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너스 대륙전기 395화
“수고했네. 나와 드워프들은 알르 드의 도움을 결코 잊지 않을 걸세.”
칼라시니코프의 용광로가 해방됐기 때문인지, 아니면 봉인이 풀려가고 있던 고대신을 다시 봉인을 시킬 수 있던 덕분인지 쿠퍼 쏘우의 목소리 에는 안도가 잔뜩 담겨 있었다.
“서로의 이득이 맞았기 때문이 죠……. 드워프들을 칼라시니코프의 용광로를 그리고 우리는 견인들의 국가 바우에 대한 드워프의 불가침조약이 필요했으니까요. 뭐, 어찌되 었든……. 후. 약속은 꼭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고대신을 물리치라는 무지막지한 퀘스트로 인해 마음이 상해있던 호 가 그를 향해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 다. 그리고 그런 호의 행동은 쿠퍼 쏘우가 오해하기에 충분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네들의 피해가 컸지. 어쨌든 우리 드워프들이 바우 를 공격할 일은 없을 걸세. 이 쿠퍼 쏘우가 대족장의 멱살을 잡아서라도 그렇게 만들도록 하지. 이번 공략에 고대신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골드 스트리안도 자네에게 감사하다고 맥주를 보낼 걸세. 아! 그래. 거기에 추가적인 보상도 더 해주겠네.”
“추가적인 보상?”
호가 눈을 살짝 떴다가 슬며시 감 았다.
쿠퍼 쏘우가 말한 추가적인 보상이 무엇인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드워프하면 손재주가 뛰어 난 장인의 종족. 아무래도 능력이 좋은 아이템일게 뻔해 보였다.
‘드워프의 무기라……
분명 나쁘지는 않다. 적어도 한 부 족의 드워프들을 이끄는 장인 쿠퍼쏘우가 하는 말이니 B, C급과 같은 허접한 것은 아닐 터. 최소한 A등 급 이상. 아니면 그 이상의 등급인 아이템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호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매 력적이지 않는 보상이었다.
알르드는 위험난이도 SSS 등급의 던전까지 공략이 가능한 전력을 보 유하고 있었다. 이론적으로 던전 공 략 보상을 통해 SSS등급의 아이템 까지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당연 히 S등급의 아이템이 눈에 찰리 없었다.
“뛰어난 무기네. 내가 업무를 보는 칼라시니코프의 관저에 보관되어 있는데 자네에게도 한 번 보여주고 싶 군. 분명 마음에 들 거야.”
예상했던 대로 쿠퍼 쏘우가 말한 보상은 S등급의 장검 아이템이었다.
눈이 휘둥그레 질 정도로 뛰어난 무기는 아니었지만, 평범한 S등급의 아이템보다는 조금 더 뛰어난 능력 치를 보이고 있었다.
‘그래봤자 S등급……
한시진은 SSS등급의 무기인 루디 안 소드를 호 역시 SS등급의 무기 인 살라딘의 쇼텔을 사용하고 있었 다.
그 외에 장검을 사용하는 엘리트
마장기사들도 자신의 고유 무기나 던전 공략을 통해 획득한 SS등급 이상의 아이템을 장비하고 있었다.
“감사히 사용하겠습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호는 쿠퍼 쏘우 의 추가적인 보상을 거절하지 않았 다. 아무리 아이템이 남아돈다 해도 공짜 보상은 받는 게 좋았다.
어차피 알르드에서 장검을 무기로 사용하는 영웅은 굉장히 많았다. 그 중 한 명에게 주면 될 일이었다.
“드디어 나이트 관련 연구를 끝마 쳤습니다!”
상민의 말에 에르지 마을의 천족 영웅인 조원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 었다. 상민의 목소리가 마치 대단한 것을 해낸 것 마냥 우렁찼기 때문이 었다.
“그래봤자 B 랭크의 병사 아닙니 까? 프리테븐에서는 SS랭크의 보병 을 양성할 수 있습니다. 고작 B 랭 크의 인간 병사라니……
조원이 말끝을 흐렸다. 소환자의 능력으로 인해 인간 고유의 연구를 진행하고 그와 관련된 결과물을 천족들 정확히 말하면 에르지 마을에 서 사용할 수 있었지만, 아직까지 눈에 띌 만한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 었다.
그에 반해 인간들의 연구에 관련되 어 투자되는 자원은 에르지 마을의 자원 수급 상황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다행이도 소환자 에게 주어진 창조신의 능력이 고위 천사들의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터 라 연구에 소모되는 자원의 소모에 관해서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그렇 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보여줄 만한 결과물이 필요했다.
그러나 상민의 목소리가 우렁찬 것
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이제부터! 우리는 인간족의 마장 기 관련 연구에 들어갈 겁니다.”
