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너스 대륙전기 398화
띵동.
익숙한 벨소리와 함께 떠오른 던전 의 공략 성공 알림들.
S등급의 전투성과를 획득하고 이제 는 크게 의미가 없어진 대량의 경험 치와 영지 발전 자원들을 획득했다 는 내용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 다.
그리고 호는 그런 메시지들을 제대 로 읽어보지도 않은 채 닫아버리고는 다음 메시지를 확인했다.
-‘대륙의 평화 수호자’의 업적 보 상으로 경험치를 1241200 획득했습 니다.
업적의 달성.
보상은 별다른 게 없었다. 기껏해 야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는 게 전 부였다.
하지만 ‘대륙의 평화 수호자’ 업적 은 리그너스 대륙에서 위험난이도 SSS등급의 던전 다섯 번을 성공적 으로 공략했을 때 획득할 수 있는 업적이 었다.
“그 말은 즉……
업적 메시지를 닫은 호가 그 다음 으로 나타나는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띵동.
-SSS등급 클래스, ‘모든 것을 지배 하는 자-미솔로지’에 따른 모든 능 력치를 만족하고 있습니다. 전직하 시겠습니까?
전직이 처음인 것은 아니지만, 왜
일까?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이었 다.
리그너스 대륙에 소환된 지 6년차.
드디어 가상현실 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에 등장하는 지휘관 계통 의 최종 클래스로 전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에디터를 쓰고 게임을 플레이했을 때보다도 훨씬 더 빠른 시간에 전직을 하게 된 것이다.
“와아! 뿌듯 뿌듯한 표정? 드디어 전직할 수 있는 거예요?”
한시진이 감탄의 소리를 내며 말했 다. 아직 SS등급에 불과한 그녀의 얼굴에는 부럽다는 감정이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응. 이제 SSS등급의 클래스야.”
“그거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왕민솔로지’였죠?”
“아니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자-미솔로지’라고도 불리지. 클래스명, 기억하고 있네?”
“물론이죠. 오빠와 관련된 클래스 잖아요.”
애정이 담겨있는 한시진의 대답에 호는 그녀의 머리를 슬쩍 쓰다듬어 주고는 다시 눈앞의 메시지로 시선 을 돌렸다.
그러고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것 으로 전직을 하겠냐는 메시지의 내 용에 대답을 했다.
곧 몸에 고양감이 느껴졌다가 서서 히 사라졌다. 전직의 영향 때문으로 보였다. 딱히 대단한 건 아니었다. 그 흔한 팡파레도 없었다. 그렇게 전직을 마지차 또 다른 메시지가 이 어서 나타났다.
띵동.
-SSS등급의 유니크 클래스. ‘모든 것을 지배하는 자-미솔로지’로 전 직에 성공했습니다.
-모든 것을 지배하는 자-미솔로 지(SSS)으로 전직하면서 스킬 전장 파악, 한계 극복을 획득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스킬이네……
미솔로지로 전직하면서 새로운 스 킬을 두 개 획득할 수 있었다. 가상 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을 즐 겼을 무렵 자신이 종종 사용했었던 호의 주력 스킬이었다.
먼저 전장 파악은 유저들 사이에서 밸런스 논란이 있었던 사기 스킬이 었다.
전쟁 혹은 전투 중 아군의 강, 약
및 적의 강, 약을 파악해 알려주는 내용으로 이 스킬을 사용하면 자신 이 마치 전장의 신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던전에서 보스 몬스터를 상 대로 사용할 시 몬스터가 어떤 강력 한 스킬을 언제 사용하는지도 알 수 있어 던전 공략의 난이도가 확 내려 가기도 했다.
한계 극복 역시 전장 파악만큼이나 좋은 스킬이었다.
스피릿 발할라와 연계해서 사용하 면 아군 병사들의 능력치를 기존보 다 무려 500%나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최종 등급의 클래스답게 스킬 하나 하나가 전부 사기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호는 ‘모든 것을 지배하는 자-미솔로지’ 이상의 클래스를 잠 시나마 경험해 본 바 있었다. 가상 현실게임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EX 등급의 클래스가 ‘ 리그너스-온리 원’이 바로 그것이었다.
“전직했어요?”
“응. 잠시 스킬을 좀 파악하고 있 었어. 아무래도 지휘관 계통 클래스 다 보니 스킬도 다 그쪽에 관련되어 있네.”
“와……. 그렇다면 실버 문과 브뤼
헤아 비쉬들이 좀 더 세지겠네요. 막 오빠가 스킬을 사용하고 나면 병 사들이 마장기도 막 때려잡고 그러 는 거 아니에요?”
