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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404화 (404/522)

리그너스 대륙전기 404화

곧 전쟁이 일어날 거라는 소문에도 불구하고, 상업국가 미피츠는 활기 에 넘쳐 있었다.

돈 많은 부자들은 여전히 하루가 멀다 하고 미피츠를 대표하는 시설 인 경매장 플락티를 찾았고, 대륙의 수많은 상단들 또한 서로 간의 이익 을 위해 자신들이 다루는 특산품들 을 거래하며 조금씩 상단의 부를 늘 려나가고 있었다.

대형 카라벨급 중형 함선과 소형

함선 두 척을 보유하고 있는 자라 칸 또한 그렇게 미피츠에 적을 두 고 있는 수많은 상단주 중 한 명이 었다.

그의 상단은 주로 식량과 병기를 취급하는 상인이었는데, 최근 자라 칸은 자신의 모든 자금을 끌어 모아 대량으로 식량을 사들이고 있었다.

그가 며칠 전 주점을 방문했을 때 들은 이야기 때문이었다.

-남동부의 수인 왕국에 가뭄이 찾 아왔다고 하던데?

-그래? 뭐, 크게 문제라고 할 게 있나? 수인 왕국 정도의 세력이면 비축해 둔 식량도 엄청난 양일 텐 데? 게다가 중부지방은 계속된 풍년 이라 식량이 남아도는 상황이야. 모 자라는 식량이 있다면 수인 상단들 이 재빨리 그쪽으로 향하고 있겠지.

젊은 상인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 각하며 흘러가듯 말하던 정보거리였 다.

하지만 현재의 대륙 정세를 떠올리 던 자라칸은 그 이야기를 들으며 입 가에 웃음을 지었다.

“수백 년 동안 리그너스 대륙의 패권을 다투던 세력이라는 이름 값 때문인가? 수인 왕국이 알르드 와 치른 전쟁의 여파로 인해 빠르게 쇠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보 에 능해야 하는 상인들조차도 제 대로 모르고 있다니. 대륙의 십대 상단이자 수인 왕국을 대표하는 상단이었던 라흘로프 상단조차도 알 르드에 붙었는데 말이지……. 아니, 알면서도 알르드의 왕이 소환자라는 이유 때문으로 인정을 하지 않는 건 가‘?”

자라칸은 수인 왕국이 자신들에 게 찾아온 가뭄으로 인해 큰 식량난 에 처해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게다가 그가 알기로 수인 왕국의 가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 는 이야기를 들은 직후부터 조심스레 미피츠를 방문한 수인 왕국의 상 단들을 관찰했다.

아니나 다를까, 미피츠를 방문한 수인 왕국의 상단들은 자신들의 물품을 판매하고 모두가 식량을 구 입해갔다.

그러나 식량을 구입한 수인 상단의 규모는 모두가 중형 상단의 수준을 넘지 못했고, 그 양 또한 많지 않았 다. 수인 왕국을 대표하는 호치 상 단이나 라홀로프 상단은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수인 상단이 식량을 구 입하는 사실에 대해 이상하다는 낌 새를 파악한 상인은 자라칸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나마 머리 가 돌아가는 이들조차도 수인 왕국 에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이미 수인 왕국에 있는 대형 상단들이 발 빠르게 중부 지방으로 향했을 거라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자라칸이 알아본 바, 풍년 을 맞은 중부지방은 대부분이 알 르드와 엘프 왕국의 영토였다. 수 인 왕국과는 사이가 극히 좋지 않은 세력들.

그들의 상단이 수인 왕국의 상단과 거래를 할 리가 없었다.

게다가 호치 상단은 수인 왕국 내 전의 여파로 그 규모가 크게 축소되었고, 라홀로프 상단은 이제 알르드 의 상단이 되었다.

‘그러므로 지금 수인 왕국에 식량 을 들고 가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을 거다.’

며칠 간 자신이 알아낸 정보들을 취합한 자라칸은 그렇게 확신을 내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모든 함 선에 식량을 가득 채우고는 선원 들을 고용해 미피츠를 떠났다. 당 연히 목적지는 수인 왕국의 도시 였다.

그렇게 미피츠를 떠난 지 엿새째 되던 날, 자라칸의 함대는 수십 척 으로 구성된 대 함대와 마주할 수 있었다. 그들의 깃발에는 용이 중 앙의 커다란 나무를 감싸며 그 밑 으로 일곱 개의 표식이 그려져 있 는 문장이 크게 수놓아져 있었다. 알르드의 함대였다.

“서, 설마 전쟁이 터지는 건가?!”

