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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406화 (406/522)

리그너스 대륙전기 406화

“갑자기 웬 소란이지?”

퉁 파오의 저택을 지키던 경비병들 이 고개를 갸웃하며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조금 전부터 시장 부근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은 경악한 표 정을 지으며 무기를 내려놓고 양손 을 들어 올려야 했다.

미피츠 자경단의 A랭크 병사인 팔

라딘과 정예 레인저들이 퉁 파오의 저택을 개미 한 마리 드나들 수 없 을 정도로 단단하게 포위를 시작했 기 때문이었다.

“빨리 퉁 파오를 찾아라!”

알 라샤는 미피츠를 향해 알르드의 군대가 공격해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퉁 파오가 바로 도망을 칠 것이라고 짐작했다.

실제로 그녀의 예상이 틀리지는 않 은 모양인지 퉁 파오는 허겁지겁 떠 날 채비를 하다가 방문을 부수고 들 이닥친 팔라딘들에게 붙잡히고야 말 았다.

“지금 감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 건가?! 알 라샤!”

알 라샤의 모습을 확인한 퉁 파오 가 거칠게 이를 드러냈다. 화가 머 리끝까지 치솟아 올랐는지 두툼한 볼 살이 위아래로 진동하듯 흔들리 고 있었다.

“당연히 알고 있지, 배신자 퉁 파 오. 네가 천족들에게 우리를 팔아넘 겼으리라는 사실을 내가 모를 줄 알 았나?”

“뭐라고?!”

잠시 후, 흘러나온 알 라샤의 말에 서 퉁 파오는 잠시지만 말문이 막히고야 말았다. 그녀가 자신과 천족의 비밀스러운 거래를 알고 있다는 사 실에 당황한 것이다.

“무,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모 르겠지만 그대 들은 이야기는 모두 가 거짓말이다, 알 라샤! 자네도 알 다시피 나는 파오 상단의 상단주야! 상업국가 미피츠를 세운 파오 상단 의 정점에 있는 상인이라고! 뼛속까 지 상인 내가 어떻게 미피츠를 배신 한단 말이야?”

“그래? 그런 이가 최근 빠르게 상 단의 재산을 정리하고, 심지어 플락 티의 점유율까지 판매하려고 들어?”

퉁 파오의 변명 같지도 않은 변명

에 알 라샤는 조소를 머금으며 그를 노려보았다. 파오 상단의 주인으로 상업 왕국 미피츠에서 절대적인 권 력을 자랑하던 대상인이 자신의 앞 에서 겁에 질려 있었다.

“그건…… 돈! 돈이 필요해서 ……

“네놈의 외모만큼이나 추해 보이는 헛소리는 이제 그만하지? 상인이라 면 자신의 현실을 빠르게 파악해야 지? 안 그래?”

“크윽!”

하려던 말을 삼키고 신음을 내뱉는 퉁 파오를 향해 알 라샤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미 알르드의 함대가 사흘거리까 지 접근해 있다. 퉁 파오, 우리는 평화를 위해 네놈을 그들에게 넘길 거다. 개인적으로 알게 된 사실을 하나 알려주자면 이번 알르드의 원 정대에는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도 함께한다 하더군. 그 기사왕이 자네 를 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참 궁금하단 말이지. 그렇지 않아?”

“히익! 잠깐! 나, 나를 풀어주면 파오 상단의 모든 재산을 너에게 넘 겨주겠다. 플락티의 점유율이 탐나 지 않아? 그것도 전부 주도록 할 게!”

“그런 것 따위 필요 없어. 어차피 네놈이 죽고 나면 파오 상단도 무너 질 텐데, 그게 무슨 소용이야? 그리 고 우리는 천족들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알르드에게 몸을 의탁할 거다. 네놈을 선물삼아 말■이지.”

알 라샤가 퉁 파오를 향해 사나운 분노를 드러내며 말했다.

중립 지역이나 다름없었던 상업 왕 국 미피츠가 위험에 빠진 것은 전부 그의 욕심 때문이었다.

퉁 파오가 천족과 손을 잡지만 않 았어도 혹은 그나이 칼츠만 재상을 살해하지만 않았어도 미피츠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평화를 누리고 있었 을 터였다.

“그, 그런! 알 라샤!!! 네년은 지금 실수를 하고 있는 거야! 아니, 살려 줘! 알 랴사!”

