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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410화 (410/522)

리그너스 대륙전기 410화

알르드의 왕 윤호의 검에 십 천사 루블랑 팔토가 사망하면서 대륙의 동부는 전운에 휩싸였다.

리그너스 대륙의 북동부를 장악하 고 있는 천족과 인간 왕국과 수인 왕국들을 흠수하며 대륙의 패권을 다툴 수 있는 강력한 세력으로 급부 상한 알르드의 충돌이 확실시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장이라도 전쟁이 터질 것 같은 대륙인들의 예상과는 달리 천족들의 움직임은 이상하게도 잠잠했 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미피츠를 중 심으로 한 알르드의 방어선은 점점 더 무시무시해져갔다.

마장기 편대가 접근해도 순식간에 가루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마동포 이제르론이 미피츠의 성벽에 배치되 기 시작했고, 천족의 국경 가까이에 있는 요새에도 강력한 방어 시설들 이 건설되고 있었다.

거기에 고대 드래곤들의 국가인 드 라고니안 제국이 자랑하던 전설적인 비행병 드래곤 라이더들이 하나, 둘 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미피츠의 상인들은 천족이 백만, 아니 그 이상의 병력을 동원해도 알르드 가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피츠를 둘러 싼 알르드의 방어선에는 과도할 정 도의 자원이 계속해서 투입되었고, 그로 인해 미피츠는 본의 아니게 상 업 국가가 아닌 요새 국가로 탈바꿈 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전부 호의 명령 때문이었다.

‘나중에 내가 대륙을 통일했을 때 를 생각해야 돼.’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 의 진엔딩. 훗날 등장하는 라헬의 친위대와 무시무시한 규모의 병력들 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미피츠는 어 떠한 공격에도 버텨낼 수 있는 군사 요충지가 되어야만 했다.

적어도 라헬의 군대가 미피츠와 연 결된 바다를 통해 대륙의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것만큼은 막아야만 했 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마동포 이제르 론을 비롯해 견고한 요새들이 미피 츠의 영토에 이틀거리로 계속해서 지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는 안심이 되지 않았다.

어차피 요새의 건설에 필요한 자원 과 특산품들은 1000만 이상의 인구가 살고 있어 에큐메노폴리스 규모 를 달성한 림드 산맥의 도시들이 감 당해주고 있었기에 별 문젯거리는 되지 않았다.

그래도 언제까지나 미피츠의 요새 화에만 신경을 쓰며 시간을 보낼 수 는 없었다.

“그러면 잘 부탁할게요, 이레나 아 르티아.”

“목숨을 걸고서라도 미피츠를 공격 하는 천족 녀석들을 막아내도록 하 겠다.”

기사왕의 든든한 대답에 호는 만족 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미피츠를 떠날 때였다.

반년이 넘도록 미피츠에 머물면서 호는 열다섯 개의 요새와 스무 기가 넘는 이제르론 그리고 엄청난 숫자 의 방어 시설들을 건설해 미피츠를 완벽하게 요새화 시켰다.

그리고 케반스를 포함한 A등급 이 상의 실력자로 구성된 오십 여기의 마장기를 미피츠에 배치시켰다.

기사왕의 지휘를 받는 이 마장기 편대들은 천족의 공세를 막아내는 훌륭한 방패가 되어줄 터였다. 실버 문, 브뤼헤아 비쉬, 드래곤 라이더와 같은 병사들 또한 이십만이 미피츠 에 주둔하고 있었다. 특성화가 끝난 미피츠의 경제 규모를 따져봤을 때 조금의 부담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 다.

‘그나저나 천족 녀석들……. 대체 무슨 꿍꿍이지?’

십 천사의 사망으로 인해 자신들의 자존심이 구겨졌을 게 분명하지만 천족들의 움직임은 호를 포함해 대 륙인들의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미피츠의 요새화에 성공했고, 실력 있는 마장기사들과 SSS랭크의 병사 들도 다수 배치했다. 하지만 그 시 간동안 천족들은 미피츠를 대상으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루 블랑 팔토와의 전투이후 그들의 대외적인 움직임 중 주목할 만한 거라 고는 엘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대 륙의 북부에서 조그마한 충돌을 일 으킨 게 전부라면 전부였다.

“하아. 이제 휴식은 끝인가요?”

카틀라스 항구와 미피츠를 오가는 함선 내에서 한시진이 아쉬운 목소 리로 말했다. 그런 그녀를 보며 호 가 다리를 쭉 뻗고는 장난스러운 표 정을 지었다.

