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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403화 (403/522)

리그너스 대륙전기 403화

“알르드의 지배자께서 내려주시는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알현실에 모든 것을 내려놓은 것 같은 덤덤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목소리의 주인공인 세이라 클리퍼드는 무거운 왕관의 책임을 내려놓았다는 사실에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

모에드 왕국의 경우처럼 블루 스케 일을 점령한 호는 과거 블루 스케일의 수도 스완이 위치한 영토, 시그 너스의 군주로 세이라 클리퍼드를 임명했다.

그녀가 아무런 저항 없이 자신들에 게 항복을 한 것에 대한 배려였다.

물론,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 륙전기’에서의 인연 또한 그러한 호 의 결정에 큰 이유를 차지했다.

세이라 클리퍼드와 함께 블루 스케 일의 공작이었던 스퀴드 수운다, 도 베르만 제독 역시 각각 영지를 하사 받았다. 둘 다 A, S등급의 영웅인터 라 충분히 함께할 가치가 있다는 판 단 때문이었다.

그와 함께 블루 스케일의 B, C등 급의 영웅들에 대한 인사배치도 하 나 둘씩 이루어졌다.

당연히 아직까지는 충성심을 믿을 수 없는 이들이었기에, 영지를 내려 주거나 중요한 업무와 관한 보직은 제외시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귀찮은 이들에 대한 처분 또한 결정이 내려졌다.

“이, 이럴 수는 없습니다! 치니코 프는 제가 다스리던 영지입니다. 그 런데 저를 쫓아내시다니요! 영지민 들이 불만을 나타날 겁니다! 치니코 프는 제 영지라고요!!!”

자신의 영지를 박탈하는 호의 명령 에 불만을 품은 한 귀족이 악을 지 르며 호를 향해 달려들다가 실버 문 들에게 가로막혔다.

군사 도시 치니코프의 영지를 다스 리던 중년의 백작이었다. 그리고 음 하고 신음성을 낸 호가 그를 바라보 며 정보창을 열었다.

‘ 없네.’

이름과 종족 그리고 소속은 나오지 만 세부능력은 하나도 표시되지 않 는 깔끔한 정보창이 호의 눈에 들어 왔다. E 아니 F등급의 영웅보다도 못한 이라는 증거였다. 그런 이가 영지민들의 칭송을 받을 정도로 인 구 10만이 넘는 A등급 수준의 도시 를 제대로 관리했다? 절로 코웃음이 나왔다.

설령 그렇다면 그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이 듣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잠시 중년 귀족의 얼굴을 바 라보던 호가 아스트리드 벨과 디아 린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치니코프를 다스리던 로치 백작. 어떤 이지?”

“재물에 욕심을 부리던 이는 아니 지만 의욕만 넘치던 무능한 인물입 니다.”

“대표적으로 그가 영지를 맡게 된 이후 치니코프에 배치된 두 기의 이 제르론 모두가 가동 불능에 빠졌습 니다. 제대로 유지조차 하지 못했다 는 증거죠. 상업 시설의 규모 또한 큰 폭으로 쇠퇴했고, 식량 생산량 또한 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그건!”

손에 들린 서류를 확인하며 말을 하는 디아린의 친절한 목소리에 로 치 백작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뭐라 입을 열려고 했지만, 호의 손짓에 자신의 입을 다물어야 만 했다.

“그렇게까지 영지를 엉망으로 만드 는 것으로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나 름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면 그렇다 고 해야겠군. 확실히 영지민들이 불 만을 드러내긴 하겠어. 자네를 그대 로 유임시킨다면 말이지.”

뭐, 이들의 불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순식간에 자신들의 권력 을 송두리째 빼앗기게 된 셈이니 말 이었다.

그러나 호는 이런 이들의 사정 하 나하나를 들어줄 생각이 조금도 없 었다.

굳이 디아린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정보창조차 없는 이에게 영지 혹은 알르드의 업무를 맡길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아니, 알르드의 아무것도 맡 기지 않을 생각이었다.

어차피 알르드에 도움이 될 만한 블루 스케일의 영웅들은 이미 모조 리 골라낸 상황. 심지어 호는 E 등 급의 영웅에게까지 등용제안을 보냈 었다. 미미하게라도 영지의 관리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기 때문이 었다.

그리고 알르드의 생활에 적응하고 충성심이 확인되면 하나둘씩 승급을 시켜 쓸 만한 영웅으로 탈바꿈 시키 면 될 일이었다. 호가 안절부절못하는 로치 백작을 보며 말했다.

