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너스 대륙전기-394화 (394/522)

리그너스 대륙전기 394화

-‘고대신-파이가론의 봉인을 확인 하라’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이그니타는 칼라시니코프의 용광 로를 뜨겁게 달구던 불의 정령이었 습니다. 하지만 그는 고대신의 유혹 에 넘어가 타락했고, 파이가론의 부 활을 위해 용광로를 폭발시키려다가 소환자들의 손에 의해 쓰러졌습니 다. 그러나 아직 모든 위험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드워프들의 친우였 던 정령 이그니타를 타락시켰던 수상한 힘에 대한 출처를 밝혀내야 합 니다.

쿠퍼 쏘우와 함께 당장 창조신이 만들었던 고대신 파이가론의 봉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파이가론의 봉인이 위험한 상황이라면? 리그너 스 대륙이 큰 위험에 빠져 있습니 다. 서둘러야 합니다.]

“하???????”

어째 퀘스트의 내용이 심상치 않았 다. 아무래도 휴식은 조금 뒤로 미 뤄야 할 것 같았다.

“ 오빠?”

“멍멍? 호님?”

“느낌이 좋지 않은 게 봉인의 상태 에 대해 신경이 쓰이네? 휴식을 조 금 미루더라도 드워프들과 함께 고 대신의 봉인을 확인하고 가야겠어.”

실버 문들이 전장을 정리하는 사이 알르드의 영웅들이 호의 곁으로 모 였다.

SSS등급의 던전인 칼라시니코프의 용광로 공략에 성공한 이들은 다들 자신들의 이뤄낸 성과에 뿌듯한 표 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영웅들을 보며 호가 말했다.

“병사들은 이곳에 대기하고 마장기

사들은 드워프들과 함께 고대신 파 이가론의 봉인을 확인하러 간다.”

“고대신이라니……?”

“설마 고대신과 전투를 벌여야 하 는 겁니까?”

한 마장기사의 침을 삼키고는 물었 다. 그리고 호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저었다. 봉인이 풀린 고대신 과의 전투?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 게 된다면 골치가 상당히 아파질 것 이었다. 하물며 모든 전력이 온전한 것도 아니었다. 이들은 방금 전 까 지 보스급 몬스터 여럿과 전투를 벌 였던 상황이었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아무래 도 후퇴를 해야겠지. 타락했다 하더 라도 그들은 신이라 불리는 존재. 그 강력함은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 는다.”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가 한숨과 함께 말했다. 그리고 호 역시 고개 를 끄덕였다. ‘검의 왕좌’에서 고대 신을 상대로 전투를 치러본 그로써 는 고대신의 무시무시함에 대해 누 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훗날 EX등급의 클래스를 얻을 뒤 라면 모를까, 지금의 전력으로 고대 신과 맞부딪치는 것 자살행위나 다 름없었다.

“큰 문제는 없을 걸세. 봉인이 풀 렸다면 우리가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을 테니까.”

그리고 그런 알르드의 영웅들을 향 해 쿠퍼 쏘우가 말했다.

굳이 봉인을 확인하러 가는데 많은 인원이 함께할 필요는 없었다. 설령 전투가 벌어지게 된다면 일반 병사 들은 큰 도움이 되지 못했기에, 일 반 병사들을 제외한 마장기사들만이 가기로 했다. 그래도 수십 기나 달 하는 대인원이었다.

파이가론이 봉인된 장소까지 가는 동안 이상하게 생긴 괴물들 몇이 일행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검은색 연 기처럼 생긴 녀석들이었지만, 날카 로운 발톱과 같은 무기들을 사용해 마장기의 장갑에 흠집을 낼 수 있었 다.

하지만 브로리와 기사왕이 나서자 돈과 아이템을 내놓고 사라졌다. 허 접한 녀석들이었지만, 괴물들의 모 습을 확인한 쿠퍼 쏘우의 표정은 어 두워져 있었다.

“확실히 창조신님의 봉인이 약해지 긴 한 모양이군. 타락한 파편이 모 습을 드러내고 있다니……

옆에서 쿠퍼 쏘우의 말을 들은 호 가 말했다.

“봉인이 풀렸을 가능성은 없습니 까?”

“음. 그렇지는 않네. 아까도 말했지 만 봉인이 풀렸다면 우리들이 알아 차리지 못할 리가 없거든?”

“봉인을 확인하는 특별한 아이템이 라도 있는 겁니까?”

