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너스 대륙전기 390
“준보스급의 녀석이다. 모두들 방 심하지 말고 상대해.”
용암 골렘의 정보를 확인한 호가 공략본을 닫으며 말했다.
이미 던전에 진입하기 전, 호는 공 략본의 내용을 토대로 공략에 참가 하는 영웅들에게 칼리시니코프의 용 광로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에 대한 대략적인 상대법과 특별하게 조심해 야할 것들에 대해 미리 설명한 바 있었다. 하지만 고대신이라는 존재로 인해 던전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는 알 수 없는 만큼 최대한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칼라시니코프의 용광로는 위험 난이도 SSS등급의 던전이었다.
“크워어어!!! 모조리 쓸어버려주 마!”
그리고 성큼성큼 아군에게로 달려 오던 용암 골렘이 커다란 손을 부여 잡아 깍지를 끼고는 붕붕 몸을 회전 하기 시작했다. 용암 골렘의 커다란 동체가 크게 한 바퀴 회전할 때마다 엄청난 풍압에 의해 실버 문들이 뒤 로 밀려나고 있었다.
“저게 뭐야?”
몸을 빙글빙글 돌리는 용암 골렘을 보며 호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용암 골렘의 공격 패턴이 공략본에 서 볼 수 없었던 패턴이기 때문이었 다.
물론, 고대신이라 불리는 이레귤러 의 존재 때문이라도 공략 상황이 ‘관우는 내 여자’의 공략본대로 마 냥 흘러가지 않을 거라고는 예상하 고 있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예상을 벗어나고 있었다.
어쨌든 단단한 몸체는 물론이고, 거기에 회전력까지 더해진 스윙 공격에 제대로 얻어맞기라도 한다면 아무리 마장기라도 무사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런 용암골렘의 돌진을 보 며 잠시 고민에 빠진 한 영웅이 있 었다. 두터운 장갑을 보유한 엘프 종족의 C 등급 마장기 세비트리의 오너인 엘 라스엘이었다. 잠시 후, 고민을 마친 라스엘이 마장기의 조 종간을 움직이며 외쳤다.
“제가 막겠어요!”
C 등급 마장기지만, 세비트리는 장갑의 단단함만큼은 A 등급 마장 기와 비교해도 꿇리지 않았다. 하물 며 라스엘이 탑승한 마장기는 그녀의 전투 스타일에 딱 맞게 개조된 전용기 였다.
그렇게 엘 라스엘의 세비트리가 움 직이며 커다란 동체가 아군에게로 달려들던 용암 골렘의 앞을 가로막 았다. 그리고 라스엘의 냉정한 눈동 자가 용암 골렘을 응시했다.
띵동
엘 라스엘이 우리는 세계수의 방패 입니다를 발동했습니다. 엘 라스엘 과 그녀 휘하의 엘프 병사들의 방어 력이 20% 상승합니다.
쿠쿠쿵!!!
이어지는 라스엘의 스킬 발동 메시
지와 함께 커다란 두 덩치가 전장의 중앙에서 부딪쳤다. 충격파가 전장 을 휩쓸고 지나갔지만, 마장기들이 정면에서 모든 충격을 흡수했기에 병사들의 피해는 미미한 수준에 불 과했다.
“크으윽!”
묵직한 충격과 함께 조종석에 붉은 색 경고등이 빠르게 점멸했다. 하지만 라스엘이 재빨리 조종간을 움직
여 충격으로 무너진 마장기의 균형
을 회복하고는 커다란 손으로 용암
골렘을 밀쳐냈다.
“빌어먹을 놈! 모조리 부셔서 고철 로 만들어 주마!!!”
“세계수의 방패는 네놈 같은 괴물 에게 부서지지 않는다!”
쾅! 콰쾅!
