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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380화 (380/522)

# 380

리그너스 대륙전기 380화

“묘인족의 대표로 호 님께 도움을 요청하러 왔습니다.”

“도움? 수인 왕국의 장로가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고요? 하!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수인 왕국의 장로가 아닌 묘인족의 대표로 찾아온 것입니다. 냐앙. 둘은 다릅니다.”

“그게 그거 아닌가?”

고양이의 습성일까? 랙돌의 뻔뻔한 태도에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던 벨이 혀를 내둘렀다. 호 역시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서 무슨 도움이 필요한 겁니까? 캣닢? 식량?”

“둘 다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닙니다. 호 님께서 묘인족의 이주를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호의 몸이 흠칫 떨렸다. 벨 역시 입만 뻐끔거리며 호를 바라볼 뿐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새 조용해진 집무실에는 랙돌이 푸 차를 마시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그, 그러니까 묘인족이 바리안스의 대지로 이주를 하고 싶다는데……. 바리안스의 대지에는 캣닢도 많이 나오고……. 아, 물론 사막에서는 우리 종족이 살아가기가 힘들긴 한데 최근 바리안스의 대지는 사막화가 사라지면서 초원지대도 많이 생겼고, 숲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으니까 묘인족이 많이 늘어도 별문제도 없을 테고, 크리솔라이트 부족하고도 사이좋게 잘 지낼 테고…….”

랙돌의 꽉 찬 직구에 당황한 리셴르나가 횡설수설하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하지만 호는 방금 자신이 들은 내용에 대해 머릿속으로 정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묘인족이 이주를? 알르드로? 왜?’

수인 왕국을 이루는 많은 부족 중 하나인 묘인족은 사파리의 대회의에 참가하는 열두 부족 중 하나였다. 비록 인구는 많지 않지만, 수인 왕국의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종족이었다.

그런 묘인족이 자신들의 권력을 내려놓고 알르드로 이주를 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전혀 없었다. 더욱이 알르드와의 전쟁으로 인해 마인족, 우인족 등 사파리의 대회의에 참가하던 기존의 종족들이 사라진 상황에서 묘인족의 영향력은 늘었으면 늘었지 줄어들었을 리도 없었다.

그리고 잠시 머리를 굴리던 호가 랙돌을 보며 말했다.

“수인 왕국에 문제가 생겼군요. 묘인족이 이주를 결심할 정도로 말이죠. 외부의 침입은 아니겠고……. 내전입니까?”

“맞습니다. 수왕의 자리를 놓고 호인족과 웅족의 싸움이 벌어질 겁니다. 아쉬토가 부상으로 드러누운 상황에서 왕국의 꼴이 말이 아니게 되었거든요. 웅족의 장로인 쿰마는 왕국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아쉬토와 호인족에게 그 책임을 물어 아쉬토를 끌어내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수인 왕국에서 내전이 벌어진다고 해도 묘인족이 알르드로 이주를 할 이유는 없을 텐데요? 양 종족이 묘인족을 탄압이라도 하고 있는 겁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 종족을 끌어들이기 위해 하루가 멀다고 선물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죠.”

랙돌의 말에 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눈앞의 흰 고양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주를 하려는 거죠? 그것도 우리나라로? 알르드는 당신들에게 있어 적대국 아닙니까?”

“맞습니다. 하지만 알르드만큼 살기가 좋은 곳도 없잖습니까? 계속된 전쟁으로 수인 왕국은 왕국을 이루는 열두 종족 중 다섯 종족을 잃었습니다. 반에 가까운 숫자죠.”

전부 알르드와의 전쟁 때문이었다. 원인족을 시작으로 조인족, 마인족, 우인족, 다람쥐 족의 터전이 알르드에 점령되었고, 현재는 알르드의 깃발 아래에서 자신들만의 문화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만큼 왕국의 힘이 약해진 상황인데 호인족과 웅족 녀석들은 자기네들끼리 권력다툼 따위나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호시탐탐 천족과 드워프의 군대가 우리를 노리고 있는 상황인데도 말이죠. 게다가 나라 꼴도 말이 아닙니다.”

