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너스 대륙전기 392화
띵동.
-SSS급 던전 칼라시니코프의 용광 로의 ‘폭주한 기계 장치 - 발코움’ 을 물리쳤습니다.
- 전투성과를 결산중입니다. 3…… 2…… 1. 결산완료.
- 이번 전투의 등급은 S랭크입니다. 경험치를 1764300 획득했습니다.
- 총대장으로 전투에 참가했습니다. 20%의 경험치를 추가적으로 획득합니다.
칼라시니코프의 용광로에 등장하는 또 다른 보스급 몬스터를 물리치자 메시지들이 호의 눈앞을 가득 메웠 다. 그리고 호는 메시지의 내용을 하나하나 확인하고는 창을 닫았다.
“경험치는 쓸데도 없는데 계속 주 네.”
경험치는 전직을 하거나 자신이 보 유한 클래스의 한계까지 능력 포인 트를 올릴 때 사용하곤 했다.
그러나 많은 전투와 고 난이도의 던전 공략을 밥 먹듯이 하다 보니 세부 능력치를 한계까지 높였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엄청난 양의 경 험치가 쌓이고 있었다.
뭐,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 전기’에서도 으레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게임 초반이야 경험치 의 필요성이 두드러지지만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남아도는 것이 경험치 였다.
“후우.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 록 몸이 녹는 것만 같아요. 드워프 들은 이 뜨거운 열기에서 대체 어떻 게 활동할 수 있는 거죠?”
한시진이 말했다. 그녀는 브뤼헤아 비쉬가 냉기 마법을 사용해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기가 가시지 않 는 모양이었다. 그래서일까? 방금 전까지 전투를 치른 이라고는 생각 하기 힘들 정도로 굉장히 편한 옷차 림을 하고 있었다.
“글쎄? 아무래도 용광로 내에서 활 동하는 드워프들은 특수한 장비를 착용하지 않을까?”
“으으. 그런 장비가 있는 줄 알았 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빌려오는 건 데……
“없을 수도 있어. 일단 마장기의 냉방장치를 가동해 봐.”
“……하아. 데스 사이더는 냉방장
치가 없어요.”
≪ o 으 ’’한시진의 젖은 목소리에 호는 낮은 신음성을 내었다.
확실히 튼튼한 육체를 지닌 마족들 은 이런 더위나 추위도 거뜬히 버텨 낼 수 있었다. 당연히 그런 마족들 이 사용하는 마장기 역시 전투적인 능력에 집중했을 뿐, 냉방장치와 같 은 편의사항이 있을 리 없었다.
결국 호는 한시진에게 브뤼헤아 비 쉬 몇을 더 붙여주었다.
그녀의 불평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의 전투에 앞서 마장기사의 컨디션은 확실하게 관리를 해줘야했다.
‘그나저나 이제 몇 마리나 남았지.’
칼라시니코프의 용광로에는 총 다 섯 개체의 보스급 몬스터가 존재했 다. 그리고 방금 전, 자신들이 쓰러 뜨린 폭주한 기계장치 발코움은 호 가 용광로에 진입한 이후 네 번째로 만난 보스급 몬스터였다.
그렇다는 말은 이제 칼라시니코프 의 용광로에 남은 건 고대신의 힘에 타락한 불의 정령 이그니타 뿐이라 는 이야기였다.
“그 녀석만 쓰러뜨리면 퀘스트가 완료되는 건가……
위험난이도 SSS 등급의 던전에서 등장하는 보스급 몬스터답게 호는 그들을 상대하면서 열다섯 기가 넘 는 A등급의 마장기를 잃어야만 했 다. 하지만 주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엘리트 오너들은 큰 피해가 없었고, 용광로의 열기를 낮춰줄 브뤼헤아 비쉬들도 아직까지는 건재했다. 게 다가 타임어택이나 다름없는 이번 퀘스트의 남은 시간 또한 네 달가량 이나 남아 있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 지만 아쉬운 점이 조금 있다면 칼라 시니코프의 용광로를 공략하면서 대 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아이템은 획득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기껏해 야 SSS등급의 무기 아이템 하나에 불과했다. 그것도 지팡이 계통의 무 기인지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영 웅도 몇 없었다.
어쨌든 실버 문들이 전장을 정리하 는 동안 격렬한 전투를 치렀던 영웅 들은 편한 자세로 휴식을 취하거나 마음을 가다듬고 있었다. 마정석을 교체하거나 마장기의 부서진 부분을 보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모두 이다음으로 마주칠 던 전의 보스급 몬스터가 용광로의 마 지막 보스 몬스터라는 사실을 잘 알 고 있었다.
