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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381화 (38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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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 381화

“…….”

카오스 큐브. 리그너스 대륙에 등장하는 모든 아이템 중 하나로 바꿀 수 있는 특수한 돌.

호는 이러한 카오스 큐브의 정보에 따라 카오스 큐브를 SSS등급의 아이템으로 변환시켜 아군의 전력을 높이는 데 사용하려고 했다. 한시진이 들고 있는 루디안 소드처럼 말이다.

그리고 카오스 큐브는 그런 호의 의도대로 알르드의 전력을 높이는 데 사용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방향이 호의 생각과는 크게 벗어나 있었다. 아이템이 아닌 정보의 획득에 무려 여섯 개가 사용된 것이다. 무슨 봉인이 풀리는 것도 아니고 정보 하나당 카오스 큐브가 두 개씩 공통적으로 소모가 되었다.

“나 참. EX 승급 정보를 안다고 해도…….”

눈앞을 가득 메운 정보들을 보며 호는 머리를 긁적였다. 정보를 알아도 당장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EX로 향하는 길인 만큼 브로리와 이레네 아르티아의 승급 조건 역시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했기 때문이었다.

둘 다 전투 영웅이라 그런지 승급 조건들도 그쪽으로 치우쳐 있는 까닭에 승급 난이도가 얼핏 봐도 로우덴 이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호! 호!! 호!!! 호우!”

그렇게 승급 정보를 보며 인상을 찌푸리던 호에게 브로리가 던전이 떠나가라 호의 이름을 부르며 다급하게 달려왔다. 그리고는 호를 향해 하나의 아이템을 내밀었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건틀렛이었다.

“이, 이거! 내가 가지겠다!!!”

“으응?”

가지고 싶다고 아니고 ‘가지겠다’다. 그만큼 건틀렛에 꽂힌 모양이었다.

그런 브로리의 행동에 호는 눈썹을 살짝 위로 들어 올렸다 내리고는 눈앞의 건틀렛을 바라보았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것이 확실히 뭔가 있어 보이기는 했다. 바로 건틀렛의 정보를 확인하니 브로리의 이런 행동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눈앞의 황금 건틀렛은 무려 SSS등급의 무기였다. 현재 브로리가 사용하고 있는 무기보다 무려 두 단계나 등급이 높은 아이템이었다.

“그래. 그렇게 해.”

“저, 정말?! 진짜지? 다시 무르기 없는 거다!”

너무나도 손쉽게 떨어지는 허락이 의외라고 생각한 것일까?

브로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신이 들고 있는 건틀렛은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는 무기였다. 그만큼 귀중한 물건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호 또한 그냥 건틀렛을 주는 게 아니었다.

“어차피 여기서 건틀렛을 사용하는 영웅은 브로리 너밖에 없잖아? 그리고 최근 네 활약을 생각하면 이 정도 무기를 포상으로 내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게다가 브로리는 자신이 강해지는 것에 엄청난 욕심을 내는 영웅이었다.

“오예! 고마워, 호!! 내가 이 황금의 건틀렛으로 알르드의 앞을 가로막은 모든 것을 박살내 주겠다!”

호의 말에 브로리가 신이 난 듯 환호성을 터뜨리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허공을 향해 주먹을 휙휙 휘두르는 것이 당장이라도 새로운 건틀렛의 위력을 시험해 보고 싶은 아이같았다.

그리고 아빠 미소를 지으며 브로리의 모습을 보던 호의 뒤로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시진이었다.

“이번 던전에서 가장 큰 포상은 브로리에게 돌아갔네요. 저 건틀렛 SSS등급의 무기 맞죠?”

“응. 하지만 그만큼 활약도 대단했잖아?”

“그렇긴 하네요. 그래도 이번 던전 공략은 완전히 손해예요. 리스와 식량 그리고 좋은 아이템들을 몇 개 얻었다지만…….”

한시진이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호는 그녀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이번 던전 공략에서 알르드는 무려 열기의 A등급 마장기를 잃었다. 라이온레인 두 개 편대와 그들을 지원하던 아보르비테 두 기였다. 게다가 마장기에서 탈출하지 못한 S등급의 영웅 한 명이 사망했다.

대단한 활약은 없었지만, 호도 안면 정도는 알고 있던 인간 영웅이었다.

거기에 추가적으로 사망한 병사들을 생각하면 짐승의 성소에서 소모된 전력은 인간들의 왕국 하나를 도모할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전력이었다.

하지만 짐승의 성소는 리그너스 대륙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진 SSS등급의 던전이었다.