랙돌이 픽 웃으며 다시 푸 차를 입에 가져다 대었다. 자조적인 느낌을 주는 웃음이었다.

“저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묘인족은 하루 종일 늘어지게 쉬면서 가끔 캣닢이나 즐기는 것을 낙으로 평생을 보내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수인 왕국은 캣닢은커녕 앞으로 소비해야 할 식량을 걱정해야 할 판국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바라는 왕국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종족 전체가 이주한다고요?”

“그렇습니다. 이미 종족 내의 회의는 마친 상황입니다.”

단호한 랙돌의 대답에 말을 꺼냈던 벨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이러한 랙돌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왕국이 힘들면 자신들이 열심히 일해서 왕국을 다시 영광의 시대로 이끌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묘인족은 자신들의 권력을 모두 내던지고 왕국을 떠나려는 선택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호의 생각은 달랐다. 종족 연합체라는 수인 왕국의 특수한 상황을 생각하면 묘인족의 이러한 결정이 그렇게까지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묘인족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랬다. 랙돌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종족 전체가 이주한다면 적은 수는 아니겠군요.”

호가 랙돌을 바라보았다.

“팔백만이 조금 넘습니다.”

“그들만 넘어오는 것은 아닐 텐데요?”

“십오만의 병사와 웨어 타이거급 마장기 7기, 캣츠급 마장기 27기가 함께할 겁니다. 우리의 전력 전부입니다. 뭐, 솔직히 말해 호 님께는 그리 대단한 전력이 아닐 겁니다.”

웨어 타이거는 B등급, 캣츠는 C등급 마장기였다. 알르드의 국경에 배치된 마장기가 A등급으로 다수 이루어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랙돌의 말대로 그리 매력적인 전력은 아니었다.

“또한, 라홀로프 상단이 알르드에 본점을 세울 겁니다.”

“라홀로프 상단이?”

잠시 기억을 더듬던 호가 곧 고개를 주억였다. 라홀로프 상단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생각하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더욱이 묘인족이 왕국을 떠난 상황이라면 상단주인 페이샬의 영향력 또한 굉장히 줄어들 터였다.

거기에 능력 있는 묘인족의 영웅 다수를 알르드의 영웅으로 임관시킬 수 있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눈앞에 있는 묘인족의 장로 랙돌이었다. SS등급의 만능형 영웅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제 몫을 할 수 있었다.

팔백만이나 되는 인구가 늘어나는 것도 장기적으로 보면 큰 이득이었다.

물론, 당장은 엄청난 혼란이 벌어지긴 하겠지만 랙돌의 말대로 ‘바리안스의 대지’에 묘인족의 터전을 만들고 점차 전국으로 이주를 시키면 괜찮을 것 같았다.

문제라면 묘인족의 이주를 수인 왕국이 그냥 두고 볼 리가 없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내전 중이라 해도 종족 하나가 통째로 빠져나가는 일이었다. 그리고 묘인족의 이주에 다른 종족이 영향을 받지 않을 리도 없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수인 왕국은 묘인족을 향해 혹은 알르드를 향해 칼을 빼 들 게 틀림없었다.

‘이참에 수인 왕국을…….’

모조리 점령한다는 선택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호는 곧 고개를 저었다. 급격히 영토를 늘렸다가는 제대로 지키지도 못하고, 오히려 다른 세력의 경계만 일으킬 뿐이었다. 최소한 모에드와 아이리스 성국의 영토를 안정시키고, 미피츠의 공략을 끝낸 이후에나 생각할 일이었다.

알르드로 이주를 하는 묘인족을 지키며 방어선을 펼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수성이라면 어마어마한 위력을 보이는 방어시설 마동포 이제르론의 건설이 가능한 데다가 라이온레인과 아보르비테 편대라면 묘인족을 뒤쫓을 수인 왕국의 병사들 또한 어렵지 않게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가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주는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그 많은 인원이 동시에 움직이지는 못할 텐데요? 게다가 묘인족의 터전인 미아스카는 수인 왕국에서도 안쪽에 있는 영토 아닙니까?”