자신의 회전 공격이 세비트리의 방 어에 막혀 허무하게 멈춰서야만 했 기 때문일까? 아까보다도 훨씬 얼굴 이 붉어진 것 같은 용암 골렘이 눈 앞의 마장기를 향해 거칠게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단단한 방패와도 같은 세비 트리는 그런 용암 골렘의 공격을 느 릿하지만 확실하게 막아내고 있었 다.
그렇게 엘 라스엘이 탑승한 세비트
리가 용암 골렘을 붙잡는 사이 호는 빠르게 용암 골렘의 공략 진영을 구 축할 수 있었다.
“호! 그냥 지켜볼 생각이야?”
“그렇지 않아도 공격할 생각이었 어!”
브로리의 통신에 호가 고개를 끄덕 였다. 그리고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네 기의 마장기가 번개처럼 사 방에서 용암 골렘을 향해 달려들었 다. 호와 브로리를 포함해 한시진과 이레네 아르티아가 그 주인공이었 다.
그리고 네 기의 마장기가 용암 골
렘을 향해 자신의 화력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크웍?! 커허헉!!!”
엄청난 충격이 연달아 몸체를 강타 하자 용암 골렘이 화들짝 놀란 표정 을 지었다. 합금과도 같은 강도를 지닌 자신의 몸체가 순식간에 부서 지고 갈라지고 있었다.
아무리 위험난이도 SSS등급의 던 전에서 등장하는 준 보스급 몬스터 라지만 이 넷의 공격은 용암 골렘으 로서도 무시할 수 있을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나마 호의 마력 폭탄 정도만이 몸으로 버틸 수 있을 만한 수준의 공격이었다.
“이, 이놈들이?!”
먼젓번 찾아온 침입자들과는 비교 도 되지 않는 강력한 공격이 연이어 몸체를 강타하자 용암 골렘은 당황 한 표정을 지었다.
손쉽게 쫓아낼 수 있을 줄 알았는 데, 까닥하다가는 자신이 여기서 목 숨을 잃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다른 이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어딜 도망가려고!”
그리고 그런 용암 골렘의 움직임에 서 수상한 낌새를 파악한 엘 라스엘 이 크게 소리를 치며 용암 골렘의 퇴로를 막아서기 시작했다.
“쿠워 억!”
귀찮게 자신을 붙잡고 늘어지는 세 비트리를 향해 용암 골렘이 거칠게 팔을 휘둘러 뿌리치면서 몸체를 강 타당한 세비트리가 잠시 비틀거렸지 만, 마력을 가득 끌어올려 자세를 회복한 엘 라스엘은 다시금 용암 골 렘의 앞을 가로막으며 그의 움직임 을 붙잡고 늘어졌다.
“나이스! 그대로 꽉 붙잡고 있으라 고!”
그런 엘 라스엘의 움직임에 브로리 가 감탄사를 터뜨리며 앞으로 달려 들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아군이 만들어준 기회를 그 냥 보낼 정도로 호락호락한 영웅이 아니었다.
띵동
이레네 아르티아가 검신을 발동했 습니다.
브로리 발란스가 무릎 꿇어라! 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달려드는 마장기 들을 모습에 용암 골렘의 표정이 일 그러 졌다.
“흥! 별 것도 아니네.”
코웃음과 함께 브로리가 기고만장 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칼라시 니코프의 용광로’에 진입하자마자 호와 일행들을 반겨준 준 보스급 몬 스터인 용암 골렘은 격렬했던 등장 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로 아군에 게 조금의 피해도 주지 못한 채 산 산조각이 났다.
그나마 라스엘의 전용기인 세비트 리의 장갑 몇 군데가 움푹 파인 것 이 피해라면 피해의 전부였다.
“위험난이도 SSS등급의 던전이라기
에 재미 좀 볼 줄 알았는데 별거 아니잖아?”
“준 보스에 불과한 녀석이야. 가볍 게 몸 풀기라고 생각해.”
