정을 받는 클래스라고는 해도 미 솔로지는 무려 SSS등급의 클래스. 무력 능력 또한 SS등급까지 보정된 클래스였다.
거기에 아이템의 효과를 받는 호의 무력은 950. 웬만한 영웅들은 가볍 게 찜쪄먹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다수의 실전 경험에서 쌓은 호의 마장기 조종술은 에이스급 오 너 그 이상의 실력이기도 했다.
그렇게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상대 마장기들을 하나하나씩 고철로 만들 어버리던 도중 요란한 전투 속에서 무언가가 호의 눈앞으로 불쑥 나타 났다.
얼룩말로 아닌 게 흰색과 검은색 줄무늬처럼 도색을 한 티거알리카 급 마장기였다. 보나마나 수인의 에 이스 급 영웅이 다루는 마장기였다.
“좋아, 덤벼 보라고.”
심상치 않은 상대의 등장이었지만, 호는 내심 여유가 있었다.
자신이 가장 주의해야할 아쉬토는 브로리와 영혼을 건 일대일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력 능력 950의 수치는 드넓은 리그너스 대륙에서도 칠제를 제외하 면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능력. 아쉬 토가 아닌 다른 영웅들이라면 충분 히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시야가 삽시간에 얼 룩무늬로 메워지고, 라이온레인-플 레임이 진동하며 위험성을 경고하는 순간 호는 반사적으로 조종간을 뒤 로 당겨야만 했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 자신이 있던 자리가 티거알리카의 진동 칼날로 엉망이 되는 모습을 보며, 호는 온 몸의 긴장감을 머리끝까지 끌어 올려야만 했다.
‘젠장할! 어떤 녀석이지?!’
까닥하면 여기서 죽을 뻔했던 상황 이었다. 지면을 엉망으로 만들어버 린 상대의 공격력을 생각하면 라이 온레인의 단단한 장갑도 오래 버티 지는 못했을 것 같았다.
〈영웅 정보(Status)〉
1. 이름 : 타락에 빠진 아란티아 느
2. 성별 : 여(656)
3. 종족 : 호인
4. 소속 : 루베릭 대륙
5. 레벨 : 999
6. 직업 : 파신 비야르키나의 종 (SSS)
7. 세부능력
통솔 : 718 / 750(88)
무력 : 910 / 999(SSS)
지력 : 737 / 750(SS)
정치 : 672 / 750(SS)
매력 : 932 / 999(SSS)
그리고 반사적으로 자신의 앞에 나
타난 상대 영웅의 정보창을 연 순 간, 호의 입에서는 알 수 없는 신음 성이 흘러 나왔다.
아란티아느.
자신이 전혀 모르는 영웅은 아니었 다. 아쉬토의 부인으로 수인 왕국에 서 가장 고귀하다는 설정을 지닌 호 인 여성 영웅으로 제법 존재감이 있 는 영웅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쉬토와는 달리 아란티아 느는 본신의 능력만 놓고 보면 그리 대단한 영웅은 아니었었다.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 를 플레이하며 몇 번이나 수인 왕국을 상대해 본 경험이 있는 만큼 자 신의 기억이 잘못되었을 리 없었다.
그러나 호의 눈에 나타난 아란티아 느의 능력은 리그너스 대륙의 칠제 와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수 준이었다.
“루베릭 대륙과 파신 비야르키 나...”
다시 아란티아느의 능력을 제대로 확인하던 호는 곧이어 그녀의 다른 정보들을 확인하고는 자신의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타락에 빠진 아란티아느라는 심상 치 않은 이름과 아란티아느의 루베릭 대륙과 파신이라는 명칭이 이제 야 눈에 들어온 것이다. 왠지 느낌 이 좋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