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너스 대륙전기-399화 (399/522)

리그너스 대륙전기 399화

알르드가 전쟁을 준비한다.

디아린 상단의 수레가 대륙을 누비 며 특산품들을 나르고, 림드 산맥을 포함한 알르드의 공장이 분주하게 돌아가기 시작하자 알르드와 국경을 맞닿고 있는 세력들은 발등이 불이 떨어진 것 마냥 화들짝 놀라며 긴장 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계속된 내전으로 왕국의 상 황이 말이 아니게 된 수인 왕국은 자신들끼리의 다툼을 멈추고 최후의 결사 항전을 위해 몇 번이나 회의를 개최해야만 했다. 리그너스 대륙에 서 알르드와 가장 많은 전쟁을 치렀 던 세력이 바로 자신들이기 때문이 었다.

알르드는 과거 림드 산맥 하나만 차지하고 있었던 소환자의 약소국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현재는 대륙에서 유일하게 A등급 마장기를 양산할 수 있는데다가 SSS랭크의 병사들을 앞세운 군대로 리그너스 대륙의 패권을 다투던 수인 왕국, 천족, 인간들의 국가를 몇 번이나 패퇴시켰던 군사강국이었다 .

대륙의 시선이 알르드에 집중된 와 중에도 알르드의 장인들은 밤늦게까 지 무기와 마장기들을 제작하기 시 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마장기들은 블루 스케일과 영토를 맞닿고 있는 에레 브로 보내졌고, 알르드에 첩자를 보 낸 각 세력들은 그 사실을 파악하고 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야만 했다.

알르드의 전력이 에레브로 집중된 다는 것은 알르드의 다음 목표가 자 신들이 아닌 블루 스케일이라는 것 을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당 연히 블루 스케일은 난리가 났다.

“에레브에 주둔하는 군대로 인해 이제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양 국의 사이에 군사적인 긴장감이 맴 돌고 있습니다. 시그너스에 계시는 세이라 클리퍼드 폐하 역시 깊은 우 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곧바로 블루 스케일의 사신이 디르 시나를 방문했다. 그리고 호는 그런 블루 스케일의 사신을 향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블루 스케일에는 알르드의 적인 천족의 군대가 주둔하고 있을 텐데? 에레브의 군대는 우리의 적을 막기 위한 방패일 뿐이다.”

“방패…… 입니까? 그러면 호님께 서는 블루 스케일의 천족 군대가 움 직이지 않는 이상 양국 사이에 군사 적인 문제는 일어나지는 않을 거라 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뭐, 모르지. 방패를 꼭 방어에 써 야하는 것은 아니니까. 무기가 없다 면 방패로 적을 찍어버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적대감이 느껴지는 호의 대답에 사 신은 긴장어린 표정을 지었다. 나름 좋은 사이라고 생각했던 알르드와의 관계를 대폭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

사신은 알르드와 블루 스케일의 인

연을 계속해서 들먹이며 필사적으로 서로의 충돌을 중재하려고 애를 썼 다. 하지만 천족의 군대를 받아들이 는 것으로 이미 틀어져 버린 양 국 가의 관계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호의 입장에서 천족을 받아들인 블 루 스케일은 이레네 아르티아의 퀘 스트 달성을 가로막는 적이나 다름 없었다.

계속된 중재에도 불구하고 의도적 으로 외면하고 고개를 젓는 호의 냉 정한 행동에 사신은 결국 절망한 표 정을 지으며 알현실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블루 스케일로 되

돌아갔다. 상황이 그만큼 심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양 국가의 사이는 앞으로도 더욱 나빠질 예정이었다.

“참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는 말 이 있더니만……. 조금은 불쌍하네 요.”

디르시나를 떠나는 블루 스케일의 마차를 보며 시진이 말했다.

“그만큼 국제 세계가 냉정하다는 말이겠지. 그리고 알르드의 입장에 서 영원한 아군은 없어도 영원한 적 은 있어.”

“그거 천족 말하는 거죠?”

시진이 호를 보며 히죽 웃었다.

이 세계에서 호와 몇 년이나 함께 한 탓에 그녀는 호가 천족에게 강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맞아. 라헬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라도 천족과 손을 잡는 일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결코 없을 거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그년이 이 이 상한 세계로 우리를 납치한 장본인 이잖아요? 진짜 무슨 꿍꿍이인 지……

그녀의 말에 동의하듯 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리그너스 대륙에 떨어진 지 몇 년이나 지났지만 라헬이 무슨 이유로 자신들을 이 세계로 끌고 온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알아 낸 게 전혀 없었다.