“……반 년간 미피츠에서 꿀 많이

빨았잖아? 이미 정병이나 다름없는 병사들을 영외 훈련시킨답시고 굴리 기만 하면서 놀던 거 다 알고 있었 다고.”

“에이, 오빠도 참. 전장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요. 저는 최 대한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며 최선 을 다해서 훈련시켰어요.”

“그래? 네가 그 거지같은 호국이 아니지, 7주 영외 훈련을 한답시고 병사들을 굴리는 바람에 실버 문들 이 욕하는 소리가 내 귀에도 들렸던 거 같은데……. 거기에 마장기 편대 도 동원했었지? 심지어 나한테 투서 도 날아왔다고.”

“……헤헤. 누가요?”

자신의 타박에 멋쩍을 표정을 짓는 시진을 보며 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체력이 약한 브뤼헤아 비쉬는 물론 이고, 드래곤 라이더와 실버 문 심 지어 마장기사들까지.

하나같이 7주 영외 훈련에 관한 대화만 나오면 어김없이 불평불만과 욕을 쏟아내었다.

심지어 호에게까지 직접 투서를 올 리는 영웅들도 나올 정도였다. 당연 하지만 호가 이 세계에 떨어지고 알 르드를 건국한 이후로 처음으로 받아본 투서였다.

‘그래. 심지어 내가 그렇게 욕을 하던 호국이도 3주였다고! 그런데 7 주면……

윤호 역시 군필자. 당연히 강도 높 은 훈련에 괴로움을 느끼는 그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제대를 한 지 십 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경험한 3주의 호국 훈련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고 팔에 오돌토돌 무언가가 돋는 느낌이었 다.

그래서일까? 순간 자신을 향해 웃 고 있는 눈앞의 여인이 호는 정말로 악마처럼 보였다.

“역시 알르드의 검은 악마……

“에이. 그건 알르드의 수호신이나 다름없는 별명이잖아요. 그런데 그 투서 누가 보냈어요?”

“글쎄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은근히 집요한 한시진의 질문에 호 는 케반스라는 이름을 꿀꺽 삼키고 는 자연스럽게 말을 얼버무렸다. 만 약 시진의 귀에 그의 이름이 들어가 게 되면 케반스의 남은 인생이 앞으 로 꽤나 고달파질 것 같았기 때문이 었다.

“……보나마나 케반스 아니면 컹컹 이 녀석이겠지. 돌아가면 둘 다 죽었어.”

그리고 귀로 들려오는 한시진의 혼 잣말을 애써 무시하며 호는 재빠르 게 화제를 돌렸다.

“이번에 디르시나에 돌아가면 앞으 로 꽤나 바빠질 거야.”

“수인 왕국과 한 판 붙는 건가요?”

“바우 왕국과의 일도 있고 하니까. 그리고 슬슬 대륙의 통일도 준비해 야지.”

호의 입에서 통일이라는 단어가 나 오는 순간 시진의 표정 또한 제법 진지해졌다. 자신들이 이 세계에 떨 어진 이유와 돌아갈 수 있는 방법.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이 대륙을 통 일해야 한다는 마족과 천족의 전승 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통일 전쟁인가요? 대륙이 피로 물 들겠네요.”

“쉬운 일은 아닐 거야. 금방 끝날 일도 아니고. 분명 오랜 시간이 걸 리겠지.”

“오빠는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예 요. 그리고 저도 최선을 다해 도울 게요.”

시진이 호의 팔을 사랑스럽다는 듯 어루만지며 말했다.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고

작 몇 년 전만 해도 자신들은 이 세계에 아무런 연고도 없었던 허약 한 존재들에 불과했었다.

“이거 미피츠에 있는 녀석들이 조 금 아쉬워하겠는데요? 수인 왕국과 의 전쟁에서 공을 세울 기회가 날아 가게 되는 거잖아요. 그렇다고 천족 들이 눈앞에 있는데 자리를 비울 수 도 없을 테고.”

“아쉽기는. 전쟁보다는 평화가 좋 은 거야.”

“흐. 가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오빠는 나와 다른 세계에서 살 았던 티가 난다니까요.”

호 역시 웃으며 시진을 향해 고개 를 끄덕였다. 똑같은 한국인이지만 자신과 그녀는 평행 차원의 또 다른 한국에서 살던 사람들이었다.

자신은 평범한 직장인 그리고 시진 이는 대한제국의 최연소 기사단장으 로 엘리트 군인의 길을 걷던 여인이 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한시진은 자신 이 지켜야 할 사람과 알르드를 위해 검을 휘두르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 다. 호와 처음 만났을 때 또한 마찬 가지였다.