“좋아. 그러면 용광로를 폭주시키 는 불의 정령을 물리치고 이곳을 해 방시켜 보자고.”
연이은 전투로 인해 몸이 무겁게 느껴졌지만, 이곳에서 계속 시간을 보내봤자 몸이 제대로 회복될 리 없 었다. 빨리 타락한 불의 정령 이그 니타를 물리치고 알르드로 돌아가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하는 게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불의 정령만 물리치면 드워프의 영웅이 될 수 있는 건가?”
“그 녀석들 용광로를 해방시켜 줬 는데 감사하다는 말로 입 닦는 건 아니겠지? 미스릴 무기라도 하나 주 면 좋겠는데……
“하나? 위험난이도 SSS등급의 던 전이야. 열 개를 줘도 부족할걸?”
만만치 않은 상대가 남아 있지만, 대화를 나누는 영웅들의 표정은 밝 았다. 자신들의 실력과 마장기들을 믿는 것이다. 앞서 만났던 보스 몬 스터들도 무시무시한 괴물들이었지 만 모두 쓰러뜨릴 수 있었다.
“SSS등급의 던전에 있는 몬스터들 이 세상 밖으로 나오면 대륙에 재앙 이 닥친다는 이야기는 귀가 따갑게 들었다만……. 정말로 하나하나가 무시무시한 녀석들이다.”
자신의 전용기를 움직이며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가 중얼거렸다.
위험한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하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러나 칼라시니코프의 용광로와 같은 SSS 등급의 던전에서만 마주할 수 있는 보스급 몬스터들은 대륙 최강의 영 웅이라 할 수 있는 칠제들의 힘을 뛰어넘어 반신에 가까운 위용을 보 였다. 그리고 그럴 때 마다 아르티 아는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이런 괴물들이 정말로 대륙에 나타 나게 된다면 루베릭 대륙이나 고대 신과는 또 다른 무시무시한 위험으 로 다가올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에서 이런 괴물 들을 공략할 수 있는 세력은 알르드 가 유일했다.
골든 크로우는 물론이고, 리그너스 대륙의 2강이라 부를 수 있는 마족 과 천족이 나서도 이들을 물리치기 란 굉장히 힘들 터였다. 대륙의 강 력한 세력 중 하나인 드워프들조차 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알르드에 거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던가?
잠시 생각을 하던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가 입을 열었다.
“호. 칼라시니코프의 용광로를 해 방시키고 난 이후 또 다른 던전을 공략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또 다른 던전? SSS등급의 던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다. 이런 던전의 몬스터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면 필시 대륙이 혼 란에 빠질 거다. 던전 내에서 물리 쳐야 한다.”
“ O ”
?『?
아무래도 기사왕은 무시무시한 괴 물들이 리그너스 대륙을 불태우는 것을 우려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낮은 난이도의 던전이라면 모를까, SSS등급 던전의 마력이 폭 주해 던전 내의 몬스터들이 빠져나 오려면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릴 터였다. 뭐, 기사왕이 그 사실을 알리 는 없었지만 굳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 줄 이유도 없었다.
어쨌든 호는 또 다른 SSS등급의 던전 공략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황금색 재능을 지닌 이들을 EX등급 으로 승급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원래는 군트락에 있는 과거의 요 새를 공략할 생각이었습니다. 칼라 시니코프의 용광로 일만 아니었다면 말이죠.”
“과거의 요새라. 들어본 기억이 있 군. 이 용광로만큼이나 위험한 곳이 라고 하던데……?”
“그렇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요새 를 성공적으로 공략한 이후에는 블 루 스케일의 도움을 받아 넵튠 궁전 을 공략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총 세 개의 SSS등급 던전을 공략하게 되는 셈이었다. 여 기에 키리네 공국에서 하나 그리고 수인 왕국의 SSS등급 던전을 찾아 그곳까지 공략하고 나면 EX등급으 로 향하는 조건을 달성하게 되는 셈 이었다.
“그렇군. 그렇다면 훗날 SSS등급의 던전을 공략할 때 나도 같이할 수 있겠는가?”
“물론입니다.”
기사왕은 황금색 재능을 지닌 영웅 이었다. 싫다고 해도 끌고 가야 할 판이었다.
“저도요!”
“어? 너도? 야! 나두!”
언제부터 통신을 엿듣고 있었는지, 한시진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어 서 브로리의 다급한 목소리도 들려 왔다. 그리고 호가 피식 웃으며 말 했다.
“걱정 마. 싫다고 해도 끌고 갈 테 니까.”