어느새 마장기의 조종석에서 내려 온 호가 브로리를 향해 말했다. 등 장은 요란했지만, 용암 골렘은 기껏 해야 준 보스급 몬스터. 칼라시니코 프의 용광로에 있는 진정한 위험과 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SSS등급 의 던전에서 등장하는 준 보스급 몬 스터를 아군의 전부도 아닌 고작 세 명의 영웅으로 상대해 물리칠 수 있 었다.
‘역시 네임드들은 다르네.’
똑같은 SSS등급의 영웅이지만 브 로리와 이레네 아르티아는 확실히 전장에서 보여주는 존재감이 달랐 다. 소환자라지만 한시진도 그 재능 과 능력만큼은 확실했다. 그래서일 까? 호는 이번 던전의 공략이 그렇 게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무시무시한 괴물인 고대신이 직접 등장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 지만, 자신이 알아본 정보와 퀘스트 의 내용에 따르면 ‘칼라시니코프의 용광로’에는 고대신의 힘에 타락한 불의 정령만과 그와 연관된 괴물만이 있을 뿐이었다.
“일단, 용광로가 폭발하는 것은 막 아야겠지. 브뤼헤아 비쉬들로 용광 로의 온도를 낮추면서 천천히 진입 한다.”
호가 퀘스트 창을 열어 공략까지 남은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 용광 로가 폭발하기 까지는 충분한 시간 적 여유가 있었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루루 팡! 루루 피!”
“모두 얼어붙어라!”
브뤼헤아 비쉬의 냉기 마법에 뜨겁 게 타오르던 용광로의 열기가 차츰 차츰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에 이상 함을 느낀 용광로 내부의 몬스터들 이 브뤼헤아 비쉬를 노리고 달려들 었지만, 마장기와 실버 문의 방패에 자잘한 기스만을 내고는 먼지로 변 해 사라졌다.
그렇게 얼마나 진입했을까?
“호님. 저 녀석, 왠지 심상치 않아 보이는데요?”
“보스 몬스터가 분명합니다.”
“좋아. 이 몸이 상대해 주지!!!”
이제껏 만났던 몬스터와는 차원이 다른 위압감을 풍기는 괴물의 등장 에 브로리가 앞으로 달려 나가려다가 슬쩍 다리를 거는 한시진의 행동 에 우스꽝스럽게 나뒹굴어 땅바닥에 코를 찧고는 울상을 지었다.
“너! 너! 이, 이게 무슨 짓이야? !”
“워워, 잠깐 진정해. 아무리 싸우는 게 좋다 해도 전투 진영은 갖춰야 할 거 아니야? 혼자서 싸울 거야?”
“저깟 놈은…!”
“혼자서도 상대할 수 있다고? 알 아, 알아. 네가 우리 왕국에서 가장 쎄다는 거. 하지만 우리가 상대해야 할 건 저 녀석 하나만이 아니잖아?”
“큭!”
브로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
정을 지었다. 하지만 일리가 있는 한시진의 말에 반박은 못하고 입술 만 뾰로통하게 내밀며 툴툴거릴 뿐 이었다. 그보다는 왕국에서 가장 쎄 다고 표현한 한시진의 칭찬 아닌 칭 찬에 넘어간 모양새였다.
‘애 다루는 게 수준급이네.’
진지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지만, 행동거지가 어린 아이와도 같은 브 로리를 가볍게 진정시키는 한시진을 향해 엄지를 치켜 올린 호는 고개를 돌려 멀찍이 보이는 몬스터를 주시 했다. 생김새는 드워프와 같았지만, 피부가 꺼멓게 변한데다 눈에 흰자 위만 남아있는 것이 그냥 봐도 정상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고대신의 힘에 타락한 건가?’
호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 이유 밖 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관우는 내 여자’의 공략본에 나와 있는 정 보에 따르면 눈앞의 드워프는 ‘칼라 시니코프의 용광로’에 있는 진귀한 광석들을 훔치려고 잠입한 도둑 드 워프 골롬이라는 설명이 짤막하게 나와 있었다.