이 정도의 피해는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아니, 한시진과 브로리, 이레네 아르티아와 같은 뛰어난 영웅들과 전용기를 다수 이끌고 간 까닭에 더 큰 참사가 일어나지 않은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S등급과 SS등급의 격차 이상으로 SS와 SSS의 차이는 엄청나게 컸다.

“어쩔 수 없었어. 짐승의 성소는 리그너스 대륙에서 금지라 불리는 굉장히 위험한 장소야. 이런 곳을 성공적으로 공략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야.”

“하지만 ‘검의 왕좌’는 오빠와 저 둘이서 공략할 수 있었잖아요.”

“그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지. 고대신의 힘에 타락한 까닭에 ‘검의 왕좌’의 보스 몬스터들은 다들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고, 고대신 역시 힘이 다 빠져서 거의 죽어가고 있었잖아? 거기에 우리는 레나의 도움으로 인해 엄청난 힘을 얻은 상태였고. 던전의 위험성을 생각하면 그 때 우리는 정말로 운이 좋았던 거야. 여러 상황들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적용된 까닭에 쉽게 공략에 성공할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으면…….”

“그런가요?”

한시진의 되물음에 호는 당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검의 왕좌’ 공략은 다시 생각해보면 ‘리그너스–온리원’의 버프가 아니었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토벌이었다. 그만큼 EX등급의 클래스가 보이는 위력은 대단했다.

“그리고 우리들의 성장을 생각하면 이 정도의 희생쯤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어. 부서진 마장기는 다시 제작하면 되잖아? 영웅이 한 명 사망한 것은 조금 안타깝지만…….”

“그렇긴 하네요.”

호의 대답에 신경을 쓰고 있던 걱정이 가신 것일까? 한시진의 목소리가 아까와는 달리 조금은 밝아져 있었다.

“그래서 검신의 전직 조건은 만족했어?”

“네. 한 번뿐이지만요.”

모든 흐름은 하나로 통하는 것일까? 호가 원하는 클래스인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왕–미솔로지(SSS)’도 그렇고 한시진의 검신도 그리고 로우덴의 EX 승급에 필요한 조건에도 공통적으로 SSS등급의 던전 공략 조건이 들어가 있었다.

그것도 공통적으로 다섯 번을 공략해야 했다.

‘나랑 시진이는 SSS등급으로 전직하는 거고, 로우덴은 EX등급으로 전직하는 건데 왜 똑같은 다섯 번이지?’

그건 좀 불만이었지만,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부탁해 조건을 낮춰주세요 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그냥 대륙의 영웅과 소환자의 차이점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달랑 세 개 남았네.”

호는 자신의 품속에 있는 카오스 큐브를 만지작거렸다.

황금색 재능을 보유한 알르드의 SSS등급 영웅들에 대한 승급 정보는 전부 확인한 만큼, 앞으로 황금색 재능을 지닌 SSS등급의 영웅이 등장하지 않는 이상 EX 승급 정보를 얻기 위해 카오스 큐브를 소비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황금색 재능의 영웅이 등장한다 하더라도 EX 승급의 정보 획득을 위해 카오스 큐브를 소비해서는 안 됐다.

로우덴과 같은 영웅들에게 적용된 것처럼 카오스 큐브가 리그너스 대륙의 영웅이 아닌 소환자들의 EX등급에도 영향을 미치는 지 확인을 해봐야 했기 때문이었다.

만약에 카오스 큐브를 소비해 대륙의 영웅들처럼 소환자의 EX 승급 조건도 알 수 있다면?

‘리그너스–온리원.’

비록 힘이 쇠하긴 했지만 고대신을 비롯해 ‘검의 왕좌’에 있던 보스 몬스터들을 상대하던 무쌍의 병사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 * *

성공적으로 짐승의 성소를 공략했지만, 알르드에 있는 또 다른 SSS등급의 던전인 ‘과거의 요새’ 공략은 나중으로 미뤄야만 했다. 짐승의 성소를 공략하면서 입은 피해도 피해지만, 주변의 상황이 돌아가는 게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랙돌이 말했던 대로 수인 왕국의 내전이 점점 본격화되는 모양인지 군트락과 호올스의 국경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수인들이 국경을 넘고 있다고 퓨리온과 아쉬카로트의 우려가 담긴 편지가 이, 삼 일에 한 번씩 전해지고 있었다.

