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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400화 (400/522)

리그너스 대륙전기 400화

이레네 아르티아는 파죽지세로 블 루 스케일을 유린해 나갔다. 아니, 유린이라고 표현할 것도 없었다. 알 르드의 막강한 전력에 겁을 먹은 블 루 스케일의 귀족들은 자신들의 영 지 방어를 포기, 자신의 병사들을 모조리 이끌고 수도 스완으로 향했 기 때문이었다.

결국 텅텅 빈 블루 스케일의 영지 들을 하나둘씩 집어삼키는 게 기사 왕이 해야 할 일의 전부였다. 간간히 창칼을 들이미는 소수의 귀족들 이 있기는 했지만, 실버 문 한 부대 만으로도 정리가 가능한 수준에 불 과했다.

“벌써 네 개의 영토를 손에 넣었 다. 후우. 도대체 이걸 뭐라고 표현 해야 할지 모르겠군.”

“멍멍. 걱정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별다른 희생 없이 이 넓은 땅을 차 지한 겁니다.”

이레네 아르티아의 푸념에 이번 전 쟁에서 그녀의 참모를 맡은 로우덴 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마냥 기분이 좋

지만은 않네. 지금의 상황이 귀족들 의 무능 때문인지 아니면 블루 스케 일의 전략인지 의심스러울 따름이 야.”

탐욕스러운 인간 귀족들의 습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그녀였다. 그런 귀족들이 너무나도 쉽게 자신 들의 영토를 포기했다. 충분히 의심 스러운 마음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 다.

로우덴도 이레네 아르티아와 비슷 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진군을 하면서 몇 번이나 자신의 스킬인 신산귀모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낌새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에 귀족들 의 이러한 행동이 블루 스케일의 계 략이 아닌 정말로 도망을 간 것이라 고 여기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기사왕의 마음을 편 하게 만들 차례였다.

“멍멍. 블루 스케일이 아무리 기상 천외한 전략을 준비했다 하더라도 아르티아 님의 용맹에는 당해낼 수 없을 겁니다. 더욱이 민심을 우리를 돕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블루 스 케일의 백성들은 이번 전쟁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를 환영하고 있는 상황 이지요. 멍!”

“확실히……. 그들의 입장에서 우 리는 적이나 다름없을 텐데, 병사들 의 등장에 겁을 먹는 영지민들은 거 의 없었지.”

“멍멍. 영지를 다스리는 이가 블루 스케일의 귀족이건, 호님이건 그들 의 입장에서는 크게 상관이 없다는 뜻이겠지요. 오히려 알르드의 빛나 는 발전 소문에 오히려 자신들의 영 지로 그렇게 변하지 않을까 기대하 는 이들이 더욱 많았습니다. 멍멍!”

“하기야 전투의 피해도 없으니 ……. 영지의 정상화가 오래 걸리지 는 않겠어.”

그렇게 말하며 이레네 아르티아는 헛웃음을 흘렸다.

영지민들이 자신들을 다스리는 귀 족들에게 얼마나 많은 실망을 했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과도한 빚으로 인한 빡빡한 재정이 결국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보 였다.

‘그에 반해 알르드는……

대륙의 패권을 다투며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쟁쟁한 세력들 사이에 서 벼락같이 등장한 세력에 불과했 다.

그러나 그런 알르드가 고작 몇 년 사이에 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로 거듭날 것이라고는 그 누가 예측 했겠는가?

거기에 인간들의 수호자이자 칠제 라 불리는 자신도 알르드에 몸을 의 탁하고 있었다. 처음 소환자가 이 대륙에 등장했을 때만 하더라도 상 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블루 스케일이 언제까지 이렇게 뒤로 물러날 것 같나?”

“멍멍. 제 생각으로는 수도 스완이 위치한 시그너스에서 모든 것을 결 정지을 것으로 보입니다. 멍. 뭐, 그 전에 전쟁이 끝날 수도 있는 노릇이 고요. 멍.”

“블루 스케일의 사신이 하루가 멀 다 하고 디르시나를 방문한다는 이 야기를 들었다.”

입을 다문 기사왕의 입가에 잔 경 련이 일었다. 이제야 필사적으로 전 쟁을 피하려는 그들의 행동이 멍청 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멍. 헛수고에 불과한 일이죠.”

