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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387화 (387/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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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 387화

“아무리 그래도…….”

근시일내에 드래곤 라이더의 양성이 가능할 거라는 호의 말에 레피스트 퓨리온은 영지를 운영하면서 생겨난 지루함이 싹 달아나는 기분이었다.

대륙의 균형 때문에 드래곤들이 직접 대륙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금하고 있었지만, 드래곤들의 피를 이어받은 드라고니안 제국이 한때 리그너스 대륙을 지배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 리그너스 대륙을 지배하는 일곱 종족이 생겨나기도 전의 일이었다.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날이 멀지 않은 고룡들은 그때가 드래곤들의 전성기였다는 말을 심심찮게 꺼내곤 했다. 퓨리온도 어린 시절 귀가 따갑게 드라고니안 제국의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드라고니안 제국의 가장 강력한 병과인 드래곤 라이더가 알르드에서 모습을 드러내려고 하고 있었다.

레피스트 퓨리온의 눈동자가 그 어느 때보다도 선명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드래곤 라이더가 등장하려는 마당에 알르드의 유일한 드래곤 영웅인 자신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어떤 연구를 마쳐야만 드래곤 라이더의 훈련이 가능한 거죠?”

“으음……. 먼저 SS랭크 비행병과인 드레이크 라이더의 연구를 선행해야 합니다. 크게 미스릴 안장, 순수한 마력 고삐, 강철 발톱, 백익의 강철 창과 관련된 연구를 끝내야 합니다. 추가적으로 네 개의 연구가 더 필요하고요. 세부 연구까지 따지자면 대략 스무 개 정도의 연구를 끝내야 되죠.”

퓨리온의 질문에 호는 ‘관우는 내 여자’의 공략본을 열어 드레이크 라이더와 관련된 연구 목록들을 싹 읽었다. 이렇게 보니 해야 할 연구가 굉장히 많았다. 연구팀 ‘갈공이’가 아니었다면 감히 연구를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 같았다.

호의 말에 퓨리온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녀가 잠시 주저하더니 조그마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드래곤 라이더와 관련된 연구 말인데요. 저도 참여할 수 있을까요? 아니, 연구팀을 하나 만들고 싶어요.”

“……네?”

“팀 이름도 정했어요. ‘드라코’. 먼 옛날 대륙의 생명체들이 우리 드래곤을 가리켜 부르던 이름이에요.”

띵동

‘레피스트 퓨리온’을 팀장으로 한 새로운 연구팀 드라코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녀를 포함해 총 다섯 명의 영웅을 연구팀에 합류시킬 수 있습니다. 연구 실적은 영웅의 지력과 정치 능력에 영향을 받습니다.

‘드라코’는 용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할 경우 30%의 연구 보너스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어, 어어……?”

갑작스레 나타나는 메시지. 하지만 메시지에 적힌 내용은 평범하지 않았다. 이 세계의 이레귤러 중 하나로 알고 있는 연구팀이 또 하나 생겨난 것이다.

덕분에 호의 얼굴은 혼란스러움으로 가득했다. 대체 어떤 조건으로 인해 메시지가 생겨났는지 짐작이 가는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간절히 원하면 세계가 도와준다는 건가?’

호는 레피스트 퓨리온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애타는 표정으로 자신의 허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환영입니다. 레피스트 퓨리온 님께서 도와주신다면 제 예상보다도 더 빨리 드래곤 라이더를 양성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바로 연구에 들어가면 되나요? 아, 먼저 디르시나로 가야겠네요. 그렇죠?”

“확실히……. 토슬치보다는 디르시나의 연구 시설이 훨씬 좋긴 하죠. 그 전에 먼저 퓨리온 님과 함께 팀을 이룰 영웅들을 선별해야겠네요.”

‘드라코’에 합류시킬 지력과 정치 능력이 높은 영웅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영웅 등급이 높은 녀석들을 선착순으로 검색해 연구팀으로 배치를 시키면 되었다. 개 중 적성에 안 맞는 녀석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그거야 열심히 갈다 보면 익숙해질 일이었다.

어쨌든 드라코의 등장은 알르드의 발전을 더욱 가속화시킬 게 분명했다. 연구팀의 보너스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팀 ‘갈공이’를 통해서 이제까지 경험한 바 있었다. 게다가 드라코는 용족 관련 연구에 보너스가 있었다.

‘드라코는 용족 병과 연구에 갈공이는 그 외 나머지 연구에 집중시키면 되겠네.’