브로리는 기사왕과 마찬가지로 황 금색 재능을 지닌 영웅이었다. 한시 진 또한 SSS등급의 클래스인 검신 으로 전직하려면 함께 위험난이도 SSS등급의 던전을 공략해야 했다.
“멍멍! 호님. 저는 던전의 공략보 다는 영지의 일을 처리하는 게 적성 에 맞는 것 같습니다만……
이어서 누군가의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르드의 또 다른 SSS등 급 영웅이자 황금색 재능을 지닌 영 웅 로우덴 셰필드였다.
뛰어난 군사인 로우덴은 분명 병사 들을 다루는 데 있어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영웅이었다. 하지만 규격을 달리하는 괴물들과의 전투에서 로우 덴이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곤 그리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전투에 휘말 리지 않게 병사들을 지휘하며 피해 를 줄이는 게 전부였다.
“기각.”
“어, 어째서?! 멍멍!”
로우덴의 당황한 목소리가 통신구 를 타고 흘렀다. 하지만 어쩔 수 없 는 선택이었다.
로우덴을 EX등급으로 성장시키려 면 지금처럼 던전 공략과 같은 상황 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함께 SSS등급의 던전을 공략해 야 했다.
게다가 카오스 큐브를 사용해서 획 득할 수 있었던 정보에 의하면 로우 덴을 EX등급으로 승급시킬 경우 로 우덴의 세부 능력 한계는 EX도 아 닌 EX+등급이 되었다. EX등급의 한계 능력이 2000이었으니 EX+등 급은 3000 혹은 그 이상이 될 가능 성이 높았다.
“다시 생각해보니 무시무시하네.”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 에서는 한 능력치가 999만 되도 대 륙에서 무쌍을 찍을 수 있었다. 애 당초 999가 상승시킬 수 있는 능력의 한계였다. 하지만 게임이 아닌 이 대륙에서는 그 이상의 능력 상승 을 꾀할 수 있었다.
그만큼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존재 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EX등급의 영웅은 훗날 있을 라헬과의 싸움에 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키맨과도 같은 존재가 될 게 틀림없었다.
거기에 높은 랭크의 용족 병과도 모집할 수 있게 된다면 리그너스 대 륙의 통일도 바라볼 수 있었다.
일단은 세력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 지고 지금처럼 퀘스트를 통해 영웅 들을 성장시켜야 했다. 적어도 칠제 와 같은 괴물이나 라헬을 손쉽게 상대하려면 말이다.
고대신의 힘에 타락한 불의 정령 이그니타는 칼라시니코프의 용광로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그니타가 있는 장소는 뜨거운 불 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저놈의 이그니타인가?”
“확실히 일반적인 불의 정령과는 조금 다른 생김새를 하고 있군요. 고대신의 힘에 타락한 영향인가 봅 니다.”
호와 일행들의 등장으로 입구 쪽이 소란스러워지자 이그니타의 시선이 그리로 향했다. 하지만 자신이 있는 공간으로 오지 못하는 일행들을 보 며 이그니타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 다. 그리고는 더욱더 뜨거운 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칼라시니코프의 용광로를 폭발시키 기 위해서 말이다.
“큭!”
마장기의 냉방 장치를 풀로 가동했 음에도 불구하고 고열로 인해 피부 가 화끈거렸다.
“아무리 불의 정령이라 해도 이건 너무한 거 아니야? 이런 열기라 니……
냉방 장치가 없는 한시진의 건강이
심히 우려가 되었다. 고개를 돌려보 니 브뤼헤아 비쉬들이 데스 사이더 를 얼릴 기세로 빙계 마법을 퍼붓듯 이 난사하고 있었다.
“이거 그냥 무턱대고 돌입했다가는 통구이가 되겠는데……
“전투를 벌이더라도 저 불길을 진 정시킨 후에야 제대로 싸울 수 있겠 어요.”
이그니타가 뿜어내는 열기에 경악 한 누군가의 목소리로 통신구를 타 고 흘렀다.
호 역시 마찬가지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관우는 내 여자’의 공략본에도 이런 상 황의 해결책은 나와 있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며 혹시나 있을 해결 책을 찾아봤지만 딱히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그냥 몸으로 떼워야 한다는 건 가……
호의 눈동자가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이그니타에게 향했다.
타락한 정령의 입가에 걸린 비웃음 에서 왠지 모를 불안감이 느껴졌다. 무턱대고 공격하기에는 느낌이 좋지 않았다.
“아! 우리가 늦지 않았군! 좋은 타
이밍에 도착한 건가?!”
그리고 그때였다.
호의 뒤에서 마장기가 포함된 군대 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쿠퍼 쏘우가 이끄는 드워프 군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