“아니. 그런 건 없어. 하지만 봉인 이 풀린 고대신의 타락한 힘은 우리 가 눈치채기 싫다 해도 알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네. 온 몸이 떨리고 절망감이 든다면 고대신이 봉인이 풀린 거라 생각하면 되지. 그리고 설령 그런 일이 생긴다면……

한껏 분위기를 잡는 쿠퍼 쏘우의 모습에 호도 입을 다물었다가 조심 스레 물었다.

“생긴다면?”

“튀어야지.”

“ 하?”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쿠퍼 쏘우의 대답에 호가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호의 반응에 쿠퍼 쏘우가 양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이봐. 정말로 고대신의 봉인이 풀 린 상황이라면 우리가 해결할 게 아 니야. 대륙의 칠제를 비롯해 여신 라헬까지 나서야 하는 끔찍하게 위 험한 상황이라고. 고대신은 창조신 리그로우와 세리너스와 대적하던 괴 물 중의 괴물이야. 신이라고.”

“그의 말이 맞다. 만약 고대신의 봉인이 풀린 상황이라면……. 맞서 싸우기 보다는 어떻게 무사히 도망 을 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봐야 한 다.”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도 쿠퍼 쏘 우의 말에 동의하며 말했다. 그만큼 고대신의 힘이 강력하다는 이야기였 다.

여신 라헬에 루베릭 대륙, 그리고 고대신까지.

골치가 아팠다. 어째 알르드의 힘 이 점점 더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와 중에 신경 써야 할 적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기분이었다.

‘원래라면 슬슬 A등급 마장기 양 성 체제와 용족 병과를 훈련시키면 서 대륙을 정복할 타이밍인데……

또한 천족과의 국경에 요새도시를 여럿을 세워 우주방어체계를 만들어 놓으면 훗날 라헬이 오호신장과 함 께 병사를 일으키는 진 엔딩이 발생 해도 어렵지 않게 그들을 물리치고 대륙을 통일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루베릭 대륙과 파신 그리고

고대신의 존재는 가상현실게임 ‘리 그너스 대륙전기’의 진 엔딩이자 최 악의 보스였던 라헬이 아무것도 아 닌 존재처럼 느껴지게 하고 있었다. 깊은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어쨌든 봉인부터 확인해 봐야겠네 요. 부디 봉인이 멀쩡했으면 좋겠습 니다.”

“동감일세.”

고대신이 봉인된 장소로 갈 수 있 는 드워프들의 비밀 통로는 일직선 의 통로였지만 굉장히 길었다. 게다 가 중간 중간 드워프들이 만들어 놓 은 함정도 해제하면서 가야했고, 갑 작스레 나타나는 타락한 파편도 상대해야 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이동하자 일행 들의 눈앞에 둥글게 만들어진 공간 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마치 피라미드를 연상시키 는 건축물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 다.

그리고 피라미의 꼭대기에는…….

“저건……

호가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쿠 퍼 쏘우에게 말끝을 흐리며 물었다.

그런 호의 눈에 검 한 자루가 피 라미드를 내리누르듯 꽂혀 있는 게 보이고 있었다. 날에서 회백색의 아우라가 눈에 확연히 보일 정도로 흘 러나오고 있었는데, 크기가 거의 데 스 사이더에 준할 정도로 엄청나게 큰 검이었다. 그 엄청난 위압감에 호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으슬으슬 떨고 있었다.

다른 이들도 호와 비슷한 반응이었 다. 브로리나 이레네 아르티아도 크 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라이트 블링거. 창조신 리그로우 의 무기 중 하나일세. 고대신 파이 가론을 봉인하는 데 사용되었다고 알려진 대검이지.”

쿠퍼 쏘우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말했다. 라이트 블링거가 어떤 식으로 고대신을 봉인하고 있는지는 굳 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도 봉인은 무사해 보였다. 타락한 파편들은 라이트 블링거의 힘에 못 이겨 고대신의 봉인에 접근 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계속해서 흐른다면 결국 봉인을 풀렸을 것만 같았다. 하물며 이그니타가 칼라시니코프의 용광로를 터뜨리는 대폭발로 라이트 블링거에게 타격을 주었다면, 고대 신의 봉인은 확실하게 풀렸을 것 같 았다.

“일단 고대신의 봉인을 위협하는

타락한 파편들을 청소해야겠군요.”

“파편의 처리는 자네들에게 부탁하 도록 하지. 나와 드워프들은 봉인의 상태를 점검해보겠네.”

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봉 인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내용이 하 나도 없었다.

투콰아앙!!!

고대신의 봉인을 파괴하려던 타락 한 파편들을 향해 마장기의 마력 폭 탄과 검들이 날아들었다. 피라미드 의 근처에 있던 타락한 파편들이 알 르드 영웅들의 공격에 빠른 속도로 소멸이 되기 시작했다.