“B등급은 힘들지만 C등급 정도는 단독으로 박살을 낼 수 있지 않을 까?”
“역시!”
호의 대답에 한시진의 입에서 감탄 의 소리가 흘러 나왔다. 가뜩이나 강력한 SSS랭크의 병사들이 더더욱 강력해지고 있었다.
시진의 눈동자가 슬쩍 호의 얼굴로 향했다. 지금의 전력이라면 골치 아픈 적대세력인 천족과 수인 왕국쯤 은 가볍게 박살을 낼 수 있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세부 능력은요? SSS등급 의 클래스답게 한계 등급도 엄청 높 겠죠?”
“어? 아직 확인 안 해봤는데……
그렇게 대답한 호는 눈을 살짝 감 았다 뜨고는 자신의 정보창을 불러 왔다. 그리고 정보창의 내용을 확인 해가던 호의 눈동자가 휘둥그레 커 졌다.
〈플레이어 정보(Status)〉
1. 이름 : 윤 호
2. 성별 : 남(33)
3. 종족 : 인간
4. 소속 : 알르드
5. 레벨 : 500
6. 직업 : 모든 것을 지배하는 자 -미솔로지 (SSS)
7. 세부능력
통솔: 1000(+150)/3000(+150XEX+) 무력:300(+200) / 500(+200)(SS) 지력:500(+40) / 2000(+40)(EX) 정치:500 / 750(SSS) 매력 : 300 / 300(S)
8. 특성 : 부대 강화, 통솔 상승(특 대), 사기의 외침, 호위병 소환, 아 크 스피릿, 전장의 노래, 팔진도, 약 자멸시, 전장 파악, 한계 극복.
‘어어? 이게 무슨?!’ 가장 먼저 호의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다름 아닌 통솔의 한계 등급이 었다.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목격했었던 EX등급도 놀랄 법한데 무려 EX등 급에 ‘+’가 붙어 있었다.
한계 포인트 역시 1000 이나 높아 져 있었다. 호의 얼굴이 살짝 심각 해지는 것을 보며 시진이 조심스레 물었다.
“왜요? 뭐가 잘못됐어요?”
“아, 아니. 아니야.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조금 달라서, 잠깐 놀란 것 뿐이야. 대체 이 세계……. 성장의 한계치가 어디까지 인거지?”
묘한 호의 대답에 시진의 머릿속에 잠시 의문이 생겨났지만 거기까지였 다. 뒤이은 호의 대답에 그녀는 연 신 탄성을 터뜨려야 했기 때문이었 SSS 등급으로 전직에 성공하면서 호는 이 세계의 세부 등급이 EX등 급 그 이상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검의 왕좌’에서의 경험을 통해 소환자들 또한 황금색 재능을 지닌 리그너스 대륙의 영웅들처럼 EX등급의 클래스로 전직할 수 있다 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미솔로지로 전직을 하고 난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전설로 향하는 시 험’이라는 퀘스트가 도착했기 때문 이었다.
내용은 퀘스트의 이름 그대로 EX
등급으로 전직하는 데 필요한 조건 들이 적혀 있었다.
“이 참에 로우덴도 승급을 시킬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키리네 공국에서의 던전 토벌을 마 치고 알르드로 돌아가는 길에 호의 시선이 로우덴에게 향했다. 알르드 의 황금색 재능을 지닌 영웅들 중 승급에 가장 가까운 영웅이 바로 그 였기 때문이었다.
다른 영웅들과는 달리 로우덴의 EX 승급과 관련된 아이템들은 돈만 물 쓰듯 쓴다면 자체적으로 제작이 가능했고, 가장 까다로운 조건 중 하나인 SSS등급의 던전 공략 역시 던전 하나만 성공적으로 더 공략한 다면 조건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 었다.
그렇기에 호는 블루 스케일의 SSS 등급 던전인 넵튠 궁전을 공략해 로 우덴의 조건을 달성할 생각이었다.
미피츠를 공략하기 전 EX등급의 영웅까지 손에 넣어 만반의 준비를 갖출 계획이었다. 그러나 디르시나 에 도착한 호를 기다리는 것은 블루 스케일에 천족의 군대가 주둔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두 세력이 손을 잡은 것은 아닌 모양이에요. 수퀴드 수운다 공작 편 으로 천족 군대의 주둔은 자신들의 의지가 아니라는 뜻을 전해왔어요.”
