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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402화 (402/522)

리그너스 대륙전기 402화

블루 스케일이 기사왕 이레네 아르 티아에게 항복을 하던 그 시각, 미 피츠의 퉁 파오는 자신의 거처를 오 가고 있었다.

상업도시 미피츠의 중심부에 자리 하고 있는 그의 호화스러운 저택 내 부는 현재 바삐 오가는 인부들로 북 새통을 이루는 모습이었다.

“빨리빨리 짐을 날라! 서둘러야 한 다, 이 멍청이들아!”

“이것도! 저것도! 모조리 챙겨!!!”

짐을 나르던 인부들이 잠시라도 휴 식의 시간을 가질 때면 퉁 파오의 거친 욕설이 그들에게 날아들었다. 그만큼 퉁 파오는 조급한 모습이었 다.

알르드가 본격적으로 군사를 일으 켰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부터 퉁 파 오는 언제 알르드의 군대가 미피츠 의 국경을 넘을까 노심초사해야만 했다.

상업국가 미피츠의 재력이 아무리 대단하고 주변 세력들에게 영향력 또한 발휘할 수 있다 하더라도 강력한 힘의 논리에는 이길 방도가 없었 다.

그렇다고 알르드가 경제적으로 미 피츠에 종속된 것도 아니었다. 오히 려 최근 일 년 사이 대륙 상단은 미피츠가 아닌 알르드의 수도 디르 시나를 더욱 많이 찾곤 했다.

그나마 바다를 통해 접근할 수 있 는 미피츠의 해안 지역에는 여러 방 어시설들이 건설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대비해 알르드 또한 대규모의 해상 함대를 준비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그뿐인가? 천족과의 트러블을 감당

한다면 육로를 통해서도 미피츠를 공격할 수 있었다.

하물며 인간들의 수호자이자 칠제 중 하나인 기사왕이 자신을 노리는 상황.

언제 그녀의 검에 목이 날아갈지 두려움에 떨고 있던 퉁 파오의 앞에 한 줄기의 동아줄이 내려온 것은 불 과 일주일 전의 일이었다.

-우리의 영토에 에르지라 불리는 소환자의 영지가 있다. 파오 상단의 명칭을 에르지 상단으로 바꾸고 그 곳에 몸을 의탁한다면 그대와 우리 의 관계를 생각해 충분히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라이프린 님께서 말씀하시더군.

천족의 십 천사 중 하나인 루블랑 팔토가 흘러가듯 이야기한 말이었 다. 그리고 퉁 파오는 당연하게 그 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물론 조건이 있었다.

“너무나도 쉽게 자신의 터전을 정 리하는군. 아쉽지 않은가?”

두 쌍의 날개를 고이 접은 천족 영웅이 퉁 파오를 향해 물었다. 워 낙에 천족들이 퉁 파오를 거처를 자 주 드나들었기에 인부들은 그의 저 택에 천족 영웅이 있다는 사실에 대 해 어색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 인부들을 채근하던 퉁 파오가 자신에게 말을 건넨 천족을 향해 말했다.

“그것도 내가 살아있을 때의 이야 기지. 그리고 나를 지켜주는 대신에 천족들이 미피츠를 다스린다. 그게 우리의 거래 조건 아니었소?”

“……그랬지.”

에르지에 퉁 파오를 받아들이는 조 건으로 천족들은 미피츠의 영토와 모든 권한을 요구했다. 상업 국가 미피츠의 지리적인 조건과 발전된 상업 시설들을 탐낸 것이다. 미피츠 에 거주하고 있는 수많은 인간들이 걸림돌이기는 했지만, 그 문제는 인 간들을 강제적으로 라헬교로 개종시 키면 해결될 일이었다.

퉁 파오 역시 황제와 다름없는 생 활을 하던 미피츠를 천족들에게 넘 겨주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목 숨이 더욱 소중했다.

“그나저나 루블랑 팔토의 천족 군 대는 언제 미피츠에 도착하는 거지? 최근 들어 미피츠 자경단이 우리들 의 관계에 대해 의심을 보내고 있 소. 이러다가는 자경단이 언제 들고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오.”

“그거야 딱히 걱정할 문제는 아니

로군. B등급 마장기도 몇 기 없는 미피츠의 자경단은 우리의 군대를 당해내지 못할 테니 말이지.”

≪ o 으.”

? T3 ?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를 하는 천족 영웅의 대답에 퉁 파오는 그가 눈치 채지 못하게 몸을 뒤로 돌리고는 자 신의 두툼한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 렸다.

그의 말대로 미피츠의 자경단은 결 코 천족 군대를 당해낼 수 없었다. 그러나 천족의 군대가 도착하기 전 까지 자신이 미피츠를 벗어나지 못 하게 만들 수는 있었다.

아무리 자신이 미피츠의 황제처럼 권력과 부귀영화를 누렸다 하더라도 미피츠에는 자신 못지않은 권력자들 이 존재했다.