수도 스완에 천족의 군대를 주둔한 순간부터 아니, 자신들과 맺은 조약 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무시 하고 천족에게 대량의 자금을 받아 들였을 때부터 이미 결과는 결정되 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멍멍. 그들이 앞뒤로 다른 행동을 보였을 때부터 이미 서로의 신뢰는 깨진 겁니다. 게다가 블루 스케일은 지금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어요. 멍. 수도 스완에서 천족들의 군대를 쫓 아내지도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도 베르만 제독에게 명령을 내려 아국 을 공격하고 있지 않습니까? 멍멍. 그러면서 휴전이라됴?”

로우덴이 이를 갈며 말했다.

전쟁이 시작된 후로 제대로 된 전 투도 벌이지 못하고 몇 개의 영지는 내줘야 했지만, 블루 스케일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도베르 만 제독으로 하여금 나크 평원과 디 치 플레이스만을 오가며 영지의 약 탈을 시도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해도 별다른 피해는 없었 다고 들었다.”

“호님의 선견지명으로 인해 철저하 게 대비를 한 까닭이죠. 멍!”

물론, 이러한 도베르만 제독의 공 격은 해군을 이끄는 한시진의 계속 된 추격과 각 영지와 마을마다 설치 된 다수의 방어시설들로 인해 무효 로 돌아갔다. 그러나 방어시설이 없 었다면?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을 수도 있었 다.

“멍멍! 이번 전쟁의 결과로 블루 스케일의 이름은 대륙의 역사 속으 로 사라질 겁니다. 아, 물론 미피츠 역시 지워 버려야겠죠.”

울음을 토해내며 로우덴이 확신을 하듯 말했다.

“그래.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군……. 긴 기다림이었다.”

눈을 살짝 감은 이레네 아르티아가 누군가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기사왕이 이끄는 알르드의 군대는 블루 스케일의 수도 스완으로 거침 없이 향하며 자신들의 진격 루트에 있는 영토들을 하나둘씩 차지해 나 갔다.

결국 계속된 알르드의 진격에 보다 못한 블루 스케일의 공작 스퀴드 수 운다가 오만의 병사들을 이끌고 요 격을 시도했지만, 기사왕과 로우덴 은 단 두 번의 전투만으로 수운다의 군대에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혔게다가 자신의 전용기 블루 세이버 에 탑승한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 는 블루 스케일의 마장기사들과 펼 친 마장기 전투에서 순식간에 그들 의 마장기 편대 하나를 전멸시키는 가공할 무력을 선보이면서 자신의 명성을 인간들에게 다시금 확인시키 는 전과를 올리기까지 했다.

그렇게 수운다 공작이 알르드를 상 대로 무력하게 패배했다는 소식에 눈치를 보고 있던 블루 스케일의 귀 족들은 너나 할 것도 없이 자신들의 영지를 버리고 수도 스완으로 향하 기 시작했다.

수도 스완에서 배수진을 치며 모든

것을 결정지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왕국의 패망을 이미 결정지 은 몇몇 귀족들은 자신들의 재산만 챙기고는 다른 왕국으로 길을 떠나 고 있었다.

“저게 알르드의 군대……

“그런데 알르드는 이제껏 우리와 동맹이었잖아? 왜 갑자기 알르드가 우리를 공격하는 거야?”

“스완에 주둔하고 있는 천족들 때 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다들 알 다시피 알르드와 천족들의 사이가 얼마나 나쁘지 않은가?”

“뭐야?! 그 쉬벌놈들 때문에 우리

가 알르드와 싸움을 벌어야 한다 고?! 대체 높으신 곳에 있는 놈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스완의 성벽 위, 멀리서 실버 문들 로 이루어진 군대가 다가오는 모습 을 본 블루 스케일의 병사들은 다들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이미 공중 은 브뤼헤아 비쉬들로 하여금 장악 되어 있는 상황. 그에 반해 블루 스 케일에는 변변찮은 공중 전력조차 없었다.

기껏해야 D, E랭크의 비병대가 몇 부대 있긴 했지만, 브뤼헤아 비쉬의 위엄에 비교하면 있으나 마나한 전 력에 불과했다.