타락한 파편들의 숫자가 적지 않았 지만, A등급 마장기의 압도적인 화 력 앞에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호 역시 마력 폭탄과 검을 이용해 자신에게로 달려드는 파편들을 하나 하나씩 베어나갔다.

그런 호를 향해 타락한 파편들이 날카로운 기세로 달려들었지만, 이 런 녀석들에게 당하기에는 이제까지 싸운 자신의 전투 경험이 아까웠다.

“어, 엇?”

그렇게 힘차게 타락한 파편들을 베 어내던 도중 순간 호의 머리로 강력한 통증이 일어난다 싶더니 의식이 가물가물해졌다.

[……이 빌어먹을 봉인에서 나가야 하는데…… 크아아아아! 나의 노예 를 죽이고, 이곳까지 찾아오다니! 네 놈! 이 파이가론님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창조신의 주구! 이 일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니라! 이 봉인에서 풀려나는 순간 네 놈의 영 혼을 공허 속에서 갈기갈기 찢어 버 리리라!!!]

찢어지는 목소리가 자신의 머릿속 으로 파고들자 호가 입술을 꽉 깨물 었다. 저주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박 히는 느낌이었다.

‘이건 뭐지?! 무슨 일어나고 있는 거야?’

띵동.

‘고대신 - 파이 가론을 소멸 시켜라’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창조신 리그로우의 힘에 의해 봉 인된 고대신 -파이가론은 자신의 파편에 물든 이그니타를 물리치고, 위태해진 봉인을 다시 재건하는 당 신에게 강렬한 분노를 느꼈습니다. 고대신 -파이가론은 자신이 무로 변할 때까지 이 일을 잊지 않을 것 이라며 당신에게 저주를 내렸습니다. 이런 파이가론의 저주에서 벗어 나려면 그를 물리치는 방법 밖에 없 습니다.

하지만 고대신의 힘은 너무나도 강 력합니다. 지금 당장 파이가론을 상 대하기에 당신의 힘은 너무나도 보 잘 것 없습니다. 파이가론은 리그너 스 대륙을 차지하려는 악몽 중의 악 몽. 고대신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철 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고대신의 타락을 추종하는 주구들을 물리치면 서 얻을 수 있는 카오스 큐브의 힘 을 이용하십시오.

그리고 모든 준비가 끝나면 라이트 블링거와 힘을 합쳐 파이가론을 쓰러뜨려야 합니다.

명심하세요. 고대신의 봉인은 영원 하지 않습니다. 언제 파이가론이 라 이트 블링거의 힘을 밀어내고 세상 에 모습을 드러낼지 모릅니다.]

그리고 이어서 나타나는 퀘스트 메 시지에 호가 부들거리는 손으로 자 신의 머리를 매만졌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내용이었다.

“제길. 저주를 내릴 거면 나 말고 창조신이나 라헬에게 내리던가. 빌 어먹을! 결국 고대신이라는 괴물 녀 석과 싸우라는 얘기잖아?!”

창조신 리그로우와 세리너스는? 리 그너스 대륙을 차지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는 여신 라헬은 대체 무엇 을 하고 있는 건가? 왜 영문 모르 게 이 대륙에 끌려온 자신이 고대신 을 상대해야 하는 거지?

여러 가지 의문이 가슴을 답답하게 짓눌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 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공략본에 파이가론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고대신이 관련된 퀘스트인 만큼 난이도로 따 진다면 EX, 아니, 그 이상의 수준이 틀림없었다.

그 증거로 퀘스트의 내용에도 철저

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나와 있었다. 하물며 알르드의 지금 전력을 가리 켜 너무나도 보잘 것 없다는 평가를 내리기까지 했다.

“좋아! 봉인의 수리가 끝났어. 이 제 봉인은 멀쩡하네! 타락한 파편도 더 이상은 나오지 않을 거야!!!”

멀리서 쿠퍼 쏘우가 힘차게 소리치 며 말했다.

그러나 퀘스트의 내용을 확인하고 창을 닫은 호는 몸과 마음이 몽롱한 느낌이었다. 퀘스트를 확인하면서 심력이 엄청나게 소모된 느낌이었 다. 그리고 앞으로도 심력이 많이 소모될 것 같았다.

“빌어먹을.”

호는 이를 악 물었다. 그런 호의 분노가 고대신 파이가론이라는 미지 의 적에게 향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 른 이에게 향하는지는 호만이 알 뿐 이었다.

이번 칼라시니코프의 용광로 원정 은 정말로 최악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