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너스 대륙전기 409화
“빨리빨리 옮겨! 언제 전쟁이 터질 지 모른다!”
“정찰인원의 숫자를 더 늘린다! 사 소한 움직임 하나도 놓치지 마라!”
“물자를 징발해라! 지금부터 식량 의 비축에 들어간다!”
알르드의 본대가 도착하자마자 미 피츠는 전시체제로 들어갔다. 천족 과의 전면전이 곧 터질지 모르는 상 황이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천족의 십 천사 중 하나인 루블랑 팔토가 호와의 전투에서 사망하기까지 했 다. 분명 자존심이 짓밟힌 천족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호 역시 곧바로 본국에서 병사들을 수송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도베르만 제독은 자신의 능력인 급 가속을 계속해서 사용하며 브로리, 케반스와 같은 알르드의 엘리트 오 너와 전용기들을 미피츠로 옮겼고, 해상함대는 자신들에게 달려드는 수 중 몬스터들을 토벌하며 실버 문과 브뤼헤아 비쉬들을 미피츠로 수송했 다.
그렇게 림드 산맥을 비롯한 본토의
병력이 하루가 멀다 하고 수송함대 를 통해 미피츠로 모여들었다.
하지만 십 천사라는 영웅이 사망했 음에도 불구하고, 천족들은 자체적 인 내부적인 혼란만을 잠재울 뿐 딱 히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 었다. 당연히 그러한 천족의 행동이 호의 눈에는 수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 녀석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로우덴, 혹시 짐작 가는 거라도 있어?”
퉁 파오의 저택에서 호가 로우덴에 게 물었다.
“멍멍. 워낙 폐쇄적인 종족이라 알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미피츠와 거 래를 하던 천족의 상단들도 모두 발 을 끊은 상태고요, 멍.”
“으음. 곤란하네. 상인들의 불만이 은근히 계속해서 들려오는 상황인 데, 전시 상황을 풀기도 그렇고 아무리 머리가 좋은 로우덴이라도 아무 정보 없이 모든 것을 알아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로우덴 의 대답에 호는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계속된 물자의 징발과 스파이를 색 출하기 위한 군인들의 통제로 인해 자유롭게 장사를 하던 상단들에게서 조금씩 불만이 들려오는 상황이었 다.
하지만 미피츠는 천족의 세력과는 코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이었다.
알르드의 본토와는 경우가 달랐다. 천족이 군사를 일으키면 열흘도 되 지 않아 수십만의 적이 미피츠에 들 이닥칠 수 있었다. 미피츠의 방어 시설이 견고하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아닌지라 더욱 고민이었 다.
또한 미피츠는 해상을 통해 병력을 수송해야 했다. 육로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제법 먼 거리를 돌아야만 했다. 게다가 육로는 아직 가도도 제대로 깔려 있지 않은 상황 이었다. 결국 천족들에게 기습이라 도 당해 미피츠에 주둔하고 있는 일 반 병사들이 크게 피해를 입는다면 병력을 보충할 길이 없었다.
미피츠에서 자체적으로 훈련이 가 능한 팔라딘은 솔직히 말해 지금의 상황에서는 필요 없는 전력에 불과 했다.
“어쩔 수 없는 불편함이다.”
그리고 조용히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가 입 을 열었다.
의자의 팔걸이에 팔을 얹고 몸을 한쪽으로 기대고 있는 그녀는 호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상업 왕국은 이미 사라지 지 않았는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우 선시하는 상단들의 말에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할 왕이 흔들려서는 안 된 다.”
알르드의 군대가 미피츠에 주둔하 고, 퉁 파오의 목이 날아간 그 날. 상업 왕국 미피츠는 알르드에 흡수 가 되었다.
미피츠의 자경 대장과 알 라샤를 비롯해 미피츠에서 가장 커다란 상단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 모두가 호 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피츠는 상업 왕국의 자유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하 고 있었다.
이제껏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었 다.
물론, 알르드의 눈치를 보고 있기 는 했지만 그렇다고 충성으로 따르 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리고 기사왕 의 말에 담긴 걱정을 눈치 챈 호가 말했다.
“딱히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저도 상인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 줄 생각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천족 들이 가만히 있는 지금의 상황이 마 치 폭풍속의 전야 같은 느낌이 들어 서요. 뭐, 당장의 상황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당장 전쟁이 벌어질 게 아니라면 우리도 준비할 무기들이 점점 많아질 테니까요.”