‘동생인 시현이의 안전을 위해 둘

이서 커티삭을 탈출하려는 생각까지 가지고 있었으니 그만큼 실력에도 자신이 있었고 말이야.’

그리고 지금의 그녀는 알르드를 대 표하는 검 증 하나로 전장의 검은 악마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대륙에 자신의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아아. 축구 보고 싶다. 내가 죽기 전에 리버풀이 우승하는 것만큼은 꼭 봐야 하는데……

“리버풀? 축구?”

한시진의 입에서 나온 익숙한 단어 에 호가 눈을 번쩍 떴다. 자신 역시 지구에 있었을 때 리버풀의 충성스러운 팬이었기 때문이었다. 괜히 입 술이 근질거렸다.

“You will never walk alone?”

“어어?! 오빠도 그 노래 알아요?!”

호의 입에서 흘러나온 한 응원가의 제목에 한시진이 눈을 번쩍 떴다. 그녀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 담 겨 있었다.

“당연하지. 나도 콥이었는데?

“우와!”

더 콥스. 리버풀의 충성스러운 팬 을 지칭하는 단어의 등장에 시진은 호를 향해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치 켜 올렸다. 하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대화에 그녀는 자신의 고개를 갸 웃거려야만 했다.

“당연하지. 스티븐 제라드의 플레 이에 감탄해서 리버풀의 팬이 된지 십 년이 넘었는데……. 그래. 우승 한 번 못했지.”

“스티븐 제라드? 아, 들어본 적이 있긴 한데……? 으음. 저는 김현준 팬이었어요.”

“어?! 리버풀에 한국인이 있었다 고?”

“헐? 김현준 몰라요? 리버풀의 전 설적인 선수였는데? 김현준이 있을 때 리버풀이 쿼드러플인가? 달성했었잖아요. 아, 대파국이 일어나기도 전인 백 년도 더 된 일이라 그런 가……?”

대화가 혼란스러운 것은 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역시나 평행차원의 또 다른 세계. 자신이 알고 있는 리 버풀과 그녀가 알고 있는 리버풀은 전혀 다른 축구 클럽인 모양이었다.

다행히 그 사실을 의식하며 대화를 이어나가니 서로에 대해 혼란스러운 일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자신들의 세상과는 전혀 다 르게 발전을 해나간 서로에 대해 궁 금한 것을 물어보며 이야기를 해 나 가며 대화가 끊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한시진과 대화를 하며 호는 조금의 지루함도 느끼지 않고 카틀 라스 항구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알르드의 수도이자 림드 산 맥에 도착해 여독을 푼 다음 날, 전 혀 예상치 못한 메시지가 호의 눈앞 으로 떠올랐다.

띵동.

-선택의 신전에서 제 7회 차 소환 자의 소환이 이루어집니다.

-이번에 대륙에 소환되는 소환자 의 숫자는 총 28명입니다.

-알르드는 인간 종족을 대표해 선 택의 신전으로 초대되었습니다. 한 달 뒤, 선택의 신전으로 향하는 포 탈이 알르드의 수도 디르시나의 집 무실에 열릴 예정입니다.

호는 메시지를 보자마자 심장이 쿵 쿵거리며 뛰었다.

“7회 차라고……?”

자신의 능력을 성장시키며, 알르드 의 세력을 확장해 나가는 동안에도 라헬에 의한 소환자들의 소환은 계 속해서 이루어졌던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알고 있

는, 그러니까 리그너스 대륙에서 영 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역할을 하는 이들 중 가장 후 차의 소환자는 신 윤아와 김유진인 2회 차 소환자에 불과했다.

심지어 3회 차부터 6회 차의 소환 자들 중 호가 아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이름조차도 들어본 적이 없 었다.

그 사실에 호는 소름이 돋았다. 이 대륙에 소환된 억울한 이들이 너무 나도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을 거라 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띵동.

메시지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인 간을 대표하는 알르드는 총 열 명의 구성원을 이끌고 선택의 신전을 방 문할 수 있다고 했다.

구성원을 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호는 자신을 포함해 한시진과 아스 트리드 벨, 한시현, 신윤아 등 알르 드에 몸을 담고 있는 소환자들을 데 리고 선택의 신전으로 향할 생각이 었다.

또한 브로리, 기사왕 이레네 아르

티아와 같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 내는 영웅들 또한 함께할 예정이었 다.

그리고 한 달 뒤, 메시지에 나타난 내용대로 알르드의 수도 디르시나의 집무실에 선택의 신전을 오갈 수 있 는 포탈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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