퉁 파오가 포효하듯 외쳤다. 경멸 에 찬 눈빛으로 퉁 파오를 바라보던 알 라샤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절대로 도망치지 못하도록 단단히 결박을 해 해안의 방어 시설이 있는 곳으로 끌고 가도록.”

“알겠습니다, 알 라샤 님!”

명령을 받은 팔라딘들이 알 라샤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제 남은 건 십 천사가 이끄는 천족의 군대를 상 대로 알르드가 도착할 때까지 버티 는 일이었다.

“이제껏 싸움이라곤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데……”

밀려드는 두려움에 씁쓸한 표정을 지은 알 라샤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 다. 지금 상황에서 믿을 만한 이는 자경 대장 밖에 없었다.

미피츠와 약 이틀 남짓한 거리밖에 남지 않자, 호는 드레이크 라이더들에게 출진 명령을 내렸다.

자신들이 상륙하려는 해안의 상황 을 정찰하는 한편, 미피츠의 방어선 이 수송함에게 얼마나 위협적인가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리 고 드레이크 라이더가 정찰을 마치 고 돌아오자 곧바로 회의가 소집되 었다. 그들의 보고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현재 해안가에서는 인간과 천족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모 양이야. 드레이크 라이더들의 보고 에 의하면 마장기의 모습도 확인이 되었다고 하더군.”

“그렇다면 미피츠는 벌써 천족들의

손에 넘어간 건가요?”

호의 이야기를 들은 시진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최대한 빠르게 항해를 했다지만 결 국 미피츠는 천족이 점령을 한 모양 이었다. 그러면 원래의 계획이었던 상륙 작전 역시 진행하기가 힘들었 다.

“해안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건 아닌 것 같아. 인간들이 해안의 방어 시설을 가동 해 천족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 고 하니 누군가가 천족의 군대가 공 격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는 미피츠의 병사를 끌어 모아 저항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그렇다면 그 사람들을 도와야겠네 요.”

“그래야겠지.”

적의 적은 곧 아군이라는 말이 있 었다.

전투가 벌어진 것을 보면 퉁 파오 가 천족들에게 미피츠를 팔아넘겼다 는 사실에 크게 거부감을 느낀 이들 이 군사를 일으킨 모양이었다. 혹시 나 함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 지만, 잠시 고민해 보니 그럴 이유 가 전혀 없었다.

“듣기로 천족들의 군대를 이끄는

천사가 십 천사 중 한 명이라고 하 지 않았어요? 그런데 누가 그런 십 천사를 상대로 전투를 벌이고 있을 까요?”

“미피츠의 자경 대장 혹은 미피츠 의 권력 중심에 있는 대형 상단의 상단주가 분명하다. 그들의 명령이 아니고서는 미피츠의 병사들이 명령 을 따를 리가 없다.”

상업국가 미피츠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기사왕이 말했다. 가상현 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설정 을 알고 있던 호 역시 그녀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주억이며 설명을 덧붙였다.

“미피츠의 자경 대장 혹은 우리에 게 사람을 보냈던 라샤 상단의 인물 이겠지. 확실히 라샤 상단은 파오 상단 다음으로 미피츠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거대 상단이야. 충분히 미피츠를 대표할 수 있는 권력을 지 니고 있지.”

“상인이라면……. 방어시설들이 있 다 해도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하겠 네요.”

재화를 벌거나 유통을 하는 일이라 면 모를까, 상인과 전투는 그리 어 울리는 단어가 아니었다.

“그래서 말인데, 일단 폐하께서는

저랑 함께 출진 준비를 좀 해줘야할 것 같습니다.”

“네? 잠깐! 뭐라고요?”

한시진이 이상한 표정을 지어 보였 다.

호의 명령이 상식상 말이 되지 않 았기 때문이었다. 현재 자신들이 탑 승한 수송선은 어디를 봐도 물밖에 보이지 않는 바다 한가운데를 항해 하고 있었다.

“혹시 오빠, 라이온 레인이 바다를 가로지르며 날 수 있는 기체라고 생 각하고 있는 건 아니시죠? 블루 세 이비가 아무리 개조를 한 기체라고 해도……

“엉? 그럴 리가 있나?”

뜬금없는 한시진의 질문에 이상한 표정으로 그녀를 한 번 봐준 호는 고개를 돌려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 아를 향해 말했다.

“폐하께서는 바로 블루 세이버를 움직여 도베르만 제독의 프리깃함으 로 옮겨 타시면 됩니다. 병력이 탑 승한 느린 수송함과는 달리 고속 전 투함인 프리깃이라면 내일 해가 지 기 전에 해안에 도착할 수 있을 겁 니다.”