그냥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 전기’의 경험으로 말미암아 라헬이 이 대륙을 차지하기 위해 소환자를 이용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기껏해야 소환자가 사망했을 때 소 환자의 육체가 흩어지면서 생겨나는 빛들을 라헬이 흡수하고 있다는 것 이 호가 알아낸 것의 전부였다.

거기에 고대신이라는 이레귤러는 물론이고 루베릭 대륙과 파신 역시 여러 모로 신경이 쓰이게 만드는 존 재들이 었다.

하지만 당장 그들에 대해 신경을 쓸 여력은 없었다. 그건 호가 알고 있는 스토리가 아니었다.

‘리그너스 대륙전기에서는……

대륙을 통일하고 나면 이제까지 힘 을 축적하며 잠잠하게 있던 라헬이 자신의 막강한 군대와 함께 나타났 다.

그러고는 플레이어의 국가를 방어 에 취약한 후방에서부터 유린하며 대륙을 차지하려고 들었다.

그 군세가 어마어마할 정도로 강력

했기에 아무 생각 없이 대륙을 통일 하는 데 목표를 두었던 플레이어라 면 제대로 손을 써보지도 못한 채 게임 오버를 당해야만 했다.

‘가상현실게임과는 다르게 이 대륙 은 내가 알지 못하는 이레귤러들이 굉장히 많다. 하지만, 일단은 라헬을 끌어내는 것이 먼저야.’

다시금 자신의 목표를 생각하며 호 는 눈을 감았다 떴다.

“미피츠를 공격할 해군의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대형 갤리온을 포함한 대형과 중 형급 함선의 건조가 막바지에 있어요. 배를 다루는 수병들도 꽤나 훈 련이 진행됐고요.”

“해전 경험이 없어서 훈련이 쉽지 않았을 텐데?”

“블루 스케일에서 등용한 영웅들이 훈련에 큰 도움이 됐어요. 실전 경 험은 부족하지만 전선에 투입할 정 도는 될 거 같아요.”

시진의 말에 호가 고개를 끄덕였 다. 확실히 해상 왕국에 적을 둔 영 웅들답게 수병의 훈련에도 일가견이 있던 모양이었다.

블루 스케일의 국가적인 영웅인 도 베르만 제독의 군대만큼은 아니더라도 미피츠의 해안 전력을 무력화시 키며 아군의 병사를 수송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했다. 땅에 발을 디디는 순간 알르드는 압도적인 육상 전력 으로 미피츠를 유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블루 스케일 과 무기를 앞세운 대화를 나눠야만 했다.

그리고 이 주 뒤,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를 위시한 알르드의 선봉대 가 블루 스케일의 국경을 넘었다.

알르드의 군대가 국경을 넘자마자 블루 스케일의 수도 스완의 왕성에 귀족들이 호출되었다. 다들 을 것이 왔다는 표정이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군……. 바라테 이온이나 다른 왕국들에게 사신을 보내야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다른 왕국의 지 원은 기대할 수 없을 겁니다. 더욱 이 다른 왕국들은 이번 전쟁의 명분 이 기사왕에게 있다고 말하고 있습 니다. 애당초 천족이 우리나라에 주 둔을 시작한 것 자체가 이상했던 겁 니다.”

한 귀족이 비틀린 미소를 지어보였 다. 블루 스케일에 주둔하기 시작한 천족들에게 강한 적대감을 표하던 귀족이 었다.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는 데, 그게 지금 중요합니까? 다른 왕 국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면 우 리나라에 주둔한 천족들에게라도 군 사적인 지원을 받아야 합니다!”

“그들이 무슨 이익을 볼 게 있다고 우리를 지원하겠습니까? 하물며 천 족은 알르드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몇 번이나 패배한 세력입니다.”

“더욱이 알르드의 사령관은 그 기

사왕, 천족과의 전쟁에는 이골이 난 영웅이지.”

이레네 아르티아는 A등급 마장기 로 구성된 열 개의 마장기 편대와 이십만의 병사를 이끌고 진군해 오 고 있었다. 그에 반해 블루 스케일 의 전력은 국내에 있는 마장기를 모 조리 긁어모아도 서른 기가 채 되지 않았다.

그나마 병력의 숫자는 고만고만하 게 맞출 수 있었지만, 그게 전부였 다. 비슷한 숫자라도 병사의 랭크 차이가 크게 나는 상황이었다. 암담 한 상황에 깊게 한숨을 내쉬던 세이 라 클리퍼드가 말했다.

“천족의 지휘관은 뭐라고 합니까?”

“알르드의 군대가 접근하면 요격을 하겠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말 해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 같습니 다. 기껏해야 마장기 몇 기와 이만 이 조금 넘는 전력에 불과합니다.”