거기에 드워프와 천족들도 국경에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불을 보듯 뻔했지만, 안타깝게도 호는 이번 만찬에는 숟가락을 올릴 수가 없었다. 모에드와 아이리스 성국의 안정화가 끝나지 않았고, 묘인족 전부를 삼키는 데도 심력을 기울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앞으로의 전쟁을 대비하며 내실을 다져야 할 때였다.

“그러고 보니 미피츠의 움직임은 어때? 그 녀석들, 우리가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너무 조용한 거 아니야?”

“그렇지 않아도 우리의 상륙이 예상되는 해안 쪽으로 방어시설의 건설에 많은 돈을 쓰고 있는 모양이에요.”

디르시나에서 서류를 처리하던 호의 물음에 벨이 답했다. 그리고 호갸 갸웃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많은 돈? 뭐, 상업 왕국이라는 이름값이 있으니 돈은 그렇다 치지만 미피츠의 방어 시설 기술은 그리 대단치 않을 텐데?”

“네? 이제르론 정도는 아니지만 대형 마력포가 열기가 넘을 정도라고 하던데요? 해전에 일가견이 있는 병사들이 그러는데 그 정도라면 수송선의 접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아 말하더라고요.”

“……뭐?”

대형 마력포면 알르드가 자랑하는 이제르론 바로 아랫단계의 방어 시설이었다.

순간, 의문이 들었다. 그 정도의 기술력은 돈만 있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연구에 일가견이 있고 관련 스킬을 보유한 영웅이 있어야만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관우는 내 여자’의 공략본을 통해 미피츠의 영웅 상황을 꿰뚫고 있는 호는 미피츠에 그 정도의 능력을 보유한 영웅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설령 그런 영웅이 미피츠에 몸을 담고 있다고 해도 저번에 미피츠를 방문했을 때 보았던 그들의 방어 시설은 형편이 없는 수준이었다.

결국 자신들과 사이가 틀어지고 갑자기 방어시설의 업그레이드를 시작한 모양인데……. 이렇게나 빠르게 대형 마력포를 건설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연구 협력을 제외하면 말이다.

“최근 미피츠와 사이가 가까워진 세력이 있는지 한 번 조사를 해줘.”

대형 마력포의 등장은 분명 누군가가 미피츠를 돕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그것도 방어시설 관련 기술이 높은 세력이었다.

“확실히 건설되는 방어시설이 너무 고급스럽죠? 바라테이온에서 도움을 준 걸까요?”

“아니. 바라테이온도 그 정도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을 거야.”

“그렇다면 다른 세력들과 손을 잡은 걸까요?”

아스트리드 벨이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고 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모르니 전쟁 준비를 좀 더 철저하게 해야겠어.”

더불어 용족 병종으로의 세대교체도 빠르게 진행해야 할 것 같았다.

의외로 미피츠를 도와주는 모종의 세력에 대한 정체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최근 미피츠에 천족의 상단이 대규모로 드나들고 있는 것을 목격한 이들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마장기가 포함된 군대까지 들락거리고 있다고 하니 의심이 가다 못해 확신이나 다름없는 수준이었다.

“에르지 상단이라고 설립된 지는 몇 년 되지 않는 신생 상단이지만 움직임을 봤을 때 천족들의 지원을 전폭적으로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천사의 머리채를 포함해 여러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데, 다섯 달 동안 미피츠에서만 분점 여섯 개를 낼 정도로 공격적으로 확장을 하고 있습니다.”

디아린의 말에 아스트리드 벨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탄성을 터뜨렸다.

“에르지 상단? 아! 본적이 있어요. 분명 블루 스케일에도 분점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마 맞을 겁니다. 저도 오고가며 본 기억이 있거든요.”

“그렇다면 미피츠와 천족이 손을 잡았다는 건가?”

그런 둘의 대화를 듣던 호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피츠의 뒤에 천족이 있다면……. 현재 모에드에 있는 누군가의 분노가 엄청날 거라는 건 안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미피츠의 공략에 다른 왕국의 도움 또한 기대할 수 있었다.

“확실하지는 않습니다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미피츠와 천족의 관계를 조사하면서 과거 골든 크로우의 재상이었던 그나이 칼츠만의 암살을 목격한 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을 퉁 파오의 궁전에서 일을 하던 시종이라 말하더군요.”

“……어?”

충격적인 디아린의 말에 호는 일순 패닉이 오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충 예상하던 내용이었지만, 막상 사실이 되니 머릿속이 엉켜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 사실을 기사왕이 알게 된다면…….

“난리가 벌어지겠군.”

또한 인간 연합의 칼이 미피츠로 향할 터였다. 비록 왕좌에서 물러났다지만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의 명성은 아직도 대륙을 진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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