상민이 말했다. 인간들의 마장기와 관련된 기술은 나이트의 연구를 끝 마친 이후부터 진행할 수 있었다. 애당초 해금조건이 그것이었다.
그리고 상민은 가상현실게임 ‘리그 너스 대륙전기’에서의 경험을 떠올 려 그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안 타깝게도 어떤 식으로 기술을 발전 시켜야 마장기까지 최단거리로 도착 할 수 있는지의 루트는 자세히 기억 나지 않았지만, 확실히 떠오르는 것 은 나이트까지 개발을 마친 직후에야 마장기 관련 기술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마, 마장기말입니까? 그렇다면 우 리들도 알르드처럼?!”
“아뇨. 아직은 개발을 끝내야 할 연구가 굉장히 많아요. 자원이 더 필요합니다. 연구에 필요한 특산품 들도 필요하고요.”
“으음. 전에 비해 에르지 상단의 규모가 좀 더 커졌다고는 하지만, 마장기 관련 연구가 시작되면 엄청 난 양의 특산품이 사용될 텐데요.”
“그래서 말인데……
고위 천사들의 도움이 더 필요했
다. 게다가 대륙의 모든 특산품을 구할 수 있는 시장도 필요했다. 다 행히 퉁 파오의 미피츠를 이용하면 인간족의 마장기 관련 연구에 사용 되는 특산품 특히 휴머니온 합금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았 다.
“일단 십 천사 분들에게 연락을 취 해보겠습니다.”
조원이 말했다. 마장기 관련 연구 는 어마어마한 자원이 소모되는 국 가 규모의 연구였다. 아무리 십 천 사의 재력이 대단하다 하더라도 충 분히 부담스러우리라.
그러나 자신들의 마장기 뿐 아니라
인간들의 마장기까지 동시에 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연구였다. 천족이 리그너스 대륙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성공적 으로 연구를 끝마쳐야 했다. 더욱이 인간족의 마장기인 라이온레인은 천 족 마장기의 약점 중 하나인 중, 원 거리에서 뛰어난 전투력을 보여주는 마장기 였다.
그리고 두 종족 이상의 마장기가 전장에서 연합하게 되면 어떤 무시 무시한 시너지를 내는지 알르드가 전장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아보르 비테와 라이온레인의 활약에 천족들 은 압도적으로 우세를 점했던 골든 크로우와의 전쟁에서 기사왕을 손에 넣지 못하고 결국 패배와 함께 후퇴 를 해야 했었다.
“최대한 많은 자원을 지원 받아야 합니다.”
그런 조원의 대답에 상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자원이 소모 되는 일이지만, 마장기 관련 연구는 그 무엇보다도 최우선적으로 진행해 야만 하는 일이었다. 마장기는 가상 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에 둥 장하는 가장 강력한 전쟁 병기였다.
“마장기 관련 연구라니……?”
조원이 가장 먼저 찾아간 십 천사
는 파에타였다. 전투력은 대단치 않 았지만, 천족의 십 천사 중 가장 재 력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이였다. 그 리고 조원은 에르지에 몸을 담기 전, 파에타의 휘하에 있던 영웅이었 다. 게다가 파에타의 영지는 상민의 영지인 에르지와 맞붙어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도 알르드처럼 라이 온레인의 양성이 가능해지는 건가?”
당연히 파에타는 조원의 보고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인간들만이 사용이 가능한 마장기의 관련 연구를 진행 할 수 있다는 게 무엇을 뜻 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조원이 대답했다.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이제야 첫 발걸음을 떼는 일입니다. 하물며 마장기는……
“다양한 첨단 기술들이 접합된 병 기지. 쉽게 생산이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은 하지 않아. 그래서 돈이 필 요한 건가?”
“그렇습니다. 에르지 마을의 재정 상황으로 마장기 관련 연구를 진행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또한 특산 품의 구매에 대한 도움도 필요합니
“휴머니온 합금이 필요하겠군. 뭐, 그건 저번 전쟁에서 노획한 것들을 사용하면 되니……
파에타는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마어마 한 자원이 소모되는 일이지만 여신 라헬의 뜻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내 놓을 수 있는 자원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파에타는 마 장기 관련 연구에 소모되는 모든 자 원을 홀로 감당할 생각은 없었다.
“라이프린님과 다른 십 천사들에게 는 내가 직접 연락을 취하도록 하 지. 자네는 이제부터 인간족의 마장 기 관련 연구에 집중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파에타 님.”
“아! 그리고 말일세.”
신성력이 충만한 방 안에서, 조원 을 바라보던 파에타의 눈동자가 반 달처럼 휘어졌다.
“여신 라헬님에 대한 상민의 믿음 은 어떤가? 뭐, 이제까지 특별한 보 고는 없었던 것 같다만……?”