“아!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 달 전, 알르드의 방어를 위해 우리 종족이 군트락 옆에 있는 웨이하 숲으로 이주하기로 사파리의 대회의에서 결정이 되었습니다. 후우. 거지 같은 결정이죠. 크흠!”

대답과 함께 랙돌이 콧바람을 거칠게 내었다.

“카아앙?!”

랙돌과 함께 왔지만 처음 듣는 이야기인지 리셴르나가 랙돌을 향해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 호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식량? 평화? 캣닢? 갑작스러운 묘인족의 이주는 자신들의 터전을 떠나라는 사파리의 대회의에서 내려진 결정에 대한 반발이 틀림없었다.

* * *

묘인족의 이주는 그들이 미아스카를 떠나 웨이하 숲에 모이고 난 이후 호인족과 웅족의 내전이 본격화되면 진행하기로 했다.

그동안 묘인족의 수뇌부와 알르드를 오가며 정보를 공유하는 일은 라홀로프 상단이 맡기로 했다. 알르드에 다량의 물품을 판매하는 상단인 데다가 상단주인 페이샬이 묘인족이라 양측을 대놓고 오가도 수인 왕국의 다른 종족들에게 의심을 사지 않기 때문이었다.

결국, 당장은 크게 할 일이 없었다. 다만…….

쨍그랑! 쩌어엉!!!

수천 상자를 넘어서 미스릴 특산품이 거의 이만 상자에 가깝게 소비될 때쯤 드디어 명품 미스릴 프리스비가 완성되었다.

“멍멍?! 이 완벽한 자태는?! 대체 이, 이런 프리스비가 어디서! 이건 정말 최고의 프리스비입니다! 마치 전설 아니 신화에서나 등장할 것만 같은 아이템이로군요. 멍!”

띵동

로우덴 셰필드가 ‘명품 미스릴 프리스비’를 극찬합니다. ‘명품 미스릴 프리스비’와 로우덴 셰필드의 황금색 재능이 공명합니다.

명품 미스릴 프리스비를 받은 로우덴은 입에 침이 마를 때까지 감탄을 터뜨렸다.

그렇게 로우덴이 신나게 떠드는 동안 호는 정보창을 열어 로우덴의 승급 상황을 확인했다. 메시지에 나타난 내용대로 로우덴의 EX 승급 조건 중 하나인 ‘명품 미스릴 프리스비’ 항목이 완료되어 있었다.

그다음은 황금의 드라곤 볼로 놀아주기. 드래곤 볼이 아닌 드라곤 볼이었다. 별거 아닌 차이지만 드라곤 볼이 되려면 드래곤 볼을 제작해 명품이 나와야만 했다. 결국, 명품 미스릴 프리스비처럼 장인들을 갈고 갈아서 만들어야 하는 아이템이었다.

‘이것도 시간이 좀 걸릴 테지.’

명품 미스릴 프리스비를 만드는 데 약 보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것도 제작에 들어가는 특산품이 모두 원활하게 공급되는 조건이었다.

그에 반해 황금의 드라곤 볼에 필요한 특산품은 지금부터 준비해야만 했다. 제작에 필요한 특산품 중 하나가 알르드에서 생산이 되지 않는 특산품이기 때문이었다. 드워프의 왕국에서 나오는 물품이었다.

“타임리스 상단을 부를게요.”

“부탁할게.”

다행히 아는 드워프 상단이 있기에 특산품을 구하는 데는 크게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았다. 아이템의 제작에 시간이 좀 더 걸린다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벨. 랙돌에게서 온 연락은 없어?”

“묘인족 중 반수 가량이 이주를 끝냈다고 해요. 하지만 지금 미아스카에서 이주를 준비하는 묘인족도 있기에 모두가 도착하려면 두 달은 더 걸린다고 하네요.”