“그렇다는 것은……. 결국 천족의 돈을 갚지 못한 모양이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막대한 차입금에 바라테이온과의 전쟁에서 획득한 영지에 들어가는 돈도 생각 하면……. 블루 스케일의 허약한 재 정 상황에서는 큰 압박으로 다가왔 었겠죠. 거기에 국영지까지 관리를 해야 되는데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마땅한 특산품도 블루 스케일에는 없잖아요?”
“아예 없지는 않지만 뭐, 그리 대 단한 품목들은 아니었지.”
호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솔직히 말해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 전기’의 경험 때문에라도 블루 스케 일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 다. 하지만 블루 스케일이 이렇게까 지 나온다면 기사왕을 품고 있는 알 르드의 상황에서는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들의 땅에 천족의 군대가 주둔하는 것을 용인하다니. 배은망덕한 놈들. 우리가 도와준 게 얼마나 많은데!”
w O 으 ’’시진의 분노에 호는 턱을 괴던 자 세를 풀고는 힐끗 누군가를 바라보 았다.
회의실에 자리한 영웅들 또한 알게 모르게 누군가를 의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회의실에 조용 하게 자리하는 영웅이었지만 오늘따 라 그 조용함이 소름끼치도록 무시 무시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영웅들의 시선을 느꼈 는지 기사왕이 크게 숨을 내뱉고는 편한 자세를 취하며 입을 열었다.
“블루 스케일과 나의 관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지금의 나는 골든 크로우의 왕도 아니고 인 간들의 수호자라 불리던 존재도 아 니다. 그러나……
목이 타는 모양인지 이레네 아르티 아가 말을 멈췄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거기까지였다.
복잡한 표정이 그녀의 대답을 대신 하고 있었다. 잠시 후, 로우덴이 입 을 열었다.
“멍멍. 아국과 블루 스케일의 관계 는 분명 동맹이나 다름없던 사이입니다. 하지만 블루 스케일이 천족과 손을 잡았다면 우리와 블루 스케일 의 관계 또한 다시 재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멍. 게다가 미피츠와의 전 쟁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블루 스케 일에 주둔해 있는 천족 군대는 큰 위협이 될 게 분명합니다.”
“그렇겠지……
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블루 스케 일에 주둔한 천족의 전력이 제대로 파악된 것은 아니지만 어찌되었든 적은 적이었다. 게다가 블루 스케일 은 알르드의 수도나 다름없는 림드 산맥의 코앞이나 다름없는 카틀라스 항구와 영토를 맞닿고 있었다.
행여나 천족들의 공격에 카틀라스 항구가 뚫리기라도 한다면 알르드의 중심이나 다름없는 림드 산맥의 발 전된 도시들이 순식간에 엉망이 될 수 있었다.
‘아군의 약점을 찌를 수 있는 세력 을 그냥 둘 필요는 없겠지.’ 가상현실 게임이 아닌 현실. 세이 라 클리퍼드에 호감이 있는 것은 분 명하지만, 블루 스케일이 자신과 거 리를 두겠다면 억지로라도 품에 안 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면 블루 스케일과 전쟁을 준비해야겠군.”
“경고가 아니라요?”
밸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틀어진 사이인데, 굳이 시 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잖아? 블루 스케일을 점령하고, 연달아 미피츠 까지 무너뜨려야겠어.”
“인간들의 입장에서는 재앙이나 다 름없겠네요.”
“팔 왕국이라는 이름은 이미 역사 속으로 들어간 지 오래잖아?”
호가 벨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 의 말대로 리그너스 대륙의 패권을 다투는 인간 종족의 팔 왕국은 아이 리스 성국을 포함해 모에드가 이미 자취를 감춘 상황이었고, 골든 크로 우 또한 군사 강국에서 약소국으로 전락한지 오래였다.
거기에 이번 전쟁으로 인해 블루 스케일과 미피츠까지 사라진다면 대 륙에 남아있는 인간들의 나라는 광 업국가 토란과 키리네 공국, 골든 크로우와 바라테이온이 전부에 불과 했다.
전부 약소국이나 계속된 전쟁으로 국토가 피폐해진 나라들에 불과했 다.
“인간들의 미래가 암담하군.”
기사왕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
했다. 그러나 호는 그 속에 담긴 울 분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다른 종족 의 압박으로 인해 인간들이 대륙에 서 멸시받거나 피폐한 생활을 하는 것을 제가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거니까요. 알르드는 다른 종족과 마 찬가지로 인간들 또한 품어나갈 겁 니다.”
호가 그녀를 안심시키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