알르드의 함대를 발견한 자라칸 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얼핏 봐도 백여 척이 넘어가는 수준의 함대였다. 자신의 대형 카 라벨급 함선보다 수배나 큰 수송 함의 갑판에는 한 번도 본적이 없 는 마장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 고 있었다. 그 뿐인가? 와이번으로 보이는 무시무시한 몬스터에 탑승해 하늘을 날고 있는 병사들도 보 였다.

그 모습에 자라칸은 일찍 미피츠 를 떠난 자신의 선견지명에 감탄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전쟁이 일어나는군. 저 정 도의 병력이면 미피츠 따위는 순 식간에 점령할 수 있겠어.”

몇 달 전부터 미피츠의 퉁 파오 가 대규모의 방어 시설을 건설하 고 있다는 소식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괜한 상인의 호기심에 직 접 그 건설현장을 찾은 적도 있었 다.

그 때는 분명 해안가를 향해 빼 곡하게 늘어선 망루의 위용에 굉 장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하지만 그 방어시설들이 지금 보이는 알 르드의 대형 함선과 수송함을 막 아낼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저 배들은……. 설마 미피츠에 전 쟁이 벌어지는 겁니까?”

이번 항해를 위해 배에 오른 나 이 든 선원이 걱정스러운 안색으 로 묻자 자라칸이 묘한 표정을 지 어보였다.

“알르드가 미피츠를 노리고 있다

는 소문은 예전부터 있었잖나?”

“아! 퉁 파오가 골든 크로우의 그 나이 칼츠만 재상을 살해하고, 알 르드가 그 복수를 위해 미피츠를 공격할거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 기 말입니까? 그냥 피에 미친 소 환자가 미피츠를 공격하기 위해 트집을 잡는 거 아니었습니까? 인 간 왕국들이 힘을 합쳐서 알르드 와 대립하고 있다고 하던데요?”

“흐음. 자네가 알고 있는 그 말도 안 되는 소문 말이지. 음모가 아니 라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네.”

“저, 정말입니까?”

자라칸이 어이가 없다는 말투로 대답하자 선원이 눈동자를 휘둥그 레 떴다.

“퉁 파오가 천족과 손을 잡고 그 나이 칼츠만 재상을 죽인 게 거의 확실시 되는 이야기라고 하더군. 그 증거로 최근 미피츠에 천족들 의 방문이 엄청나게 늘지 않았나? 또한 기사왕이 알르드에 망명하기 까지 했어. 그 이유가 퉁 파오를 죽이기 위해서라고 하더군.”

“히잌?! 기, 기사왕 이레네 아르 티아 폐하가 알르드에 계신다고 요?”

“……자네, 그것도 몰랐나? 벌써 일 년 가까이나 된 이야기인데? 이 거이거 소문에 너무 늦는 거 아닌 가‘?”

“저 같은 이가 뭘 알겠습니까? 하 루 먹고 살기도 바쁜데요.”

“그렇게 말한다면야. 그럴 수도 있 겠군……

선원의 대답에 자라칸은 까끌한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자신의 함대 를 지나쳐가는 알르드의 군함들을 바라보았다.

알르드의 왕이 피에 미친 소환자 라는 소문에 대해서는 제대로 확신을 할 수가 없었는데, 다행이도 애꿎은 자신의 함대를 향해 포격 을 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가끔 성격이 고약한 이들이 자신보다 규모가 크게 작은 함대를 향해 대 포를 날렸다는 이야기가 몇 있었 다.

“전쟁이 터지면 상황이 한참 혼란 스러울 테니……. 일단 수인 왕국에 식량을 팔고 다른 곳으로 본거지를 옮겨야겠어.”

자라칸은 이번 교역에 필요한 식 량을 구입하기 위해 미피츠에 있 는 자신의 재산을 모조리 처분하 고 온 사실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미피츠에 돌아가지 않아도 자신이 볼 손해가 없었기 때 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알르드의 수도 디르시 나에서 미피츠만큼이나 활발하게 상 인들의 교역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던 것 같았다.

“그 퉁 파오라는 녀석, 처음 만났 을 때부터 얼굴에 욕심이 뒤룩뒤 룩 달려 있는 게 어쩐지 기분 나쁘 게 느껴지더니만. 잠깐!”

미피츠를 향해 물살을 빠르게 가르 고 있는 대형 함선의 회의실. 한시 진이 짜증이 가득 섞인 목소리로 말 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그 자식! 오빠랑 나랑 재앙의 성채를 공략할 시기 에 우리의 뒤통수도 한 번 치지 않았어요?”

그녀의 말대로 호가 승급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 알르드의 주력을 이 끌고 위험난이도 SS등급의 던전을 공략할 무렵, 타이밍 좋게 천족과 수인 왕국의 연합군이 알르드를 공 격해온 적이 있었다.