“두 달?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데……. 그 전에 호인족과 웅족의 내전이 끝날 수도 있는 거잖아?”

그렇게 되면 묘인족의 이주 또한 쉽지 않아질 터였다.

“랙돌의 말에 의하면 저족이 웅족에 붙으면서 내전이 좀 더 본격화될 거 같다고 하던데……. 그렇게 되면 두 달 내에는 끝나지 않겠죠?”

“그래? 수인 녀석들이 제 살 깎아 먹기를 하는 건 좋은데…….”

수인 왕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천족과 드워프들이 신경 쓰였다. 아직 큰 움직임이 없지만, 수인 왕국의 전력이 약해지면 약해질수록 분명 수인 왕국을 도모하려는 군사행동을 시작할 게 틀림없었다.

수인 왕국의 넓은 영토와 숲, 목초지는 두 종족에게 굉장히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게다가 수인 왕국의 수도 사파리에서만 생산이 되는 특산품, 수인족의 정수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 특산품이기도 했다.

“아! 벨. 다이린에게 말해서 수인족의 정수를 되는대로 전부 구매하도록 해.”

“수인족의 정수요? 알았어요.”

수인족의 정수는 수인 영웅들의 승급 작업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아이템이었다. 지금은 라홀로프 상단을 통해서 구매하고 있지만, 묘인족의 이주와 함께 라홀로프 상단이 알르드에 본점을 세우게 되면 정수를 구하기가 까다로워질 것 같기에 미리 재고를 쌓아두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대비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호는 군트락을 지키는 브로리와 니나 다니엘레를 포함해 엘 라스엘과 엘 니키타, 리젤, 팔쿤, 컹컹이와 같은 알르드의 정예들을 림드 산맥으로 소환했다.

아이리스 성국과 모에드에 있던 한시진과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도 디르시나로 모였다.

“전쟁입니까? 찌익?”

디르시나의 집무실에 모인 S등급 레어 클래스 이상의 존재들이 뿜어내는 압박감에 라쿤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호에게 물었다.

그들 한 명 한 명이 일군을 통솔하거나 기사단을 지휘할 수 있는 수준의 인물들이었다.

“아니, 던전 공략이다. 그것도 무려 SSS등급의 던전이지. 목표는 나크 평원에 있는 짐승의 성소.”

“위험도 SSS등급의 던전이요? 찍?!”

“그래.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우리의 전력이라면 보름 내에 공략을 끝낼 수 있을 테니까.”

호가 자신의 옆에 있는 로우덴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굳이 지금의 상황에서 SSS등급의 던전을 공략하는 것은 전부 이 녀석의 EX 승급 때문이었다. 겸사겸사 자신과 한시진의 승급 퀘스트도 만족시키고 말이다.

그렇게 림드 산맥을 떠난 알르드의 최정예 군은 짐승의 성소를 공략하면서 A등급 마장기 열기 가량과 S등급 영웅 하나를 잃기는 했지만, 성공적으로 던전을 공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공략 보상으로 엄청난 양의 리스와 식량, 수인족의 정수 및 S등급 이상의 아이템들을 다수 획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짐승의 성소를 공략하고 호가 얻은 보상은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띵동

카오스 큐브가 브로리 발란스의 황금색 재능과 공명을 시작합니다.

황금색 재능의 공명에 2개의 카오스 큐브가 사용됩니다.

공명이 끝나면 브로리 발란스의 EX 승급 정보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띵동

카오스 큐브가 이레네 아르티아의 황금색 재능과 공명을 시작합니다.

황금색 재능의 공명에 2개의 카오스 큐브가 사용됩니다.

공명이 끝나면 이레네 아르티아의 EX 승급 정보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브로리 발란스와 이레네 아르티아. 황금색 재능을 지닌 두 SSS등급의 영웅을 향해 카오스 큐브가 뜨거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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