어차피 연구를 하는 데 필요한 장소인 마법 연구소는 디르시나에 이미 두 개가 건설되어 있었다. 마법 연구소를 또 하나 건설하면 동시에 세 개의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알르드의 영토가 더욱 넓어져야만 했다.

* * *

드라코의 설립으로 인해 연구 관련으로 소모되는 자금이 큰 폭으로 늘어났지만, 이러한 소비는 오히려 기분 좋은 소비였다.

마장기 관련 연구와 병과 관련 연구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이레귤러로 인해 생겨난 연구팀이 진행하는 일이었다.

“찌익. 레피스트 퓨리온 님이 토슬치를 떠나실 줄은 몰랐습니다. 토슬치의 모든 곳에 그분의 손길이 닿아 있었는데…….”

다람쥐 영웅이자 군트락의 영주인 라쿤은 퓨리온이 디르시나로 떠난 게 굉장히 아쉬운 모양이었다. 그를 향해 호가 어쩔 수 없다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용족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싶어 했으니까. 그리고 연구 시설은 토슬치보다 디르시나가 훨씬 낫지.”

“……저도 알고 있습니다. 에잇! 토슬치에도 연구 시설을 지어야겠습니다!”

“지어서 뭐하게? 연구를 진행할 인력도 없으면서.”

“찍찍. 머리가 쌩쌩하게 돌아가는 다람쥐 영웅들을 쳇바퀴 돌리듯 돌리면 됩니다. 찌이익!”

“너 그러다가 수인 학대로 잡혀간다.”

“제가 토슬치의 영주인데 누가 저를 잡아가겠습니까? 찌익!”

나름 눈빛과 주먹에 힘을 주는 라쿤을 보며 호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자신만 없다면 진심으로 마법 연구소를 지을 기세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토슬치는 마법 연구소보다 주거지를 먼저 건설해야 할 거다. 북서쪽 주거 지역의 상황은 어때?”

“지반 공사를 마치고 이제 건물이 올라오는 수준입니다. 찌익. 묘인족들이 입주를 하려면 한 달 정도는 더 있어야 할 겁니다.”

“휘유…….”

3, 4층에 불과하지만 건물이 올라오는 데 한 달이 채 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부실공사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지만, 리그너스 대륙의 손재주와 마법의 존재는 그것을 충분히 가능하게 만들었다.

“주위 상업 지구와 기반시설 공사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

“찍찍. 물론입니다. 자금이 더 필요하긴 하겠지만, 나크 평원의 군주에게 요청을 했으니 보름 내에 리스가 도착할 겁니다.”

라쿤의 말을 들으며 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워낙 다양한 종족이 모인데다가 알르드 내의 수인 숫자도 굉장히 많았기에 묘인들을 받아들이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바리안스 대지의 묘인들은 이번 사태를 두 팔 들어 환영하고 있었다.

다만, 그들이 머무를 집들을 건설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워낙 많은 수의 묘인들이 짧은 시간에 몰려왔기에 대다수의 묘인들은 제대로 쉴 공간도 없이 몸으로 비바람을 맞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무 기둥과 천으로 만든 커다란 막사들이 지어져 있기는 했지만, 크게 도움이 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래도 팀 심시티와 함께 군트락, 바리안스의 대지, 붉은 핏빛의 대지, 디치 플레이스만과 같은 영토에서 대규모의 주거지역이 건설되고 있으니 그에 대한 문제는 시간만 있으면 금방 해결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수인 녀석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

며칠 전, 사파리에서 호인족과 웅족이 크게 충돌했다는 보고의 내용을 떠올리며 호가 냉소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라가 망조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정말 권력이라는 게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찍찍. 저희들이야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그 녀석들,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게 되면 우리의 국경에 설치된 이제르론과 대규모의 방어 시설을 보고는 기겁을 할 겁니다.”

“그렇긴 하지. 하지만 저렇게 계속 멍청하게 굴다가는 천족들에게 잡아먹힐까봐 그러지.”

“아! 그렇겠군요. 찍.”

아직까지 큰 움직임은 없어 보였지만, 천족의 탐욕은 마족 그 이상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함께 손을 잡고 알르드를 공격했던 사이라지만 언제 칼을 돌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리고 만약 천족이 수인 왕국을 공격한다면 알르드는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드워프의 경우야 견인들의 국가 바우를 통해서 공격 루트를 막을 수 있었지만, 천족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두 세력은 워낙 넓게 국경을 맞대고 있는 사이라 바우처럼 독립을 시켜서 막는 것도 불가능했다.

‘뭐, 그건 일이 터지면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은…….’

