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너스 대륙전기-408화 (408/522)

리그너스 대륙전기 408화

“언제까지나 소환자가 약할 줄 알 았다면 큰 오산이야.”

라이온레인의 장검이 호의 마력으 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엔젤 가디언급 마장기가 살짝 놀라 며 주춤 물러섰다.

화염왕이 발산하는 마력의 양이 그 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 이었다.

“미솔로지의 무력 750. 여기에

SSS+등급의 무기인 철벽의 장검으 로 추가되는 무력 수치가 360! 그 래서 도합 111이 십 천사 중에서 제일 싸움을 잘 한다는 거한 트렛슈 라도 데리고 와야 내 상대가 될 거 다!”

“……우와. 부끄러움은 대체 누구 의 몫인가?”

통신구를 통해 들려오는 시진의 목 소리를 애써 무시한 채 호는 무릎을 굽힌 후 팔을 바짝 당기고는 마력 엔진을 한계 출력까지 높이기 시작 했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달려오는 천족 의 무리들을 향해 대지를 무너뜨릴 기세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순식간 에 가까워지는 라이온레인의 돌진에 좌측에 있던 엔젤 가디언급 마장기 가 반사적으로 자신의 방패를 앞으 로 내밀었다.

콰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강철의 거인이 허공을 훨훨 날다가 지면으로 곤두 박질쳤다.

손에 들린 방패는 다시는 사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찌그러진 모습. 마 장기 중에서도 헤비급 덩치를 지닌 라이온 레인의 힘을 버티지 못한 것 이다. 하지만 호의 공격은 이제부터 가 시작이었다.

“이야아압!”

콰앙!

다른 엔젤 가디언급 마장기의 옆구 리에 호가 휘두른 검이 틀어박혔다.

돌진의 충격파로 인해 무너진 균형 을 회복하지 못하고 그대로 공격을 허용한 것이다. 곧 검을 빼낸 호가 열심히 몸을 가누는 상대 마장기의 얼굴을 발로 냅다 차버렸다.

그렇게 순식간에 두 기의 마장기에 게 타격을 준 호는 힐끗 곁눈질로 루블랑 팔토를 바라보았다.

십 천사라는 위명을 지닌 실력자답 게 어느새 마장기의 균형을 회복한 그의 검이 자신을 향해 날아들고 있 었다. 그것을 보며 호는 라이온레인 의 팔목 방패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알량한 실력만 믿고 나서다니! 여 기가 네 놈의 무덤이다!”

“어디 자신 있으면 덤벼 보던가!”

마력의 방패가 루블랑 팔토의 검을 막아내는 것과 동시에 라이온레인의 어깨가 개방되었다.

그리고 마력 폭탄들이 총알처럼 앞 으로 쏘아졌다.

“이! 미친!”

근접거리에서 발사되는 마력 폭탄 의 모습에 루블랑 팔토가 화들짝 놀라며 방패를 앞으로 내밀고는 뒤로 물러섰다.

그와 동시에 요란한 폭발이 연달아 터지기 시작했다.

폭발의 여파로 퍼져 나가는 먼지구 름 속에서 라이온레인의 눈동자가 붉게 빛을 발했다. 그리고는 앞을 날카롭게 응시하며 자신의 검을 휘 둘렀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폭발로 인해 방패가 반쯤 부서진 세인테르급 마 장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콰앙!

방패의 부서진 파편들이 허공으로

비산하며 강철의 거인이 뒤로 처박 혔다. 그와 함께 한 박자 늦게 루블 랑 팔토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아아악!”

“이래봬도 마력 폭탄의 폭발쯤은 견뎌낼 수 있는 장갑으로 무장한 A 등급 전용기란 말이지. 적어도 네놈 들의 기술력보다는 훨씬 뛰어난 기 술력으로 제작된 마장기라고.”

“헛소리!”

몸을 일으키고는 자신에게 달려드 는 루블랑 팔토의 공격을 다시 한 번 방패로 막아낸 호는 자신의 검을 힘차게 휘둘렀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옆구리를 얻어맞은 강철 거인의 몸이 활처럼 휘어지며 그대로 땅바 닥에 나뒹굴었다.

“팔토 님!!!”

처음의 충격에서 정신을 차린 엔젤 가디언급 마장기가 루블랑 팔토를 돕기 위해 무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그런 천족의 마장기를 향해 호가 어 깨에 부착된 마력 폭탄을 손으로 떼 어내고는 휙 하고 던졌다.

빠르게 화살처럼 날아간 마력 폭탄 이 퍼억하는 소리와 함께 마장기의 복부에 틀어박히며 폭발했고, 마력 엔진이 꺼진 엔젤 가디언급 마장기 는 그대로 땅으로 쓰러지며 침묵했다.