다행히 니나 다니엘레와 아쉬카로 트가 여차저차 막아내면서 알르드의 영토가 점령당하는 것만은 막을 수 있었지만, 수인 왕국의 영웅이자 상 급전술가인 마로의 계략으로 인해 A등급 마장기 편대가 전멸하는 엄 청난 피해를 입은 적이 있었다.

“맞아. 그랬었지.”

그 때의 일을 떠올리며 호는 고 개를 끄덕였다. 마왕 쉐르난비체의 군대가 알르드를 공격한 것 이후 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전쟁이 었다.

“우와. 이제 보니 그 자식 진짜

몹쓸 놈이네? 어떻게 상인이라는 녀석이 배신과 거짓말을 밥 먹듯 이 할 수 있는 거지? 상인으로 성 공하려면 신뢰라는 게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가능한 게 아닌가? 아니, 파오 상단을 이용하는 고객 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거다. 다 른 왕국과는 달리 미피츠는 대형 상단들의 시장이 점점 커져나가면 서 만들어진 도시. 그리고 파오 상 단은 그런 미피츠 경제 대부분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미피츠의 영지민들은 그들이 들여오는 물품을 통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생 활조차 꾸릴 수가 없는 게 현실이 지.”

미피츠의 역사와 현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기사왕이 퉁 파오를 향 해 화를 잔뜩 내고 있는 시진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입을 열 었다.

게다가 파오 상단은 미피츠가 처 음 세워지던 수백 년 전부터 미피 츠에서 부를 축적해오던 상단이었 다. 파오 상단이 지닌 돈의 힘은 아무리 현재의 상단주인 퉁 파오 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무시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퉁 파오와는 달리 그의 아버지인 렘 파오는 많은 상인들 에게 존경을 받았던 괜찮은 인물 이었다.

퉁 파오는 그런 렘 파오의 뒤를 운 좋게 이은 것뿐이지. 뭐, 듣기로는 퉁 파오가 상단주로 된 이후 그 대단한 파오 상단도 몇 번이나 크게 흔들렸다고 하더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영향력 을 생각하면……. 파오 상단이 지닌 저력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거겠지.”

“뛰어난 상인도 자식 농사는 실패 했네요. 호부 밑에 견자라니……

한시진이 푸념하듯이 말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퉁 파오가 어떤 인물이냐에 대한 이야기가 아 니었다.

수송 함대를 호위하고 있는 도베르 만 제독은 앞으로 나흘 정도면 미피 츠에 도착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미피츠를 오가는 상 선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발견할 수 있었다.

호가 지도를 보며 말했다.

“갑작스러운 정보 때문에 재빠르 게 움직이기는 했지만, 지금쯤 미 피츠 역시 우리가 공격해 오고 있 다는 소식을 알고 있을 겁니다. 아무래도 방어 시설들이 가동되고 있겠죠. 일단, 이틀 후 드레이크 라이더 부대를 내보낼 생각입니 다.”

“드레이크 라이더라면……. 한 부 대 밖에 없지 않나? 정찰 용도인 가?”

이레네 아르티아가 용의 아종에 탑승한 늠름한 병사들을 떠올리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드레이크 라이더의 날렵한 움직임이라면 미피츠의 방 어 시설에도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고 성공적으로 정찰 임무를 해 낼 수 있을 겁니다. 일단, 미피츠에 천족이 주둔하고 있는지 없는 지를 중점적으로 확인할 생각입니 다.”

“확실히……. 천족 녀석들이 있다 면 상륙은 위험하다. 도베르만 제독 의 엄호가 있다 하더라도 수송함의 장갑만으로는 해안 방어시설의 포격 과 천족 마장기의 공격을 버틸 수가 없을 거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만약 미피츠에 십 천사 루플랑 팔 토의 군대가 보인다면 이대로 배 를 돌릴 생각입니다.”

이대로 미피츠를 포기하는 것은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가뜩이나 서둘러 출진을 한 탓 에 많은 병력을 이끌고 오지도 못했 다.

그래도 병사들의 숫자는 실버 문과 브뤼헤아 비쉬로 구성된 칠만 명 정 도로 많지는 않지만 전쟁을 진행하 기에는 충분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에이스급 오너가 한시진과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로 둘 밖에 되지 않았고, 마장기 편대 또한 다 섯 개 편대밖에 함께하지 못했다. 전부 새롭게 차지한 영토의 방어 때 문이었다.

어찌되었든 그런 호의 걱정에도 불 구하고, 병사들을 태우고 있는 배들은 미피츠를 향해 빠른 속도로 항해 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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