“수상한 낌새는 없었습니다. 현재 그는 충실한 라헬님의 신도입니다.”
조원의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파 에타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좋아. 그렇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
겠군.”
파에타의 말에 조원이 가볍게 목례 를 올렸다.
파에타가 자신의 하얀 날개를 쫙 펼치더니 멋들어지게 갈무리했다. 그러고는 의자 뒤로 날개를 빼어 앉 고는 쭉 기대어 앉았다.
“언제든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면 바로바로 말하게. 여신 라헬님의 빛 에서 태어난 우리들과는 다르게 소 환자는 믿음직한 녀석들이 아니야. 서쪽에 있는 멍청한 마족들을 떠올 려보면 알 수 있지. 바보같이 소환 자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대 륙에 알르드라는 강력한 세력을 만들어냈지 않은가?”
“좀 더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겠습 니다.”
“알겠네. 마장기 관련 연구에 사용 하기 위해 요청한 자원은 곧 보내주 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파에타 님.”
대답과 함께 조원은 자리에서 물러 났다. 원했던 것을 달성했으니 이제 는 다시 에르지 마을로 돌아가야 했 다. 그리고 그런 조원의 모습을 보 며 파에타는 인간들의 마장기를 떠 올렸다.
저번 골든 크로우와의 전쟁에서 파
에타는 후방의 지원 임무를 맡았었 다. 덕분에 인간들과 제대로 된 전 투를 치른 적은 없었지만, 골든 크 로우의 라이온레인이 어떤 식으로 아군의 마장기를 압박했는지는 멀리 서나마 본 적이 있었다.
특히 엄청난 위력을 자랑하는 라이 온레인의 마력 폭탄은 아군의 B 급 마장기인 엔젤 가디언을 순식간에 고철로 만들었다.
물론, 그 주인공이 리그너스 대륙 의 칠제이자 인간들의 영웅인 기사 왕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했지만 그 만큼 라이온레인의 위용은 자신들이 자랑하는 세인테르와는 다른 방면으로 대단했다.
“그런 마장기를 우리도 사용할 수 있단 말이지……
파에타가 가볍게 감탄을 하며 혼잣 말을 이어나갔다.
“미약하게나마 그들이 창조신의 힘 을 사용할 수 있을 줄이야 누가 알 았겠어? 후후후. 소환자 녀석들이 이런 식으로나마 쓸모가 생길 줄이 야.”
하지만 천족의 소환자 중에서 십 천사가 주시할 만한 가치가 있는 소 환자는 박상민 단 한 명뿐이었다. 아직까지 창조신의 권능을 발휘하는 소환자는 그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 다.
그러나 라이프린을 위시한 십 천사 들은 다른 소환자들의 관찰도 게을 리 하지 않고 있었다.
언제 창조신의 권능을 깨달을 수 있는 소환자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 이었다. 그리고 특별한 몇몇 소환자 들이 창조신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 다는 사실이 대륙의 지배자와 권력 자들에게도 알음알음 조금씩 전해지 고 있었다.
일단 알르드의 윤 호가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왠지 이번 소환은 왠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군.”
분명 창조신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는 재능 넘치는 소환자 들을 차지하기 위해 선택의 신전에 서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느 낌이 들었다.
벌써 6회 차까지 소환이 이루어지 면서 천여 명이 조금 넘는 소환자가 대륙에 발을 디뎠지만, 이제까지 리 그너스 대륙에 소환된 소환자들은 대륙에 명성을 떨칠 정도로 두각을 드러내는 인물이 거의 없다시피 했 다.
알르드의 소환자들과 각 종족의 전 폭적인 지원을 받은 극소수의 1, 2 회 차 인물들 제외하고는 다들 자신 의 목숨을 건사하는 것조차 힘든 상 황이었다.
“뭐, 그렇다 하더라도……
파에타는 리그너스 대륙의 동남부 를 차지하며 자신들처럼 대륙의 패 권을 차지하기 위해 아웅대던 세력 하나를 떠올렸다.
한 때는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으로 대륙을 공포로 벌벌 떨게 만들었던 세력이었지만, 알르드와의 전쟁에서 계속해 패배하면서 많은 영토를 빼앗긴데다가 왕국을 이루던 종족 하 나가 통째로 떨어져 나가는 대사건 까지 벌어지면서 이제는 그저 그런 세력으로 전락한 수인 왕국이었다.
“그 녀석들은 창조신의 권능을 사 용할 수 있는 소환자를 얻는다 하더 라도 제대로 쓸 수조차 없겠지.”
수인 왕국을 향한 그의 목소리에는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
보잘것없던 소환자의 세력에 밀린 수인 왕국은 지는 해나 다름없는 상 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