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너스 대륙전기 416화
“공격! 공격해라!”
악에 받혀서 내지르는 수인 영웅의 명령에 따라 화살비와 함께 빼액곰 들이 정면의 적들을 향해 돌격을 시 작했다.
하지만 서로간의 화력 및 병력의 차이가 너무나도 컸다.
라이온레인의 독문병기인 마력 폭 탄의 화력을 등에 업은 실버문과 브 뤼헤아 비쉬 그리고 드래곤 라이더들은 빼액곰을 비롯한 수인 왕국의 병사들을 거침없이 베어나갔다.
그에 반해 다람쥐 석궁수에서 진화 한 A랭크의 수인 궁병, 다람쥐 연 사궁수의 공격력은 알르드의 단단한 방어를 뚫기에 너무나도 미약했다. 다람쥐 연사궁수와 마찬가지로 원거 리 공격이 가능한 수인 왕국의 마법 병 역시 마찬가지였다.
랭크도 낮은데다가 수인 왕국의 마 법병은 독이나 적의 능력을 감소시 키는 저주 계통의 마법에 능했지, 직접적인 공격 마법의 화력은 다른 종족의 동급 마법병에 비해 크게 부 족했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마족의 마법병이자 SSS랭 크의 마법병인 브뤼헤아 비쉬와의 화력과 비교한다면 절대적으로 비교 대상이 되지 못했다.
“발사! 발사!”
간간히 전장의 언덕에 숨어있던 카 니앗산이 마력포를 발사해 알르드의 병사들을 먼지로 만들어 버리곤 했 다.
하지만 숨어 있던 카니앗산이 마력 포의 충전을 시작하며 모습을 드러 낼 때면 어김없이 라이온레인의 마 력 폭탄이 카니앗산 쪽으로 날아가 그 근방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덕분에 전투가 시작된 이후 그렇게 당한 수인 왕국의 카니앗산이 네 기 가 넘고 있었다. 그렇게 전황은 불 리했지만 수인 왕국의 병사들은 물 러섬 없이 알르드의 군대를 상대로 전투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전황은 점 점 알르드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 다. 아니, 기울어질 수밖에 없었다.
“수인 왕국의 영광을 위하여! 물러 서지 마라!”
쉬쉬쉭! 터텅!
명령에 따라 다람쥐 연사궁수가 쏘
아댄 화살들이 곧 쇳소리를 내며 땅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저건!”
그 모습에 수인 영웅이 당황한 표 정을 지었다. 특이한 형태의 마장기 들이 전장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 한 탓이었다.
화살을 가로막은 건 라이온레인과 는 외형이 다른 커다란 나무 형태의 마장기 였다.
엘프 종족의 C등급 마장기인 세비 트리. 공격력은 있으나마나한 수준 으로 미약하지만 장갑의 방어력만큼 은 무지막지하게 단단한 녀석이었다. 그리고 세비트리의 등장은 화력 이 부족해 마장기의 장갑에 타격을 주기가 힘든 수인 군대의 상황에서 최악의 적이 나타난 것이나 다름없 었다.
‘랩터스들은……
병사들을 지휘하던 수인 영웅이 재 빠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아군의 공격에서 적들을 방어하는 방패의 역할을 하며 서서히 다가오 고 있는 저 빌어먹을 나무 형태의 마장기를 없애버리기 위해서는 에이 스 오너나 마장병이 필요했다.
하지만 얼마 있지도 않은 소수의
마장병들은 아군의 마장기 편대와 연합해 적들의 라이온레인을 막아내 느라 정신이 없었다.
세비트리처럼 공격력이 미약한 수 준의 마장기에는 신경을 쓸 겨를이 없는 것이다.
“빌어먹을……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분명히 말을 했는데……!”
알르드에 비해 수인 왕국의 마장기 전력이 크게 부족한 것은 어느 정도 알려진 당연한 사실.
그렇기에 단기간에 늘릴 수 없는 마장기의 전력에 투자를 하기 보다 는 마장기의 공격에 그나마 방어 및 대응이 가능한 마장병들을 다수 훈 련시키자는 의견이 몇몇 지휘관들 사이에서 나왔었다.
그러나 수인 영주는 마장기를 상대 하는 것 말고는 쓸모가 없는 마장병 들을 다수 훈련시키는 것에 대해 비 관적인 태도를 보였고, 그 결과가 바로 지금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공격! 공격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인 영웅은 큰 소리로 병사들을 독려하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알르드의 병사를 향해 무 기를 휘두를 수밖에 없었다.
아군의 화살 공격이 운 좋게 마장
기의 틈새를 파고들어 마력 엔진을 날려줬으면 하는 운이 따르기를 기 대하면서 말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패배는 용납할 수 없었다. 여기서 물러난다면 수인 왕국의 북부 영토 전체가 알르드의 손에 들어갈 터였다.