파오 상단의 라이벌인 라샤 상단의 주인 알 라샤나 미피츠의 자경 대장 이 바로 그들이었다. 특히나 라샤 상단의 알 라샤와 퉁 파오는 사이가 굉장히 좋지 않았다.

이미 자신이 거처인 호화 저택을 처분하고 있다는 소식이 분명 그 둘 의 귀에 들어갔을 터.

어떤 식으로든 그 연유를 알아내려 고 들것이 분명했다. 만약 천족들에게 미피츠를 팔아넘겼다는 내용을 그들이 알게 된다면 천족의 영지로 망명은커녕, 미피츠를 벗어나기도 전에 배에 칼이 꼽힐 수도 있었다.

‘빨리 미피츠에서 도망가야 돼!’

하지만 워낙에 재산을 많이 가지고 있던 터라 그것들을 모조리 처분하 는 것에도 시간이 제법 필요했다. 그렇다고 미피츠에 자신의 재물을 버려두고 가기에는 퉁 파오의 욕심 이 용납하지 않았다.

“그 돼지 자식, 대체 무슨 꿍꿍이 지?”

퉁 파오의 예상대로 상업 국가 미 피츠에서 대형 상단을 운영하고 있 는 알 라샤는 퉁 파오가 자신의 호 화 저택을 처분하고 재산들을 하나, 둘씩 정리하고 있다는 소식에 그 연 유에 대해 조사 명령을 내렸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하더 라도 드디어 퉁 파오가 미쳤다고 생 각을 했었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상인의 날카로 운 감각이 퉁 파오의 행동에 대해 이상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욕심많은 돼지가 자신의 재물을 헐값에 넘기는 것 자체가 의심스러운 일이 었다.

“상단주님!”

그리고 멀리서 그녀의 심복 둘이 나란히 달려오는 모습이 알 라샤의 눈에 들어왔다.

둘 다 새하얗게 얼굴이 질려 있었 다. 그 모습에 알 라샤는 그들에게 서 아무 말도 듣지 않았음에도 불구 하고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껴야만 했다.

“무언가 알아낸 게 있는 거야?”

“투, 퉁 파오가 미쳤습니다. 완전히

정신이 나갔다고요!”

“미피츠에 그 욕심 많은 돼지가 제 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 이 있을까? 그래서 퉁 파오가 갑자 기 자신의 재산을 정리하려는 이유 가 뭔데?”

“퉁 파오가 천족과 손을 잡았습니 다!”

“……원래 그 녀석, 천족과 사이가 좋았잖아?”

한 심복의 말에 알 라샤는 대수롭 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호 화 저택에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천 족 영웅들이 드나들었다. 미피츠에서 유일하게 천족들의 특산품을 거 래할 수 있는 상단 또한 파오 상단 이었다.

그러나 심복들의 얼굴은 오랜 시간 을 함께해 온 그녀가 어색함을 느낄 정도로 복잡해져 있었다.

파오 상단의 흉계에 넘어가 라샤 상단이 망하기 일보직전까지 몰렸을 때도 심복들의 이런 표정은 보지 못 했던 그녀였다.

“후우. 그 돼지 녀석, 제대로 미친 짓을 한 모양이네. 뭐, 천족들에게 미피츠를 팔아먹기라도 했어? 아니 면 알르드에게 선전포고라도 한 거 야?”

“마, 맞습니다! 퉁 파오의 저택을 정리하던 한 인부가 천족과 퉁 파오 가 하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는데, 그 녀석이 미피츠를 천족들에게 팔 아넘겼다고 합니다! 그 대가로 알르 드의 손에서 자신을 지켜달라고 요 구한 모양입니다.”

“뭐, 뭐어?! 그게 무슨 소리야!”

알 라샤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퉁 파오가 미피츠의 가장 큰 권력 자라 하더라도 상업 국가 미피츠는 어디까지나 플락티 경매장에 지분을 가지고 있는 거대 상단의 연합체로 이루어진 국가였다. 퉁 파오 홀로 미피츠의 모든 것을 결정지을 수 있 는 게 아니었다.

“십 천사 루블랑 팔토 아시죠? 그 녀석이 미피츠를 차지하기 위해 군 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거 진짜로 큰일 났다고요! 곧 있을 알르드와의 전쟁이 문제가 아 니에요!”

“빌어먹을. 아……. 망했네, 망했 어.”

심복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알 라샤 가 탄식하듯 말했다. 그녀의 머릿속 으로 대략적인 상황이 그려지고 있 었다.

“자경대장은? 이 소식을 알고 있는 거야?”

“아뇨, 모를 겁니다. 인부에게 이야 기를 듣자마자 곧바로 상단주님을 찾았으니까요. 우리에게 말해준 인 부 또한 다시 퉁 파오의 저택으로 일을 하러 간 터라 다른 누구에게 말을 할 시간은 없었을 겁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심복인 남자의 말에 알 라샤가 눈 을 반짝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일단 그 인부를 다시 만나서 입 조심하라고 해. 그리고 너는 조심스럽게 자경대장에게 그 소식을 알 려.”