그나마 위안거리라면 블루 스케일 의 수도 스완을 지키는 방어군은 실 전 경험이 충분한 병사들이라는 점 이었다. 과거 천족이나 바라테이온 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살아남은 병 사들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실 전 경험이 오히려 병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이들 모두가 뛰어난 무력, 용맹무 쌍한 병사, 압도적인 마장기 전력으 로 전장을 지배하는 알르드의 강력 함을 직접 목격한 바 있었기 때문이 었다.

거기에 알르드의 사령관은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

블루 스케일에 그녀의 이름을 모르 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최 근의 전투에서 수운다 공작이 이끄 는 병사가 기사왕에게 무력하게 무 너지기까지 했다.

“이거 정말로 싸움이 벌어지는 건 가……?”

한 병사가 두려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스완의 성벽과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정지한 알르드의 군대는 적잖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다만, 성문이 몇 번이나 열렸다가 닫히며 사신으로 보이는 영웅이 알 르드의 막사를 오가는 것이 눈에 들 어올 뿐이었다.

“항복이라도 좋으니까 이대로 전쟁 이 끝났으면 좋겠어.”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나도 비 슷한 생각이야. 저 녀석들은 정말로 괴물이라고.”

깡마른 체구지만 몸에 있는 여러 개의 상처가 베테랑이라는 것을 보 여주는 병사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행여나 전쟁이 벌어지면 스완을 지 키는 병사들 중 대다수는 살아남지 못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을 이긴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었다. 천족들을 상대로 거침없이 검을 휘두르던 실버 문의 무용을 자신들이 당해낸다는 것은 무리였다.

하물며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가 알르드의 병사들을 지휘하고 있었 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알 르드의 병사가 되는 게 나을 수도 있어. 알르드 역시 인간들의 국가지 않은가?”

“맞아. 게다가 엄청나게 부유한 나 라기도 하지. 적어도 먹고 사는 것 에 대해서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고 하던데?”

영지를 차지하고 싶은 욕심에 무리 하게 천족들에게 큰돈을 빌린 이후, 블루 스케일의 재정은 엉망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영지민 들이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스완의 성벽을 지키는 병사들 역시 가족들 이 있는 영지민이었다.

그렇게 병사들의 신세한탄이 이어 질 무렵, 누군가의 다급한 외침이 그들의 귀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가면 안 되오! 아직 알르드와의 협상이 끝나지 않았소!”

목소리의 주인공은 성문을 수비를 맡고 있는 영웅이었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성문이 열리는 모습을 보는 그의 얼굴은 핏기가 하나도 보 이지 않을 정도로 새하얗게 질려 있 었다. 그리고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 챈 병사들이 성벽 위에서 고개를 빼 꼼 내밀었다.

“저, 저 미친놈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천족의 병사들이 굳게 닫힌 성벽을 강제로 열고 있는 모습이 병사들의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 뒤로 전투 준비를 마친 천족의 군대가 일정한 간격으로 도열을 하 고 있었다. 그리고 지휘관으로 보이 는 천족의 영웅이 성문의 수비대장 을 향해 말했다.

“우리는 그대들의 명령을 듣지 않 는다! 하물며 라헬님의 뜻을 가로막 는 적들이 눈앞에 있는데 어찌 그냥 두고 볼쏘냐!”

“그, 그게 무슨?! 막아! 성문을 열

지 못하게 해라!!!”

수비대장의 명령에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이 다급하게 무기를 꺼내들고 저항을 해봤지만, 어느새 성문에 모 여 있든 천족들의 숫자를 당해낼 수 없었다.

게다가 천족들은 이미 마장기까지 가동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성문이 활짝 열리는 것과 동시에 스완에 주둔해 있던 천족의 군대가 성문 밖으로 나서 진형을 갖 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조용하던 알르드의 진영 또 한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이 수비대장을 포함한 병사들의 눈에 들 어왔다.

“마, 망할! 어서 빨리 이 소식을 왕궁에 전해라!”

명령을 내리는 수비 대장의 목소리 에는 초조함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정말로 피가 튀는 전쟁 이 벌어질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 들 또한 그 전투에 영향을 받을 것 은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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