블루 스케일의 귀족들에 대한 관심 그리고 배려는 그들의 처우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는 여기에서 끝이었 다.

“이번의 무례는 용서하도록 하지. 그리고 그대들의 처우는 결정되었 다. 뭐, 불만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 야기해도 된다. 그대들을 따르는 병 사들과 군사를 일으켜도 상관없다. 나는 그대들의 헛소리를 들어주기 위해 항복을 받아들인 게 아니니까 말이야.”

냉정한 호의 목소리에 로치 백작이 고개를 축 늘어뜨렸다. 쫓겨나다시피 영지를 내놓아야 하는 블루 스케 일의 다른 귀족들 역시 착잡한 표정 이었다.

대부분 알르드와 싸워서라도 자신 들의 영지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 던 이들이었다.

그렇게 블루 스케일의 인물들과 관 련해 모든 것을 마무리 지은 호는 발걸음을 옮겨 집무실로 향했다. 벨 과 한시진 그리고 기사왕을 비롯한 영웅들도 함께했다.

“멍멍. 오셨습니까? 또 한동안은 엄청나게 바빠지겠군요.”

호가 집무실에 들어선 것을 보며 로우덴이 말했다. 어째 알현실에 모 습이 보이지 않더니만 집무실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던 모 양이었다.

이번 전쟁, 아니 전쟁이라고 할 것 도 없는 군사 행동의 결과로 알르드 는 무려 아홉 개의 영토를 손에 넣 을 수 있었다.

그 넓이만 해도 기존 영토의 삼분 지 이나 되었다. 그 거대한 땅덩어 리에 영웅과 행정 인력을 배치하고 관리, 발전, 특성화를 하려면 몸이 열 개라 해도 부족했다.

하물며 블루 스케일의 영토 중에서 스완이 위치한 영토 시그너스와 국 영지를 제외한 나머지 귀족들의 영 지는 상황이 엉망에 가까웠다.

“그렇군. 이제부터는 심시티가 활 약할 시간인가?”

“멍! 호님을 위해서는 최선을 다할 생각이지만……

로우덴이 말끝을 흐렸다. 앞으로 산더미처럼 쌓일 업무에 벌써부터 힘이 빠지고 있었다.

최소한 심시티 소속의 영웅들은 오 늘부터 제대로 된 휴식도 보내지 못 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런 로우덴을 보던 호가 알르드의 소속 영웅 목록창을 열었다.

아무래도 로우덴에게 모든 것을 맡 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리 유능한 인재라도 광활한 영지의 발 전과 관련된 모든 일들을 혼자 해결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설령 심시티가 있다고 해도 말이었 다.

“이 참에 심시티의 규모를 좀 더 키워야겠어.”

“아! 그렇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 습니다! 새로운 영토의 발전 또한 빨라질 테고요! 멍멍. 그래서 몇 명이나 심시티로……?”

급격이 흥분하던 로우덴의 목소리 가 빠르게 작아지더니 눈동자가 조 심스레 호에게 향했다.

그 모습을 보며 호는 참으로 감정 의 기복이 눈에 확연하게 보이는 놈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녀석이 불세출의 천재 군사라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호는 곧 지 력과 정치 능력이 높은 영웅들 위주 로 검색을 시작했다.

그리고는 괜찮은 영웅 몇 명을 찾 아내고는 그들의 직책을 확인했다. 아무리 뛰어난 이들이라도 기존에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는 영웅을 심 시티로 편입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 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s등급 이상의 정치 능력을 지닌 영웅들 중 크게 중요하지 않은 업무를 맡고 있는 이들이 몇 존재했 다. 오랜 시간을 들여 영웅들을 승 급시킨 보람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대부분이 수인 영웅들 이었다.

‘뭐, 같은 수인 영웅이라면 로우덴 과 어느 정도 시너지도 있을 테지.’

곧바로 인사이동 명령을 내린 호는 어느새 다시 업무에 빠져 있는 로우덴을 바라봤다.

블루 스케일도 점령한 마당에 이제 는 자신들의 영토에 있는 SSS등급 의 미공략 던전, 넵튠 궁전의 공략 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나면 알르드 는 최초로 EX등급의 영웅을 보유한 국가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주 인공은 바로 로우덴 셰필드가 될 터 였다.

이미 승급과 관련된 아이템들은 수 많은 특산품과 돈을 물 쓰면 쓰며 제작을 끝낸 상황이었다.

던전 공략을 제외한 승급 이벤트 또한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진행 해 완료를 했다.