“알려서 뭐라고 할까요? 자경대장 녀석, 이야기를 듣자마자 병사들을 이끌고 퉁 파오의 저택으로 달려갈 텐데요?”

“아냐. 괜히 퉁 파오의 경계심을 자극해서는 안 돼. 무슨 일이 있어 도 그 자식이 미피츠를 벗어나지 못 하도록 만들어야 해. 일단 성문의 경비를 철저히 해서 퉁 파오가 홀로 라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자경대장 에게 말을 전해.”

자경단장은 가뜩이나 다혈질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기에, 알 라샤는 몇 번이나 그가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곧 그녀의 심복 중 한 명이 알 라샤의 말을 자경대장에게 전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남은 남자를 향해 알 라샤 가 다시금 명령을 내렸다.

“너는 파오 상단이 자신들의 물품 이나 플락티의 점유율을 헐값에 팔 아넘기고 있다면 다른 상단의 이름 으로 몰래 그것들을 사겠다는 의향 을 보여.”

“네? 이참에 파오 상단의 세력을 차지하려 고요?”

심복의 물음에 알 라샤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성문을 제대로 봉쇄하기 전에 그 녀석이 자신의 재산을 빨리 처분하 고 도망가지 못하도록 방해를 놔야 될 거 아니야! 어떻게든 미피츠에 발을 묶어 놔야지!”

“네? 시간을 끌게 되면 퉁 파오 녀석 자신의 재산정리를 포기하고 그냥 도망가지 않을까요?”

“하! 그 퉁 파오가? 말도 안 되는 소리!”

알 라샤가 확신하듯 말했다. 미피 츠에서 상단의 점유율 놓고 십 년이 넘게 투닥거리던 상대. 퉁 파오의 욕심이 하늘에 닿아 있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그녀였다.

그리고 다시금 심복이 전해온 황당 한 이야기에 알 라샤가 자신의 이를 으득 갈며 중얼거렸다.

“감히 우리를 천족에게 팔아 넘겨? 그렇다면 먼저 우리가 그 녀석을 붙 잡아서 팔아 넘겨주지.”

“그 돼지 녀석을 어디에 쓴답니까? 푸줏간이요? 으으. 푸줏간 주인이 엄청나게 싫어하겠는데요?”

“무슨 헛소리야? 뭐, 퉁 파오에게 이를 가는 인물이 한둘이야? 그리고 인간들의 수호자가 그 돼지를 노리 고 있잖아?”

“서, 설마?! 알르드의 기사왕과 접 촉할 생각입니까?”

그나이 칼츠만 사건으로 인해 기사 왕이 미피츠, 정확히 말해 퉁 파오 에게 이를 갈고 있다는 사실은 둘 다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화들짝 놀라는 남자를 향해 알 라샤가 자신의 얼굴을 찌푸리고 는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십 천사 루블랑 팔토의 군대가 미 피츠를 차지하기 위해 오고 있다며? 이대로 그냥 당할 셈이야? 알르드에게 무언가를 바쳐서라도 도움을 요 청해야지!”

“행여나 알르드가 미피츠를 꿀꺽 삼키면 어떻게 하려고요?”

“천족들의 손에 넘어가는 것보다는 낫지. 설마 너, 라헬교도가 되고 싶 은 거야?”

알 라샤의 말에 장난인 것을 알면 서도 남자가 흠칫 뒤로 물러나며 말 했다.

“아뇨. 전 평생 무교로 남을 겁니 다. 뭐, 재물의 신이 있다면 그 분 을 믿겠지만요.”

“재물의 신이 있으면 나도 믿을 거

다. 어쨌든 쾌속선을 준비하고 당장 알르드로 편지를 보내. 천족보다 알 르드의 군대가 미피츠에 먼저 도착 해야 한다고.”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또 다른 명령을 받은 남자 역시 황급히 밖으로 달려 나갔다.

갑자기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탓인 지 급격히 피로를 느낀 알 라샤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눈두덩을 매만졌 다.

아무리 욕심 많은 돼지라 하더라도 퉁 파오 또한 미피츠의 대표하는 상 단주. 그런 이유로 인해 그나이 칼츠만의 사건이 있었을 때도 어렵사 리 묵인하며 그의 편을 들고 있었던 라샤 상단이었다.

하지만 그가 자신들을 천족들에게 팔아넘겼다는 사실들을 안 이상, 이 제부터 퉁 파오는 자신 아니 미피츠 의 모든 상단과 적으로 돌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돼지 녀석, 결코 곱게 죽지는 못 할 거다.”

알 라샤가 살의에 찬 눈을 번뜩였 다. 이제부터는 시간 싸움이었다.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서 어떻게든 당장이라도 알르드를 움직여야했다.

그리고 퉁 파오는 아주 좋은 선물이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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