마장기사의 생사는 보나마나였다.

“이놈! 가만두지 않겠다!!!”

“그게……. 딱히 생각대로는 안 될 거 같은데?”

능력의 차이 때문인가? 십 천사라 불리는 천족의 영웅이 눈앞에 있음 에도 불구하고 호는 긴장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방심을 하지는 않았다. 재수 없게 조종석에 검이라도 틀어 박히는 날이면 그대로 끝이었다. 그 렇게 호가 루블랑 팔토를 상대하는 동안 다른 쪽 또한 무언가가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처절한 전투가 벌어 지고 있었다.

“크아아악! 괴, 괴물 년!!!”

알르드의 검은 악마, 한시진의 데 스 사이더를 막아서던 천족의 영웅 이세리아의 절규가 전장에 울려 퍼 졌다.

마장병들과 연합해 호기롭게 데스 사이더와 전투를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마장병들은 전멸해 버 렸고 이세리아의 마장기 또한 반파 나 다름없는 상황에 빠져 있었다.

그래도 이세리아의 상황은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를 상대하는 루벳편대보다는 나았다. 루벳 편대는 검 신을 발동한 기사왕의 검 앞에 모조 리 박살나 있었다.

“무, 무시무시하네요. 고작 세 기의 마장기가……

“저게 알르드의 전력……. 알르드 의 엘리트 오너들은 다들 저런 실력 인가?”

“글쎄요? 저도 직접 보는 건 처음 이라서요.”

알 라샤의 말에 부관은 어깨를 으 쓱했다. 그리고는 은근한 눈길로 전 장을 바라보았다. 좀 전까지만 해도 암울했던 전장의 상황이 고작 세 기의 마장기가 등장하면서 승리로 가 까워지고 있었다. 이래서 엘리트 오 너, 엘리트 오너 하는 모양이었다.

“알르드의 왕인 윤호는 분명 소환 자라고 들었는데……. 십 천사인 루 블랑 팔토를 저렇게 몰아붙일 정도 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니……

“분명 그의 세계에서 뛰어난 기사 였을 게 틀림없을 겁니다. 또한 한 세력의 지배 계층에 있는 권력자였 겠죠.”

사실과는 전혀 동떨어져 있는 이야 기였지만, 부관은 확신하듯 말했다. 어쨌든 알르드의 지원군이 도착하면 서 루블랑 팔토의 군대는 속절없이 밀리고 있었다. 루벳 편대를 물리친 기사왕의 검이 한 번 휘둘러질 때 마다 천족의 병사 십여 명이 동시에 목숨을 잃었다.

미피츠의 자경 대장 또한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실전 경험은 없었지만, 기세를 못 읽을 정도로 멍청한 인물은 아니었다.

“공격!”

자경 대장의 명령과 함께 수비에만 몰두하던 미피츠의 팔라딘들이 공세 를 취하며 달려 나갔다.

물론, 전황의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A랭크에 불과한 그들의 능력으로는 드랭크인 로얄 소벨리온을 압도할 수 는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실력으로도 천족 병 사들의 발을 묶기에는 충분했다. 어 차피 마무리는 기사왕 혹은 알르드 의 검은 악마가 해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천족의 대장인 루블랑 팔토 는...

“제길! 죽어라앗!! !”

자신에게 달려드는 라이온레인을 향해 루블랑 팔토는 반사적으로 검 을 앞으로 휘둘렀다.

자신의 모든 실력을 끌어낸 심혈의 공격이었지만, 검에 걸리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주 조금의 손맛도 전해지지 않았다.

“큭!”

그리고 휘둘러지는 자신의 검끝으 로 눈동자가 향하면서 루블랑 팔토 는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상대는 마치 종이 한 장차라는 말처럼 아주 조금의 간격을 두고 미세하게 자신 의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마치 신기와도 같은 상대의 기술에 정신이 팔린 것일까? 옆으로 휘둘러 진 호의 검에 세인테르의 머리를 강 타할 때까지 그는 호의 공격을 알아 차리지 못했다.

콰앙!

요란한 소리와 함께 머리를 제대로 얻어맞은 세인테르급 마장기의 동체 가 살짝 떠오르며 옆으로 넘어졌다. 그리고 일격을 당한 팔토가 제대로 일어나기도 전에 라이온레인의 장검 이 우악스럽게 그의 가슴으로 파고 들었다.

띵동.

-천족의 S등급 영웅 루블랑 팔토 가 사망했습니다.

상대가 죽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 는 메시지를 보며 호는 자신의 검을 쑥 빼냈다. 십 천사라 불리는 천족 의 영웅을 포함해 세 기의 마장기를 동시에 상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라이 온레인은 별 피해를 입은 것도 없었 다. 조종석에 나타난 마장기의 상태 를 보며 호가 조용히 뇌까렸다.

