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너스 대륙전기-389화 (389/522)

# 389

리그너스 대륙전기 389화

띵동.

-킹덤 오브 사바나의 건설이 끝났습니다.

-군트락에 거주하고 있는 수인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킹덤 오브 사바나의 영향으로 알르드에 거주하고 있는 수인들이 윤 호를 칭송합니다.

-영지민들의 사기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군트락의 모든 공사 효과가 50% 상승합니다.

띵동.

-드래곤 랜서의 연구가 완료되었습니다.

-다음 연구의 선택이 가능합니다.

두 달 동안 호는 군트락의 주도 토슬치에 자리를 잡고는 알르드로 이주한 묘인들의 안정과 새롭게 획득한 영토인 웨이하 숲의 방어에 집중했다.

수인 왕국이 내전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지만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는 일이었기에 내정보다는 군사적인 부문에 신경을 써야 했다.

그사이 알르드의 유일한 드래곤 영웅인 레피스트 퓨리온은 디르시나에 도착해 연구직에 호기심을 보이는 몇몇 영웅들을 강제로 연구팀에 합류시켜 용족 병종과 관련된 연구를 시작했다.

퓨리온의 연구팀 이름은 ‘드라코’. 엘 브릭의 ‘갈공이’처럼 이 세계의 이레귤러로 인해 생겨난 연구팀답게 드라코의 연구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S랭크의 비행병인 드레이크의 연구를 마친 게 불과 얼마 전이었는데, 한 달 보름동안 벌써 다음 랭크의 병종과 관련된 연구의 10%가량을 완료한 것이다.

‘드라코’의 영웅들이 연구에 점점 익숙해지며 자신들의 일에 속도가 붙게 되면 반 년 내에 SS랭크의 용족 비행병과의 양성도 가능할지 몰랐다.

어쨌든 드라코의 등장으로 인해 엘 브릭의 연구팀 갈공이는 마장기 및 내정과 관련된 연구에 모든 것을 집중할 수 있었고, 덕분에 호는 알르드의 마장기와 병사 모두의 발전을 꾀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알르드의 모든 것이 순탄하게 흘러가는 시간 동안 가슴이 타들어가는 인물이 한 명 있었다.

“그래서 언제쯤 출발할 건가? 이정도면 충분히 상황이 괜찮아진 것 같은데? 칼라시니코프의 상황이 제법 심각해. 하루라도 빨리 던전을 공략해야 하네.”

군트락의 집무실을 찾은 밴더빌트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근 두 달간 무려 네 번이나 군트락을 방문하고 있었다. 그 만큼 칼라시니코프의 상황이 시급했기 때문이었다.

고대신에 의해 타락한 불의 정령 이그니타의 불똥들이 던전의 밖으로 튀어나오고 있었다.

칼라시니코프에 배치된 드워프 군대가 어찌어찌 그들을 막아내기는 했지만, 마법의 물이 아니고서는 끌 수 없는 불똥들로 인해 목숨을 잃은 드워프들이 벌써 수백이 넘었고, 파괴된 건물만 해도 수십 채에 달했다.

“그렇지 않아도 곧 군사를 일으킬 생각입니다.”

호가 말했다. 밴더빌트의 재촉이 아니더라도 슬슬 움직일 생각이었다.

웨이하 숲의 방어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고, 수인 왕국의 도발을 막아낼 병사들 또한 충분히 배치가 되었다.

거기에 묘인들의 정착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으니, 이제는 걱정하지 않고 움직여도 될 것 같았다.

“정말인가?! 그, 그럼 언제쯤 출발할 건가?”

자신이 기다리던 대답이 호의 입에 흘러나오자 밴더빌트는 솥뚜껑 같은 손으로 호의 손을 꽉 부여잡았다. 그러한 밴더빌트의 행동에 호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장은 힘듭니다. 슬슬 영웅들을 소집해야죠.”

위험난이도 SSS등급의 던전이다. 알르드의 내로라하는 엘리트들을 끌고 가야 했다. 더욱이 칼라시니코프의 용광로는 무시무시한 힘을 지닌 고대신과 관련된 던전. 방심을 금물이었다.

게다가 퀘스트를 위해서라면 한시진을 포함해 황금색 재능을 지닌 영웅들은 모두 소집해야만 했다. 로우덴까지 말이다.