“생각보다 저항이 매섭군.”
아침부터 시작된 전투는 점심이 지 나서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그 시간동안 아군의 앞을 가로막은 수인 왕국 군대는 그 숫자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 있었다. 나머지는 이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것이다.
기사왕이 주위를 한 번 훑자 전장 곳곳에 박살난 마장기들이 눈에 들 어오고 있었다.
마장기에 탑승한 마장기사의 생사 는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어 보일정 도로 엉망인 모습이었다. 그리고 기 사왕이 깊게 한 번의 숨을 들이켰다 가 내쉬자 통신구에 붉게 빛이 들어 왔다.
“십이멀이 지휘하는 군대가 바보는 아니니까요.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이 라는 걸 알고 있는 거겠죠, 멍멍.”
혼잣말에 가까운 기사왕의 말에 대 답을 한 이는 사드나인이었다. 전설급 마장기 시바의 주인인 그는 이번 전투에서 홀로 카니앗산 세 기를 파 괴하는 전과를 올렸다.
도베르만 제독의 도움을 받아 수인 왕국의 북부에 상륙한 기사왕의 3군 단은 얼마 지나지 않아 수인 왕국의 대규모 군대와 마주할 수 있었다. 수인 왕국의 자랑하는 영웅 십이멀 이 이끄는 군대였다.
아무리 수인 왕국이 내리막길을 걷 고 있다 하더라도 한때 대륙에 이름 을 진동시켰던 수인 왕국의 자랑인 십이멀의 군대는 썩어도 준치라는 말처럼 기사왕이 이끄는 알르드의 3 군단을 맞아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맹렬하게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결과는 알르드의 승리였다. 십이멀의 능력이 대단하다 하더라도 철저하게 준비된 알르드의 군대를 홀로 당해낼 수는 없었다.
게다가 3군단의 지휘관은 리그너스 대륙의 칠제,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 아였다.
“오히려 이 정도의 피해로 십이멀 하나를 무너뜨린 것이 어마어마한 성과인 겁니다, 멍. 상대가 호전적으 로 덤벼들어서 쉽게 승부를 결정지 을 수 있던 거죠. 멍.”
≪ O ”
그에 대해서는 기사왕도 인정하는 바였다.
적들의 지휘관인 수인 왕국의 십이 멀이자 리저드 종족의 영웅은 기사 왕의 명성에도 주눅 들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들의 수적 우세를 이용 해 회전을 걸어왔다.
알르드의 대군이 수인 왕국을 공격 하고 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나날 이 수인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져 가 는 와중에 어쩔 수 없이 내린 용단 이리라.
하지만 용감한 그의 결정은 옳지 못한 선택이나 다름없었고, 결과적으로 수인 왕국의 군대는 전멸에 가 까운 피해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수인 왕국의 십이멀이자 리저드 종 족의 영웅은 방금 전, 기사왕과의 일기토에서 목숨을 잃었다.
콰쾅! 쾅!
마력 폭탄이 폭발하며 사방에 구덩 이가 움푹움푹 패여 나갔다.
그에 따라 수인 왕국의 병사들 또 한 쉴 새 없이 죽어 나갔다. 기사왕 도 사드나인도 전투의 승리를 위해 계속해서 무기를 휘둘렀다.
그렇게 전투가 승리로 마무리되기 시작하자 참모인 라이자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가 입을 열었다.
“방어선의 축이나 다름없던 십이멀 의 군대를 무너뜨렸으니 한숨 돌릴 수 있겠네요. 수인 왕국의 북부를 점령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 같아 요. 십이멀의 대군이 없는 상황에서 그들의 영지에 있는 병력의 숫자와 질이란 보나마나 형편없는 수준일 테니까요.”
“그렇다면 사파리까지 지체 없이 진격을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아군과의 연계도 생각해야합 니다. 상대의 영토의 깊숙한 곳에서 고립되었다가는 골치 아픈 상황이 발생할 겁니다. 뭐, 저족의 영토를 공격하는 1군단과 토끼 부족의 영토 로 향한 2군단 또한 승리를 거뒀을 겁니다. 그쪽의 움직임에 맞춰서 병 사를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 다.”
기사왕의 뇌까림에 라이자가 생각 을 잠시 하더니 곧바로 입을 열었 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울창한 정글 과 늪으로 이루어진 수인 왕국의 영 토는 병사들이 쉴 새 없이 진격하기 에는 딱히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게다가 수인 왕국의 영웅들은 함정 의 설치에도 능했다.
또한 반나절이 넘는 전투의 영향으 로 인해 병사들도 지쳐 있었다. 마 장기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마정석 의 보급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면 일단 주위의 영토를 점령 하고 병사들에게 휴식을 줘야겠군.”