“먼저 가서 천족들과 싸우고 있는

미피츠의 세력과 합류를 할 생각이 로군.”

“그렇습니다. 아무리 해안의 방어 선이 단단하다 하더라도 이제르론과 같은 방어시설이 아닌 이상 마장기 의 공격은 같은 마장기가 아니고서 는 막아 내기가 힘듭니다. 드레이크 라이더 편대가 목격한 바에 의하면 미피츠의 마장기 편대는 대부분이 천족들의 공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반파 이상의 피해를 입은 모양입니 다.”

“제대로 된 공격이 시작되면 하루 도 버티지 못하겠군. 그렇다면 바로 움직이도록 하겠다.”

기사왕이 몸을 일으켰고, 조용히 둘의 대화를 듣던 한시진이 자신의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저도! 저도 갈래요!!!”

“그러면 바로 준비하도록 해.”

전장의 검은 악마라 불리는 한시진 의 실력이라면 기사왕 만큼의 활약 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었다. 아무 리 상대가 십 천사라 해도 두 명의 에이스 오너가 합류한 순간 하루를 더 버티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수송함대를 맡길만한 이들은 여럿 있으니까.’

호는 원정 병력을 지휘하는 영웅들

의 얼굴을 떠올렸다. 어차피 이틀 남짓한 항해를 지휘하는 되는 쉬운 일에 불과했다.

“꽉 잡아라! 바람처럼 달려가자!!!”

띵동

도베르만이 급가속을 발동했습니 다. 도베르만이 선장으로 있는 함선 한 척의 속도가 200 % 상승합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도베르만 제 독이 자신의 스킬 급가속을 사용하 자 함대의 선두에 있던 프리깃함이 앞으로 쑥쑥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직접 지휘하는 선박 한 척의 속도만 상승시켜 주기 때문에, 함대를 지휘하는 제독에게는 딱히 필요가 없는 스킬이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꼭 필요한 스킬이나 다름없었다.

“꺄아악! 어, 엄청나게 빨라!”

거북이처럼 느린 수송함과는 달리 고속 전투함인 프리깃 그것도 도베 르만 제독의 스킬에 영향을 받은 함 선은 굉장한 속도로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시진은 배를 스쳐 지나가는 세찬 바람에 제 대로 눈조차 뜨지 못하고 있었다.

도베르만 제독의 항해술은 호의 예 상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대단했다. 해가 질 때쯤에야 미피츠의 해 안에 도착할 거라는 호의 예상과는 달리 프리깃은 모든 이들이 아침 식 사를 마치고 한 시간 정도가 더 흘 렀을 때 육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대병력이 원활하게 상륙할 수 있는 장소는 아니었지만, 소수의 마장기 정도는 충분히 내릴 수 있을 만한 장소였다. 미피츠의 방어선은 이곳 에서 남쪽으로 삼십 분 남짓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이렇게나 빨리 도착하다니……. 엄청난 항해술이네요.”

“평생을 바다에서 살았습니다. 바 람의 흐름을 타는 건 일도 아니지요.”

호의 감탄에 도베르만 제독이 자신 의 어깨를 으쓱이며 복장을 매만졌 다. 블루 스케일의 군복과는 또 다 른 멋짐을 느끼고 있는 알르드의 군 복이었다.

“호 님과 기사왕 그리고 전장의 검 은 악마가 함께 나타났을 때 루블랑 팔토라는 십 천사의 얼굴 표정을 직 접 목격해야 하는데……. 이거 참 아쉽습니다.”

“제독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마장기 전투를 벌일 수 있지 않습니까?”

“뭐, 그렇긴 하지만 실력이 변변치

않아서요. 그리고 저는 마장기보다 는 배가 좋습니다. 마장기는 영 달 리는 맛이 없더라고요.”

호의 제안에 그렇게 대답한 도베르 만 제독은 곧 뭐가 재미있는지 큰 웃음을 터뜨렸다. 어쨌든 지금 이 순간에도 프리깃함은 계속해서 해안 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러면 저도 이제 준비를 해야겠 군요.”

“저를 대신해 천족들에게 한 방 먹 여주시길 바랍니다, 호 님.”

몸을 돌리는 호를 향해 도베르만 제독이 말했다. 그리고 얼마 후, 프리깃함에서 세 기의 마장기가 뛰어 내리며 출진을 알렸다. 그리고는 남 쪽을 향해 점점 속도를 높이기 시작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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