“쉽네. 나 확실히 많이 성장했구 나.”

SSS등급의 클래스. 거기에 아이템 까지 더해지니 예전에는 상대하기가 버거웠던 이들도 이제는 가볍게 짓 누를 수 있었다.

그래도 아직 EX등급의 능력을 지 닌 쉐르난비체와 같은 이들을 상대 하는 건 무리였다.

하지만 훗날 EX등급의 클래스인 ‘리그너스-온리 원’으로 전직을 하 고난다면 솔직히 말해 이 대륙에서 는 무서울 게 거의 없을 것 같았다. 아, 물론 고대신과 같은 끔찍한 이 레귤러들은 예외였다.

“멋진 싸움이었어요. 대단한데요?”

통신구를 통해 시진의 목소리가 들 려왔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데스 사이더가 자신의 낫을 좌우로 흔들 고 있었다. 어느새 천족의 병사들은 루블랑 팔토의 죽음을 확인하고는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을 치고 있었 다.

병사를 지휘하는 영웅이 누구인지 는 모르겠지만, 나름 현명한 선택이 었다.

루블랑 팔토를 비롯한 마장기 전력 이 전부 박살이 난 상황에서 기사왕 을 비롯한 알르드의 마장기 전력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 문이었다.

“고맙게도 상대가 나를 얕봐주더라 고.”

“그렇다고 하기에는 실력의 차이가

꽤 났던 것으로 보이던데……. 어쨌 든 아무래도 우리들은 소환자니까 요.”

시진의 말을 들으며 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백 년 이상을 대륙의 패권을 차 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던 이들에 게 있어 소환자들은 확실히 얕볼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긴 했다.

특히나 초창기 소환되었던 이들이 리그너스 대륙에 적응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목숨을 잃은 모습들은 이 들의 기억 속에 아직도 확실히 남아 있었다.

“원래 선입견이 제일 무서운 거라 니까.”

루블랑 팔토가 이끌던 천족의 군대 를 물리치고, 호와 일행들은 미피츠 의 병사들과 함께 상업 국가 미피츠 로 진격했다. 이미 몇 시간 전, 자 신들의 군대가 패퇴했다는 소식을 들은 덕분인지 미피츠 내에 있던 천 족들은 어느새 모습을 감추고 없었 다.

다행이라면 다행일지 전투가 벌어 졌음에도 불구하고 도시가 마비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물건을 사고파는 상인들로

인해 여느 때와 다름없이 떠들썩해 보였다. 어차피 전장이 도시 내부가 아닌 방어시설이 건설된 해안가에서 펼쳐졌던 탓으로 보였다.

그리고 한때는 화려했지만, 지금은 텅 비어 버린 퉁 파오의 저택에서 호는 자신에게 서신을 보냈던 알 라 샤와 온몸이 꽁꽁 묶인 퉁 파오를 볼 수 있었다.

“천족들의 공격에서 저희들을 도와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 말이 있으 니. 뭐, 이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지. 지금 당장 중요한 것 은 아닌 것으로 보이니까.”

“……알겠습니다.”

호의 대답에 알 라샤는 잠시 당황 스러운 표정을 지었으나, 곧 자신의 감정을 수습하고는 뒤로 물러났다. 아까부터 온몸을 찌르는 강렬한 살 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두려운 듯 자신의 눈알 굴리던 퉁 파오가 기사 왕의 얼굴을 보고는 기겁을 하며 호 에게 외치듯 말했다.

“사, 살려 주시오! 미, 미피츠를 원 한다면 내가 필요할 거요! 나, 나를 살려주면 모든 재산과……!”

“글쎄?”

호가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솔직히 말해 신경을 쓸 필요조차 없 는 제안이었다.

퉁 파오의 재산이 알르드를 능가할 것 같지도 않았고, 혐오감을 불러일 으키는 그의 외모와 성격을 너그럽 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퉁 파 오의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퉁 파오의 처분은 자신 이 아닌 기사왕이 내릴 일이었다.

그리고 어떤 열망을 품고 있는 이 레네 아르티아의 눈동자와 마주친 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마음대로 하셔도 됩니다.”

“고맙다.”

호의 대답과 끝나기가 무섭게 기사 왕이 자신의 검을 휘둘렀고, 곧 서 걱하는 소리와 함께 퉁 파오의 목이 그대로 떨어졌다.

이렇게 골든 크로우의 철혈 재상이 었던 그나이 칼츠만에 대한 복수와 함께 ‘종족의 배신자-골든 크로우’ 퀘스트‘가 끝이 났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