“영웅들의 소집? 으음…. 그들 모두가 군트락에 있는 건 아니겠지?”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호가 기침을 큼 하고서 말했다. 알르드의 영토는 제법 넓다. 그리고 영토를 지켜야 하는 유능한 영웅들이 각지에 배치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대표적으로 한시진은 카틀라스 항구에 그리고 브로리는 웨이하 숲에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는 모에드 왕국에 있었다.

그런 호의 대답에 인상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에 잠기던 밴더빌트가 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상황이 급해. 우리들의 이동수단인 드워르기니를 지원해주겠네. 당장 어디로 가서 누구를 데려올지 말해 보게.”

“……칼라시니코프의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습니까?”

예상 이상으로 적극적인 밴더빌트의 행동에 호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그니타의 열기가 용광로의 내부를 달구고 있네. 미스릴로 만들어진 외피에 영향을 줄 정도로 뜨거운 열기지.”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되는 겁니까?”

“물론이지! 이대로 있다가는 칼라시니코프의 용광로가 터져 버릴 거라고! 그렇게 되면 칼라시니코프가 잿더미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주위의 모든 곳이 화염에 휩싸일 거야! 그리고 그 화염들을 흡수한 이그니타는 칠제가 나서도 상대하기가 힘든 끔찍한 괴물이 될 걸세!”

“네, 네에?!”

호가 눈을 크게 떴다. 어째 이야기를 들어보니 칼라시니코프의 상황은 자신의 예상보다도 훨씬 더 안 좋은 것 같았다. 하물며 칼라시니코프는 알르드의 국경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도시가 아니던가?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다면 수인 왕국을 향한 방어는 대충 해놓고 당장이라도 병사를 일으켰을 터였다.

“아, 아니?! 그런 이야기는 없었잖아요?!”

“그거야 뭐…. 그 전에 우리가 물리칠 줄 알았지. 이렇게 될 줄 알았나?”

“…….”

“우리는 최선을 다했네. 결과가 안 좋았을 뿐이지.”

자신들의 책임은 하나도 없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리는 밴더빌트의 모습에 호는 진심으로 눈앞의 드워프를 한 대 때릴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 * *

“그, 그거 큰일 아니에요?”

이 세계에 익숙해진 이후로 웬만한 일에는 별로 놀라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한시진이 전후사정을 듣고는 입을 벌렸다.

“큰일이지. 까닥하다간 바리안스의 대지는 물론이고, 붉은 핏빛의 숲까지 날아간다고 하니까.”

“아, 아니 그 때까지 드워프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대요?”

“뻘짓. 뭐, 자기들 딴에는 어떻게든 막으려고 했나봐. 물론, 아무것도 못한 모양이지만.”

한시진이 얼굴을 찌푸리며 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에휴. 그래서 칼라시니코프의 용광로는 언제 터진대요?”

“으음…….”

정확한 시기는 알지 못했다. 다만 밴더빌트는 칼라시니코프의 용광로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온도가 상승한다면 반 년 안에는 무조건 터질 거라고 말했다. 용광로 내에서 벌어질 전투의 영향을 생각하면 폭발의 시기는 그보다 훨씬 빨라질 터. 하루라도 빨리 던전을 공략해야만 했다.

마치 게임 속의 타임어택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때였다.

띵동.

-‘칼라시니코프의 용광로’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쿠퍼쏘우가 다스리는 도시이자 드워프 왕국에서 가장 거대한 용광로 중 하나인 칼라시니코프의 용광로는 고대신 파이가론의 힘에 타락한 불의 정령 이그니타의 불길에 휩싸인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그니타는 칼라시니코프의 용광로를 터뜨려 리그너스 대륙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칼라시니코프의 용광로가 터지게 되면 칼라시니코프 주위의 다섯 개 영토는 대륙의 생명체들이 살 수 없는 죽음이 땅이 될 것이며, 대지에서 흘러나오는 죽음의 기운들은 파이가론이 대륙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만들어주는 힘의 원천이 될지도 모릅니다.

리그너스 대륙에 닥칠 재앙을 막기 위해 어떻게든 이그니타와 고대신의 손에서 칼리시니코프의 용광로를 지켜내야 합니다.

남은시간 3600 : 00 : 00]

“빌어먹을. 진짜 타임어택이네.”

갑작스럽게 나타난 퀘스트의 내용을 읽은 호가 거칠게 콧바람을 내쉬었다. 그나마 남은 시간이 무려 3600 시간으로 약 다섯 달 정도의 여유가 있다는 점은 다행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었다.

그러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용광로 내에서 전투가 벌어지게 되면 저 시간이 어떻게 요동을 칠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칼라시니코프의 용광로는 위험난이도 SSS등급으로 추정되는 던전이었다.