‘무조건 지력은 EX + 등급이겠네.’

유니크 클래스지만 SSS등급의 클 래스를 보유한 자신의 통솔 능력이 EX + 등급이었다.

당연히 현재 EX등급의 지력 능력 을 지닌 로우덴이 승급할 경우 그 한계 능력 역시 EX+로 늘어날 거 라는 사실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3000 에 가까운 능력을 보유한 지 력 영웅이 사용하는 책략 혹은 전술 의 위력은 상상만 해도 벌써부터 끔 찍하게 느껴졌다.

“그럼 이제부터는 어떻게 할 생각

이에요? 블루스케일도 손에 넣었으 니 내정에 집중은 해야겠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미피츠의 방어 규모 또한 계속해서 늘어날 거 예요.”

함께 집무실로 들어온 한시진이 물 었다.

“아무래도 선택을 하기는 해야겠는 데……

솔직한 마음으로는 전쟁 보다는 내 정에 저울추가 기울고 있었다.

넵튠 궁전을 공략해 로우덴을 EX 등급의 영웅으로 승급시키고, 새롭 게 손에 넣은 영토들 역시 정비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블루 스케일의 경우와는 달 리 미피츠와의 전쟁은 천족들이 끼 어들 가능성이 굉장히 농후했다. 전 쟁이 크게 확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 는 이야기였다.

그런 만큼 호는 조금 더 철저하게 다음 전쟁을 준비하고 싶었다.

그러나 한시진의 말대로 시간을 주 면 줄수록 미피츠의 방어 시설은 계 속해서 단단해질 터였다.

상업 국가인 만큼 그들의 보유한 재력은 그야말로 엄청난 수준이었 고, 알르드와의 전쟁이 임박한 지금 그 돈 대다수가 미피츠의 방어시설 에 투자되고 있었다.

‘결국은 타이밍이라는 이야기인 데……

호의 시선이 힐끗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에게 향했다.

그나이 칼츠만을 살해한 원수를 눈 앞에 둔 그녀의 생각이 궁금했기 때 문이었다.

“퉁 파오만 붙잡을 수 있다면 나는 아무래도 좋다. 그러나 미피츠를 향 해 군사를 일으키고 나면 전쟁이 천 족과의 전면전으로 변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그것을 염두에 두어 괜히 나로 인해 섣부른 결정을 내리 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참고 하겠습니다.”

자신의 원한보다 알르드의 상황을 생각하는 기사왕의 대답이었다.

확실히 그녀와 관련된 ‘종족의 배 신자-골든 크로우’ 퀘스트는 기한 조건이 없는 퀘스트.

블루 스케일의 영지를 정비해야 하 는 상황에서 굳이 퀘스트를 클리어 하겠다고 무리를 해서 군사를 일으 킬 필요는 없어 보였다.

물론, 미피츠의 방어가 계속해서 단단해진다는 것이 신경 쓰이는 일이긴 했지만, 어차피 그들의 기술력 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방어 시설에 는 한계가 있었다.

설령 마동포-이제르론이 건설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깨뜨릴 만한 방법이 있었다.

게다가 미피츠의 방어 체제가 ‘모 든 것을 지배하는 자-미솔로지’ 클 래스를 보유한 자신의 능력에 영향 을 받는 알르드의 병사들을 막아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알르드의 군 대 또한 한층 더 업그레이드가 될 예정이었다.

현재 연구팀 드라코가 SSS랭크의 용족 비행병인 드래곤 라이더의 연 구를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반 년 정도면 드래 곤 라이더의 모든 연구를 끝낼 예정 이었다. 그리고 호는 드래곤 라이더 의 양성 체제를 갖추고 실전에 배치 까지 일 년이 채 안 걸릴 거라고 예상을 하고 있었다.

‘드래곤 라이더가 배치되면……

육군, 해군에 이어 공군까지 완벽 한 세 박자가 갖춰지게 되는 셈이었 다. 거기에 뛰어난 오너들이 조종하 는 마장기 편대까지. 그 정도의 전력이면 천족과 전면전을 벌여도 전 혀 꿇릴 것이 없었다.

그렇게 호가 내심 내정에 집중하겠 다고 속으로 결정을 내렸을 무렵, 미피츠에서 출발한 라샤 상단의 쾌 속선이 카틀라스 항구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틀 뒤, 호를 비롯해 한시 진, 기사왕이 탑승한 수송 함대가 도베르만 제독이 이끄는 해군의 호 위를 받아 출항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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