“정 천족들의 움직임이 신경 쓰인 다면 브뤼헤아 비쉬로 이루어진 정 찰 편대의 숫자를 조금 더 늘리도록 하겠다. 나도 한 번씩 블루 세이버 를 끌고 국경선까지 나가보도록 하 지.”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분명 큰 도 움이 될 겁니다.”
기사왕의 말에 호의 고개가 끄덕여 졌다.
천족과 수많은 전쟁 경험이 있는 그녀라면 천족들의 꿍꿍이를 누구보 다도 빨리 눈치 챌 수 있을지 몰랐 다. 게다가 칠제인 그녀의 실력이라 면 천족의 갑작스러운 기습과 같은 어떠한 상황도 충분히 미피츠의 준 비가 끝날 때까지 버텨낼 수 있었 다.
그렇게 천족의 동태는 기사왕에게 모든 것을 일임한 채 호는 먼저 미 피츠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미피츠 의 권력을 주름잡던 대형 상단은 앞 으로 알르드의 상단으로 활동해야 했으며, 그들이 지니고 있던 권력 또한 원활한 행정 문제를 위해 회수 되었다.
원래라면 일찌감치 했어야 할 일이 지만, 급작스럽게 천족과의 전쟁을 준비하느라 공표가 늦은 상황이었 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요!”
“이곳은 상업 왕국이요! 우리 상인 들을 그렇게 핍박하면……!”
“알르드가 천족들의 손에서 우리를 구해준 것은 고맙지만 이건 좀 너무 하지 않소?”
당연히 상인들은 그런 호의 명령에
반발하며 나섰다.
불만을 품은 상인들은 전날 미피츠 에서 큰 소리를 내던 대형 상인들의 주변으로 모여들었고, 그들의 지지 를 한 몸에 받는 대형 상단을 중심 으로 조금씩 뭉치기 시작했다. 그리 고 알르드의 영웅들이 나섰다.
“상업왕국 미피츠가 망한지가 언제 인데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절 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그러면 네놈들이 미피츠를 떠나란 말이야!”
의외로 가장 먼저 행동을 개시한 알르드의 영웅은 내정 관련으로는 그 누구보다도 게으름뱅이였던 브로 리였다.
가뜩이나 천족과의 전쟁이 터질 듯 말 듯 신경을 자극하는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상인들의 이러한 단체 행 동이 그녀의 신경을 크게 건드린 것 이다.
“그, 그게 무슨! 여기는 상인들의 왕국이요! 우리의 재산이……. 크허 어억!”
단체로 뭉쳐 반발을 하던 상인들의 복부에 수인 영웅 브로리의 주먹이 틀어박혔고, 그럴 때마다 상인들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 왔다.
그들이 비싼 돈을 주고 고용한 용
병들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 실버 문과 브뤼헤아 비쉬가 나서지 않더라도 EX등급의 무력을 지닌 브 로리가 어흥 하고 고함을 지를 때 마다 벌벌 떨며 제자리에 무너져 내 렸기 때문이었다.
“헛소리 하는 상인 놈들은 모조리 잡아들인 후에 국외로 추방시켜 버 려.”
“알겠습니다, 브로리 님!”
강력한 무력을 지닌 브로리가 나서 자마자 상인들의 불만은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그들이 지닌 유일한 힘인 돈이 브
로리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들이 지 닌 재력은 리그너스 대륙의 패권을 다투는 세력으로 급부상한 알르드와 비교한다면 태양 앞의 반딧불에 불 과한 수준이었다.
당연히 알르드의 강력함을 알고 있 는 라샤 상단을 비롯해 몇몇 영리한 상단은 이러한 상인들의 단체 행동 에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고, 불만을 품고 국외로 추방되는 상단 의 영향력을 빠르게 흡수해 나가며 자신들의 세력을 키울 수 있었다.
“멍멍. 이제 슬슬 정리가 된 모양 이니, 지금부터는 제가 나설 차례로군요.”
그렇게 상인들의 불만이 잠재워지 자 로우덴과 심시티가 미피츠의 특 성화 작업에 나섰다. 당연히 상업 왕국이라 불렸던 미피츠의 장점인 상업 관련 부분을 극대화시키는 작 업이 었다.
뚝딱거리는 소리와 함께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망치소리와 톱 소리가 울려 퍼졌다.