다행히 ‘관우는 내 여자’의 공략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던전이었지만, 고대신의 타락에 물든 던전인 만큼 공략 방식이 어떻게 변했을 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운트리온의 힘에 타락한 ‘검의 왕좌’처럼 말이다.

“밴더빌트의 말에 따르면 약 다섯 달 정도의 시간이 있어 보여. 물론, 전투의 여파로 용광로가 불안정해질 것을 생각하면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겠지. 까닥하다간 안에서 터질지도 모르고.”

“어휴. 당장이라도 움직여야겠네요.”

“음.”

출진 병력은 이미 준비가 되었다. 마장기 편대도 마찬가지였다. 밴더빌트에게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호는 묘인족의 안정과 관련된 모든 일을 중단하고 곧바로 주위 영토에서 병력과 마장기를 끌어 모았고, S등급의 이상의 영웅들을 대거 소집했다.

덕분에 웨이하 숲이나 호올스를 방어하고 있던 엘리트 오너 다수가 토슬치에 모여 있는 상황이었다. 고작 사흘 안에 주위의 영토에 흩어져 있던 이들 모두가 토슬치에 도착 할 수 있었는데, 전부 드워르기니의 힘이었다.

다만, 던전 공략에 꼭 껴야할 한 명의 영웅은 아직 도착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바로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였다. 하지만 드워르기니의 폭발적인 스피드는 모에드와 군트락을 일주일 내에 주파하는 무시무시함을 선보였다.

그만큼 드워프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용광로에 있는 이그니타를 쫓아내준다면 내 이 은혜를 잊지 않겠네. 꼭! 꼭! 부탁함세.”

칼라시니코프에 알르드의 군대가 도착하자마자 칼라시니코프의 주인이자 드워프들의 족장 쿠퍼쏘우가 직접 호를 방문해 말했다.

그의 수척한 모습에서 호는 그가 용광로로 인해 얼마나 골치를 썩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최선을 다하도록 하죠.”

쿠퍼쏘우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알르드의 안전을 위해서는 용광로가 터지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만약 용광로가 터지기라도 한다면 바리안스의 대지가 잿더미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파이가론이라는 고대신이 알르드의 남부에 자리를 잡을 수도 있었다.

상황의 심각성과 드워프들의 약점을 이용해 뭔가를 얻어내고도 싶었지만, 그것은 용광로 공략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서도 생각할 수 있었다. 더욱이 이번 공략에 함께한 로우덴의 능력이라면 드워프들에게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칼라시니코프의 용광로 공략이 시작되었다.

“루루 팡! 루루 피!”

호를 선두로 알르드의 마장기 편대가 먼저 용광로에 진입했고, 잠시 후 뒤따라 들어온 브뤼헤아 비쉬들이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자마자 주위의 온도를 낮춰주는 빙계 마법을 시전을 했다.

“……어?”

그러자 퀘스트에 나타난 타임어택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용광로의 열기가 내려가게 된 게 그 이유로 보였다.

“용광로의 온도를 낮춰야 하니 브뤼헤아 비쉬들에게 계속해서 빙계 마법을 사용하라고 해.”

“네!”

호의 명령을 받은 영웅들이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뜨거운 용광로의 열기 때문에 병사들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또한 너무 높은 온도는 마장기의 원활한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쳤다. 넓은 범위의 온도를 지속적으로 낮추는 행위는 낮은 랭크의 마법사라면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SSS랭크의 병과인 브뤼헤아 비쉬들은 어렵지 않게 마법을 시전 해 용광로의 온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조짐이 좋은데? 역시 병사들의 랭크는 높고 봐야 한다니까.”

호가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브뤼헤아 비쉬들이 마법이 용광로의 온도를 낮추고 있을 무렵, 안쪽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뜨거운 열기만 있어야 할 용광로에서 냉기라니! 어떤 놈이냐!!!

그리고 용광로의 내부에서 나타나는 거대한 덩치.

보기만 해도 뜨거워질 정도로 온몸이 용암으로 이루어진 골렘이었다. 그리고 용암만큼이나 얼굴을 붉게 문든 녀석이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들! 또 죽고 싶어서 이곳을 찾아왔구나!”

호는 빠르게 ‘관우는 내 여자’의 공략본을 펼쳤다. 눈앞에 나타난 몬스터의 이름은 용암 골렘. 칼라시니코프의 용광로에 등장하는 준보스급 몬스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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