묘인족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브로리에게 한 약속을 지킬 생각이었다. 어차피 자신의 전직을 포함해 EX등급으로 승급이 가능한 영웅들의 조건을 만족시키려면 꼭 해야 할 일이었다. 수인 왕국의 방어는 웃소, 아쉬카로트, 컹컹이, 니나 다니엘레와 같은 영웅들에게 맡기면 충분할 것 같았다.

미피츠를 공격할 해군 전력이 완성되려면 반년 가까이나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 사이에 SSS등급의 던전 두어 개 정도를 공략해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나저나 과거의 요새와 또 어디를 공략해야 되지? 블루 스케일에 도움을 요청해 볼까?’

예상했던 대로 고대신 운트리온의 타락에서 벗어난 검의 왕좌에는 단 한 개체의 몬스터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짐승의 성소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알르드에 있는 멀쩡한 SSS등급의 던전은 과거의 요새뿐이었다.

그러나 황금색 재능을 지닌 영웅들을 EX등급으로 승급시키려면 위험난이도 SSS등급의 던전을 최소한 네 개나 공략해야만 했다. 결국 다른 왕국에 있는 SSS등급의 던전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알르드가 대규모의 군대를 이끌고 던전을 공략해도 괜찮을 정도의 사이인 국가는 블루 스케일 밖에 없었다. 좀 더 범위를 넓혀보면 함께 천족들과 싸웠던 상대인 키리네 공국도 자신들의 던전 공략 제안을 거부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동도 나쁘지 않았다. 아이리스 성국의 북쪽에 위치한 국가가 바로 키리네 공국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인물이 토슬치를 방문하면서 호는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자신의 계획을 크게 변경해야만 했다.

“헤이, 친구! 이거 굉장히 오랜만인데? 얼굴 보기가 힘들어? 칠제 다음으로 대륙에서 잘나가는 인물이라 그런가?”

드워프 상단인 타임리스의 상단주 밴더빌트가 토슬치를 찾아온 것이다. 자신도 마주치자마자 과하게 반기는 밴더빌트의 행동에 호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밴더빌트님도 저희들과 거래하는 특산품을 수송할 때 직접 오시지는 않지 않습니까?”

“하하하! 시간은 금이라고 친구. 돈을 벌라면 일분일초도 아껴서 다른 교역 루트를 뚫어야 한다고. 어쨌든 그 때의 허약한 인간이 이렇게나 성장할 줄이야…….”

밴더필트가 호를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알르드가 블루 스케일의 도움을 받아 엑스칼리버의 대량 생산에 갓 성공했을 때였다.

그리고 그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마장기를 살펴보았다. 라이온레인, 아보르 비테, 엑스칼리버 등 멋진 마장기들이 토슬치에 배치되어 있었지만, 밴더빌트가 찾는 것은 그런 평범한 것들이 아니었다.

“그나저나 여기에는 그게 없나보지?”

“무엇을 찾……. 아, 없습니다. 그리고 안 팔아요.”

“쩝…….”

빠르게 눈치를 챈 호의 행동에 밴더빌트는 안타깝다는 듯 입맛을 쩝 다셨다.

바리안스의 대지에 있는 오아시스에서 마지막으로 호를 만났을 때 봤었던 ‘코우랄라’를 보고 그것을 가지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쓰려고 했던가?

결국 NFS(Not For Sale)을 강력하게 선언한 호의 행동에 포기를 해야 했지만 밴더빌트는 아직도 전설의 마장기에 대한 수집 욕구를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토슬치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여기의 특산품인 아콘을 구매하려고 오신 것은 아닐 테고?”

“그 따위 물컹한 것을 누가 먹어? 우리는 오로지 맥주와 고기만 먹는다고.”

“그러다가 성인병 걸리면 그 때 내가 왜 그랬을까? 하고 후회하실 걸요?”

“하하하하!!! 자네 안 보던 사이에 개그가 많이 늘었는데? 어쨌든 소문은 들었네. 위험난이도 SSS등급의 던전을 공략할 생각이라지?”

“정보가 빠르시네요. 역시 정보에 민감한 상단이라 알 수 있던 건가요?”

밴더빌트의 말에 호는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딱히 비밀이라고 할 것도 아니었다. 묘인들의 이주도 마무리되고 있었고, 수인 왕국의 움직임도 딱히 없었기에 슬슬 과거의 요새를 공략하려고 토슬치에 군대를 소집시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눈치가 빠른 이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밴더빌트가 입을 열었다.

“자네, 그 계획을 좀 바꿔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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