그 정도의 전력이면 회전 한 번이 면 순식간에 쓸려나갈 수준이었다.

“차라리 모에드 왕국처럼 알르드와 손을 잡는 건 어떻습니까?”

“그게 손을 잡은 것이요? 나라를 그냥 넘긴 거지? 모에드의 국왕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모릅니까?! 기껏 내놓은 해결책이 알르드의 밑으로 들어가자는 이야기요?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러면 어떻게 할 겁니까?! 승산 없는 전쟁에 헛되이 목숨을 버릴 겁 니까?!”

좀 전에 비틀린 미소를 짓던 귀족 이 대꾸하듯 말했다. 그는 지금의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계속해 서 냉소적인 독설을 연달아 쏟아내 었다.

그런 독설이 마음에 들지 않은 귀 족 몇몇이 울컥하며 나섰지만 그들 역시 마땅한 해결책이 없었다.

알르드의 진군 소식을 접한 건 스

완의 귀족만이 아니었다.

“이거 안 듣는 게 나았을 소식이로 군. 기사왕이 이끄는 알르드의 군대 가 스완으로 진군하고 있다니……

병사의 다급한 보고를 받은 도베르 만 제독이 인상을 찌푸렸다.

“에라이. 날개달린 재수 없는 녀석 들이 왕국에 들어올 때부터 꿈자리 가 뒤숭숭하더니만. 설마 그 끔찍한 전력을 우리들이 상대해야 하는 겁 니까? 제독님. 이건 모두 죽자는 겁 니다.”

바다에서 평생을 누빈 숙련된 늙은 부관의 얼굴에는 싫은 감정이 잔뜩 떠올라 있었다. 알르드와 함께한 몇 번의 전쟁을 통해 다들 알르드의 군 대가 얼마나 강력한 지 잘 알고 있 었다.

도베르만 제독도 부관과 비슷한 심 정이었다. 그만큼 알르드의 군대는 강력했다.

바다에서라면 모를까, 육전에서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를 않았다. 하물 며 상대는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 한때 인간들의 수호자였고, 현재도 대륙의 칠제라 불리는 영웅이었다.

“그래도 명령을 무시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회의실의 우측에 앉아 있던 젊은 부관이 끼어들며 말했다. 군문에 투 신한 지 몇 주 되지 않은 신참내기 였다.

그의 말에 늙은 부관이 한숨과 함 께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고 는 도베르만 제독을 향해 말했다.

“바다에서라면 모를까, 육전에서 그들을 상대했다가는 보나마나 전멸 입니다. 솔직히 말해 해전도 무시하 기 힘듭니다. 일주일에도 몇 척씩 카틀라스 항구에서 전함이 건조되고 있다고요.”

“그렇다고 군인이 명령을 무시할

수는 없지.”

“하아?…”

어차피 내려진 명령. 도베르만 제 독의 말에 늙은 부관이 우울한 표정 을 지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뒤통수 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제독, 어떻게 하실 생각 이십니까? 뭔가 묘수라도 있는 겁니 까?”

“그들과 정면으로 승부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고……. 알르드의 후방에 상륙에 도시를 불태우고 시 선을 분산시킬 생각이네만?”

“이거이거. 오랜만에 본업으로 돌

아가겠군요.”

“네? 본업요?”

둘의 대화에 끼어들지 못한 젊은 부관이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눈에 들어온 고참의 히죽 웃는 폼이 굉장히 수상쩍었다. 그러나 도베르 만 제독의 이러한 계획은 시작부터 이상하게 어그러지고 있었다.

대해를 누비는 블루 스케일의 함대 를 알르드의 함대가 가로막았기 때 문이었다.

“아니, 대형 발칸 포탑이 왜 이런 낙후된 곳에?! 어어?! 우리를 발견 했습니다. 포, 포격입니다!!!”

가까스로 그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알르드의 영토에 상륙해 도시를 약 탈하려고 해도 도시마다 제대로 접 근이 힘들 정도로 높은 성벽과 방어 시설이 철통처럼 지키고 있었다.

“젠장! 뭐, 이런 녀석들이 다 있 어! 이 녀석들 돈과 자원이 얼마나 남아도는 거야?!”

심지어 발전도가 떨어지는 도시의 재정 상황으로는 절대적으로 유지가 불가능한 방어 시설이 건설이 되어 있기까지 했다.

그렇게 도베르만 제독의 게릴라 전 술이 완벽하게 실패로 돌아갈 무렵, 기사왕이 이끄는 알르드의 군대는 별다른 저항 없이 블루 스케일의 수 도 스완의 코앞까지 진군해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