“이틀거리에 대도시 규모의 영지가 있습니다. 그곳을 거점으로 삼는 것 이 좋을 것 같습니다.”
참모인 라이자의 제안에 이레네 아 르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공격!”
발사 명령과 함께 화염의 비가 수 인 왕국의 진지를 하얗게 불태웠다. 진지를 지키던 병사들은 앞으로 있 을 전투에 대한 불안한 표정과 함께 그대로 잠이 드는 것처럼 고개를 떨 궜다.
비명소리조차 내지 못한 죽음이었 다. 그리고 뒤늦게 찾아온 폭음이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적습! 적습이다! 함정을 발동하 라!”
“늪지대를 방패로 삼아 요격해라!
적들의 마장기는 늪지대를 건너올 수 없다!”
마력 폭탄의 포격을 시작으로 사방 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그리고 이러 한 광경은 수인 왕국의 영토 전역에 서 벌어지고 있었다.
북부는 이레네 아르티아가 이끄는 3군단이 서북부는 한시진의 2군단 이 파죽지세로 진격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서부는 알르드의 화염왕이 라 불리는 윤 호가 이끄는 군대가 수인 왕국의 영토를 불태우고 있었 다. 거기에 남부 또한 알르드와 종 속관계를 맺고 있는 견인족의 바우 왕국이 공격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수인 왕국의 상황에서는 절체절 명의 위기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알르드와 수인 왕국의 전쟁 은 알르드의 일방적인 승리로 마무 리될 줄 알았다. 그러나 수인 왕국 의 특수한 환경이 알르드의 진군을 막아주고 있었다.
“하, 함정이다!”
“으아악! 늪지대다! 나 좀 구해 줘!”
비명에 가까운 실버 문의 외침과 함께 주위에 있는 병사들이 늪에 빠 진 실버 문의 손과 팔을 잡고 잽싸 게 끌어당겼다. 그리고 흙이 기도로 들어가 거친 사례를 내뱉는 동료를 보며 실버 문들은 굳은 얼굴로 넓게 펼쳐진 늪지대를 바라보았다.
전장의 전역에 깔려 있는 늪지대는 수인 왕국을 지키는 천연의 방패이 자 알르드의 진격을 가로막는 최악 의 환경이었다. 무거운 마장기는 발 이 빠지는 순간 건져낼 수조차 없었 고, 날랜 실버 문들도 늪지대에 발 을 디디는 순간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늪지대에 영향을 받지 않는 병사는 브뤼헤야 비쉬와 드래곤 라이더들뿐 이었는데, 이들만으로는 전장의 곳 곳에 퍼진 수인 왕국의 진지와 요새를 제대로 공략할 수가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것에 발목이 붙잡 혀 버렸네.”
“멍멍, 일단 늪지대의 위치를 빠르 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곳을 피해 서 전투를 재개하면 좋을 것 같습니 다.”
적들은 늪지대의 사이사이에 자리 를 잡고 있었다. 마력 폭탄의 화력 으로 밀어붙이면 어렵지 않게 물리 칠 수 있겠지만, 고작 진지 하나를 날려버리자고 집중 포격 명령을 내 리기에는 마정석의 낭비가 굉장히 심했다.
‘일단은 기다릴 수밖에 없네.’
저족의 요새와 영토를 점령하고 이 대로 리저드 종족의 영토까지 점령 하려는 찰나에 자신의 앞을 가로막 은 천연의 방해물이었다.
하지만 호는 어쩔 수 없다 여기며 로우덴과 정찰병들이 전장의 곳곳에 깔린 늪지대의 위치와 크기를 하루 라도 빨리 파악하기를 바랐다.
그래야만 늪지대를 피해 적들의 본 진을 타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발이 묶인 알르 드의 군대는 호의 1군단만이 아니었
“삐 이이이 이이이!”
철판을 긁는 것 같은 날카로운 외 침에 한시진이 자신의 귀를 틀어막 았다. 오늘만 해도 몇 번 아니 몇 십번이나 듣는 울음소리였다. 아니 나 다를까 지휘관 막사로 실버 문 하나가 다급한 표정으로 들어오며 외쳤다.
“수인 왕국의 지원군입니다! 토끼 부족의 병사들입니다!”
“빌어먹을! 또 나타난 거야? !”
한 번에 네 마리에서 열두 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는 토끼 부족. 심 지어 토끼는 자궁이 두 개라 중복임신이 가능하며 암컷 한 마리가 일 년에 삼, 사십 마리를 출산했다.
그런 만큼 토끼부족은 수인 왕국 내에서 다른 종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숫자를 자랑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토끼 부족의 군대 가 한시진의 2군단을 쉴 새 없이 괴롭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