어쨌든 눈앞의 괴물이 칼라시니코 프의 용광로에 등장하는 보스급 몬 스터인 것은 확실했다.
“그러면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
다.”
이미 몇 번이나 설명한 바 있었지 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이 던전은 뭐니 해도 리그너스 대륙에 서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진 SSS등 급의 던전이었다.
그렇게 브리핑이 끝나고 모든 전투 준비가 끝난 일행들을 뒤로 한 채 호가 골름을 노려보며 자신의 한 손 을 들어 올렸다가 힘차게 내렸다. 그리고 무수한 빛줄기들이 검은 드 워프를 향해 날아들었다.
“너희들은?! 그렇군! 내 광석을 노 리는 도둑들이로구나!!!”
호와 일행들의 공격이 시작되면서 그들의 존재를 알아챈 골롬이 강한 적대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무슨 헛소리야!”
골롬에게 접근한 시진이 눈앞의 과 물을 향해 힘차게 낫을 내리그었다. 단단한 마장기의 장갑마저도 단숨에 갈라버리는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그러나 예리한 절삭력이 무색하게 낫이 지나간 골롬의 피부에서는 불 꽃만이 튀어오를 뿐이었다.
“뭐, 뭐야? 이 녀석?! 몸이 돌덩이 같잖아?”
“하하하!!! 이까짓 공격이 나한테
통할 것 같아? 골롬! 내 몸은 단단 한 광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몸 이야 말로 광석을 사랑하는 진정한 드워프라고!”
“이거 미친놈 아니야?!”
한시진의 공격이 연달아 골롬의 몸 을 강타했다. 다른 이들의 공격도 마찬가지였다. 브로리의 날카로운 발톱도, 이레네 아르티아의 검도 라 이온레인의 마력 폭탄이 골롬의 몸 에 틀어박혀 폭발을 일으켰다. 하지 만 그 누구도 골롬의 단단한 피부를 뚫지 못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골롬의 공격이 한 번씩 적중당할 때마다 마장기는 전투 불능, 병사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 고 목숨을 잃고 있었다.
“간지럽다! 간지러워!!!”
“젠장, 뭐가 이렇게 단단해?”
“미친 놈 주제에 왜 이렇게 튼튼 해!”
연달아 무기를 휘두르던 영웅들의 입에서 불안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 다. 이제까지 쏟은 화력이라면 리그 너스 대륙의 칠제라도 제압할 수 있 는 수준이었는데, 눈앞의 미친 괴물 은 멀쩡해도 너무나 멀쩡한 모습이 었다.
“집중해! 저 녀석의 광석 몸체를
깨뜨려야 제대로 된 타격을 줄 수 있다!”
호 역시 황당한 것은 마찬가지였 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다른 이들 과는 다르게 호의 눈에는 골롬의 생 명력 변화가 확실하게 보인다는 점 이었다.
“피해는 계속해서 누적되고 있으니 까 상대의 공격만 조심해!”
미미하지만 아군의 계속되는 공격 에 골롬의 생명력은 계속해서 줄어 들고 있었다. 그리고 저 생명력이 30% 이하로 떨어지는 순간, 골롬의 몸을 이루고 있는 단단한 광석은 급 속도로 깨져나갈 터였다. 게임으로 치면 1페이즈의 끝이었다.
“크하하하! 내 광석 맛 좀 봐라!”
문제라면 골롬의 파괴적인 공격이 적중당할 때마다 아군 병사들이 쓸 려나간다는 점이었다. 특히 용광로 의 온도를 낮춰줄 수 있는 마법병인 브뤼헤아 비쉬의 피해는 누적이 될 수록 뼈아프게 느껴지고 있었다.
확실히 가볍게 쓰러뜨릴 수 있었던 용암 골렘과는 차원이 다른 강함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