로우덴의 심시티는 미피츠의 명물 이라 할 수 있는 경매장 플락티만을 남겨두고 모든 것을 갈아엎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미피츠에서 힘깨
나 쓴다는 몇몇 상단의 피해가 나오 기는 했지만, 그들은 아무런 불만도 내색할 수 없었다.
또한 호는 퉁 파오가 만들어놓은 해안가의 방어 시설 또한 모조리 철 거했다. 딱히 그 자리에 대규모의 방어 건물들을 건설, 유지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로우덴과 심시티가 투입되 면서 미피츠는 빠르게 변화되었다. 하지만 이는 긍정적인 변화였다.
특성화 작업이 진행되면서 좁고 불 편했던 상인들의 거리는 굉장히 넓 어졌으며, 중구난방으로 퍼져 있던 상단들의 건물 또한 일목요연하게 정리될 수 있었다.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었지만, 낙 후된 건물로 인해 안전에 유의해야 만 했던 플락티 또한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고 멋진 건물 로 탈바꿈되었다.
상인들의 불만이 가장 많았던 부두 역시 크게 확장이 되었다. 거기에 추가적으로 두 개의 부두가 더 건설 이 되었다. 덕분에 예전에는 대형 상단이 취급하는 대규모의 물건이 들어오면 혼잡하다 못해 사람이 미 어터질 정도였는데, 지금은 다른 부 두를 이용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자 알르드의 처사에 관해 불만
을 품었던 상인의 태도도 조금씩 수 그러들었다. 예전과 비교하자면 지 금이 훨씬 상행위를 하는 게 편해졌 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미피츠뿐 아 니라 이번에 알르드가 정복한 블루 스케일의 영토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디르시나에서 호가 기 다리고 있던 소식이 메시지를 통해 전달이 되었다.
띵동.
-모조 드래곤 스케일의 연구가 완
료되었습니다.
- 지금부터 용족 SSS랭크 비행병인 드래곤 라이더의 훈련이 가능해집니 다.
- 다음 연구의 선택이 가능합니다.
띵동.
- ‘전설 속의 전설’ 업적 보상으로 모든 드래곤 종족의 영웅들이 호감 도가 큰 폭으로 상승합니다.
“와우.”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의 내용을 읽
던 호의 입에 감탄이 터져 나왔다. 자신에 대한 드래곤 영웅의 호감도 상승이 레피스트 퓨리온을 제외한 다른 드래곤 영웅이 알르드에 임관 할 수도 있다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 이었다.
드래곤 영웅이라면 최소한 SS등급 의 영웅들. 레피스트 퓨리온처럼 연 구 혹은 내정에만 관심이 있는 이라 할지라도 그 정도의 능력이면 엄청 나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거기에 이제 드래곤 라이더도 훈 련시킬 수 있게 되었군.”
실버 문과 브뤼헤아 비쉬 그리고 드래곤 라이더까지. 드디어 리그너스 대륙에 등장하는 병사들 중 최강 이나 다름없는 육군과 공군이 완성 이 된 것이다. 여기에 알르드가 자 랑하는 엘리트 오너들까지 더해지면 리그너스 대륙의 통일도 더 이상 불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바로 대규모의 병사를 일으 킬 수는 없었다. 아직 블루 스케일 과 미피츠를 비롯해 알르드의 낙후 된 지역들의 개발이 끝나지 않은 상 황이었고, 드래곤 라이더의 양성 체 제 또한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당장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는...
“멍멍!”
밖에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에 호는 손에 들고 있던 금색 공을 물 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소리 가 들려오는 반대 방향으로 힘껏 집 어 던졌다.
그러자 띵동하는 소리와 함께 어떤 횟수가 카운트 되었다는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굳이 내용은 확인하지 않아도 되었 다. 벌써 수십, 아니 수백 번이나 보는 메시지였다.
이로써 988번. 로우덴 셰필드의
EX 승급에 필요한 조건 중 하나인
황금의 드라곤 볼로 1000번 놀아주 기를 완료하기까지 12번만이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이미 명품 미스릴 프리스비는 제작 을 끝냈고, 로우덴과 SSS등급의 던 전 다섯 번 공략하기 또한 예전에 완료한 상황이었다.
남은 것은 로우덴과 함께 1000만 이상의 적군을 물리치라는 조건뿐이 었다. 그리고 이는 호가 전직하려는 EX등급의 클래스 ‘리그너스-온리 원’의 전직 조건 중 하나와 동일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